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거리 28만키로.. 09년식 스타렉스 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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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형차 타고 타니는 사람은 항상

차가 언제 고장날지 예상을 할 수 없음.

엔진오일 교체주기가 조금만 늦어도

이가 딱딱거리고 손톱을 깨물게 되고

냉각수 수위가 조금만 낮아져도

헤드에 무슨 문제가 있는건 아닌지,

호스가 새는건 아닌지 걱정해야됨.

암튼 엔진오일 갈 때도 됐고,

비도 오고

기분도 그렇고 해서 카센터로 향했음.

사장님은 충청도 분이시고,

카센터는 충남향우회 본부로 쓰이고 있음ㅇㅇ

다 헤진 골프웨어를

작업복으로 입고 계신 카센타 사장님은

프로에 준하는 골프실력을 보유하신 분이고,

특징은 말이 없으심

이건 별로 중요한건 아니고.

암튼 카센타 도착해서

“사장님 안녕하세여.” 했더니

그냥 위아래로 슥 보더니

내 인사는 받아주지도 않고

걍 차로가서

리프트 위에 차 올리면서 하는말이

“오일 안갈아도 돼.” 하길래

교체주기 잘못알았나 싶어서.

“아 아뇨. 8천 넘었는데 갈아야죠.”

하니까,

“퍼지면 새차 사.”

아 그런 의미구나.

아무튼 오일갈고 어쩌고 하면서

나만 혼자 신나게 떠들고 있으니까

사무실로 슥 들어가더니

고양이에 목줄 채워 나와서는

나한테 건네더라.

“갖고놀아.”

?귀엽긴 한데 뭐지.. 싶어서

대충 고양이랑 놀고 있는데

(입 닥치고 동물이랑 놀라는 의미지 뭘)

엔진룸을 이리저리 보고는

눈꼬리가 살짝 치켜올라가는게 보이더라.

이런 시벨 올것이 왔구나 싶어서

손이 벌벌 떨리고 있었는데

“고양이 놓고 이리와봐.”

하더니 손짓으로 날 부르심.

사형선고 받는 기분으로

벌벌떨며 다가갔는데

내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쿡 찌르면서

라디에이터 뚜껑을 가리키더라.

“부동액을 3리터를 쳐넣었는데 이거봐.

꽉 안찼어. 경고등 안떴어?”

“안뜨던데요;;;”

“계기판도 정상이 아녀.”

“근데 이차 끌고 여름에 영월도 다녀왔는데요.”

“타향에서 뒤지고 싶은겨?”

솔직히 개쫄리고

머리에 피가 싸 빠지는 기분인데

웃겨서 주저앉음 ㅋㅋㅋ

아니 근데 웃고나니까

퍼뜩 생각이 들어서 각잡고 물어봄.

“어.. 혹시 뭐가 문젠가요.. 헤드인가요..”

카센타 사장님이 날 빤히 쳐다봄.

“전문가여.

뭣허러 차 갖고 왔어. 니가 고치지.”

“아.. 그게.. 제 생각이 그렇다는거였어요..”

“맞어. 헤드여. 이틀걸려. 구십만원.”

뻐킹쒯.

드디어 올게왔다 싶어서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있는데

그와중에 그나마 싸게 먹혔다고 좋아하던 나란놈.

근데 뭐 당장 현금도 없고,

고칠 방법이 없었음.

크흠. 하고

“그래도.. 당분간은.. 좀 타도 되죠..?”

하니까

ㅇㅇ 근데 되도록 멀리가지는 말란다.

“혹시 멀리라는게

물리적으로 어디까지 허용될까요?”

“평택 이남쪽으로는 눈도 돌리지 말어.”

“넵.”

“그리고 고칠라면 날 추워지기전에 와.”

“아 헐. 추우면 문제가 심각해지나요?”

“아니 추워서 일하기 싫어.”

“네”

아무튼 그렇게 하고

얼마냐고 묻는데 그냥 사무실가서

직원한테 오일만 갈았다고 하면

알아서 긁어줄거란다.

안에 갔더니

사모님이 계서서 카드 내밀었는데

8만원을 결제하시길래

감사합니다 하고 나오려고 하는데

사장님이 벌컥 들어와서

“얼마 끍은겨.” 하고 물어보더라.

8만원 긁었다고 하니까

“카드줘봐.” 하시더니

사모님한테 가셔서 “오만원만 끍어.” 하고는

다시 카드를 주시더라.

사모님이야 뭐 그냥 ㅇㅇ 하고 긁어주고

나는 괜히 고마워서

“아이고 사장님 뭐 이렇게 싸게주세요

남는 것도 없으실거 같은데..” 하니까

“삼만원은 노잣돈이여”

하고 퇴장함 ㅋ

차 개판나고 있다는 이야길 이렇게 하시네;;

생각해보니까 말 없다고 했는데

말 엄청 많으신거였음.

사모님 피셜인데

손님한테 이렇게까지 말 많이 한사람은

내가 처음이라고함ㅋㅋㅋ

뭐지 웃기게 생겨서 그런가

이 사장님 새벽에 술먹고

집에 몰래 들어가다

사모님한테 걸려서 사무실 와서 잤는데

사무실까지 쫓아온 사모님이

석유곤로 압수해서

추위에 떨면서 잔 이야기도 하고 싶은데

이거 길어져서 못하겠음.

아무튼 카센타 고양이 귀엽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