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2009년에 탈북한 탈북자임.
옛날 생각나서 썰 하나 풀려고 함.
그때 당시 북한에는 한류열풍이 엄청났었음
물론 다른 나라들처럼 자유롭게
한류를 공유하고 즐기지는 못했지만
그 소리없는 한류의 열기는 단언컨대
한류가 있는 그 어떤 나라들보다
가장 북한이 가장 뜨거웠다고 생각함
한류열풍의 중심은 역시 한국의 영화,드라마였고
다들 많이 들어봐서 알겠지만
북한에서는 한국영화나 드라마를 봤다가
경찰에 단속되면 바로 징역행이거든.
그런데도 한류는 멈출 기세가 보이질 않았음.
목숨 걸고 볼 만큼 재밌다는 거지.
우리 옆집에 나랑 나이가 똑같은 친구가 살고 있었는데
그 친구가 좀 똘똘해서 대체 어디서 구하는건지
한국영화랑 드라마 CD를 자주 갖고 다녔는데
나한테 자주 이런저런 아랫동네
영화를 보았다고 하면서 자랑질을 하곤 했음.
나는 그때 당시 조금 더 은밀한 루트를 통해서
아랫동네 물건들을 안전하고 입수하고 있었고.
그래서 난 그친구의 자랑질을 들으면서
“우와! 너 대단하다” 이러면서
속으로는 “ㅄ 너 그러다가 ㅈ된다”
하면서 비웃고 그랬음
근데 이 친구가 내가 리액션 잘해주니까
갑자기 지가 지금 갖고 있는 CD가 있는데
혹시 내가 갖고 있는 CD가 있으면
교환해서 보자는거야
북한에는 DVD플레이어가 있는 집이 아주 적거든.
다행히도 우리집에는 DVD플레이어가 있는데
얘가 나한테도 분명 CD가 있을거라 생각했나봐
나는 유혹에 못 이겨 우물쭈물 하면서
뭐가 있냐고 물어봤는데
한참을 생각하더니
“외과의사 봉달희” 라는 드라마가 있대
제목을 듣고 제목이 좀 이상해서
나한테는 한국껀 없고 중국영화 있는데
그거라도 괜찮으면 교환하자 라고 그랬더니
이놈이 ㅈㄴ 실망하면서
할 수 없이 “그럼 그러자!” 이러더라
그날 저녁부터 다음날 밤까지 한숨도 안자고
“외과의사 봉달희”를 정주행했음.
그때까지 내가 본 드라마 중에
탑3에 들만큼 꿀잼이었거든 ㅇㅇ
제일 재밌게 봤던 탑1은 “천국의 계단”
두번째는 “풀하우스” 세번째가 그때 본 봉달희임
아무튼 그렇게 1박2일동안 전부 다 보고 돌려주고
그렇게 끝난 줄 알았는데
한달쯤 지났나?
갑자기 옆집 친구가
안전원에 체포됐다는 소식을 듣게 됨.
속으로 걱정 된다기 보다
‘아 얘가 내 이야기 하지 말아야 되는데’
하면서 ㅈㄴ 쫄았음..
아니나 다를까 어느날 저녁에
덩치 큰 두새키가 집에 찾아오더니
나를 체포해서 조사실로 데려갔음..
가자마자 무작정 때리면서
진실만 진술하라고 하더라고
나는 CD를 빌려온건 맞지만
절대로 시청은 안했다고 잡아뗐지..
하지만 그게 통할리가 없음ㅇㅇ
그날밤 밤새 세워놓고 잠도 못자게 하더라고
맞는 것보다 아침까지 서있어야 하는게 더 고통스러웠음
다음날 오전 진술실에서 복도쪽을 바라보니까
유치장에 수감된 사람들이
진술하러 오는게 보였는데
유치장이 지하라 햇빛을 못봐서
백인보다 더 하얀 피부로 뼈만 앙상한 사람들만 있더라고
그리고 유치장안에 빈대랑 이가 득실거려서
피부를 너무 긁어대니까 피멍이 군데군데 있고.
결국 더 매맞기도 싫고
밤새 서있게 만들어서 잠을 못자는게 싫어서
그냥 그 드라마 봤다고 솔직하게 진술했음
그렇게 징역행 확정이 된 줄 알았는데
근데 그날저녁 갑자기 담당 안전원 새키가
날보고 집에 가래
???뭔 상황인지 이해가 안가서
가만히 무릎꿇고 그새키 눈을 쳐다봤음
그랬더니 지금까지 ㅈㄴ 때리던 새키가
나를 일으켜 세워주면서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다 네가 훌륭한 사람이 되길 바래서 그랬던거야~”
하면서” 이젠 나쁜짓 하지말고
착하게 살아야 돼~” 하면서
밖에 고모부가 기다리니 집에 가봐 그러는거임
그래서 헤헷 수고하세요 하고 밖에 나오니까
고모부가 눈물을 흘리시면서
내 손을 꼭 잡고 아무말도 않고 집쪽으로 걸으셨음
집에와서 자초지종 얘기를 들으니
나를 차마 감옥에 보낼 수가 없어서
고모부네 집에 있는 귀한 물건들을 팔아서
돈을 마련해 담당 안전원한테 뇌물을 주고
나를 감옥에 안보내게 했대.
그래서 나는 무사히 풀려났고
나랑 같은 “외과의사 봉달희”를 본
옆집 친구는 5년동안 감옥살이를 하게 됐음
그 후 현타가 ㅈㄴ 쎄게 왔음
나는 내가 정말 ㅈ같은 세상에서 사는구나
한국드라마를 보면 한국사람들은
개나소나 차를 끌고 다니던데
나도 한국에 가서 차를 타겠다는 생각을 했고
몇달 후에 탈북을 했음
다행히 지금은 한국에서 보고싶은거 다 보고
먹고 싶은거 다 먹어보며
안녕하지 않을 이유가 없이 살고 있음.
아쉬운 사람들 있을까봐 조금만 썰 더 풀어보자면
내가 한국으로 치면 고등학교 쯤 시절이였으니까
1990년대 후반쯤 조금씩 사람들이
중국으로 밀수 밀매를 하면
큰돈이 된다는 것을 깨달을때 였였어
초기에는 북한산 토종 식품들부터
약초, 송이버섯 등을 불법적으로
중국 화교들이나 몰래 중국에 건너가서
밀매상들에게 팔았거든.
당시에는 정말 몇사람 안되는 사람들이
은밀하게 하는 사업이라
똑똑한 사람들이 소문없이 하고 있던 거였음.
하지만 몇해 지나면서 그런 것들이 점점 확대되고
공공기관들에서 공식적으로
이런 사업들에 손을 대기 시작함.
우리학교 같은 경우에는 바다에서 금방 건져낸
다시마 수십톤을 주고
중국에서 쓰레기 같은 컴퓨터 한대하고
막 바꾸기도 했음
그후부터는 오히려 중국쪽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북한의 모든 것들을 사들이기 시작함.
물론 불법적인 거래들이 더 많았음
북한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중국에 팔아먹는건
북한에서 가장 흔한 금속들이였거든
내가 중국으로 나가는 국경 세관에 많이 다녔었는데
항상 세관 앞에는 수십톤의 철을 실은
중국트럭들이 끝이 없이 줄을 서고 있을 정도ㅇㅇ
아무리 철이 많은 북한이지만
그렇게 몇년간 팔아먹다보니
그 흔하던 철을 보기가 점점 힘들어짐.
그때 세관쪽에서 사시는 한 영감님은
예전에 일본놈들이 우리나라에서
철과 금속들을 그렇게 많이 뺏어가더니
몇해 안돼서 일본놈들에게
나라를 뺏겼었다고 그러시더라 최근에는
아연, 동, 니켈, 등등 희귀금속들까지 팔아먹고
나아가서는 북한의 함흥이라는 화학도시가 있는데
거기서 얼음(ㅁr약)이라는 것을 만들어
중국으로 팔기도 한다고 하더라고.
다음 이야기는 북한인권에 대한 썰인데
북한에는 매해마다 농사철 때가 되면
쌀을 먹는 사람이라면 모두 동원되어
협동농장(국영농장)에 강제동원 되어 농사일을 해야됨.
물론 거기에 불응하면 그에 따른 제재가 있음
보통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농장들에서 강제노동을 하게 되는데
그때 있었던 이야기임.
한창 모내기를 하는데
한 여자사람이 감시를 하고 있는
안전원(경찰)에게 다가가서 사정을 하기 시작하더라고
내용인 즉
집에 젖먹이 아기를 두고 왔는데
아기에게 젖을 먹일 시간이 돼서 그러니
잠깐만 집에 다녀오겠다는 거.
그러자 그 경찰은 쌍욕을 해대면서
닥치고 들어가서 일이나 하라고 함;
그렇게 몇분동안 그 아기엄마는 사정사정을 했음
아기가 배고파서 울고 있을텐데 좀 보내달라고…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욕설뿐이였음
아기엄마는 마지막에는 눈물까지 보이면서
사정을 하더라
그러자 그 경찰새끼가 하는 말이
니가 아기 엄마라는 것을 내가 어떻게 확인하겠냐
정말로 니가 아기엄마면
내 앞에서 가슴을 꺼내서 젖을 짜보라고
젖이 나오면 아기엄마라는 것을 확인하고
집에 보내주겠노 라고 그러더라
그러자 그 여자는 흐르는 눈물을 훔치면서
끝내 집에 못가고
다시 벼모를 손에 쥐고 논으로 들어갔음
그걸 보면서 그 경찰새끼는 히죽히죽 쳐웃고 있고.
이런 인권모욕사례는 북한에서 흔히 있는 일들임
다음 이야기는 군대에 갔다온 어떤 형이
나에게 해준 이야긴데 꽤 충격이 컸음
군복무 당시
군부대에 김정일이 현지시찰을 나왔었대
그래서 부대에서 김정일에게
사격훈련모습을 보여주기로 했다함.
그 형의 부대에 총을 아주 잘쏘는 형이 있었는데
그날도 그형이 에이스가 돼서 사격훈련을 진행했는데
사격훈련을 보면서 김정일은 아주 만족하고
기분이 좋아서
총을 제일 잘쏜 그형을 데려오라고 지시를 내림
멀리에 있는 그 형에게 경호원이 뛰어가서
김정일 장군님이 부르시니
어서 가보라고 지시를 내렸고
그 형은 너무 좋아서 멀리에 서있는 김정일에게 막 뛰어갔음
그러다 갑자기 훈련을 하던 모습 그대로라
옷매무시를 바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멈추어서 옷에 묻은 흙을 털고
옷깃이랑 제대로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허리춤에 매달려있는 권총이 흘러내려서
허리 옆쪽으로 권총집을 쓸어올렸어
그 순간 어디선가 보이지도 않던 경호 군인들이
총을 들고 달려나와 그 형에게 총을 쐈고
그형은 그자리에서 피를 토하며 죽어버렸음.
나중에 알게 된거지만 김정일은
자신의 경호에 엄청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현지시찰이나 지방에 나갈때면
수십명의 경호군인들이 배치되어
김정일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감시하며
그 어떤 불필요한 사소한 행동도 놓치지 않고
위험을 감지하면 그자리에서 사살을 한대.
이 이야기를 해준 형은 그때 그 광경을 보고
너무 무서워서 지려버렸다고 하던데
나 같아도 아마 그랬을거야
공개처형을 하는 것을 보고
며칠동안 밥을 못 먹었던 적도 있음..
아까도 말했지만 탈북하고 난 뒤로 사람 답게 사는 것 같아서
탈북에 대해 후회한 적은 단 한번도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