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등학교 1학년때니까 10여년 지난 이야기임
한강에서 불꽃놀이 축제 한다고 아부지가 보러가자고 하심
그때 당시 나는 축제의 개념을 잘 몰랐음
불꽃놀이 축제 라길래 집앞 문방구에서 파는
불꽃놀이세트 가지고 사람 쏘고 그런건 줄 알았음
여튼 다같이 가자고 하는데
아부지가 지하철 타고 가자고 하심
축제같은데 차 끌고가면 고생한다고 차운전하기 싫다고
그래서 할머니, 동생, 누나포함 6인 대가족이 지하철 타러감
난생처음 지하철 타는거라 긴장되고 설렜음
지하철이 만화처럼 변신하면 어쩌지? 이런생각하면서
이미 내 머릿속에 불꽃놀이축제 같은건 없었음
이런저런 생각하다가 도착,
지하철은 변신같은거 안한다는 실망을 감추며 내림
막상 도착하니까 사람들이 존나 많이 내림
출근길 러시아워정돈 아니지만 여튼 엇비슷한 정도로 많았음
계단을 올라가려다 구석에 5000원짜리 지폐를 발견함
이게 웬 떡이냐 하면서 그 작은 몸으로 인파를 해집고 주우러감.
어렴풋한 기억으로 할머니가 내 손 놓치고 당황하셔서
내 이름 부르다가 인파에 휩쓸려 먼저 올라가심
물론 계단을
그렇게 딱 지폐를 주울라고 고개를 숙이는데
눈앞이 번-쩍하는거임
뭐지 싶어서 앞을 보니까
어떤 아재가 머리 문지르면서 아파하고있음
그러더니 나보고 존나 화냄
아재도 5000원 보신듯
그당시 어린 나에겐 부모님과 떨어져있고
나 혼자 지하철에서 모르는 아저씨가
날 혼내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고 무서웠나봄
진짜 엉엉 울었음
지하철 출빌하는 소리보다 내 울음소리가 더컸다고 함
그렇게 내 소리를 들은 엄마가
그 인파를 해치고 내려와서 내게 자초지종을 물어봄
그당시 초1이였지만 아직 여물어지지 못한 내 국어 실력으로
훌쩍거리면서 ‘저 아찌가 저 아저씨가 으헣’
을 반복함
주변 분위기가 애 울린 아재를 쓰레기로 보기 시작
아저씨 종교재판 당할거같음
하지만 아저씨는 쫄지않고 되려 엄마한테 뭐라뭐라함
우리가 안올라오는걸 이상하게 여긴 아부지도 내려옴.
상황을 목격한 아부지가 아저씨한테
당신뭐야 시전
울 아부지 군대 조교 출신에 운동 진짜 좋아하셨고. 한 성격했음
이러다가 아저씨랑 아부지랑 다이다이 할거같음
무서워서 아부지 바짓가랑이잡고 엉엉 울음
아부지 오해가 더 깊어지심
애한테 무슨짓을 했길래 이러냐고
당신 뭔데 우리 애한테 뭐라하냐고 언성을 높이심.
아부지 흥분히시면 귀가 빨개지는게 보임.
이미 글렀음 이마까지 빨개짐
이러다 진짜 주먹 날라갈 기세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어무니랑
아저씨 일행으로보이는 아주머니가 말리러옴
난 그와중에 5000원 주우러 감
5000원이면 문방구 앞에서 1945를
50번 이어할 수 있다고 행복회로 돌리면서 기뻐했음.
여전히 울면서 기뻐했음
주울라고 가까이 갔는데
아니 시1발 양갱껍데기임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음
난 이 양갱껍데기 때문에 아저씨한테 혼나고 있던건가 싶었음
일단 학교에서 배운대로 쓰레기니까 주웠음
근데 씨1발 생각해보니까
오천원으로 문방구 가려했던 내 꿈이 박살이 남
울음 다시 터짐
아부지 아저씨 나를 봄
아저씨 내가 양갱껍데기 들고 있는거 보고 당황
엄마가 왜 그러냐고 물음
어무니 말씀 빌려서 말하면
통곡을 하면서
‘내가 이걸 주울라고!! 내가 이걸 주울라고!!’ 이랬다고 함
아저씨는 길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울라 했던 착한아이를
단지 자신과 부딪혔다는 이유로 화를 내고 혼을 낸거임
아저씨 개쓰레기됨
구경하던 사람들 돌 집어 던질 기세
아저씨 벙쪄서 ‘어? 아 그 저 오천 아니 그’
반복
결국 아저씨 나한테 정말 미안하다고 사과
부모님한테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
불꽃놀이보고 지하철 타고 집에 옴
아부지가 착하게 커서 기특하다고
그날 우리집 고기파티 열림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일임
아저씨 탈모 걸리지말고 어디선가 건강하게 잘 지내셨으면 좋겠음
5줄요약
1.초딩 때 지하철을 처음 탔는데 주인 없는 5000원을 봄
2.주우려는데 웬 아재랑 부딪힘. 혼남
3.혼나는걸 본 아부지랑 아재랑 주먹다짐 나올거같음
4.5000원이 알고보니 양갱껍데기
5.아재랑 오천원은 쓰레기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