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9시-
공장 도착해서 담배 한대 피고
도살장 끌려가는 마음으로 현장에 도착하면
전날 밤을 쫄딱 샌 야간조 근무자가
입에서 커피+담배 냄새 풍기며 인수인계를 해줌
주된 인수인계 내용은
기계 몇호기가 썩었다 맛갔다 같은
듣기만 해도 가슴이 답답한 내용들 뿐임
그렇게 인수인계를 마치고
기계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하루가 시작
베트남에서 온 뚜언이가
오전에 높은 사람들이 와서 현장을 본다고 알려줌
이새끼 분명히 한국말 할 줄 아는데
나에게만 일부러 반말하는 것 같음
(반장에겐 요자 ㅈㄴ 잘 붙임)
이상한 양복쟁이들이 몰려와서
내가 일하는 현장을 보며 수군수군함
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아무렇지 않게 일하지만
속으로는 존나 신경쓰임
그러다 양복쟁이들은 돌아가고
행복한 점심시간이 찾아옴
-점심 12시 30분-
다들 10분만에 밥 먹고 들어와서
대충 퍼질러 앉아 스마트폰 보거나
이어폰 꽂고 노래 듣고 있음
점심시간이 40분밖에 안 돼서 개빡셈..
휴게시간 1시간에서
나머지 20분은 오전 쉬는시간 10분
오후 쉬는시간 10분 쪼개서 사용
그래도 점심에 계속 앉아서 최대한 쉬어야 됨
오후 내내 서 있어야 하므로..
-오후 3시-
작업 물량은 쌓이고 시간은 안 가고
아주 죽을 것 같음
쉴새없이 기계 돌아가는 굉음이 비트가 되어
내 마음을 계속 불안하게 함
공장은 아무 일 없어도 일단 불안함
내가 뭔가를 놓치고 있는 것 같음
-저녁 7시-
저녁시간 30분 대충 밥 먹고 잔업 시작.
그래도 퇴근시간이 눈에 보이니
갑자기 공장에 활기가 돔
다들 집에 가면 뭐할까 생각하며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데..
“얘들아 씨바 오늘 한잔 해야지?!~~”
또라이 반장이
또 술처먹자고 사람들 모으는 중..
다들 파김치가 되어 있는데
이새끼만 언제나 유쾌함..
공장을 오래 다녀서
미쳐버렸다는 소문도 있음..
그렇게 어쩔 수 없이 거절도 못하고
반장을 따라 술약속을 잡음
-밤 10시 반-
동네 호프집 상석에 앉아 가오 잡는 반장..
“야 씨바 형이 니들에게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거 아니야~”
반장 이새끼 돈 있는 날은
노래방 도우미 불러서 혼자 놀고
돈 없는 날은 우리들을 불러 술마심..
회사 이야기 2교대 이야기
물량 이야기
회사경리 청바지 핏이 어쩌니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 나누다 술자리 끝남
-밤 12시-
인적이라고는 없는 원룸촌에 돌아와
대충 씻고 누우니 암울함이 밀려옴.
몇 시간 자고 일어나면
이짓거리를 또 반복해야 한다니..
그렇게 미래라고는 없는
00공단의 하루가 저물어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