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살까지 모솔로 살다가 어찌저찌 첫연애를 시작함
1.카페 가고 싶다길래 생각해낸 곳이 스타벅스.
분위기 좋은 카페 가고 싶다고 그러길래 존나 당당하게
“아!! 나 분위기 좋은데 알아”
이지럴 하고 간곳이 스타벅스임.
그냥 어두침침한게 고급스러워보여서
바로 근처에 스벅 있는줄도 모르고
굳이 검색해서 멀리있는 스타벅스에 감.
그때 여자친구 표정이 벙찌더니
“여기 그냥 프렌차이즈 아냐?” 이랬는데
순간 대가리에 총 맞은 것처럼 멍해짐..
그냥 들어가자고 해서 커피 마심.
모솔인거 부끄러워서 숨기고 있었는데
아 이건 숨길수가 없구나 싶었음.
2. 맛집 가고 싶다길래 먹인 것이 제육
나는 평생 남자들과 어울려서
이 세상에 제육 싫어하는 사람 없는 줄 알았음..
당연히 마음 같아서는 양식 같은거 먹고 싶었으나
제대로 아는곳이 없어서 그냥 안정빵인
제육맛집 (ㅠㅠ)에 감
지금생각하면 그냥 네이버지도에서
적당한 양식집 리뷰비교해서
찾아가지고 가면 될 것을
그때는 정말 어떻게 해야하는 줄 몰랐음..
여튼 제육집에 갔는데 여친이 하는 말이
제육은 중고딩때 급식으로 나오는거 아니나고
급식 생각나서 졸업하고 별로 먹어본적 없다고..
나는 누렁이라 급식도 존나 맛있게 먹었는데..
여친은 급식에 대한 좋은 추억이 없었나봄.
맛있냐고 물어봤는데 맛은 있대
근데 다음엔 자기가 찾아볼테니까
어디갈거면 먼저 말해달라는 말에 좀 마음에 상처 받았음..
3.100일 때 20~30만 원짜리 선물해줌
그냥 마음만 커져가지고 적당한 거
100일 될 때 “짠~” 하고 주면 좋아할 줄 알았음.
근데 얘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에어팟 사서 줌
(내 딴에는 이거받고 싫어할 사람없다고 생각했음)
근데 여자친구가 왜 말도 없이
100일을 챙기냐구 좀 뭐라하는 거야
나는 선물을 주면 좋아해야 하는거 아닌가..
왜 이런 말을 들어야되나 싶고
서운해서 삐졌었음 ㅜㅜㅜ
생각해보니 선물 고른 기준도 그냥
내가 타인이라면 받고싶다 싶은거 산거였고
여친도 이제 겨우 100일인데,
선물이 부담스럽고 선물 받은 입장에서
자기도 뭐 사서 줘야하는데,
아직 서로 잘 모르는데 뭘 사서 줘야할지
고민하는거 자체가 부담일 수도 있다는걸 몰랐음..
그리고 여자친구는 밖에서 노래 잘 안 듣는 스타일이었음.
4.여자친구 혼자 집가는데 실언함
여자친구가 어두운 골목가면서 무섭다고 그러길래
뭐가 무섭냐고 한국이 세계에서 치안 제일좋다고 대답함.
여자친구가 아무리 치안이 좋아도
성범죄 같은건 꾸준히 있어왔다고함.
근데 내가 공감 못하고
“너가 너무 걱정하는거다~ 오버 띵킹이다~”
이지럴 함..
여자친구가 너랑은 뭔가 대화가 안되는거같다고 함.
5.여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하길래 질질 짬
나를 좋아하기는 하는데
뭔가 계속 만날 이유가 없는거 같다 라는 말을 들음.
각자 정리하는게 서로에게 더 좋을 거 같다라는 내용.
앞에서는 그냥 무덤덤하고 쿨하게
“알았다 말해줘서 고맙다 잘지내” 이랬는데
집에 오면서 눈물 콧물 질질 흘리면서 처 울면서 옴.
그래서 전화해서 질질 짜면서 붙잡음
ㅎㅎ;
그랬더니 여자란게 참 냉정하구나 싶을 정도로
막 타이르면서 더 좋은 인연 만날 수 있다
이럴수록 서로 힘들다,
좋게좋게 헤어질 수도 있는거
너가 지금 이래뿌리면 서로 상처만 된다 이러네.
됐고 그냥 ㅈ나 매달림 ㅎㅎ;
6.내가 힘들어 하는 거 같으니까 맘이 약해졌는지
조금만 더 만나보자고 함
근데 만날 때마다 뭔가 불편해하고
이전 같은 반응이 아닌게 느껴지고
그래서 내가 붙잡은 거니까 그래 헤어질땐 헤어지더라도
후회는 안해야겠다 싶어가지고
데이트 코스 같은거 좀 검색해가지고
짜임새 있게 준비해 감.
이전까지는 내가 너무 등신이라
데이트 코스 짜도 병1신 같이 짜오고
길도 존나 헤매고 했는데,
준비해서 가니까 나름 길은 좀 헤매도
그나마 그동안 내가 준비한 데이트중에서는 정상적이었음.
지금 생각해보면 어려운게 아닌데
26년동안 데이트 같은 걸 해본 적이 없으니까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안했음.
근데 이별통보 같은 충격요법을 받으니까
그냥 자동으로 하게 되더라고
7.분위기가 다시 좋아짐
내가 존나 길치라 네이버 지도 켜놓고
계속 방위 보면서 가거든,
근데 그거 보더니 그냥 자기 줘보라고
그걸 보면서 가냐고 뭐라하는데
말은 좀 날이 서있어도 표정은 웃는거야
나중에 듣고보니까 쩔쩔 매면서 리드해보려는게
처음엔 답답했는데 점점 웃기고
귀엽게 보였다고 하더라고
암튼 내가 좀 만나는 거에 대해서 준비성 없이 오는게 아니라
하루하루 진지하게 뭘해야 재밌는지
고민을 좀 하니까
다시 분위기가 좋아졌고
지금까지 2년반정도 잘 만나고 있음.
위에 했던 것들은 솔직히 순한맛이고
진짜 더 아찔한 실수들도 많이 했는데
부끄러운지 뇌가 기억을 지워버려서 생각이 안난다.
8.쪽팔린 짓도 어려서 해야 덜 부끄러운 것 같음
지금 여자친구한테 고마운게 얘가 내 연애 선생님이었음.
지금 29살 되어가는데 이때까지 여자 못만나고 있다가
지금 만나는 상대한테
위에 실수들을 했다고 생각하면 좀 아찔하다
그나마 첫연애가 26살이었고
여자친구가 나보다 더 어렸으니까
저런 부끄러운 것도 통했지
더 늦은 나이에 상대 나이도 20대 후반이고
한데 너무 연애 안해본 티내면
나 같아도 입구컷 날 거 같다는 생각?
여튼간에 연애란게 빨리할수록 좋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