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때는 2000년대 초반
나는 군대에서 축구를 많이 했다.
근데 나는 내가 군대 가서 느꼈다.
내 몸은 정말 저질이란 것을..
진짜 몸이 그렇게 순발력이 떨어질 수가 없다.
그냥 키작은 메르테사커라고 생각하면 된다.
일단 뚫리면 나는 따라가지 못했다.
선천적으로 타고 난거 같다.
지금도 달리기하면 남들보다 느리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됨 걍 순발력 없는 근돼몸
여튼 사족이 길었고,
나는 힘은 좋은데 순간 민첩성이 엄청 떨어지는 타입이다.
그래서
군대에 갓 들어간 이등병이 힘이 어딨냐
ㅅ벌 걍 수비수지
진짜 개 욕들으면서 수비수만 했다.
게다가 발도 육각발이라 패스도 못해요
‘이색기 진짜 몬하네 빙시색기냐?”
이색기 수비만 시키라 발이 무슨 팔각발이냐?’
어느정도냐면 10미터 패스도 못했음
ㅋㅋㅋㅋ 진짜 팔각발임
여튼 그렇데 맨날 갈굼 당하다가
그러던 어느날 축구하던 중
먼가 스쳐 지나간 생각이 있었음
‘아니 ㅅㅂ 어차피 따라댕기기 힘드니까
걍 골 잡은 사람 앞에서 뒷걸음질 치면서
패스랑 슈팅만 못하게 하자’ 라는
엄청 원초적인 생각이였음.
왜냐하면 일단 나는 박지성도 아니고
예측도 안되고 걍 이렇게만 함
벗겨지면 쳐발리니까 걍 동료를 믿고 난 이것만 함
근데 말이야..이게 ㅅㅂ 존나 효과적이었음
걍 이것만 하는데
일반인들인 병장 상병들이 날 뚫고 가지 못해
군대 갔다온 친구들은 알지만
병장 상병들이나 왕고가 슛하는 건
어느정도 골키퍼가 용인해주고
막 그냥 안막고 골 먹어주지만
수비수가 패스하는건 막으면 별말 안하거든
그래서 그냥 그렇게 했는데
그때부터 날 뚫지를 못해
걍 요렿게 좌로 가면 좌로, 우로 가면 우로
나한테 붙으면 걍 슬슬 뒷걸음질만 치다가
슛 때리면 궁디로 돌려서 막고
패스하려고 하면
이렇게 같이 수싸움하다가 앞으로 뻗은 다리만
쭈욱 앞으로 밀듯이 해서 컷팅만 했음
근데 웃긴게 이것만 계속하니까
나중에 요령이 붙어서 대충 예측도 되더라
나중에는 많이 안뛰고 이것만 하니까
체력이 남아서 후반에 역습도 함
여튼 걍 서서 졸졸졸졸졸 뒷걸음질만 치다가
공만 툭 밀어서 뺏음
뺏으면 동료들이 알아서 공으로
미친듯이 뛰어감 소몰이도 아니고
여튼
이래서 나중에 에이스는 아니여도
일단 데려가는 선수취급 받음
근데 너무 불려다녀서 일병때 힘들었다..
여기까지가 군대썰이고
나도 제대하고 한창 해축붐이라
조기축구회나 한번 뛰어보고 싶어서
사는 동네 근처에 조기축구회 알아봄
근데 이 조기축구란게 겁나 들어가기가 어렵더라;
여튼 겨우 하나 뚫음 후보로..
“뭐 잘하는교?”
“수비만 할 줄 압니다.”
“거기도 자리 없는데”
내가 1월 군번이라서 제대하고
여기저기 복학하고 5월쯤 이것저것 알아보니까
봄이나 가을은 시원하니 축구 많이해서 자리가 없음.
그러다가 6월쯤에 기회가 옴
“수비수 자리 하나 비는데 올랍니까?”
“넵 갑니다.”
그래서
가서 그냥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축구함
경기 들어가기 전에 보니까
윤제문 비슷하게 생겼는데
여기서 한 20년 늙고 배좀 나오면 됨
여튼 신형 싼타페에 왁스칠 1시간 할 것처럼 생긴 아재가
경기 들어가기전에 가오 잡으면서
“새로 왔어? 잘하자”
이러면서 내 어깨 툭치고 가던데
그 아재 지나갈 때 마다
주변사람이 허리 90도로 꺾임
나는 속으로 “뭐지?” 이랬는데
경기 들어가니까 자기가 무슨
전성기 호날두 + 메시 + 라울 +안정환
합친 거처럼 경기 뛰더라
뒤뚱뒤뚱 어슬렁어슬렁
그리고 입으로
“패스 패스 패스!!!” 만 남발하더라고
그래서 걍 하던 대로 졸졸 쫓아다님
슛은 그냥 궁댕이로 막고
패스는 걍 졸졸졸 뒷걸음질 치다가
툭 발로 밀어서 못하게 계속 막았지.
그러더니 입으로
“아 오늘 컨디션이 별로네. 자네 공 좀 차네”
이러던데
공을 뭘차 걍 뒤에서서 수비만 하는데..
패스도 걍 하기 싫어서(팔각발이니)
옆에 풀백에게 주구창창 짧은 패스만 하다가
축구 끝나고 금방 떠나더라고.
그래서 사람들하고 간단히 점심먹고 헤어졌지
그러고 다음주 경기에서도 부르더라
한창 더운 시즌이었으니까
그래서 또 초등학교 축구장에서 만나서 경기를 했지.
또 이 윤제문 아저씨 닮은 아저씨가 왔더라
그래서 또 열심히 그냥 따라다녔지.
따라다녔다기 보단 내 앞에 오면
걍 뒷걸음칠 치면서 졸졸졸 따라만 다녔지
그러더가 계속 담궈지니까
“아씨 아씨 아씨” 이러더니
“축구 좃같이 하네 진짜”
라고 이야기하더라.
그러다 전반전 끝나고 같은팀에 형이 부르더니
“야 xx야 너 걍 저형 슛 좀 때리게 해줘라”
“네 그럴께요”
했는데 생각해보니 기분 더 좃같아서 더 담궈버림
그러다가 후반전에 결국 자기가
교체요청해서 나가버리더라
그리고 또 뒷풀이 안오고 걍 집에 가더라
그리고
다음주 경기 다가올 쯤에 전화가 오더라
“xx씨 다음부터 안나오셔도 돼요”
“왜요?”
“아 축구 좀 거칠게 한다고 이야기가 나와서요”
내가 말했지
“그럴리가 없는데요? 전 그냥 공만 뺏고
패스도 풀백한테만 줬는데..”
“아.. 사실은 그 공격수 하시는분이
저희 조기축구회에 좀 뒷풀이도 자주 쏘시고
뭐 단합회도 좀 하시고 여튼 좀 그런게 있어요”
나는 바로 눈치깜..
그 아저씨가 물주였던거야
그래서 나도 어쩔 수 없이 그만둠
근데 나중에 다른 조기 축구회가서 알게된건데
물주가 있는 조기축구회가 존나 좋은 곳이더라
그런분 있으면 다들 충성해라
근데 나이 먹고 생각하니까
진짜 고마운분임.
자기 돈 쓰기 쉽지않음
지금 다시 불러주시면 개같이 왈왈 짖으면서
자동문처럼 열려드릴 수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