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시방 알바하다가 특이한 손님들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썰

1.

피시방에서 1년 동안 와드 박고 일해 본 경험으론

정말 수많은 부류의 인간들과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다는 것이다.

간질 약 안 먹고 게임하다가

발작 일으켜서 구급차에 실려간 아지매랑

화장실에서 떡방아 찍는 방앗간 커플부터,

28살과 17살의 원조교제까지..

물론, 여자가 28살이었다.

그리고 엄청난 컬쳐 쇼크를 안겨준 사건이 하나 있는데,

내가 야간 매니저를 인수인계받기 전에

잠깐 오후 알바를 했었음.

오후 4시부터 저녁 11시까지 7시간 타임이었다.

암시장 같은 동네 피시방도

오후 타임 때는 손님이 북적거리더라.

그때가 주말이라서 학생들이 꽤 많이 있었던 것 같다.

흡연석은 대부분 단골손님들로 메워져 있었음.

나는 카운터 cctv 컴퓨터로 영화 보고 있었는데,

cctv 화면 틈새로

누군가 계단 아래로 내려오는 게 보였음.

존나 큼지막한 철가방을 등에 메고

피시방 안으로 들어오는데,

철가방 아저씨 생김새가

흡사 바이킹 족 말년 족장처럼 생겼었다.

늦가을, 쌀쌀한 날씨 였음에도 불구하고

반바지와 반팔티를 입은 채

철가방을 고려장이라도 하려는 듯

등에 짊어지고 카운터로 오는데,

생긴 것만 바이킹 족이 아니라

말투도 존나 세기를 역주행한 말투였음.

“거기, 내가 좀 즐기고 싶은데,

한 시간에 얼마인가?”

목소리도 석회암 동굴에서 귓속말 하는 것처럼

간드러진 저음 목소리로 고막을 테러하는데,

더 듣기 싫어서

비회원 카드 하나 주고 흡연석으로 보냈음.

나는 손님들 음식주문 몇 개 들어와서

만들어서 갖다 주고

다시 카운터로 와서 영화 이어보려고 했는데,

카운터 pc에 존나 다급한 듯한 구원의 메시지

수십통이 수신함에 있더라.

“저기요.

저기요.

저기요..

사장님..

사장님..?

사장님…”

메시지 좀 봐주세요

제발요

단답형으로 존나 실시간 톡 보내길래

뭐 필요한 거 있으시냐고 답장을 보냈다.

“그게 아니고

제 옆에 있는 아저씨가

이상한 거 보고 있는데

이것 좀 어떻게 해주세요

소리가 너무 커요”

카운터 pc 프로그램으로 확인해 보니까

비회원 카드 번호가 철가방 아재였음.

궁금증에 철가방 아재 화면을 훔쳐봤는데,

(피시방 프로그램으로 손님 화면을 보거나

원격 조종할 수 있음.)

존나 드넓은 초원에서

야생마랑 가젤이 짝짓기를 하는 듯한

서양 노모 야동을 철가방 아재가

대놓고 직관하고 있었음.

와 ㅆ발 이게 말로만 듣던

피시방 전세 충이구나 생각했지.

그래서 바로 철가방 아재 자리로 가서

조곤하게 말했다.

“손님, 여기서 이런거 보시면 안 돼요.”

철가방 아재는 아랑곳하지도 않고,

오히려 스피커 볼륨을 더 키우더라.

내로남불 메타로 존나 존버하려고 하길래,

이번에는 조금 더 큰 소리로 말했다.

“손님! 이런 건 집에 가서 보셔야죠!”

철가방 아재의 관심은 오로지 서양물에 쏠려 있었다.

내가 하는 말은 삼중 필터링으로 다 걸러내는 것 같았음.

아마 에어팟보다 이 아재가 노이즈 캔슬링을 먼저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 부분에서 나도 약간 빡쳐서 카운터로 가자마자

철가방 아재 컴퓨터 원격으로 조종해서

컴퓨터 강제종료 시켰음.

흡연석에서 4옥타브 샤우팅 소리가

60석 피시방 전체에 울려퍼지더니

철가방 아재가 철가방 질질 끌면서

카운터로 뚜벅뚜벅 오더라.

“거기, 너가 컴퓨터를 껐나?”

“여기는 손님 혼자 사용하시는 공간이 아니잖아요.

음란물 같은 건 집에 가셔서 혼자 보셔야죠.”

철가방 아재 얼굴이 김치 호빵처럼

존나 달아오르더니

내 얼굴에 분비물을 튀기면서

쌍욕을 내뱉기 시작하더라.

“마!! 어린 새끼가!! 싸가지 없이!!! 내가 누군 줄 아나?!!”

순간 당황해서

“누구신데요???”

하니까

“내가 즈기 앞에!! 중국집 배달하는 사람이야!!

씨이벌 앞으로 여 매장 주문은 안 받아!!!

씨이발!!!!!!!”

그리곤 애꿏은 철가방 후리면서 나갔음.

나는 곧바로 사장님한테 전화해서

구구절절 설명했고,

사장님은 철가방 아재를

블랙리스트에 추가하라고 하셨음.

그 이후로 더 이상 철가방 아재의 모습은 볼 수 없었고,

간혹, 손님 중에 철가방 아재 중국집에서

짜장면 하나 시켜달라고 할 때면

“저번에 거기서 시켜 먹었는데,

바퀴벌레 나왔어요.”

평점을 존나 깎아 내리면서

다른 곳으로 유도해서 시켜줬다.

제발 피시방에서 헛짓거리 하면서

흑역사 스택 쌓지 말자.

2.

발길 드문 자리에 있던 오래된 동네 피시방이라서

고객 대부분이 단골손님이었음.

23시부터 익일 9시까지 10시간 근무였는데,

새벽 2,3시쯤 되면 많아야

두세 명 남짓 남아서 게임함.

나는 퇴근 전까지 드라마, 영화 보거나

폰 게임하면서 시간을 녹였지.

월급 루팡인 게 양심적으로 가책이 느껴지긴 했었는데,

사장님도 거의 반 쯤 피시방을 포기한 상태라서

회생이 불가능했음.

일요일 근무 때였나?

카운터에 앉아서 육룡이 나르샤 보고 있었는데,

cctv 모니터로 웬 남녀 커플이

계단 언저리에서 딥 키스를 하고 있더라.

드라마 바로 일시정지하고

즉각 직관 모드로 관람했다.

키스신 언제 끝나나 한참 오다리 뜯으면서 보고 있었는데,

혓바닥에 오공 본드라도 처발랐는지

물고, 뗄 생각을 안함.

그렇게 5분쯤 물고 빨다가

커플이 피시방으로 들어왔는데,

여자는 먼저 자리에 착석해서 앉아있었고

남자는 1200원짜리 비회원 카드 하나 들고 가서 컴퓨터만 켜 놓곤

특실 모텔 온 것처럼 여자랑 스킨십 존나 했음.

원래 피시방에서 그런짓하면 쫓아 내야 하는 게 맞는데

그땐 야간이고 손님도 없어서 그냥 방생했었음.

절대 더 구경하려고 그런 거 아님.

아무튼 아님.

그렇게 30분 조금 지났나?

여자랑 남자가 시시덕 거리면서 화장실로 내려가더라.

화장실이 남녀 공용이라서 별생각 안 했음.

근데 갑자기 급똥이 너무 마려워서

화장실로 내려가려고 했었는데,

생각해 보니까, 아직 그 커플이 안 올라왔더라.

그래서 10분 조금 더 기다렸는데..

올라올 기미가 없었음.

일단 빨리 똥을 싸긴 해야 하니까

화장실로 내려갔는데,

그 커플은 온데간데없고

두 개의 화장실 문 중에 한곳이 굳게 닫혀 있었음.

‘어, ㅅ발 둘이 같이 똥이라도 싸나’

생각하면서

옆 칸으로 들어가서 바지 내리고

푸푸푸푸풐 쏟아 냈는데

갑자기 옆 칸에서 나지막하게

익숙한 소리가 들리더라.

신음소리 들으면서 똥 싸는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방앗간 커플도 나를 인지했는지

최대한 정숙하게 들썩이더라.

멈출 생각은 1도 없었나 봐.

나는 최대한 빠르게 바나나 끊고

카운터로 돌아왔다.

심장이 콩닥콩닥 4/4 박자 스텝 타는데,

커플년들 빨리 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음.

내가 화장실에서 올라오고 몇 분 지나서

방앗간 커플이 올라왔는데,

남자 표정이 무슨 산속 생활 5년 정도 한

자연인 와꾸였음.

여자는 얼굴 벌겋게 달아올라서

남자 부축받으면서 밖으로 끌려감.

불과 한 시간 만에 벌어진 문화충격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리고 사장님이랑 교대할 때

존나 심각하게 얘기 했는데,

사장님은 IMF도 굳건하게 헤쳐온

비브라늄 멘탈 소유자 답게

“1200원짜리 모텔 개업하면 대박 날 것 같지 않냐?”

시종일관 사업 아이템을 창출하시면서 교대해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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