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외노자 분들 집에 초대해서 밥 먹이고 있는데 도둑이 들어오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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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0년도 지난일인데

아직도 그때 기억은 생생한 편임

그때가 명절이였는데

귀성 시즌되면 빈집털이가 많았었음

우리 집은 명절이여도 친척끼리 잘 안 만나고

집에서 걍 쉬는편이 였는데

마침 아버지가 연휴라 일이 없어서 쉬는날이라

아버지 일하는곳에 같이 있던

외국인 노동자 삼촌들이랑 밥이나 먹자고 했음

내 기억으로는 파키스탄 다게스탄

아프가니스탄 우즈베키스탄 니미씻탄

여튼 뭔 스탄 으로 끝나는 나라쪽

외노자들이랑 일했었는데

진짜 딱 중간에 총매고 웃고있는 청년 느낌?

대체로 순박한 이미지들이였음

실제로도 한국어는 어눌해도

되게 예의바르고 착했음

그때 당시에 아버지가

외노자들이랑 사이가 정말 좋았음

외노자들 한국 글자랑 환율 개념이 없어서

일당 떼이고 돈 제대로 못받고 그러니까

사무실에 찾아가서 따져서

돈 정확하게 받아주고

이사할때 아버지 봉고차로 실어서 도와주고

사소한거 다 도와주고 그랬었음

그리고 어머니가 의료기쪽으로 일하셨었는데

외노자들 가족중에 아픈 사람 있으면

약이나 의료기기등

우리나라에선 흔한데

그 나라에서 구하기 힘든거 많이 알아봐다가

구해다 주고 그랬음

그 덕분인지 어머니가

일터에 가끔 아빠 데리러 가면

외노자들이 짧은 한국어로

‘형슈님 현쑤님 캄싸합뉘다’ 하면서

엄청 고마워했다고함

그러다 아버지가 연휴인데

그 친구들 밥이나 제대로 챙겨먹겠냐고 했더니

어머니가 아버지한테

애들 집에 다 데리고 오라고 함

외노자들 일할 때는

일하는곳에서 밥 챙겨주니까 괜찮은데

일 없는날에는 집에 돈부쳐줘야 된다고

돈 아낀다고 라면 끓여먹는다고 그랬던게

마음에 걸렸나봄

그날 집에서 다같이 저녁 먹으면서

각자 가족사진 보여주고

고향 이야기하고

도란도란 분위기가 무르익을즈음

평소에 잘짖지도 않는 개가

아까부터 계속 거실에서 으르렁 거리고 있어서

“캐리가 왜저러지” 하고

어머니가 이상하게 생각함

아버지가 그냥 사람 지나간거 아니냐 하고

무시하려 했는데

“어ㅓ 참깐만 잠칸”

마수드라는 외노자 표정이

확 굳어지면서 다들 조용히 하라고 함

잘들어보니 희미하게

‘철컥철컥 찰칵찰칵’ 하는 소리가 남

요즘 나오는 비밀번호식 도어락이 아니라

그 열쇠로 여는 자물쇠였어서

뭐 경보음도 없고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도 없으니

예민한 사람아니면 ㄹㅇ 모를만한 소리였음

그러다 어어 하는 순간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아버지가 “누구세요?!” 하면서 나가니까

바로 옆에있던 마수드가

같이 일어나서 따라나갔는데

드라이버였나

여튼 손에 공구든 도동놈이랑 눈이 마주침

되새겨보면 이게 강도인지 도둑인지 모르고

엄청 위험한 순간이었는데

Allā-hu Ak-bar!! (알라는 위대하다!!)

마수드가 아랍쪽 전쟁 영상보면

자주 나오는 그거를 외치면서

부모 죽인 원수 만난것 마냥

급발진해서 달려듬

내가 잘못 기억하고있나 수십번 생각해봤는데

분명히 저렇게 소리침

난 당시 이게 뭔뜻인지 몰라서

뭐 자기네 나라말로 크게 욕하는줄 알았음

별안간 현관쪽에서 알라 찾는소리랑

큰소리가 나니까

어머니는 놀라서 소리지르면서

경찰에 신고하고

나머지 앉아있던 외노자들도

싹다 부엌에서 뛰쳐나옴

마수드가 달려들고

부엌에선 사람이 몇명 더 튀어나오니까

도둑 바로 기겁해서 존나 도망감

그 와중에 외노자들 현관에서

신발 신는다고 잠깐 못 쫓아가는 사이

도둑이 얼마나 무서웠는지

도망가다 다리에 힘이 풀렸는가

계단에서 굴러서 엎어짐

도둑놈 때문에 즐거운 저녁시간을

방해받은 개빡친 중동전사들이

아랍어랑 한국어랑 번갈아가며 욕하면서

복날 개잡듯 패기 시작하고

아버지는 도동놈 그만 때리라고

외노자들 말리기 시작

그때는 물론 아직까지도 살면서

내가 실제로 본것중에 제일 살벌한 광경이였음

순박한줄로만 알았던 외노자 삼촌들이

고함지르면서 때려대는데 정말 무서웠음

도둑이 계속 도망치려고 저항하니까

아미르 라는 외노자가 좀 많이 화났나봄

당시 아버지는 현장일 하셔가지고

봉고에 공구류가 좀 실려있었는데

아미르가 과몰입해서

“이 씩빨놈아 이 씻발놈아” 하면서

봉고에 실려있던 삽 들고

참수할 기세로 살벌하게 다가오니까

어머니랑 다른 외노자들이

말리고 난리가 났음

도둑놈은 자기를 경찰한테 안 넘기고

알라한테 넘기려는 아미르 보고

생명의 위협을 느꼈는지

유일하게 자기 패지 말라고

외노자들 말리는 아버지 바짓가랭이 붙잡고

살려주세요 경찰좀 불러주세요 이지랄

결국 아라비안 나이트들 덕분에

완벽한 수준으로 제압된 도둑놈은

도망은 무슨

바닥에 웅크려서 벌벌 떨 수 밖에 없었음

도동놈 줘패는 소리때문에

온 동네가 어수선해져가지고

신고가 많이 들어가서 그런가

순찰차 두대가 그때 진짜 빨리 도착했음

한 10분?

문을 따면서 현관문에 구부러진 자국 생긴거랑

망가진 잠금장치랑

들어올때 갖고있던 공구 보여주니까

질문 없이 프리패스로 바로 잡아감

소란 때문에 동네 이웃들이 구경나와서

어머니 아버지보고 무슨일이냐고

와 외국인 아저씨들

용감한 시민상 같은거 줘야 되는거 아니냐고

막 그랬었는데

용감한 시민상은 니미

중동 전사들이 도둑놈 팬것 때문에

단체로 경찰에 불려가서 조사받다

어찌저찌 겨우 풀려남

도동놈 두들겨팰때는

중동전사들 진짜 무서웠는데

막상 경찰서 가니까

도둑은 저놈인데

왜 우리가 잡혀가냐면서

우리 감옥가는거 아니냐고

우리 쫓겨나는거 아니냐고

억울하다고 단체로 아버지 붙잡고 씹오열

다행히 쫓겨나진 않았지만

만약 아미르 안말려서

도동놈 삽으로 찍혔으면

외노자 파티 싹다 감옥갔을듯

큰일이 날뻔했는데 다행히 잘? 풀렸다고

어머니 아버지가 이후에도

외노자들 자주 불러다가 고기 맥이고 그랬음

다들 한국 너무 좋다고

가족들 데리고 와서 살고싶다 그랬는데

잘지내려나 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