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생각 전혀 없는데 얼떨결에 ‘상견례’ 하고 결혼에 골인한 썰;

나는 원래 비혼주의자였음

왜냐?

돈이 없었으니까

지금은 연끊은 아버지란 사람은

내가 중학교때부터 일을 안 함

다단계만 존나 찾아다니면서

소위 말하는 ‘한 탕’을 노리는,

쉽게 살려고 하는 한량이었거든

아무튼 난 돈이 없어서 대학교도 못 갔음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알바시작해서

어머니, 동생 뒷바라지 했음

그러다 군대를 다녀와보니

어머니가 참참못을 시전하시며 이혼을 선언

나는 자연스럽게 고시원으로 독립했다

동생은 어머니가 데리고 갔고

그뒤로 아버지랑 연 끊음 ㅇㅇ

한창 이것저것 하면서 돈 벌고 있는데

연 끊은 아버지가 내 명의로 만들어놓은 빚폭탄이 떨어짐

바로 신불행 ㅋ

아무튼 이후로도

난 어머니, 동생 지원하면서 돈만 벌었고

30대가 넘어가고도 그런 생활이 이어지니

여자고 나발이고

그냥 집에 있는게 제일 좋더라

아무튼 돈도 없고, 직업은 프리랜서라서

내가 하는 만큼 벌긴 했는데

내가 그렇게 부지런한 인간도 아니고,

오히려 노는 걸 좋아하는 배짱이과임

한 달 내내 빡세게 하면

최소 500 이상 찍을 수 있었을텐데

난 1주 빡세게 일하고 3주 놀면서

200~300 받는거에 만족하며 살고 있었음

솔직히 돈 많이 있어본 적도 없고,

크게 뭔가 사고 싶다는 욕심도 없어가지고..

월세지만 잘 곳 있고, 먹고 싶은거 생기면

먹을 수 있다는 걸로

나는 충분했거든

암튼 그러다 아는 형이 술 먹자고 불러서

잠깐 나갔다가, 와이프를 만나게 됨

여럿이서 술을 ㅈㄴ 먹었는데

자꾸 와이프 다리가 눈에 들어오는 거임

(술이 ㅈㄴ 위험한거야 ㅆㅂ)

여름이라 핫팬츠를 입고 왔었는데

허여멀건한 여자가 자꾸 웃어주니

마음이 싱숭생숭했음

아무튼 그래서 그날부터 열심히 꼬셔서

한 보름만에 사귀기로 함

와이프도 결혼은 생각 없다고 해서

오히려 더 좋았음

그런데 사귀고 보니까

와이프랑 나랑 궁합이 너무 잘 맞는 거임

와이프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린 그때 욕망의 노예였어” 라고 함

그때 우리 데이트 코스가

밥 -> 술 -> 술 -> 술 -> 모텔 항상 이랬다

중간에 가끔 영화관 같은 쓸데없는게 끼긴 했지만,

아무튼 저랬음

근데 저렇게 한 달이 지나고 보니까,

모텔비만 200 넘게 나오는 거임

일주일에 최소 4~5번 숙박했더니

저렇게 되더라

나름 시설은 구려도 싼데 찾아다녔는데도 저 모양

그때 우리 어머니가 말씀하시기를

“꽃뱀 붙은 줄 알았다” 고..

집에서 나가지도 않던게

허구헌날 외박하고 있었으니 ㅋㅋ

그래서 나랑 와이프는

사귀고 3달만에 600 이상 사라진 모텔비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를 해봄

“우리 모텔 너무 많이 가는거 같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차라리 모텔 갈 돈으로

원룸 같은걸 구해서 동거를 하자.”

“그래, 그게 낫겠다.”

이렇게 결론을 내고

각자 집에 가서 동거에 대해 얘기를 함

우리 어머니는

“미친놈.. 니 알아서 해라”

이런 반응이셨고

장인어른과 장모님은

“동거? 그래, 네가 하고 싶으면 해라.

그래도 우리가 얼굴은 한 번 봐야 되지 않냐?”

나나, 와이프나 아무래도 나이가 있다보니

동거하기 전에 서로 얼굴은 한 번

보여드리는게 맞는거 같다는 얘기에 동의함

어머니한테 얘기를 했더니

“그럼 나도 한 번 보자” 하셔서

결국 상견례는 아닌데,

동거를 허락받기 위해

양가 부모님을 모시는 자리가 성사됨

근데 이때부터 일이 이상하게 흘러감

처남이

“누나 남친 보러 간다고?

근데 나는 왜 안 데려가냐? 나도 간다”

어머니

“거기 동생까지 온다고? 우리는 너하고 나밖에 없는데,

안 되겠다. 숫자가 너무 딸린다. 동생 불러”

결국 그렇게 동거를 허락받기 위해서

양가 온 가족이 만나는 자리가 되어버림

아무튼 그렇게 날을 잡고,

한적한 식당 겸 카페에서 만남.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음

대강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는 와중에

우리 장모님이 이렇게 말씀하심

“호호호, 그럼 날은 언제로 잡는게 좋을까요?”

우리 어머니랑 동생은

“????????” 하는 표정으로 날 쳐다봄

당연히 나도 “???” 이랬지

근데 우리 어머니는 나름 순발력이 있으셔서

“아, 날은 원래 여자쪽에서 잡는 걸로 알고 있어요~”

라고 해버리심

그러자 장모님 웃으시며 “ㅇㅋ”하심

그날이 일요일이었는데,

차 타고 돌아가는 길에 어머니랑 동생이 물어봄

“이거 상견례였냐?”

“오빠 결혼해????”

“아니, 그게 아닌데..

동거 허락 받는다고 보자고 한건데..?”

그날 와이프랑 카톡으로

“뭐냐? 날은 왜 잡자고 하시냐?”하면서 얼탐

다음날 월요일에 점심 좀 지나서

엄마한테 전화옴

“저쪽 어머님이 날 잡아서 보냈는데,

이거 어떻게 하니?”

“?????????”

그렇게 사귀고 3달인가 4달만에 날 잡고

결국 결혼함 ㅋㅋㅋ

그래서 난 지금도 와이프한테

“난 장모님한테 낚여서 결혼했다..”고 당당히 말함

그럴 때마다 와이프가 나 흘겨보는데

맞는 말이라 자기도 뭐라고 못함

그렇게 얼결에 결혼해서

기저귀값 분유값 열심히 벌고 있다

암튼 결혼 생각 없는 애들은

상대방이 부모님 만나자고 하면 긴장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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