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로 출장 감.
터미널 근처 공사를 하고 있었고
누가 길가에 깨진 유리창을 큰 봉투에 넣어서
길가에 방치해 방심하고 걷다가 다리가 찢어짐
한뼘정도 찢어졌는데 시간지나니
손바닥 크기만큼 상처가 벌어지고 출혈이 심했음
처음에는 고통이 극심하고
순간 식은땀도 많이 났는데
이상하게 5분정도 지나니 크게 아프지 않았음
때마침 근처에 병원이 있어서
차도 안타고 걸어서 응급실가고 접수 문의하니까
원무과에 가서 접수하고 대기하라고 안내 받음
나- 지금 피를 많이 흘리고 있는데 많이 대기해야 되나요
간호사- 누가요?
나- 제가요
하니까 이상하게 쳐다보면서 간호사가 상처를 확인함.
상처를 확인한 간호사가 기겁하면서
바로 의사선생님 불러옴
겉보기에 상처가 크고 출혈이 심해서
걸으면 피로 발자국이 생길 정도였음
근데 이상하게 고통이 심하지 않았음
상처보다 바지가 더 아까웠음 비싸게 주고 산건데..
상처 확인한다고 간호사가 가위로 다 자름..
물론 이미 찢어졌지만..
바로 수술 통보 받고 거즈로 응급처치 받음,
그 와중에 간호사가 계속 안 아프냐고 계속 물어봄,
이상하게 안 아팠음
나 들어가기전에 응급실에서 곡소리 내는 사람 여럿있었는데
내가 그러고 앉아 있어서 인지 아프다 아프다 소리내던 사람들이
그냥 멍하니 날 쳐다만 보고 있는 느낌을 받음
점심 안 먹고 다친거라 밥 먹고 오면 안되냐고
간호사한테 물어보니
수술전에 아무것도 먹으면 안된다고 해서 서운해짐
갑자기 울적해져서
“밥 먹고 다칠껄, 밥 먹고 다칠껄~ 먹고 죽어야 때깔도 곱다는데~”
신세한탄했는데 의사선생님 + 간호사가 존나 피식함
간호사한테 식사를 못했으니
“저랑 티 타임이라도 갖죠” 라고 기습 공격했는데
물도 마시지 말라고 혼남,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마음에 안든듯, 앙칼졌음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옷 갈아입고 누워서
수술실로 들어가고 드라마에서 보던
그런 분위기의 수술실과 약 냄새가 심하게 남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나를 수술하기 위해 모여있었음
의사가 호흡기를 꽂아주고 약 같은걸 주사하면서
자꾸 “괜찮습니다~ 괜찮습니다~ 편안하게 있으세요~” 하면서
나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노력함
그 상황에서 나는 긴장되는거보다 골똘히 생각해보니
“앞으로 내가 살면서 이런 수술실 들어올 일이 얼마나 있을까?” 하고 생각하게 됨
위기를 기회로
어찌보면 이건 기회다라고 발상을 하기 시작함
호흡기를 끼워주면서
“자꾸 크게 호흡하세요 크게 호흡하세요”
라고 의사가 이야기 하는데
눈치상 수면 마취로 날 재울려고 하는듯 했음
그냥 잠들기가 너무 아쉬웠음
왜냐하면 다시 수술실에 올 일이 없을거 같으니까.
나- 선생님, 저 곧 잠드는겁니까?
의사- 괜찮습니다~ 긴장 푸세요~ 아무 문제 없을거에요~
나- 선생님.. 저는 곧 잠드는 거냐구요
의사- 환자분 긴장푸세요~ 눈 감고 호흡을 크게해보세요~
나- 선생님! 잠들기 전에 한마디만 하고 가겠습니다
의사- 뭐죠?
나- 이쁘게 꼬매주세요☆
라고 말하고 그 뒤로 기억 안남
정신 차려보니 병실에 누워있고
다리에는 스탬플러가 박혀있었음
멍하니 있으니 의사선생님이 찾아와서
3겹이나 꿰맸다고 웃으면서 말함
생각보다 다리에 스탬플러가 박혀있는게 어색해서
“안 이쁘잖아요! 선생님!” 오열했더니
의사가 토닥여주면서 디자인 있는 밴드 붙여준다고 약속 함
약속하면서 “피자 먹고 싶은데 어떡해요 선생님?” 이라고 물어봤는데
사실 내 본심은 목발이 필요하다는 뜻이였는데
갑자기 자기가 피자 한판 사준다고 병실로 피자 가따 줌
피자는 개드립이였고
사실 피자 안 좋아하는데 그래도 꾸역꾸역 다 먹음
간호사가 말하길 시골이다보니 억센 성향을 띄는 환자가 많은데
그 와중에 너무 잘 따라줘서 간만에 너무 좋았다
그래서 잘 챙겨준거 같다, 같은 말을 함
출장길에 다친거라 다음날 바로 퇴원 신청하고
직장 근처 병원으로 옮김
퇴원할때 간호사들이
“환자님 다음에 꼭 또 오셔야해요~”라고 인사하길래
“다음에 또 오겠습니다!” 하고 나왔는데
뒤늦게 생각해보니까 저주 퍼부운거임 ㅅ1발
퇴원하고 직장 상사가 데리러와서,
전날 주차해놨던 차 가지러가니
주차 위반 딱지가 붙어있어서 과태료 냄
옮긴 병원에서 치료 끝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열심히 일하다보니 상처가 벌어짐
비만 오면 욱신거려서
또 오라고 했던 간호사 말이 자꾸 생각남
끝
-다친 사진 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