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당일 저녁에 아버지가 죽었다는 전화를 받은 글쓴이 썰

아직도 실감이 좀 안나

어제까지 장례 끝내고 이제 집에와서 글쓴다..

존나 막막하고, 원망스럽고 그렇다.

우리집은 할머니가 같이 살았어.

정확히는 할머니가 갈곳이 없어서 우리가 모셨어.

12년정도 모셔오면서 가족들이 많이 참아왔어.

작은아빠를 더 차별해서 좋아하고,

우리아빠는 주워온 자식 취급하고

나쁜년이였어. 우리 할머니는….

자기가 가진 돈 전부를 작은아버지한테 줬더라고..

여기까지 읽으면 돈에 미친놈 같아보이는데

내가 돈 때문에 화가 났던게 아니야..

얼마전에 할머니가 병원가다가 교통사고가 났어.

골반 위까지 차가 깔고 올라왔고,

오른쪽 다리, 왼팔이 아작났어.

대학벽원에서 수술받고,

상대편에서 보험처리를 해버려서 난 잘된 줄 알았거든..

근데, 간병비 문제로 아빠가 고생을 많이 하셨던 모양이야..

나중에 유서에 적혀있더라고.. 미안하다고..

하..어제부터 속이 존나 답답했어..

작은아빠는 건축일을 하셔서 돈을 쓸어담으셔..

앙드레김 선생님 죽기전에

작업실이랑 의뢰도 받으셔서 몇개 지으셨고

지금도 잘나가

할머니가 우리집 오기 전에 작은아빠한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엄마가 물었어.

“잘 버시고 그러니 어머님 모셔가세요”라고

당시에 우리가 외할아버지 16년 병간호하고,

엄마 당뇨 얻어서 패닉이었거든..

우리 살기도 바빴어. 존나 막막했어 그냥.

근데 작은아빠는 아무 말도 안하고 있더라

벙어리 같은 새기.. 그 상황에선 입 쳐닫고 있더라.

정작 아빠가 할머니 사고나서

간병비 문제로 고생할 때 도움 하나도 안주더라.

지 혼자 땅 알아보면서 살기 바빴지..

난 할머니가 못해도 12년을 같이 살아왔으면,

아빠가 돈 못벌고 힘든거 알아주길 바랬어

엄마도 할머니한테 작은아빠한테 도움 청하라고,

아빠 쥐어짤래도 나올데 없다고.

알면서 그러냐고.

아빠 자살하던 날 엄마 울면서 출근했다더라.

부모님은 싸울 일이 없었어 평소에도.

근데 꼭 아빠쪽 부모일만 관련되면 싸웠어.

결혼전에 아빠가 모아놓은 돈으로

쫓겨날뻔한 조부모 아빠가 집 사드리고

결혼해서는 큰아빠가 엄마 폐물 몰래 팔아다가 핸드폰 사고.

지금은 일찍 죽어서 없어. 큰아빠도.

엄마보고 그렇게 못배운년 따져가면서

구박이란 구박 다 하더니

말년에 자식들한테 기대지도 못해서

우리집 얹혀사는 주제에

자기가 모은 돈은 작은아빠한테 맡기고, 몸만 온거야.

정작 할머니 사고났을 때 그 돈은 쓰지도 않았고,

아빠한테만 피빨았지..

보험처리 되니까 어차피 돈 지불해도

다시 돌려받은 거니까 쓰라고..

그렇게 말했어.

근데 돌아온 대답이 “작은 아빠랑 상의해봐라”

..

아빠가 얼마나 피빨리고.. 벼랑 끝까지 몰렸는지..

유서 읽는 내내 할머니 가만안두고 싶었다.

아빠도 이제 없으니

할머니는 요양병원 보내버릴 참이지만

나이도 올해 90넘기셨고

살만큼 살았으면 적당히 하고 좀 갔으면 좋겠다.. 진짜..

노인네가 몸에 좋은거, 하고 싶은거 다 하고 살아서

우리 엄마보다 건강하더라.

머리 존나 답답하고 안 돌아간다 지금.

잠이 필요한거 같다..

정작 소개팅 당일날

저녁에 상대방 만나기로 했는데,

느닷없이 아빠 자살하셨다고 해서 파토났다.

존나 예의없다고 연락은 끊겼고,

아빠 자살했다는 말은 못하겠고..

나중에서야 부모님 돌아가셨다고 말만 전했어..

시바..인생 진짜 왜사나 싶더라..

우리 아빠는 진짜 과묵하신 분이셨어

아파서 몸살기운 있어도 일 나갔고,

비와도 눈와도 항상 일하러 나가셨어.

뭄이 부서져라 살았는데

근데 그런 사람이 그렇게 극단적으로 생각했다 라는게

얼마나 괴로웠으면 그랬나 싶더라 진짜..

욕 존나 해서 미안하다.

정말 느닷없이 아빠 없어지니까

병원가서 화풀이도 못하고

일하는 곳에도 아빠 자살했다고 말도 못하고

어디 말할 곳이 하나도 없더라

부모님 하나 보고서 열심히 일하면서 살았는데,

한순간에 멍해지는 이 느낌이 참 싫다.

너무 공허하고, 아쉽고.. 어떻게 하지 못하는게 참 싫더라

뒤에 어떻게 됐냐 물어보는 사람이 많아서 쓰는 후기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유언에

할머니를 너무 미워하지 말아달라고 쓰셨어.

난 솔직히 아빠 없으니까 이제..

내 멋대로 하려고 했는데,

엄마가 그냥 짐 정리해서 보내는 걸로 마무리 짓자고 하셨어.

고모네가 조만간 와서 할머니 짐 챙겨놓은거 가져갈꺼고,

우리는 관여 안할거야 이제.

병원비랑도 어차피 보험이랑

할머니 돈으로 다 해결될거라.

알아서들 하겠지..

깔끔하게는 아녀도 도려낸 느낌이야..

홀가분하다..

엄마는 자살하셨던 현장을 직접 보셨어서

정신과 상담 받아보자고 했고,

나도 조만간 받을거야.

내가 갔을 땐 매달려있던 시체를 내려놓은 후라..

그렇게까진 충격은 없었어..

그래도 아빠라..

좀 마음은 진정이 쉽게 안되는 거 같아.

아니면 내가 아직 실감이 안나는 걸수도 있겠다.

그리고..

연락처 지웠다는 여자분이 아까 저녁에 연락왔어

이제 괜찮냐고.. 물어보시더라고..

너무 뜬금없었어.

회사 며칠 쉬고 싶었거든

의욕도 없었고..

부장님도 며칠있다가 나오라고 하셔서

계속 가라앉아있었는데

느닷없이 연락이 닿았어..

여성분이 그러시더라

사실 처음에 한시간정도 기다리다가

같이 가려던 카페에서 혼자

포장도 안되는 케이크 먹으면서 처참했다고..

연락처 다 지우고 연락 안오길 바랬다고..

근데 내가 장례 치르고 상황설명 하면서 많이 울었거든..

미안하다고.

아빠가 자살하셨다고 말하기도 겁났고

내가 약속깬게 다 내가 망친거 같아서

무서워서 용기가 없었다고..

그 후로 걱정이 많이 됐다고 하셨어..

미안해하지 말래.

본인도 그런 상황이면 그랬을거래.

내가 다 망쳤다고 자책하면서 루저인생이라고..

혼자 그렇게 가라앉았는데..

다시 한번 일으켜주시네..

창피한 모습 보인 거 같아서 엄청 부끄럽더라..

출근 때문에 열두시 전에 잠드는 분인데,

새벽까지 연락 주고받다가

지금은 졸도 하신거 같아..

신촌에서 불닭 사달라더라..

아직 만나지도 않았는데, 별일이 다 생겨서..

솔직히 나 스스로를 창피하고 염치없어보인다 생각했거든

괜히 만나면 혼자 주눅들 거 같고 말야..

뭐가 됐든 약속을 깼고,

여자분은 바람 맞았잖아..

그 생각에 사로 잡혀있었던 거 같아.

그런 내 단점을 덤덤히 받아주는거 보면서.. 잡고싶더라

아직 무슨 감정인지 모르겠다던 분이

처음으로 표현도 해줬어.

뭐, 만나보고 서로 한쪽이 아니다 생각하면

다른사람보다 마음이 참 아플 거 같은데

고맙더라. 이해해주려는 모습이..

생각하는 마음씨가..

괜찮냐고 물어보더니 다시 약속잡자고 물어봐주셨거든

나는 염치없어서

솔직히 입 밖으로 못꺼낼 말이라 생각했는데

용기있으셨어.. 감사했어. 그런부분이

그래서 아마 금요일 쯤 볼거 같아.

수요일에 보자는데..

마음 추스리지도 못했어서

최대한 추스릴테니까 금요일에 보자고 했어.

“누가 채가고 나면 그때서야 후회하겠지~”

이러고 반 협박도 하시길래..

최대한 나도 용기내보기로 했어.

그리고 며칠 쉬기보단 나도 오늘 출근하려고

일은 일대로 해야지….

예전에 무릎팍도사에서

조수미씨도 외국에서 공연할때 어머님 돌아가셨는데

끝까지 공연 마쳤다는게 생각나더라고 뜬금없이..

나도 일하는 입장이고,

기업에서 아무리 편의봐줘도

애처럼 내 감정에만 매몰돼있긴 싫어서

출근한다. 오늘!

밝은척까진 안하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이겨내려고

많이들 이야기 들어줘서 고맙고

역시.. 친구없는 아싸한테는 인터넷만한 곳이 없더라.

말할 곳 없다고 힘들어하는 내 이야기 들어줘서 고맙고

너무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

너희들 덕분에 우울한 감정에서

일찍 일어선거같아서 고마워

나도 자러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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