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가 전쟁 얘기 해줄 때마다 안 믿다가 돌아가신 뒤에 ‘사실’인걸 알게 된 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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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한강 방어선 전투 썰

우리 할아버지께서는 한국전 참전용사셨음

(지금은 돌아가심)

일본군 징용병 출신으로 해방 후 육사 8기로 임관하심

(위 사진은 18연대 창설 멤버들의 단체사진..

이 중에 있으심..)

현 3사단 18연대의 창설 멤버셨고

한국전쟁 개전 당시는

24살에 막 중위를 다신상황이었는데

개전 첫날에 소대장들이 다수 전사해서

중대부관이던 할아버지도 소대장 하러 가심

결국 삼각지에서 지연전 벌이다가

인민군 탱크에 그대로 부대가 갈려나가면서 후퇴함

보유하고 있던 57mm 대전차포나

바주카포가 t34에 전혀 안 통하는 것도 알게됨..

그리고.. 아직 강북에서 싸우고 있었는데

한강 다리가 터진거임..

인도교는 이미 물 건너갔고

어떻게든 강을 건너보려

유속이 느린 곳을 찾으려고 마포까지 갔고

거기서 여의도에 나룻배가 있는걸 보게 됨

그런데 당시 마포에서 여의도까지는 1km 거리

심지어 태풍영향권으로 비가 많이 내려

한강의 유속과 수량이 불어난 상태라

중대장이 죽는다고 말렸지만 할아버지께서

“나 수영선수 출신입니다~~”

그러면서 여의도까지 헤엄쳐가서

40명은 탈만한 나룻배를 구해오셨다고 함..

그걸로 중대원 200명이 다 한강을 건널 수 있었고

마지막 40명이 건너올 때

한강변에 딱 인민군이 도착해서

강 한가운데를 지나던 나룻배에 사격했을 정도로

타이밍이 아슬아슬 했다고 함

할아버지께 전쟁 초반 후퇴할 때 뗏목 탔던 적이 있다..

정도만 어린시절 들었었는데

나중에 나이들고 나서

당시 할아버지 상관이 쓴 한국전쟁 회고록에서

이 이야기와 할아버지 성함 발견했을때..

아.. 이 이야기셨구나 싶었음

2.할머니의 피난 썰

전쟁 발발 당시 할머니께서는 20살의 새댁이셨음

안동의 시댁에 계셨는데

전쟁이 터지고 북한군이 군경가족 다 죽이며

내려온다는 이야기가 들려오자

집안 어르신들이 우린 살만큼 살았지만

새애기는 아직 어리니 살아야 한다고

혼자 피난을 보내셨다고 함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역으로 갔더니

피난 가려는 사람은 엄청나게 많은데

군인들이 기차를 통제하고 있었고

마지막 기차가 막 출발하려고 하고 있었다고 함

할머니께서 군인 가족증서 들고

사람들 막으며 기차 통제하던 군인에게 흔들면서

난 군인가족이라고 이 기차 타야한다고

살려달라고 울면서 빌었고

결국 극적으로 기차 타심

대구까지 기차타고 내려가셔서

이후 극적으로 후퇴해오신 할아버지랑 재회하심

그런데 당시 전선상황이 너무 안 좋아서

망할거 같다는 말이 많았다고 함

그래서 대한민국이 망하면

어차피 군경가족은 다 죽을테니

대한민국이 망하면 지리산에 들어가

빨치산 활동을 하며 끝까지 싸울거라고

군경가족들 일부를 데려다

거제도에서 게릴라전 훈련을 시켰는데

이중에 우리 할머니도 계셨다고 함

뭐 이후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하면서

다 없던 일로 됐다고 함..

3.할아버지의 가족들을 보호해 준 할아버지의 절친

앞서 말했듯 친가 어르신들은

이제 인민군이 오면 다 죽었다고 체념하고 있었음

안동에도 인민군이 진입하자

할아버지 댁에도 인민군이 들이닥침

이제 다 죽나 하고 있는데 뜬금없이

할아버지 절친한 친구가 인민군 대좌가 돼서 왔다고 함

원래 할아버지의 부럴친구이자 최고의 절친이었는데

이 친구가 사회주의에 빠져서 월북했었다고 함

와서는 할아버지댁 어르신들에게

XX이 어디갔냐고 물었는데

어르신들이 XX는 국방군에 들어갔다고 하니까

막 아쉬워 하면서

이제 남조선 망할건데 왜 국방군에 들어갔냐고

그냥 안동에 가만히 있었으면

내가 인민군에서 한자리 하도록 키워줬을건데!

그랬다고 함

그리고 할아버지네 가족에게 손 못대게 하고

보호해줬다고 함

이후 안동을 다시 탈환하고 나서

가족들에게 그 이야기 들은 할아버지께서

이 친구를 수소문을 많이 했다고 함

가족들 보호해준게 고마워서

만약 그 친구가 포로로 잡히거나 했으면 돌봐주려고..

포로들 상대로 수소문해서

결국 근황을 알아내긴 했는데..

인천상륙작전 이후

이북으로 후퇴하다가 폭격에 맞아 죽었다고 함

그래서 할아버지께서 많이 슬퍼하셨음

4.할아버지께서 영원히 못 잊을 거라던 전장의 한 장면

어린 시절 (초딩) 할아버지께

전쟁 때 제일 기억에 남는게 뭐냐고

물었던 적이 있었음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길..

할아버지께서는 51~52년 철의 삼각지 방면에서

고지전을 많이 치르셨다고 함ㅇㅇ

어느날 밤새 전투를 벌이고 새벽이 밝아 오는데

그날따라 안개가 많이 껴 있었다고 함

날이 밝으면서 안개가 걷히는데

멀리 어렴풋이 나무가 보였다고 함

그런데 나무에 빨간 꽃들이

피어 있는 것처럼 보이더라는 거임

계속해서 서로 포격을 해대던 터라

나무라고는 남아있는게 없었는데

뜬금없이 꽃나무 같은게 보이니까 이상해서

자세히 유심히 보셨다고 함

그리고 안개가 걷히면서 명확히 보이기 시작했는데

포격에 잎들이 다 날아가버려서

앙상하게 뼈대만 남은 나무에

밤새 포격으로 조각난 사람 신체조각들이

걸리고 들러붙어서

붉은 꽃처럼 보였던 거였다고 함..

그리고 그 장면은 영원히 못 잊을 거라고 하셨었음..

최종계급은 대령

26살에 대령 다셨었음

하지만 중공군 수류탄에 중상 입으시고 예편하셨음

57mm대전차포가 소용없었다는 이야기

할아버지가 헤엄쳐 배 가져왔다는 이야기

심지어 두번 더 다녀옴..

마지막 배가 반쯤 갔을 때 인민군이 총격가해왔다는 이야기

다 당시 중대장분 수기에 나온 내용인데..

내가 잘못 안 것도 하나 있더라

태풍..

장마를 태풍이랑 착각함

당시 중부지방 장마가 시작되는 시기여서

미아리 전투 때도 앞이 안보일 정도로

비가 엄청 왔다고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