얼마전 고등학교 동창의 결혼식 피로연을 갔다가
희안한 이야기를 듣게 되어 글을 씁니다.
세상에는 인연이라는게 있다고
느끼게끔 하는 일화이기도 하네요.
고등학교 졸업 후 결혼식 까지
단 한 번도 연락이나 만남을 갖지 못했던 그 친구는
저희끼리 운영하는 상조회에 연락을 해 왔다고
상조회 총무가 전하더라고요.
결혼을 하게 되니 상조회 멤버들의
전화번호를 알고 싶다는 내용이었답니다.
그런 이유 였는지 처음 전화를 받을 때는
누군가 하고 의아해 하다가
결국 반가워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몇일에 결혼을 하니 꼭 와달라고 하더군요.
연락 한번 없이 지내다가 염치도 없이 연락한게
굉장히 미안하다고, 얼굴을 보고 싶으니
꼭 참석해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흔쾌히 응하고 청첩장을 받게 되었죠.
저는 결혼식 돌 등등 기타 행사에 연락을 취해
참석을 요청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무슨일이 있어도 참석하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소한 나를 잊지 않고
연락을 했다는 성의 표시로 생각을 합니다.
어중간하게 친한 친구가 청첩장이나
연락 한 번 없이 참석하기를 기대한다면,
저는 기대에 응해주지 않는 성격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결혼식 당일
상조회의 여러 멤버들이 모여
그의 결혼을 축하해 주었고
식사 도중에 인사차 들르게 된 새신랑이
참석한 친구들을 위해
동인천에 한 술집을 예약해 두었다는 말을 전해 주고
돌아가는 것을 보았답니다.
그 때 쯔음이 약 3시였고
예약된 시간까지는 3시간 정도가 남아있어서
다같이 당구장에서 시간을 좀 때우다가
시간이 흘러 저녁 6시.
피로연 장소에서 신나게 웃고 떠들다 보니
어느새 9시를 넘어서고 있었습니다.
돌아갈 친구들은 이미 다 돌아갔고,
다음날 오후 비행기를 예약해 두었다는 새신랑은
굉장한 여유를 부리고 있었죠.
“야 다른 애들은 피로연장도 안가고 바로 튀던데
너는 괜찮냐?”
“비행기표가 없어서 어찌하다 보니 그렇게 됐네.”
대충 저런 사정이었고
자정이 넘은 시간에 우리는 1차를 끝내고
2차를 목표로 한 술집으로 들어갔습니다.
대부분 다 직장인이라
새벽으로 가는 시간에 장사가 없는 것인지,
그 때 모인 인원은 새신랑과 새신부
저 포함 약 8명 정도 되어보였는데,
그 중에서도 자리에 앉자마자
뻗어 버리는 친구들도 있어서
한 5명의 남녀가 술잔을 주고 받고 있었는데,
친구 중 한명이 묻기를
“제수씨. 얘 어떻게 만났나요?”
“아..이 이요?”
“이이? 벌써 그렇게 불러요?”
“아니 그게 대외적으로는..그렇게 하는게..”
살짝 웃으며 고개를 젖는 새신부.
신부 화장기가 조금은 남아 있는 듯 해 보였습니다.
“야야. 아까 그만큼 놀렸으면 됐지. 그만해라.”
새신랑이 방어하고 나서더군요.
하긴 피로연장에서
무척이나 짖궂은 일을 많이 당했으니까요.
“내가 대신 이야기 해 줄게. 근데 안 믿을 수도 있어.”
“약점잡고 협박한거 그런거 아냐 이거?”
“어허. 일단 들어봐.”
사연은 이랬습니다.
군대 제대 후 마땅히 할일이 없어
이왕이면 서울에서 뒹굴자라는 생각으로
무작정 서울에 숙식 제공하는 회사를 찾아
여기 저기 구직활동을 벌였답니다.
하지만 생각대로 쉽지는 않았고,
끝내는 그냥 인천에서 직장을 구해야 하는
원점으로 돌아오게 되었다네요.
그 와중에 생긴 인연이 있었으니,
구직을 위해 계속 전화를 하며
정이 든 아웃소싱 업체의 한 여성
즉 지금의 새신부가 주인공이었답니다
“허..인연이 그렇게도 생기냐? 재주도 좋네..”
저는 어이가 없었습니다.
부러울 따름이었죠.
그 속 사정이야 어찌되었든
여기저기 구직자리를 알아보면서
전화로 여러번 이야기 하다 보니
서로간 호기심도 생기고 해서 한 번 만난 계기가
연인으로 발전하고 지금 까지 오게 되었다는 군요.
“그런데 말야 얘랑 인연이..”
웃음기 섞인 얼굴이 약간 거둬들이며
고개를 돌려 새신부를 바라보는 그.
집게손으로 신랑의 볼을 꼬집고
흔드는 모양새가 참 다정해 보이기는 개뿔..
하여튼.. 그들의 연애기간이 약 7년 정도 되었다는데..
항상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모양입니다.
다른 연인들과 마찬가지로, 싸우고 헤어지기도 몇번.
그리고 그 싸운 이력중에
정말이지 다시는 안 볼것 같이 싸우고 헤어진게
결혼 전 마지막 이별이였다네요.
그렇게 심하게 싸우고 며칠이 지나고
몇주가 지나더니 금새 두달이 지나갔답니다.
술도 엄청 마셨고
정말이지 이제는 정말로 끝인가 싶어
울기도 많이 울었다네요.
그래도 예전에는 누구 한쪽이
먼저 전화를 해 화해하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그럴 낌새마저 느껴지지 않았고
새신랑도 그 때 만은 자존심이 허락을 하지 않아
연락을 참으며 거의 반 폐인 상태로
직장을 다니고 있었던 시기였답니다.
그러던 어느날
야근을 하고 나온 시간이 약 밤 9시 정도 였답니다.
종로5가에 직장이 있어 인천행 전철을 타고
용산까지 와서는 다시 동인천행 직행 열차를 타고
종점에서 내리는 변함없는 코스인데..
그날따라 좀 변한게 있다면
직행을 타는 이유가 빨리 가는 것도 있지만,
자리에 앉아 갈 수 있는 편안함이죠.
그런데 희안하게
그날은 서서 가야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더랍니다.
그래서 문 앞 손잡이에 기대고 서서 이어폰을 꼽고
노래나 감상하자는 생각으로
창밖의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네요.
어느새 전철은 신도림을 지나고
그렇게 한산하던 공간도
거의 다 사람으로 가득찼더랍니다.
그리고 역곡을 지나
부천으로 가는 중간 지점이었다나요?
“응?”
뭔가 귀에 스친듯한 소리를 따라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네요.
고개를 돌린 눈앞에 보이는 건
몇몇 서있는 사람들과
앉아서 졸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정도.
이어폰에서는 계속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바깥소리는 안 들릴정도로
볼륨을 올려놓고 듣는 취향이라
그 소리를 깨고 들어올 정도의 소리였다면..
그전에 희안하게 신경을 쓰게 만드는 소리였답니다.
돌린 고개 그대로 시선이 닿는 이곳저곳을
세세하게 살펴보았지만,
뜻모를 소리가 귓가에만 남아있지,
근원지처럼 보이는 형태의 사물은
전혀 분간해 낼 수 없었던 모양새였답니다.
‘노래 소리에 그런게 섞여있을리는 없는데..’
하는 정도로 생각하고 말았답니다.
그의 말로는 수백번도 더 들은 노래이고,
그런 소리가 당연히 섞일리는 없다고 전해주더군요.
저 또한 그렇게 어렵지 않게 이해 할 수 있었고요.
수십 수백번도 더 들은 노래에 뭐가 섞여 들렸으니,
그렇게 반사적으로 반응했을 것이고요.
그냥 환청을 들은 것이겠거니 하고
별 생각없이 어두운 창문을 바라보며
지금 지나는 곳이 부천과 송내 중간쯤이라는 것을
인지 할 수 있었던 그 때였답니다.
‘또?’
이번엔 확실하게 들을 수 있었답니다.
귓가에 남은 여운을 확실히 되새겨주는 소리.
자기도 모르게 고갤 돌려
보지 못했던 등뒤에 풍경을 보며,
소리의 근원을 찾으려 했답니다.
‘나한테 들릴정도의 흐느낌이면
거의 울먹이는 정도일텐데..’
돌아본 등 뒤나 마주 본 정면에서
울먹이고 있는 여자를 찾을 수는 없었답니다.
당연히 그렇게 큰 울음 소리를
주위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반응으로
앉아 있을리는 없었으니 말이죠.
그는 내심 의구심이 들면서도,
확실히는 부정하지 못하고,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보기는 했지만,
주위의 풍경만으로는 절대 찾아 볼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 정도쯤 되자 그냥 무시 할 수는 없는 소리가 되서
볼륨을 조금 낮추고
그 흐느낌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답니다.
그러나 다시 들리지는 않았던 모양이더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귀에 신경을 모으고
소리를 잡아내는데 열중하다가
한순간 긴장을 풀었던 그 순간이었다고 하네요.
‘흐흐흑..’
온몸이 저릴 정도로 소름이 돋아오르며
소리는 귓가에 확실히 새겨지고 있었답니다.
발끝부터 올라오는 공포를 겨우 억누르며
고개를 돌리면 또 보이지 않을 것 같아
어두운 창문에 반사된 풍경으로
그 소리의 근원을 찾아 볼려던 그 순간 이었답니다.
어두운 창문으로 반사된 전철안의 풍경안의
하얀 소복을 입은 긴 검은 머리의 여자가
돌아앉아 흐느껴 울고 있더라는 겁니다.
“헉”
반사적으로 비명이 먼저 튀어나왔다네요.
아무 의구심 없이 살펴보던 풍경이라
놀라움은 극에 달했다네요.
뒷 걸음질 치며 넘어질 뻔 한 몸을 겨우 가누고 나니
주위에서 자신에게 집중된 시선을
따갑도록 느낄 수 있었답니다.
운이 좋았던건지 때마침 전철문이 열리고
그는 확인도 안하고 바로 전철에서 내려
저만치 멀리 자리를 옮겼답니다.
그쯤되자 무서움 보다는 쪽팔림이 더 우선이었고
자신을 쳐다보는 누가 있나 싶어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고 있었을 때였답니다.
‘옘병..저런게 진짜 있네..’
그때서야 자신이 본게 헛것인지 가늠도 안될
귀신일까 싶은 존재였던가 생각되니
오싹함이 온몸을 강타하더랍니다.
괜시리 쪽팔림은 사라지고
얼른 사람이 많은 곳으로 가야하겠다 싶어
개찰구로 나가는 계단을 향해
잰걸음으로 달리듯 걸었답니다.
그러던 중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는데,
‘부평?’
부평이라는 역 이정표가 보이더랍니다.
그 때 즈음 되니 무서움도 족팔림도 다 사라지고
한가지 생각나는게 있더랍니다.
얼마전 싸우고 헤어진 여자친구를
항상 데려다 주던곳이 부평역이었다죠.
정말 누구의 의지로 그랬는지 모를정도로
주머니안에 핸드폰을 꺼내
여자친구의 전화번호 단축키를 누르게 되더랍니다.
약 10여 회 이상의 신호가 가더니,
상대편에서 통화를 수락한 음이 들리면서
귀에 익숙한 여자친구의 목소리가 들리더랍니다.
“..여보세요..”
누가 들어도 알 수 있는 흐느낌이 섞인 목소리.
그는 하마터면
핸드폰을 손에서 그냥 놔 버릴 뻔 했다고
손에 핸드폰을 들고
힘없이 떨어뜨리는 시늉을 해 보이더군요.
전철안에서 들렸던 흐느낌이 익숙하다고 느낌을 받고
그토록 소리의 근원을 찾으려던 이유를
전화넘어로 들려오는 여자친구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네요.
그렇게 소리에 반사적으로 행동했던 것은
여자친구의 목소리임을 불현듯 알고 있었던
본능이랄까 하는 식으로 표현을 하네요.
그는 자신도 모르게 첫 마디로,
“너 무슨일 있니?”
하는 물음을 던졌고
여자친구는 한참을 흐느끼다가
“아빠 돌아가셨어..”
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답니다.
그는 그길로 위치를 물어 병원으로 달렸고
병원에 도착한 그 시간이
그녀의 아버님이 돌아가신지
10시간 정도 흐른 시간이었답니다.
평소에 지병이 있으신 아버님은
그녀가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한달 정도 후에 입원하셨고
끝내는 그날 오후 1시정도 운명을 달리하셨다는
이야기를 도착해서 들을 수 있었다는데
그곳에 도착해 한 번더 놀란 것은
하얀 소복을 입고
머리를 묶지 않은 그녀를 보았을때 였답니다.
그 모습은 전철안에서 봤던
그것의 모습과 완전히 판박이 였다고 하네요.
때마침 머리를 풀어 헤치고
다시 묶을려던 그 모습이 아니었다면,
절대 상상하기도 힘들었을
모습이었기도 했다고 전해주더군요.
여기까지 듣고나니 저는 왠지
새신부가 무섭게 까지 느껴지더군요.
눈치를 챘는지 눈웃음치며
그런 표정 하지 말라고 하던
새신부의 얼굴도 기억합니다.
얼마전 신혼여행 잘 갔다왔다고
친구에게 문자가 왔는데
답문은 못 보내고 그저 잘 살겠거니 생각한답니다.
정말 인연이란게 어찌볼때는 무섭기까지 하고
살다보면 믿을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은 것 같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