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수록 뭔가 슬퍼지는 ‘아내의 바람으로 이혼하고 온 남편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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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27살, 아내 27살, 동갑.

불륜상대 30세 (미혼)

아이는 없음. 맞벌이.

내 월급 600~700, 아내 월급 300~400 정도

대학시절에 어쩌다 보니 연애를 시작했고,

서로의 취직과 함께 결혼까지 했다.

나는 애기들을 좋아해서. 바로 애를 갖고 싶었지만

밖에서 일하고 싶다는 아내의 희망으로 아이는 잠시동안 낳지 않기로 했다.

아내는, 내가 푹 빠졌었으니 색안경이 들어있는지도 모르지만 상당한 미인이다.

약간 날카로운 인상이라 그런지 성격도 약간 날카로운 편이다.

대학시절에 인기가 무척 좋았지만,

왜인지 나랑 사귀게 되었고 그대로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나는 그냥 보통.

딱히 잘생기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못생기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나이치고는 수입도 좋은 편이라고 생각하고.

부부생활은 결혼 1년차까지는 주 4회 정도 했다.

난 아내 말고는 별로 경험이 없었지만,

서로 잘 맞았다고 생각했고, 아내도 무척 좋아해주었다.

2년차 정도부터는 서로의 일이 바빠져서 서서히 감소.

하지만 주 1~2회 정도는 했다.

나는 일이 여유가 있었던지라 전처럼 매번 하고 싶었는데,

아내가 바빠지고 피곤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줄어들었다.

2주에 1~2회 정도가 됐다.

그래도 리스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집안일은 내가 세탁, 아내가 청소.

밥은 돌아가면서 했고 생활비는 주로 내 월급에서.

아내의 월급은 주로 저금만 했다.

아내가 바람핀다는 것을 알게된건

아내와 같은 회사에 취직한 대학시절의 여사친의 정보.

아내와 같은 부서에 있는 남자 선배가

아내에게 자꾸 찝쩍대는 것 같다고 했다.

근데 아내도 싫지는 않은 듯한 표정이었다고 하는 거다.

나는 아내를 성심껏 소중히 여겨왔고,

아내도 날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했던지라 그냥 웃어넘기려고 했다.

애초에 아내는 흥미없는 상대에게는

아무리 잘생긴 사람이라도 상대도 안 했으니까.

근데 친구에 말이

“와이프 집에 오는 시간이 너무 늦지 않냐?” 라고 하는거다.

10~11시 정도에 들어오는 일은 자주 있다고 했더니,

날짜에 따라서 정말 늦을 때도 있지만

아내는 보통 7시에는 무조건 퇴근한다고 하더라.

나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쩌면 좋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흥신소를 이용해보기로 결심했다.

비상금도 있었고.

아내가 매주 늦었던 것과, 친구의 정보로부터 미루어서

주로 수요일이 의심스럽다고 예상하고 흥신소에 의뢰.

아내가 수요일은 일 마감 날이라 항상 늦을 거라고 내게 설명했었다.

흥신소 조사결과는 불륜 확정.

남자랑 호텔에 들어가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받았다.

솔직히 처음엔 말도 안 나오고,

토가 나올 거 같았던 기억만 있다.

엥? 설마 내 아내가? 왜??? 라고

뭐가 뭔지 모르는 느낌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난 정말로 아내를 좋아했던지라

바로 이혼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내게도 원인이 있었을지도 모르고.

이후 은근슬쩍 “일 바빠?” 라던가

“더 빨리 들어오면 안돼?” 라고 아내에게 말해봤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일단 노력은 해볼게” 라고 하는데,

거진 성의 없는 대답 뿐.

솔직히 정말 힘들었다.

좋아했던 여자를 다른 남자에게 빼앗기고,

내가 노력해도 어쩔 도리도 없는 무력감.

갑자기 울고 싶어지거나, 식욕도 나지 않았었고,

상당히 마음고생을 했었다.

아내는 돌아가며 하기로 한 저녁밥 약속도 지키지 않게 되었다.

아침도 저녁도, 항상 밥을 하는건 나.

그리고 아침에 아내를 깨우는 것도 나.

시간이 갈 수록 점점 내 마음도 변했다.

난 이렇게 알면서도 모르는 척, 널 위해서 노력하는데,

넌 노력도 하지 않구나. 라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결정하기로 했다.

우리 둘은 기념일 같은 날을 정해두고 그날은 꼭 데이트를 했었는데

그때가 마침 수요일이었다.

그 날에 집에 일찍 들어오거나

늦더라도 나에게 먼저 기념일 얘기를 꺼낸다면 그냥 넘어가고,

늦거나, 기념일 까먹었을 경우에는 이혼.

아침에 슬쩍 오늘 근사하게 차려놓겠다고 아내한테 말했더니

아내는 오늘은 수요일이라 늦어질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눈앞이 캄캄해졌지만,

일말의 희망을 걸고 그래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내가 집에 돌아온 건 11시.

게다가 연락도 없었다. 음식도 다 식었다.

덧붙이면 나도 완전히 식었다. 마음이 꺾였다.

아내는 사과했지만 난 이미 속으로 결정했다.

그 이후는 이혼을 위해 움직였다.

친구 아는 변호사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바람난 남자와 아내를 처벌하기로 했다.

남자에게는 위자료, 아내에게는 위자료 + 재산분할 없음.

불륜 증거는 흥신소의 사진만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그리고, 몰래 내 개인물품을 몰래 구해놓은 원룸에 옮겨놨다.

아내가 눈치채면 어쩌나 두근두근했는데,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것도 슬펐지만, 그때는 감정이 얼어붙어 있었으니 데미지는 적었다.

집에서는 평소대로 행동했다.

밥도 했고, 세탁도 했다.

당연히 잠자리는 일체 하지 않게 됐다.

그리고 운명의 날.

그날도 수요일. 아내는 또 늦게 귀가.

“수고했어, 너무 열심히 일하지 말고 건강 생각해 알았지?”

라고 평소보다 더 아내를 위로해줬다.

실질적으로 우리의 마지막 밤이니까.

아내는 고맙다는 식의 말을 했었다.

그리고 아내는 목욕을 하고 바로 쿨쿨 잠들었다.

나는 여기서 편지랑 이혼서류를 넣은 봉투를 책상 위에 놓고,

간단하게 아침밥 세팅해 두고 집을 나왔다.

편지에는, “너 바람피는 거 예전부터 다 알고 있었어.

이해 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이런 식으로 적었었다.

다음날 아침 휴대폰에 불이 나도록 전화랑 메세지가 폭탄으로 와있었다.

당연히 무시했다.

첫날에는 “무슨 소리야? 오해야 전화 받아” 라는 내용이었다.

오해는 무슨 얼어죽을 오해야^^;

아내의 거짓말만 가득한 메세지는 내팽겨치고

그날 밤에 아내 부모님을 만나뵙고 사죄하고 왔다.

아내 친정은 차타고 1시간 정도였다.

장인 장모님은 정말 좋은 사람이셨고 마음이 아팠다.

나에게는 정말 친부모 같은 존재였다.

장인어른은 아들이 없어서, 아들과 하고 싶었던 게 있었다고

나랑 장기도 두고 술도 자주 마시기도 했고

장모는 다 큰 딸이 있다는 생각은 안 들 정도로 아름다운 사람으로,

매번 반찬을 해주기도 했고 정말 신세를 많이 졌다.

결혼 허락 받으러 갔을 때

“따님 평생 아끼고 사랑하겠습니다!” 라고 말했었는데

그걸 어기게 되었으니, 엎드려 빌면서 그저 죄송합니다. 라고 했다.

아마 이번 일 중에서 가장 많이 울었던 게 이때였을 거다.

아내 부모는 처음엔 믿을 수 없다는 듯 했는데,

이유를 물어왔을 때

따님이 바람을 피웠으니까 헤어집니다 라고

차마 말을 못하고 울고 있었더니

더 이상 묻지도 않고 대충 눈치채고 이해해주신 모양이었다.

아내 친정에서 나와서 원룸으로 귀가했다.

다음 날에도 아내의 연락은 멈추지 않았다.

미안해, 라든지, 직접 만나서 사과하게 해달라 라든지,

일도 그만 두겠다, 아이도 낳겠다, 등등

필사적으로 변명만 했다.

아내의 성격상

“어? 그래? 이혼하고 싶으면 해줄게~” 라고 말할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좀 뜻밖이라 놀랐다.

다음 날에 변호사가 아내와 상대의 회사에 내용증명을 보냈다.

그리고 변호사에게 부탁해서, 나에게 연락하지 말라,

앞으로는 모두 변호사에게 연락하라고 말해달라고 했다.

별로 효과는 없었다.

아내는 변호사에게, 날 만나게 해달라고

무서운 기세로 말하고 있는 듯했다.

근데, 바람났던 남자는 너무 여유로워서 기분이 묘했다고 변호사가 말했다.

아내의 연락은, 점차 비열함을 띠기 시작했고,

진짜 미안해, 사랑해, 나 진짜 당신 뿐이이야 라던가

당신 없으면 난 안돼, 이런 내용으로.

그걸 보고 좀 흔들렸긴 했지만

이미 마음 먹은 날 막지는 못했다.

아내가 회사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적도 있지만,

만나고 싶지 않았으니 다른 출구에서 퇴근하기도 했다.

잠시 후, 변호사를 대동해서 아내랑 남자와 각각 이야기를 했다.

저쪽은 변호사 없이.

아내는 정말 미안해, 뭐든 할테니 이혼만은 하지말자.. 라고 목 놓아 울었다.

증거 사진 등을 보여줬더니,

이건 진짜 아니야. 라고 했다. (뭐가 아니라는건지..)

언제나 도도했던 아내가 우는 걸 거의 본 적이 없어서 난 정말 놀랐다.

내가 당황하고 있었더니,

변호사가 내 마음을 잘 대변해주었다.

아내는 더 크게 울어서 수습이 안 되었고,

요구만 전달하고 그 날은 돌려보냈다.

남자는 친구 말대로 무척 잘 생긴 남자였다.

위자료를 청구당하는데도 뭔가 여유 있는 표정이었다.

내 요구를 전달했더니,

내가 아내와 헤어진다면 위자료 청구에 응하겠다고 했다.

아무래도 남자는 아내에게 진심인 것 같더라.

“아내 분 제가 ‘빼앗아서’ 죄송합니다”

라는 한 마디에는 순간 화가 치밀었다.

변호사가 눈치채고 중재해서 주먹은 안 날렸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 말이 맞아서, 무척 화가 났다.

응하지 않아도 청구하겠다, 거부하면 재판이라고 말해도,

전혀 상관없다는 느낌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돈으로 아내를 산 셈이었던 거겠지.

그 후, 몇 번이나 협의를 했다.

내가 무조건 이혼하겠다는 입장이었기도 했고,

장인 장모님이 아내에게

네가 잘못했잖아.. OO이 힘들게 하지 말자. 라고 타이른 것도 있어서

아내가 결국 이혼에 합의했다.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결국 위자료는 청구하지 않기로 했다.

물러터져서 미안하다.

상대도 위자료 청구에 동의했다.

단, 아내는 남자에게 혐오감을 가지게 됐는지,

아내는 남자를 전혀 상대해주지 않았다.

아내는 아무래도 상대를 증오함으로써

마음의 균형을 유지하는 느낌이었다.

친구 말에 의하면, 아내가 남자에게,

너 때문에 내가 이혼했다. 라는 식으로 말하고 증오하는 것 같다고 했다.

남자는 내가 아내에게 뭔가 말한 것 아니냐고

전화로 시비를 걸어왔지만 그냥 무시했다.

이혼서류 제출 전.

마지막으로 부부로서의 시간을 보내달라는 아내 부모의 부탁을 받고,

그분들의 체면을 보아서 승낙했다.

아내는 넋이 나간 상태가 되어 있었다.

언제나 씩씩한 느낌이었던 아내는

흔적조차 없이 약해져 있는 모습을 보고 무척 마음이 아팠다.

그때 처음으로 물어볼까 말까 수천번 고민했던

불륜의 이유를 물어봤다.

이미 이혼은 결정되었으니까.

그러자 놀라운 대답이 돌아왔다.

내가 아내를 너무 사랑한게 원인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집안 일도 다 하고, 떼를 쓰면 다 들어주고, 너무 받아주었던지,

아내는 점차 뭘 해도 내가 용서해줄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생긴 거랑 반대로 남자와 사귄 경험이 별로 없었던 아내로서는,

그런 착각을 하고, 마침 유혹을 해온 상대와

살짝 불장난을 해볼까 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상대에게 특별한 감정은 없고,

불륜을 하던 자기 자신에게 취해 있었다고 했다.

뭐랄까.. 정말 벌린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사랑하고, 아껴준 게 불륜의 원인이라니 정말로..

그야말로 처량한 신세였다.

아내는 미안해 좋아해 사랑해를 반복하면서

잠자리를 유혹했지만, 바로 딱 잘라서 거부했다.

아내는 또 울음을 터뜨렸는데,

임신을 노리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솔직히 무서웠다.

그리고 이혼서류 제출.

5년을 채 못 채운 결혼생활에 종지부가 찍혔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아내의 진짜 모습을 이해해주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번 일에서 처음으로 아내의,

그런 격렬한 부분과 약한 부분을 알게 되었고.

내 안에서는, 아내는 언제나 당당하고

누구에게도 굴하지 않는 씩씩한 여자였다.

그래서 내가 필요 이상으로 아내를 동경해서

고개를 숙였던 부분이 있었겠지.

아내의 그런 부분을 더 이해해주었다면,

지금도 부부로서 잘 지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내는 날 정말로 좋아해주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배신당한 사실이

그렇게 좋아했던 아내가 눈물을 흘리며 우는 모습을 봐도,

마음이 아픈 정도로 밖에 느끼지 않게 만들었다.

내 이야기는 여기까지. 긴 글 읽어줘서 고맙다.

살짝 추가 겸 후일담 (어제 일)

전처는 회사에 남는 듯 하지만,

남자는 해고에 가까운 퇴직이라고 한다.

남자는 사고를 하도 많이 치고,(여자관계 많음)

직장의 풍기를 문란하게 했다는 죄로.

아내에게 진심이었던 남자를 생각하면 가엾기도 하지만,

유부녀에게 손을 대는 놈에겐 저런 벌도 솜방망이다.

전처는 회사에 남았으니

직장 사람들이랑 껄끄럽지 않을까, 걱정은 들지만,

이젠 내가 걱정할 일은 아니다.

근데, 오늘 전처가 또 내 앞에 나타났다.

(원룸 주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왼손 약지에 반지를 끼운 채로.

왜 끼우고 있냐고 물었더니,

난 지금도 당신의 아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라고 했다.

이미 이혼했으니 빼라고 해도,

다시 재혼할 수 있도록 내가 노력할게. 제발. 이라고 했다.

한편으로는 무섭다고 생각도 들었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후회하는 모습이 나를 위로하는 것 같아서.

속 시원한 기분이 드는 부분도 있었다.

재혼은 절대 하지 않을 거다.

하지만, 내가 너무 좋아했던 여자라 흔들릴 수는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