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 갇힌 사람이 밖에 있는 폰에게 “하이 빅스비!!!”를 외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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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화장실에 갇힌 적이 있는데..

지금 생각해도 눈물 나네

화장실 문고리가 녹슬고 영 시원찮아서 하나 주문함.

드라이버로 다 해체하고

문고리 가운데 부품을 장착함.

잘 됐는지 확인해보려고 문을 닫음.

안열림

난 혼자 삼..

내 핸드폰은 멀리 테이블에..

문고리 설치 영상을 반복재생하고 있었음

순간 피가 싹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음..

하지만 다행히 손엔 드라이버가 있었음…

인터넷에서 보기로 드라이버가 있으면

화장실에 갇혀도 나올 수 있다고 했었음

개소리임.. 안됨..

씨알도 안먹힘

드라이버로 체감 한 시간을 팜.

문고리 주변은 이미 작살나 있었음..

그래도 안열림..

문고리를 다 조립하지 않은 상태라

문구멍으로 바깥이 보임..

더 눈물났음..

핸드폰만 있었어도 살 수 있었는데..

그때

내 머릿속에 재드래곤의 미소가 스쳐지나감..

목놓아 외쳤음

“하이 빅스비!!!!!!!”

띠롱

그 소리가 얼마나 반갑던지..

열심히 외쳤음

“119에 전화걸어!! 119!!!!”

“죄송해요. 잘 듣지 못했어요.”

그러더니 내 말을 씹고

유튜브 영상을 계속 재생함

빅스비는 미디어 재생 도중엔 작동 안함..

내 기억으론 배터리가 18퍼센트..? 가 남았었는데..

쟤가 유튜브를 지금 얼마나 재생한거지?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없었지만

배터리 조루인 갤럭시를 생각해보면

10퍼센트 미만일건 확실했음..

나는 안절부절 못하며 영상이 끝나기만을 기다림..

저거 지금 재생목록 돌리는 중이라

저 영상이 끝나도 또 새로운 영상이 재생될거임

영상과 영상 사이의 단 5초..

그 5초의 침묵 안에 빅스비를 불러야했음..

하필 15분짜리 영상..

난 이름도 모르는 아저씨의 문고리 설치 가이드를 들으며

두번다신 문고리 설치 안한다는 생각을 품고

문구멍에 눈을 갖다댔음

마침내 아저씨가

“좋아요와 구독 부탁드립니다” 를 외침..

진짜 단전의 힘까지 끌어내서

“하이 빅스비이이이!!!!!”

문구멍에 입을 대고 외쳤음

띠롱

이번에는 정말 제발.. 실패하면 끝임..

난 화장실에서 십일만에 발견된 변사체..

젊은 청년들의 현주소 이런 제목으로

사회에 데뷔하고 싶지 않았고..

이번에는 전화해줘 이런 말도 안했음

얘 말 길어지면 못 알아들음..

“일일구!!!!”

“119에 연락할까요?”

“어!!! 어!!!!”

“네, 알겠어요. 119로 연락할게요.”

드디어 신호가 가기 시작했음

일단 좌표가 찍혔으니

내게 연락이 없으면 누가 죽기 전에 찾아오긴 하겠구나

등등의 생각을 했음

근데

핸드폰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음..

빅스비야 스피커로 쩌렁쩌렁 말했지만

119 대원의 목소리가 전혀 안들림

대충 “무슨 일이십니까” 이런 말이었던듯

두번째 위기였음..

그 와중에 12년 공교육이 빛을 발함

119 신고 순서

1.상황을 말한다..

2.위치를 말한다….

3.지시에 따른다…..

“화장실에 갇혔어요!!!!!!”

“#^~&#&”

“화! 장! 실! 갇! 혔! 어! 요!”

“#^#&&이신가요?”

“주소는!!! 뉴욕시 중구 센트럴파크!!”

“#~%~^”

“제가!!! 안들려요!!!! 주소는!!! 뉴욕시!!!”

“#&#&^”

“갇혔어!!!”

대원분이 뭐라고 말을 하는 것 같은데

전혀 알아듣질 못하겠음..

제발 한 마디라도 제대로 들리길 바라며

같은 말만 반복함..

“갇혔어요” “여기 주소는” “안들려요”

그렇게 한 십분쯤 외쳤나

슬슬 지칠 무렵.. 전화가 끊김

아찔했음

이거 설마 장난전화라고 생각해서 끊긴 건 아닐까

빅스비 요망한 것은 또 사라져버리고

이번엔 다른 아저씨의 문고리 설치 영상이 틀어짐..

아 치우라고 문고리 이제 설치 안한다고..

그때 밖에서

누가 문을 똑똑 두드림

“신고 받고 왔습니다!!!”

오 세상에

신이시여 119시여 국가시여 삼성이시여

진짜 눈물났음..

“비밀번호는!!! 0207!!!!!!”

이번에는 도어락 비밀번호만 죽어라 외침

한참 후에 삑삑삑삑 하고 문이 열렸음..

나는 문구멍으로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음..

119 대원분들이 우루루 들어오다가

문구멍 너머의 눈 한짝을 마주치고

좀 놀라는게 보였음

“꺼내주세요!!!”

“..네 물러나 계세요”

와… 무슨 대형 장도리같은 걸로

뻑 내려치니까 문고리 부품이 바로 부서짐

마침내 탈출이었음..

정신 혼미한 상태로 비척대면서 문부터 열었는데

신선한 자취방 홀애비 냄새와

네 명의 119 대원이 나를 반겨주었음..

“..아 저걸로 전화주신 거세요?”

“네..”

두어명이서 핸드폰을 보면서 쑥덕대고 있음..

감금 사고라서 그런지

체격 좋은 분들만 오셨음..

정말 민망하고 감사해서 고개 숙이고

내가 제정신임을 어필함..

그렇게 119는 한 국민의 목숨을 살리고 떠났고

침대에 쓰러져서는 갤럭시를 확인해봄..

화면을 딱 켜자마자 1퍼센트 남아있던 배터리가

“다행이에요 주인님..” 하며 눈을 감았음..

감동실화..

두시간 반 정도 갇혀있었음..

전화를 돌려 난생 처음 119 부른 썰과

은혜갚은 빅스비 썰을 풀어봄..

그리고 공양하는 마음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샀음..

이 글은 당시 목숨을 구한 갤럭시 s10+로 작성하고 있으며

화면이 개박살 났지만 교체안했음..

아직도 빅스비 귀는 어둡지만

공을 인정해 살려두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