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마음으로 복학했더니 주변에 “남자”만 꼬이기 시작한 복학생 형..

군대를 제대하고 대학에 복학한 뒤

나에겐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다.

군대를 가기 전 함께 어울리던 친구들 대부분이

아직 복학을 하지 않았거나 휴학을 한 상태였고

나는 처음 대학에 입학했을 때의

외로움과 막막함을 다시 한번 느껴야했다.

어떻게 보면 그때보다 상황은 더욱 좋지 않았다.

그때는 나름 신입생이었기에

챙겨주는 선배들이나 친해질 동기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갓 군대를 제대한 예비역 복학생에 불과했다.

개강이 가까워오자 이러다 정말 친구하나 없이

학교만 다니는 아웃사이더가 되는건 아닌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같이 밥먹을 친구 하나 없어

홀로 외롭고 쓸쓸하게 후미진 화장실 한켠에서

끼니를 때우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무런 대책없이 학기가 시작되었고

난 체념한 체 어디 넒고 깨끗하고 아늑한 화장실은 없나

학교 건물을 이곳저곳 뒤지기 시작했다.

다행스럽게도 이런 우려와는 달리

나는 금방 새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다.

개강 모임을 비롯한 이런저런 행사에 열심히 참여하다 보니

어느새 후배들과 꽤 친분을 다지게 되었다.

학과 모임에서 가끔 한마디 씩 툭툭 던지는게 재밌었는지

친하게 지내고 싶다며

먼저 다가오는 후배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그 후배들 대부분이 시커먼 사내놈들 이라는 사실이었다.

군대에서 상상했던 나의 복학 후 시나리오는

그때부터 틀어지기 시작했다.

전역을 얼마 앞두고 내가 상상했던 캠퍼스 라이프는 이런 것이었다.

푸르른 교정에서 파릇파릇한

‘여자’인 후배들과 함께

낭만과 로맨스가 가득한 대학생활을 즐기는 것.

“오빠 요새 왜이리 바빠요? 얼굴보기 힘들어요.”

“하하. 이거이거 오랜만에 보니 한층 더 아름다워졌는걸?

눈이부셔 똑바로 쳐다보질 못하겠어.”

“아이 참. 몰라요 부끄럽게 꺄르르.”

하지만 현실을 냉혹했다.

“형. 밥사줘요.”

“형. 술사줘요.”

“형. 게임방가요.”

“형. 오늘 형네집 놀러갈게요.”

왕벌이 된 느낌이었다.

이놈들은 집에도 안가는지

학교 안에 지박령처럼 박혀 있었다.

교내 어딜 돌아다녀도 형~ 형~ 하고 나를 따라다녔다.

그 중 유독 나를 따르는 한 무리의 후배들이 있었다.

한 명 한 명 찬찬히 살펴보면 소식적의 나의 모습과 행동들을

그대로 빼다박은

답 안나오는 쓰레기중의 쓰레기들이었다.

1학기 부터 전공과목 전체를 F를 받고나서

부모님에게 F는 판타스틱을 뜻하는 성적이라고

말도 안되는 약을 팔다가 집에서 쫓겨나

내 자취방에서 1주일을 넘게 숨어지내던 1번 쓰레기.

미스터 판타스틱.

존재감이 희미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다가

어느 날 나도 모르게 내 방 침대에 누워서 자고 있는걸 발견해

나를 깜짝깜짝 놀라게 했던 2번 쓰레기.

인비저블 맨.

큰 키에 긴 팔과 긴 다리를 가졌지만

큰 키만큼 볼록한 배와 20대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탈모가 시작돼 나주평야 만큼이나
광활한 이마를 지닌.

이름보단 타조라는 별명으로

더 자주 불리던 3번 쓰레기.

휴먼 또치.

곱상한 외모와는 달리

된소리와 강아지 숫자 열여덟이 없으면

말하지 못하는 병에 걸린 사람처럼

거친 주둥아리를 가진 4번 쓰레기.

더 썅.

일명 인문대의 판타스틱 포였다.

이놈들을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고향에 두고온 친구들에게서 느껴지는

강한 핵 폐기물의 향기가 느껴졌다.

이놈들도 날 보자마자 그걸 느꼈는지 나를 따르기 시작했다.

쓰레기는 쓰레기장으로 모이는게 세상의 이치인 법.

처음 만난 그날 이후 놈들은

내 자취방을 제집처럼 드나들기 시작했다.

나는 이 쓰레기들을 교화시키려 노력했지만

싸잡아서 군대를 보내기 전까진 소용없다는 사실을

스스로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다.

혹시나 하고 지켜봤지만 역시나였다.

매일 밤 술로 밤을 지새우고

야밤에 내 집에 찾아와 술판을 벌이는 일이 허다했다.

다음날 등교를 하면서

“야 니들은 수업 안들어가냐?”

“아 형 뭔 수업이에요. 수업가기엔 날씨가 너무 좋아요.”

“이 형 늙은 티내네. 형 요즘 애들은 다 이정도는 기본이에요.”

그 애가 조금 커서 된게 나다 이새끼들아..

이놈들의 행동패턴은

내 예상에서 한치도 벗어나는 적이 없었다.

월말이 되자 다들 금전난에 허덕이기 시작했다.

주인도 없는 자취방에서 라면으로 한끼를 때우는 녀석들을 보자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빨리 이놈들은 쫓아내던지

일을 시키던지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집 안의 살림들이 거덜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이 잉여인간들에게 적합한 소일거리가 생겼다.

“야 니들 알바 안할래?”

“형 제 꿈은 백수인데요?”

“전 그냥 이대로 있다 흙으로 돌아갈래요.”

빨리 이 배운 쓰레기들을 처리해야했다.

“그냥 시키면 해 새끼들아.

니들 수업 비는 시간마다 여기 와서 학 접어 알았어?”

“학이요? 웬 학?”

친구의 부탁이었다.

다른과에 알고 지내던 친구가

여자친구와의 1주년 기념으로

학을 천마리 접어주기로 했는데

도저히 혼자선 엄두가 안나

혹시 주변에 부탁할 사람 없냐고 나에게 물어봤고

그 때 떠오르는게 집 안에 굴러다니는 이놈들이었다.

“백마리에 만원씩 준대. 어때? 이정도면 괜찮지?”

어차피 집에서 굴러다니는 것 외엔 할 일도 없는 놈들이었기에

그때부터 녀석들은 비는시간이면

내 자취방으로 와 학을 접기 시작했다.

처음엔 지지부진 하더니

어느순간 탄력이 붙었는지

녀석들은 빠른속도로 학을 접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쉬는시간이면 시커먼 남자
넷이서

학을 접는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어느덧 학의 수는 제법 늘어나 있었다.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자

그 날도 녀석들은 열심히 학을 접고 있었다.

“할만하냐? 꽤 많이 접었네?”

“한 육백장 접은거 같은데요?”

“형. 저 학 접는 거에 재능 있나봐요!”

이런 병1신들..

하지만 그거에라도 열중하는 모습들을 보고 있으니

조금은 녀석들이 대견스럽게 느껴졌다.

마치 악질 죄수들을 교화시키는 간수장이 된 느낌이었다.

“형 우리 팀명도 만들었어요.”

“팀명?”

“색종이를 접는 파트너들. 줄여서 색파에요!”

“그딴거 정할 시간에 학이나 더 접어 이 변태새끼들아”

그렇게 약속 된 천마리를 거의 다 접어 갈 때 쯤.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다.

친구가 헤어졌다.

자연스럽게 학을 접어주기로 한 약속도 허공으로 사라졌다.

슬퍼하는 친구의 면전에다 대고

학접은 대금을 청구할 순 없었다.

녀석들에게 이 사실을 전하자

난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마주하게 된 인간에게서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는지 직접 목격하게 되었다.

처음엔 당혹스러워 하던 녀석들은

곧 패닉에 빠졌다.

난 침착하게 후배들에게

지금 일어난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설명해 주었다.

“뭐라구요? 형 어떻게 되는거예요 그럼?”

“음.. 그러니까 쉽게 설명을 하자면

내 친구가 본사야.

니들은 하청업체란 말이지.

근데 지금 본사에 부도가 났어.”

“그래서 어떻게 되는건데요?”

“뭘 어떻게 돼. 좃된거지 니들.”

패닉 다음은 분노였다.

그리고 이름도 위치도 모르는 본사에 대한

하청업체들의 분노는 고스란히 원청업체에게 쏟아졌다.

그 원청업체는 다름아닌 나였다.

녀석들은 다시 성난 죄수들로 돌아갔고

녀석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나는 친구에게 원래 받기로 한 돈보다

더 많은 돈을 후배들 술값으로 써야했다.

그리고 나에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학 천마리가 생겼다.

그 후에 녀석들은 단체로 행사알바를 뛰기 시작했다.

주된 일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행사에서 자리를 세팅하거나

막대풍선을로 풍선인형을 만드는 일이었다.

알바가 끝나고 웬일로 나에게 술을 산다며

녀석들이 나를 불러냈다.

“일당 받았냐?”

“그러니까 형한테 술 사죠.”

“지금까지 먹이고 재운 보람이 이제 좀 있네. 일은 할만해?”

“할만해요. 열심히 할려고 팀명도 만들었어요.”

“니들은 그거 무슨 병이냐?

도대체 팀명이 왜 필요한건데?

그래서 뭔데 이번엔 또?”

“이번엔 좀 있어보이게 영어로 지었죠.

풍선을 부는 일을 하니까 블로우 잡!”

이놈들을 사회로 풀어놓은 내 실수였다.

이 쓰레기들은 그냥 내 방에 계속 격리시켜뒀어야 했다.

보너스로 쓰는 유명인 이름 가진 친구 썰.

내 주변인들 중엔 유명인이 몇 명 있었다.

물론 그 친구들이 실제로 유명인사인건 아니었다.

단지 유명인들과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었다.

대학교 신입생 ot가 있던날.

난 눈에 띄는 신입생 하나를 발견했다.

다들 농구선수 우지원을 아는가.

그 후배의 이름은 우지원이었다.

훤칠한 키와 잘생긴 외모를 가지고 있던 후배였다.

체육대회가 있던 날.

지원이는 이름 하나 때문에

농구시합에 “과 대표”로 출전하게 되었다.

시합이 시작되고

드디어 지원이에게 공이 갔다.

그리고 우리는 경탄을 금치 못했다.

형편없는 실력 때문이었다.

이름은 우지원인데 실력은 우장춘이었다.

녀석은 마치 수박을 가지고 드리블을 하는 것 같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기 말미 녀석의 회심의 패스가

팀원의 낭심에 정확하게 적중하면서

녀석은 씨없는 수박의 종자개량에 성공했고

그 후 닥터우로 불리었다.

두번째는 나와 대학동기였다.

그친구 이름은 김정일이었다.

더 이상 말이 필요없는 친구였다.

단지 위대한 수령동지라는 이유만으로

녀석은 조별과제 조장을 맡아야 했다.

실제 ppt의 마지막 조원 이름칸에도

녀석의 타이틀은 위대한 수령동지였다.

발표자였던 정일이는

인민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를 받으며

발표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체육대회 땐 녀석을 위한 특별석이 만들어졌고

녀석이 맡은 임무는 시합이 시작하기전

일어나서 김정일 포즈로 박수를 치는게 전부였다.

정일이가 미용실에 갈때면

우리는 항상 쫓아갔다.

미용사가 “머리 어떻게 해드려요?”

라고 물으면 우리가 항상 거들었다.

“파마 해주세요 파마”

“무슨 파마요?”

“쟤 이름이 김정일이거든요.

그냥 선생님 머릿속에 지금 떠오르는 파마를 해주세요.”

가끔 게임방에서 스타를 할 때

정일이와 같은 팀인 친구들은 모두 테란을 했다.

그들의 목표는 승리가 아니었다.

미제 자본주의 척결과 조국통일 만세를 외치며

핵을 날리는게 그들의 목표였다.

정일이는 온갖 드립의 희생자였다.

기숙사 배정이 있던 날

정일이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기숙사는 a동 b동 이런 식으로 나눠져 있었다.

“야 인터넷으로 나 어디 동인지좀 봐줘.”

잠시후 문자가 왔다.

“대포동”

성난 인민의 지도자가 기숙사로 뛰어가는걸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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