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나고 오랜시간동안 수리 한번 못받아본듯한
작고 허름한 몰골의 시계
어느날 아버지께서 할아버지 시계라며
저희 형에게 주셨습니다.
저희 아버지나 형이나 저나 시계에 별관심이 없었기에
오메가라는 브랜드를 보고도 별 생각도 없었습니다.
그저 낡은 짝퉁시계이겠거니 했거든요.
저나 형이나 그리고 아버지까지도요.
아버지 집안이 그렇게 유복하신 편도 아니셨고
할아버지께서도 가난한 시골의 농부셨기 때문에
저런 시계가 있을리가 없다.
어느누가 물어보지 않더라도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물론 할아버지의 시계라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는터라
아버지도 그것을 받은 저희 형또한
아버지께 받은후 버지리 못하고 소장하며
이미 오래전 고장나버린 시계이지만
아버지랑 형이
줄이 끊어져버릴 때까지 차고 다니기도 했구요
다만 당연히 가짜시계라 생각을 했기에
시계를 수리한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몇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저는 가족들을 떠나 홀로 서울에 올라왔습니다.
패션에 관해서도 저 나름데로 고집이 생기고
워크웨어나 빈티지에 푹 빠져 지내기를 3년쯤 지났을무렵
우연히 이동휘님의 인스타 사진에서
저희 할아버지 시계랑 비슷한 시계를 차고
찍은 사진을 보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궁금 해지더라구요.
분명 디자인이 똑같은데?
그럴리가 없다 생각을 했습니다.
아버지께서도 장난감 시계 취급을 하셨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했습니다.
그래도 계속 생기는 호기심이 생기는건 어쩔 수 없더라구요.
추석을 맞아 내려간 고향집에서
줄마저 떨어져 서랍에 쳐 박혀있던
이 시계를 꺼내 아버지께 말씀을 드렸습니다.
내가 보기에는 이시계가 진품인 것 같은데
혹시 할아버지께서 이 시계에 관해서 말씀하신게 없는지
시계를 구한 경위를 말씀하신 적은 없는지 여쭈어 보았습니다.
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길
20년도 더 전에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실적 서랍을 열어보니
시계 2개가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하나는 목에 거는 시계였고
하나는 이 손목시계였는데
큰아버지와 아버지는 하나씩 나눠서 보관을 하셨다고 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평생을 노동자로 사신 분이시고
명품이나 사치를 모르시는 분이셨기 때문에
시계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으셨던 것 같습니다.
사전에 검색을 해본 결과
이 시계가 70년대 80년대 예물로
많이 사용되었다는 정보를 보고
결혼하실 당시에도
집이나 차나 아버지께 선물로 주셨던,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으셨던
외할아버지께 받으셨신게 아닐까 싶어
어머니께도 여쭈어 보았습니다.
어머니께서는 그런적은 없고
너희 할아버지가 무슨 돈이 있으셔서
이게 진품이겠냐며
보나마나 동네 시장에서 시계 장수한테
구입한게 분명하다고 하시더라구요;;;
아버지께서는 또 그얘기를 듣고
맞장구를 치시는 모습에 얼마나 웃기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이야기를 듣다보니
할아버지 시계의 가치를
다시 찾아드려야겠다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진품이던 아니던 고물 장난감이라도
버릴 수 없는 소중한 물건임에는
저희 가족에게 변하지 않지만
수십년전 할아버지께서
이 시계를 어떤 경로로 구입 하셨는지 알수는 없지만
이 시계를 차셨을때 느끼셨을 설렘을
아버지께 알려드리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점검과 수리를 받으려고 맘먹고
들고 올라왔습니다.
서울로 올라 오자마자
종로를 찾아가려 했지만 아쉽게도 일요일이라
예지동 골목은 전부 문이 닫혀있더라구요 ㅠ
주중에 다시 나오기도 힘든 상황이라
어떻게든 오늘 맡겨야겠다는 생각에
이리저리 수소문해서 시계방에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시계를 이리저리 보시더니
무브먼트나 전부다 진품이라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어떻게 할거냐란 사장님의 물음에
전반적인 점검과 이상이 있을 경우
수리를 해달라고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시계에 관해 아는게 전혀 없었기에
오버홀이랑 폴리싱만 맡기면 된다고
주워들어서 그렇게 말씀 드렸어요..
유리는 어떡할거냐 하시길래
할아버지 시계라 원래 부품 그대로 사용하는 걸로 하고
교체는 안하기로 했습니다.
계산을 하고 부모님께 전화로 들은 내용을 말씀을 드렸더니
어머니께서는 20만원이 넘는 돈을 주고
그걸 왜 고치냐고 뭐라하시더라구요 ㅋㅋㅋ
아버지께서는 그제서야 시계에 관해
아버지도 흥미가 생기신건지
언제 수리가 끝나냐
뭐라 그러시더냐
그게 왜 진품이냐?
평소에 전화도 잘 안하시던 아버지께서
하루가 멀다하고 전화와서
제 핑계 대시며 결국에 시계 이야기만 계속 하시더라구요..
며칠 뒤 사장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오버홀 도중에 보니까
기어 하나가 이가 다 갈려
드르륵 드르륵 한다 완전히 나가버렸다.
역시나 그 오랜 세월 기름칠 하나 안한 고물시계
태엽을 감아도 2시간도 안가 멈춰버리는 시계를
오버홀만 해달라했으니 ㅋㅋㅋ
근데 사장님께서 추가 수리비 안 받으시고
이거 교체 해주시겠다구요.
얼마나 감사하든지
그렇게 시간이 지나
오늘 드디어 찾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누랬던 판은 제 색을 찾아 빛나고
깔끔해진 모습에 너무 기분이 좋더라구요.
유리도 교체하지 않고
큰기스는 어쩔 수 없지만
말끔하게 잘 지워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사진을 찍어 아버지께 전달드리니
역시 5분도 지나지않아 바로 전화가 왔습니다.
그 시계 이름이 뭐라고 계속 묻는 귀여운 아버지께
오메가 시계라고 귀한 시계입니다.
할아버지께서 멋쟁이셨던 것 같습니다.
라고 말씀드렸어요.
오메가는 모르셔도 롤렉스는 안다는 아버지의 답에
롤렉스의 대단함을 다시금 상기하긴 했지만..
어머니께서는 시장에 시계 장수가
실수로 진품 판게 분명하다고
계속 말씀하시더라구요 ㅋㅋㅋㅋㅋㅋ
어떻게 가지게 되셨을까
또 한번의 제 물음에
아버지께서는 할아버지 한테 가서 여쭈어보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직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
찾아뵈도 손주 얼굴도 모르실거라
아버지가 먼저 찾아 봬서 여쭈어보시라는 제 답에
껄껄 웃기만 하시더라구요 ㅋㅋㅋ
이제는 할머니께서도 3년전 돌아가시면서
시계와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영영 알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이 참 슬프지만
할아버지의 시계가 다시 이렇게 다시 힘차게 돌아가는 걸 보니
정말 고맙다고 말씀에 뭉클한 오늘입니다.
1줄 요약
형이 다시 뺏어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