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소나 하는 일이라고 착각하고 갔다가 ‘불지옥’을 경험한 고졸 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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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 학력 고졸에 알바 경험 없음.

그냥 “돈 떨어지면 인력 한번 뛰지 뭐~” 하면서

6개월간 게임-잠-게임-잠 반복하다

정신차려보니 이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바로 인력소 나갈 준비했음.

예전에 친구들끼리 우리 야가다 뛰러갈래? 하다가

교육이수증은 이미 받았었고

당근에서 안전화 중고 만원에 사고

모든 준비를 마친뒤 찾아감.

아직 해도 안뜬 새벽인데

인력소 앞에 노가다 짬밥 10년은 된거 같은 아재들이

커담 때리고 있길래

고민하다가 들어가서

쭈뼛거리면서 서있으니까

소장이 스윽 위아래로 훑더니

“뭐여? 무슨일로?” 이렇게 말하더라

야가다판은 반말이 기본이라고 들어서

전혀 당황하지 않았음

“일 하고싶어서 왔습니다” 하니깐

“이수증은?” 하더라

인터넷에서 본대로

이수증 없이 다짜고짜 오는사람 많나봄

“이수증 안전화 있습니다! 일은 처음해봅니다”

하니깐 소장이

“처음이라고..

근데 이수증이랑 안전화부터 준비해왔네..

일단 앉아봐”

하더니 별거 안 물어봄.

“아픈곳 없지? 이거쓰고 줘” 이게 끝임

받은 용지에는 이름, 계좌번호,

핸드폰 번호, 주소지 끝.

그러더니

“낼 6시 반까지 여기 앞으로 와 일할거지?” 하더라.

그래서 알았다고 하고

오늘 아침 6시 30분에 나갔음.

엠병 존나 춥더라.

차타고 1시간 정도 가다가 도착하니

8시부터 교육 받는다길래

“와 노가다 십개꿀이네 ㅋㅋ”

이라고 존나 좋아함.

교육 끝나면 소장이 전화하래서

끝나고 전화하니깐 데리러 오더라.

따라서 드가는데 뭔 지하로 드가는거임.

드가보니깐 넓은 지하에

쇠파이프 크기 다른거 존나 굴러다님

사람들 그거 길이별로

종류별로 존나 나르고 한곳에 쌓고있음.

무슨 지하세계 수용소 같은 느낌이었는데

보는 순간 아 좃됐다 느낌

잡부는 설렁설렁 청소나 시키고 그런다던데..

ㅆ1발 여기 도대체 뭐지? 하고 있는데

소장이 “끝남 전화하래이~” 하고 사라짐

뭐부터 해야하지..얼타고 있는데

첨보는 사람이 와서

“이거 보이지요?

이거 저기 싹 모아서 탑 쌓고있지?

힘드니깐 조금씩 한 6개씩 들어서 가져다놔요이”

라고 하더라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찬찬히해 찬찬히~ 하며

배려도 해주는 아저씨가 넘 고마웠음.

그렇게 나르기 시작 했는데..

진짜 30분은 괜찮았음..

근데 1시간쯤될때부터

‘아니 ㅆ1발 아직도 한시간밖에 안 지났다고??’

라고 혼자 생각하다가

2시간부터 입에서

“으어.. 으으.. 아아..” 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옴..

솔직히 나도 남자새끼가

으아 으으 신음 내는거 병1신같다 생각하는데

참으려해도 참아지지가 않음..

진짜 존나 힘들고 추노 존나 마려웠고

“ㅆ1바 가오가 있지 도대체 왜 추노함?

어차피 일하러 왔는데

하루는 해보고 관두면 되지않음?”

하고 추노꾼들 뭐라했던 내가 얼마나 오만했고

새장속 새가 착각에 빠져 살았다는걸 뼈저리게 느낌

진짜 도망갈까 말까

카카오택시 호출버튼 누를까 말까

고민 500번은 넘게했음..

고민하다보니 어찌저찌 점심시간이 됐는데

현장내에 식당이 있었음..

도저히 밥을 못먹겠더라

대충 북어국에 말아서 마시고 반찬은 다 버림..

토할거 같아서

근데 이상하게 먹고 앉아서 있으니깐

좀 괜찬아지는 것도 같고

아까 그 지옥을 떠올리니 추노가 마렵고

미칠거 같은거..

고민 존나 하다가

에이 ㅅ1발.. 지금 추노하면

오전에 개같이 일한게 뭐가되나 싶어서

끝까지 하기로 결정

근데 진짜..

오후부터는 1시간도 안했는데 곡소리 절로 나더라.

특히 긴 쇠파이프 어깨에 메고

계단 오르락거릴땐 진짜 뒤질거 같았음

“아아… 으으.. 아아 으..”

이런 울먹거리는 소리 내고 있었음..

심지어 지하라 그런가 한기가 존나 올라오는데

땀은 나고 식고 반복하지

춥기도 존나 춥고..

진짜 그냥 내 자신을 놔버리고 싶었음

옆에서 어떤 50대 추정 아저씨가

내가 너무 병1신 같았거나

너무 불쌍했나봄..

갑자기 시야에서 누룽지맛 사탕을 쥔 손 하나가

불쑥 나왔고 옆을 쳐다봤는데

“임마 이거먹으면서 쉬었다 해

괜찮으니까 편하게 앉아서 숨돌려라”

라고 말씀해주는 50대추정 아저씨..

사탕 받고 아저씨 눈봤는데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라는말이 자동으로 나오더라..

아마 내가 살면서 가장 진심으로

마음속에서 우러나온 감사함과

미안함이였을거라 생각함..

다른 사람들은 나보다 더 많이,

쉬지않고 일하는데

남들보다 적은양을 나르며 죽으려하고

옆사람한테 신경쓰이게 만들고

민폐 끼친 주제에 동정과 배려받고

그 배려에 부끄러움보다

일단 숨 돌릴 틈은 있겠다는

이기적인 생각터든 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한심하고 쓸모없는 존재처럼 느껴졌음

구석에 앉아서 눈 굴리며 사람들을 보는데

누구하나 지치지 않은 사람이 없고

누구하나 의지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없더라..

다들 지치고 힘들어도 이겨내려고 하는게 느껴졌고..

솔직히 노가다 하시는분들

은연중에 쉽게 봤고..

커뮤에서 키보드 배틀 뜰때마다

‘노가다해서 하루 벌어먹고 사는 병1신인생?’

라며 비하의도로

노가다꾼을 칭해서 쓰기도하고 그랬었는데

고작 나 따위가 그랬다는 생각..

자기 혐오와 본인 힘든데도

옆사람 챙겨줄 여유와 인자함을 가진

누룽지사탕 아저씨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

그냥 이런저런 생각이 섞이니깐

앉아있을 수가 없더라..

벌떡 일어나서 일 다시하는데,

그렇다고해서 의지가 육체의 고통을

한계를 뛰어넘지는 못하더라.

입에서는 연신 으으… 아흐으.. 소리가 터져나왔고

마음속으로는 부끄러운줄 알아 병1신아

스스로를 계속 욕하며 버티고 버티니까

끝이라는게 결국 오기는 하더라..

끝나고나니 다리는 후들거리고,

머리카락은 땀에 절어 떨어지지도 않고,

손은 관절이 움직이는 부분마다

아주 아픈 멍이든거처럼 아팠음.

소장한테 전화하니까 목소리 듣고

소장도 뭔가 느꼈는지

“첫날 힘들지? 욕봤다 앞에 나와있어라” 하드라.

차 타고 밖을 보는데,

평소 이시간에 보던 똑같은 풍경도

전혀 다르게 느껴졌고..

인력소 도착하니 “낼도 나올끼가?” 라는말에

“오늘 너무 힘들었어요.

나올수도 못나올수도 있습니다..”

라고 애매하게 말씀 드리니까

“확실하게 해줘야 일 나갈 수 있다이”

하길래

“일 못가도 괜찮습니다” 하니까

고생했다면서 일당 14만 2천원 받고 끝..

오늘 느낀점이 너무 많아서..

아까 소장 차 탔을때부터 지금까지

글 끄적끄적 적고 있는데

내일 가게될지 안가게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끝까지 하니까 후련하고..

나 자신에게 이긴것 같은 성취감도 드네

노가다 하시는 모든 분들 다치지 마시고

원하는 행복 꼭 이루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