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제목처럼 19살이다
그니까 고등학교 3학년인데
재수없게도 “호지킨 림프종”이라는 혈액암에 걸림.
이게 왜 걸린지는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음.
그나마 다행인건 내가 증상이 하나도 없었어서
발견을 늦게 할 뻔 했지만
그나마 빨리 발견을 했다는거임.
이게 찾아낸게 참 신기한데
보통 학교 다니는 학생들은 1년마다
결핵이나 건강상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려고
병원에서 직접 학교로 와서 엑스레이나
피검사 각종 검사들을 함.
(자기가 직접 찾아가는 곳도 있겠지만
우리학교는 그랬음)
사실 매년 해오던거라
이것저것 검사들을 친구들하고 장난치면서
에이 야발 뭐 나오겠냐, 왜 하는지 모르겠네
이런 반응들과 함께
검사를 받았던게 생각이 남.
그냥 막상 수업 빠져서 기분이 좋았었음
그렇게 검사들을 받고
어느덧 검사를 했는지도 기억에 안날무렵
(대략 1달쯤 뒤였을거임.)
중간고사였나 기말고사를 보고있는데
쉬는시간에 선생님이 나만 조용히 불러서
너무 걱정하지는 말고
병원에 가서 검사한번 받아봐 라며
건강검진 종이봉투를 주셨음.
(선생님이 이때 내 걱정 엄청 많이 해주심)
그때까지만 해도 속으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뭐야 싯팔 뭐 문제있나ㅋㅋ? 싶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바로 그 봉투를 열어서 봤더니
처음에 결과서를 읽고 있을 때는
“엥 뭔 일 없는 거 같은데?” 싶었는데
이내 7글자가 내 눈에 들어옴.
“종격동 종양 의심”
사실 종격동이라는거는 잘 모르겠고
종양이란말에 멘탈이 터져서
그날 시험도 제대로 못 봤던 거 같음.
(사실 공부 안해서 상관은 없었음)
학교가 끝나자마자
핸드폰을 키고 종격동을 찾아봤는데
폐와 폐 사이에 빈 공간을 말하는거라고 하더라고.
그리고 이내 바로 나처럼 건강검진에서
이런 의심 진단을 받은 사람이 많나 하고
찾아봤는데 보통은
정밀검사를 했을 때 없었다거나
내 나이대에 종격동 종양은
그저 수술로 떼면 되는 종양이 많다고 해서
그나마 한숨 돌렸음.
솔직히 그때만 해도 종양 의심일 뿐이지
진단을 받은건 아니니깐.
여튼 그 종이와 함께 내 하루 일과를 다 마치고
9시쯤 저녁에 들어가서
엄마 아빠한테 그 종이를 보여드렸다
예상했던 거처럼
우리 가족 분위기는 좀 심각해졌음
그 이유는 사실 우리 가족이
암에 대해서 가족력이 있기 때문이다
아빠가 바로 주말에 동네 어느정도 큰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자길래 알겠다 하고
그 주말에 바로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음.
의사쌤이 엑스레이를 보시더니
뭐가 보인다고 ct를 찍어봐야 할 거 같다고 하셔서
바로 ct도 예약 잡고 몇 주 뒤에 찍었음.
그때동안 나는 엄마나 아빠한테 별 일 없을거라며
걱정하지 말라며 다독여줬지만
사실 속으로는 미친듯이 겁났음.
이 나이에 내가 진짜 뭔일이 있을까봐.
그래도 아니겠지 라는 생각 하나만으로 버텼음.
그렇게 ct결과가 나오고 의사쌤이 이거는
큰 병원 흉부외과에 가서 봐야한다고 하셔서
바로 그날 분당에 있는 대학병원에 진료를 잡고
또 몇주를 기다려 진료를 보러갔음.
거기 계신 흉부외과 교수님도 내 ct를 보시더니
뭐가 보인다고 자세한건 검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일단 수술을 해야할거같다고 하심.
교수님도 내 나이대에는 막 악성 종양은 아닐거라며
걱정 하지 말라고 하시면서
더 많은 검사를 해보자고 하심.
매주 매번 ct,mri
내 인생에서는 첨 겪어보는 검사들을 하면서
진짜 멘탈 말리는 몇주가 지났음.
물론 우리가족도 진짜 미친듯이 불안해함..
그렇게 ct,mri 검사들이 나왔고
아직 확실한건 아니지만 암같긴 하다고
조직검사를 해서
어떤 암인지 알아야 한다고 하셨음.
그렇게 바로 그 주에 입원 날짜를 잡고
내 인생 첫 입원이란 것을 하게됨.
입원하고 나서 진짜 신기한게
무슨 요일날 입원했는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월요일날 입원했다고 치면
월요일날 피검사나 그런걸 하고
화요일날 조직검사가 생검으로 되는지 확인했다가
안된다는걸 알고
바로 수요일날 수술에 들어갔다는거임..
나는 수술 하려면
적어도 한 일주일은 걸릴 줄 알았는데
그렇게 바로
다이렉트로 수술에 들어가서 당황했음ㄷㄷ
그리고 mri였나 ct를 찍었을때
갑상선이였나 임파선에도
몇개가 쪼그맣게 종양들이 보인다고 하더라고.
수술하는 당일 나는 수술대기실로 들어갔는데
와 진짜 사람 개떨리더라
내 생에 첫 입원, 검사, 수술이
한번에 이뤄질 줄 누가 알았겠냐고..
수술실에 들어가기 직전에
아빠 엄마 형이 수술 잘 하고 오라고
배웅해주며 나는 수술실로 들어갔음.
들어가니까 어디 수술하는지 알고 있냐고
이것저것 물어보더라
나는 좌측 흉강경으로 수술한다는 걸로 알고있었는데
갑자기 이비인후과 선생님이 오셔서
목쪽에 있는 종양들로
먼저 조직검사를 해봐야 할거같다고
목쪽도 짼다고 하셔서
‘아 그렇구나’ 하고 있었는데
그때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이
만약 성대나 뭘 잘못건드리면
목소리가 안나올 수 있거나
호흡관을 해야한다는 사실에 존1나 겁먹었음.
(호흡관 해야한다고 했을 때
쫄아서 “평생 해야하나요..?” 라고 물어봤는데
상황에 따라서 다르다고 하시더라.)
수술 대기실에서 수술실로 들어가는데
인상 좋으신 이비인후과 선생님하고
여러 말도 하면서 수술실로 들어감.
수술실이 좀 춥더라
그렇게 수술에 들어가기 전에
마취호흡기?를 하는데
한 3번까지는 ‘엥 이거 마취 되긴하나?’ 하다가
4번째때 술 1~2병 마신 것처럼 바뀌더니
5번째 들이마시고 기절했음.
수술을 다 하고 나왔을 때는
좌측 흉강경이 아니라
그냥 가슴 중앙이 쫙 째져있더라고ㅋㅋ
사실 뭐 수술 하기 전에 종양 의심일 때
친구들한테 장난식으로
“가슴에 종양있으면 가슴 쫙 째지 않을까?”라며
했던 말들이 진짜가 현실이 됨.
사실 뭐 그렇게 놀라지는 않았음.
그냥 마취에서 막 깨자마자 한 말이
아빠한테 “나 타투시켜줘” 라고 함
ㅋㅋㅋㅋ 형은 그거 듣자마자 웃었다고 했고
우리 아빠가 타투를 진짜 싫어하는데
내가 한 그말을 듣고
“어어 그래그래 타투해줄게 다 해줄게”
라며 말했던게 아직도 기억이 남.
그렇게 몇주뒤에 가슴에서 떼낸
종양의 조직검사가 나오고
호지킨 림프종이라는 혈액암이라는 걸로 진단을 받음.
사실 이 병명이 흔하지 않아서
나 이제 좃된건가.. 싶었지만
그나마 림프종 중에선 완치율도 높고
치료도 쉽다고 하셔서 마음이 조금 놓였음.
아마 그때부터 우리 가족도 맘이 한결 편해짐.
가장 우려했던건
이미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늦었거나
치료가 어렵거나 그러지만 않길 바랬음.
이게 증상들이 피곤하거나 가래가 나온다거나
밤에 잘 때 이유없이 땀이 난다거나 이런건데
피곤한거는 내가 원래 꿈이
특전사에 입대하고 싶었어서
학교갔다가 헬스갔다가 유도갔다가
또 운동하다 들어가서 자고
주말, 평일에 알바가고 해서
피곤한걸 당연하게 생각했었음.
사실 대한민국 사람들 중에
안 피곤한 사람이 어딨겠음..
그래서 증상이 없었다고 생각했었고
물론 피곤한거 빼고는 다 괜찮았음
사실 진짜 다행인건
학교 건강검진에서 발견을 못했더라면
나는 증상도 없었고
아마 몇년뒤에 큰일 나지 않았을까 한 점이였는데
그렇게 모든 결과들이 다 나오고
지금은 항암치료를 하면서
이 시간들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라고 있음.
이 일들이 일어난게 벌써
3~4달 전이란게 믿기지가 않고
시간진짜 빠르단걸 느끼는 중임.
이제 몇달뒤면 친구들하고
밤새 술 마시고 놀기 바쁠 시기일텐데
나는 그러지 못한는 사실에
아직도 가끔 우울하고 현타가 오기도 함.
물론 술자리에 가서 술은 못 마실테지만
음료수라도 홀짝인다고 부르라고 했음.
정말 많은 생각이 드는 몇달이였지만
내 마인드가 친구들하고
선생님도 신기해할 정도로 긍정적이기 때문에
아 뭐 이렇게 된거 어쩔 수 있나
하면서 살아가고 있긴하다.
사실 혼자 슬퍼할 때도 많음
이쯤되서 뭐라고 끝내야 할지는 모르겠는데
귀찮아서 그냥 넘어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일텐데
이 글 보고 검진 한번씩 받으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