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돈벌려고 나름 이 알바 저 알바
투잡 쓰리잡까지 뛰며 살던 때가 있었다
특히 그 중 가장 오래한 일은 평일 야간 편돌이인데
클럽, 모텔촌, 지하철역, 보험사, 은행이
반경 100미터 안에 다 모여있는
환상적인 자리에 있었다
덕분에 2016년즘인 그때에도
난 시급 12000원을 받고 일했다
자리가 자리다보니
빠지는 물량에 비례해
들어오는 물량도 어마어마했는데
물건창고가 점포보다 1.5배 더 컸고
센터박스도 창고 셔터를 열어서 따로받는 수준이었다
그날 새벽2시에
내가 받은 센터박스 물량은 30박스
전표도 존-나게 두껍고 아무튼 받자마자 개빡쳤다
평소에도 20~24박스인데
오늘은 뭐한다고 이래 많아
밀려오는 좇같음을 뒤로하고
손님이 빠지기를 기다리며 무한 디펜스를 하던 나
그래도 30박스의 고통은 쉽사리 지워지는게 아니었다
그리고 손님이 줄어드는 약속의 시간
새벽 3시
나는 기회다 싶어 곧바로
전표와 볼펜을 챙겨 카운터를 나갔다
그리고 그순간
들어오는 오늘의 주인공
술에 개떡이 되버린 여자
하는 수 없이 인사한 뒤 자리에 돌아온 나는
이곳저곳 쑤시기만 하고
수십분째 매대만 들락날락거리는 취객의 모습에
분노가 폭발 일보직전이었다
웬만해선 참겠는데
내 등 뒤엔 ㅅ1발 30박스가 있다고
최대한 빨리 보내버려야겠단 생각에
손님을 멈추고
“찾으시는거 있으신가요? 도와드릴게 있을까요?”
최대한 젠틀하게 물어본 나
그리고 취객의 요구는 내 상상을 뛰어넘었는데..
“내가 여기서 일하게 편의점 그만둘 수 없어요?”
이런 ㅆ1발이..
편돌이 인생 살면서
돈 훔치려는놈, 소주 훔치려는 놈들은 봤어도
직장을 훔치려는 놈까지 나타날 줄이야
이것까지 뺏어가면 나 뭐먹고 살라고
그 직후 눈물샘이 폭발한 취객은
카운터에 엎어지며 하소연을 했다
자기는 대충 5년정도 일한 대형병원 간호사인데
괴롭힘도 심하고 일도 너무 적성에 안 맞아서
이 길이 아닌거같아
나도 편의점 알바로 꿀빨면서
공시 준비나 하고싶다는거였다
거 ㅅ1발 듣자하니까.. 누가 꿀을 빤다고..
너도 창고에 물량 한번 볼래?
하지만 쉽지 않았다
그렇게 울다 지쳐 마저 울기위해
카운터 옆 도시락 매대에 찌그러져버린 여자..
제발 나가달라는 말도,
경찰을 부를거란 경고도 쉽지않았던 그시절의 나는
그저 달래기 밖에 할 수 없었다
그것도 손님을 받으면서.
손님들은 들어올 때마다
나에게 위로의 한마디를 건네며
“아이고.. 고생 많으시네
그 에쎄 뭐였지 얇은거 있잖아
피는거 같지도 않고
캡슐 그거 아 뭐더라 여자 애들 많이 피는거”
그냥 너도 꺼져..
취객은 여전히 바닥에서 질질짜고
나는 사람이 점포에 있으니
창고에 갈 수도 없는 노릇
시간은 어느덧 다섯시를 넘기고
햇님은 정수리를 들이밀며 나를 비웃고 있었다
그때, 정신을 반쯤 차린 여성이
나에게 한가지 요구를 했다
바로 팔씨름 한판해서
내가 이기면 순순히 나가주겠다는거
이 ㅅ발련이 진짜
상대하다 지친 나는 어이없을 정신도
포스기에 집어넣은 채
승부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그래 한판만 이기고 빠르게 정리하면
정시에는 퇴근할 수 있을거야
그 생각을 하며 오른손에 불끈 힘을 쥐던 나
그리고 카운트다운
셋
둘
하나!
간호사 압승.
존1나 세더라 간호사 진짜
오른팔에 부상을 입은 나를 보며 그 취객은
“아이~ㅎㅎ 오빠가 나 보내기 싫은가보다”
이 지럴을 하더라
누가 니 오빠야.. 나 21살이야
셋. 이 사람이 내 여자친구가 된 것 처럼
사람 인생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