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막내 한명이 들어왔었다.
허나 우리와 성향이 맞지않아 그만두었다.
아쉽게 우리를 떠난 그녀를 위해
함께했던 추억 몇가지를 이야기로 풀어보려한다.
출근 첫 날,
그녀에게 물건 몇가지를 픽업 후 취합을 해서 퀵을 보내라고 했다.
그녀는 되물었다.
“취합이 무슨 말인가요..?!”
취합의 사전적 의미를 설명해주고 난 뒤,
퀵을 보내라했더니 다시 대답했다.
“저.. 퀵 보낼 줄을 몰라요..”
그녀의 나이 방년 24세의 일이다.
그녀는 매우 성실했다.
난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그녀를 위해 업무지시를 매우 단순화했다.
매일 아침 오더를 기록하는 노트의 내용을
팀장인 내게 사진 찍어 보내게 했더니,
출근 이튿날 이런 사진이 왔다.
혹시 노트를 뒤집힌 채로 찍어보낸 이유가
있는지에 대해 물었더니 그녀는
“그냥 뒤집힌 채로 놓여있길래 그렇게 찍었는데요..”
라고 대답하였다.
사실 이때 처음으로 등골이 서늘함을 느꼈다.
그녀에게 픽업을 부탁했다.
“몇시에 어디서 어떤 물건을 가져오면 된다” 라고 지시했는데
사무실에 빈손으로 돌아왔다.
어떻게 된거냐고 물어봤더니
“거기서 물건이 없다길래 그냥 왔는데요..” 라고 했다.
그녀의 책상 위에 있던 원피스 2벌을 봉투에 담으라 했다.
그리고 나서 행거에 걸려있던 저 코트도 같이 담아서 나가라고 했다.
그녀는 원피스 1벌과 코트를 담더니 나가려했다.
그녀의 책상 위에 남은 원피스를 가르키며
“저것도 가지고 나가야지!”
라고 말했더니 그녀가 대답했다.
“2벌이라고 하셨잖아요..”
나 그날 퇴근하고 집에서 혼자 소주깠다.
옷은 디자인이 전부가 아니다.
옷에 어울리는 화려한 프린트,
그리고 여러가지 기법 등을 의뢰하는
디자인 업체가 모인 상가가 있다.
우리가 거래하는 A와 B업체에서 각각 샘플이 나왔으니
픽업해서 사무실로 들어오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A업체의 샘플을 B업체로 가져가서
그 샘플들을 B업체의 작업장에서 풀어헤쳐놓았다.
샘플 디자인 유출은 둘째치고,
아직도 나는 B업체의 사장에게 눈치가 보인다.
그녀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아직도 베일에 가려져있다.
C업체에 가서 샘플 픽업 해야하니 다녀오라고 부탁했다.
다녀왔는데 물건이 없었다.
물건은 어디있냐 물어보니
다녀오라고 하셔서 C업체에 들렸다 왔단다.
확인했더니 그녀는 거기를 진짜 다녀만 왔다.
내가 말했다.
“기억을 못하겠으면 적어”
“적은게 이해가 안되면 소리내서 읽어”
“그래도 모르겠으면 그냥 나한테 전화해”
그리고 그녀는 종종 내 말을 재구성해서 적고
실수를 하면 내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냐고 되물었다.
디자인실에서 실무의 주축은 두사람
사장님(청,데님의류) , 나(여성복 토탈) 이다.
사장님께서 그녀에게
“내일 출근하면서 패턴실에 들러 패턴을 찾아오라” 고 지시하셨다.
다음날 그녀는 사장님께 물었다.
“사장님 패턴 찾아오셨어요?”
그녀는 패션을 전공했다.
그녀는 의류 단위인 “야드” 를 몰랐다.
아 참 “인치” 도 몰랐다.
어떻게 알았냐면 내가 지퍼 길이를 재달라했더니
그녀는 “이십사사!” 라고 작게 말했다.
세상에 그런 숫자가 어디있냐며 가까이 갔더니
다름아닌 24와 1/4인치였다.
(1인치는 2.5센치이며, 16개의 눈금으로 나뉘어있다)
그녀는 24인치와 4/16를 24 그리고4 라고 말한 것이다.
기가 막혀서 물었다.
“패턴 공부했으면 인치 알지않아?”
“저희는 센치로 떴어요”
내가 설명했다.
“1인치는 16개의 눈금으로 나뉘어있어,
자 16개의 눈금중에 4칸을 차지했으니 얼마지..?”
그녀는 우물쭈물거리다 말했다.
“3..?”
난 순간적으로 강력한 좌절감을 맛보았다.
내가 말을 잃었더니 사장님이 저어쪽 책상에서
모니터 위로 눈만 빼꼼히 내민채 소리치셨다.
“어렵게 가르치지 마세요!”
이보다 어떻게 더 쉽게 가르치죠?
용운수학? 장원한자? 영어가 안되면 시원스쿨?
그녀에게 업무지시를 했다.
“자, 꼭 적어 오늘껀 어려워.
A에 가면 주먹만한 작은 봉투와, 엄청 큰 봉투가 있을거야.
작은 봉투는 B로 옮겨놓고,
큰 봉투는 무거우니 옮기지말고
C에서 물건 하나 받아다가 큰 봉투 안에 넣고 퀵으로 보내”
그녀는 열심히 적고 출발.
그리고 얼마후 전화를 했다.
“큰 봉투를 B로 옮기라는거죠?”
“아니 작은 봉투를 B로 옮기는거지”
“그럼 큰 봉투는요?”
“C에서 물건 받아다 취합해서 퀵보내라구”
“그럼 C로 가지고 가면돼요? 작은 봉투를?”
“왜 자꾸 작은 봉투 이야기하냐?
그건 B로 옮기라니까”
“제 노트에 그렇게 적혀있어서..”
“그럼 다시 설명할게 적어, A는 $&₩?”!#*!? 됐지?
“그럼 지금 여기서 바로 큰 봉투를 퀵으로 보내요?”
“C물건 넣었니?”
“아니요”
“C물건을 큰 봉투에 넣어서!! 보내라고!!”
“그럼 작은 봉투도 여기에 같이 넣어서 보내면 돼요?”
“너 혹시 일부러 이러니..?”
“..ㅎ..하…하하..”
“못하겠으면 내가 가서 할게 하지마..”
“아니요! 이제 알 것 같아요”
그리고 알려준대로 큰 봉투에 C의 물건을 넣어서 퀵으로 보냈으나
픽업한 작은 봉투도 B로 옮겨서 퀵으로 보내버림
사장님이 연청 샘플을 주며,
이거랑 같은 색으로 원단을 주문해놨으니
가서 픽업한 뒤, 생산공장에 샘플의뢰를 보내라했다.
그녀가 한참동안 오지않길래 어디냐 물어봤더니,
색상이 잘못 올라와서
제대로 된 색상으로 교환해서 보내고 간다했다.
그리고 오늘 깔끔하게 완성된 진청 샘플이 나왔다.
그녀에게 내가 발주한 물건을 픽업해오라 시켰다.
그녀는 발주처에 가서 말했다.
“저희 팀장님꺼 주세요”
그녀는 지금까지 우리 업체 이름도 모른채 면접을 보고 일을 했다.
일한지 이틀째 되는 날 내가
“우리 상호 뭔줄알지?” 라고 물었을때
그녀가 “아니요..” 라고 대답했거든.
생산공장 하나가 내 골치를 아프게했다.
의뢰했던 스커트 샘플에 수정이 있어
재샘플을 의뢰했는데 일주일이 다되도록 나오지않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가
“그 스커트 샘플 나왔대요! 가지러 다녀올게요!!”
하더니 빈손으로 왔다. 뭐냐고 물었더니
“그 스커트 샘플 부속을 가져다 달라고 말한건데,
전 스커트 샘플이 나왔다고 들어서..”
……? 어떻게 그게 그렇게 들리지?
전날 저녁에 내가 원단 샘플을 주며,
“이 업체가서 같은걸로 2.5야드 신청해서 픽업하고
여기에 딸린 부속원단도 같이 신청해” 라고 이야기 했더니
“부속원단은 얼마시켜요?” 라길래
“디게 쪼끔이면 돼, 반마?” 라고 했다.
다음날 시제 (회사돈)가 부족하다고 전화가 왔길래
그게 부족할리가 없는데 라고 했더니
부속 원단을 1.5야드(마=야드) 값으로 결제해야한다는거다.
“왜 그렇게 시켰어?!?!” 라고 놀래서 말했더니
“팀장님이 1.5야드 시키라고..”
“나? 내가 언제?!?”
“제 노트에 적혀있어요”
“(폭발) 너 아침에 나랑 통화했어?
너 오늘 아침 나절에 나랑 통화한게 없는게 그게 말이 돼?!”
“근데 1.5야드라고 이야기하신 것 같은데..”
“….(흠칫).. 너 혹시..”
“내가 어제 2.5야드 시키란거랑 착각한거 아니야?
대체 1.5야드라는 숫자는 어디서 나온거야..?”
“모르겠어요 노트에 그렇게 적혔는데..”
“일단 끊자..” 전화끊고 울었음
카톡으로 라고 보냈더니 D업체에서 전화옴
“팀장님 제가 다른데보는 사이에 막내가 와서
청자켓만 들고 가버렸어요 다시 보내주세요”
그녀가 도착했길래 “너 모티브는 왜 안 가져왔어?” 했더니
“모티브요? 청자켓 가져오라고 하셨잖아요!!”
퇴근하라고하면 기능이 정지된 로봇처럼
다 던지고 가방들고 나감
사장님이 작업일보 (매일 작업상황을 기록하는 일보)를 막내보고 맡으라 했다.
-작업 상황을 사장님과 내게 물어보고 그대로 기록하라-
라는 업무지시 였는데,
기록 열람해보니 그녀가 한건 제목에 날짜 바꾸는거 말고 없었다.
“내일 ㅇㅇ 부속 지퍼 컬러 카키로 신청해” 라고 말했더니
내가 보는 앞에서 카키라고 잘 적더라.
다음날 아침 나한테 “지퍼 컬러 뭐라고 하셨었죠?” 물어보길래,
“카키” 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오후에 전화가 왔다. “지퍼 컬러가 뭐였죠?”
청제품과 여성복은 완성
(단추, 옷걸이 작업등을 해주는) 하는 완성공장이 다른데,
헷갈릴까봐 “청은 ㅇㅇ에서 완성하고 여성복은 ㅌㅌ에서 완성해,
그분들은 새벽에 일하고 낮까지 주무시니까
전화하면 안된다!” 했는데,
몇번 반복지시 후 업무중 물어볼게 있어서
“ㅎㅎ생산공장에 전화해” 했더니
ㅌㅌ에 전화해서 (아침9시) 계속 헛소리하며 물어봄.
ㅌㅌ사장님은 자다깨서 비몽사몽 어리둥절.
통화내용이 이상해서
“너 어디에 전화하는거야” 했더니 ㅌㅌ에 전화 했다함.
“왜 거기다 전화했어?”
“거기 여성복 공장이잖아요..”
그렇게 이와 같은 실수를 3번정도 반복함.
ㅌㅌ 공장 사장님 그때마다 잠 설치셨음
아침에 출근 전인데 먼저 출근한 그녀가
“시제가 부족해서 받아서 나가야하는데요..” 라길래,
“응, 나가서 봐서 줄게” 하고나서 출근했더니
그녀는 외근 나갔음.
“벌써 외근 나간거야?” 했더니
“나가라고 하셨잖아요..;;”
들어온지 10여일만인 어제
사장님께 “2월 13일까지만 하고 나갈게요” 라고 카톡으로 퇴직의사를 밝힘.
여러분이 오너라면 이런 직원을
명절보너스+명절연휴까지 챙겨주며 기다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함?
그리고 그녀는 그날 바로 해고됨.
참고로 이 글은 그녀를 생각하며 쓴 글이고,
스트레스로 인해 장염이 재발했지만
너무 흥미로운 유형의 인간이었기에
이 관찰기를 어딘가에 남기고 싶었음.
네가 이 글을 보게되어 빡이 친다면 연락해라
맞짱까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