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소에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한다.
내가 대중교통을 애용하는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내가 길을 찾아갈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네비게이션을 켜도 길을 헤맬 정도로 엄청난 길치이기 때문에
차가 있는데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다.
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몇가지 문제가 있었다.
낯선 곳을 지나갈 때면
버스나 지하철을 반대로 타는 경우가 수두룩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잠이었다.
장소를 불문하고 머리만 기대면 바로 잠들 정도로
잠이 많은 편이라
목적지를 지나치는 일이 허다했다.
목적지만 지나친거면 다시 돌아오면 되지만
문제는 잠들면 말을 듣지않는 몸뚱아리였다.
버스 창가에 기대 졸다
목적지에 도착하고 급하게 내리다
창틀에 낀 머리카락이 빠져 외마디 비명을 지르는 일이 다반사였다.
피곤한 날이면 서서 졸기도 했다.
지하철에 자리가 없어
손잡이를 잡고 서서 가다 나는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서서히 몸에 힘이 풀리기 시작했고
갑자기 흔들린 지하철 때문에
나는 무릎이 꺾여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앞자리에 앉아있던 아주머니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졸지에 내 석고대죄를 받은 아주머니는
힘들면 양보해 달라고 말을하지..
이렇게 할 필요까지야..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으로
급하게 다음역에서 내려버리셨다.
아직 내릴 역도 아닌 거 같았는데..
버스에서 서서 졸다 옆좌석 아저씨 무릎에
걸터앉은 적도 있었다.
거대한 덩어리의 갑작스러운 애교에 놀랄법도 했지만
그 아저씨는 침학하게
“허허. 학생 많이 피곤한가봐..” 라며
나의 부끄러움을 덜어주었다.
하지만 내리실 때 걷는 걸 보니
내가 걸터 앉을 때의 하중 때문에
고관절이 손상을 입으신건지
약간 걷는게 불편해 보이셨다.
이 자리를 빌어 그때 그 아저씨 아주머니에게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
버스 맨 뒷자석에 앉아서 가다
급정거한 버스 때문에 그대로 앞으로 구른적도 있었다.
버스 중간 자리에 있는 안전바에 걸려
한바퀴 회전한 후 그대로 데굴데굴 굴러버렸다.
하지만 아파할 새도 없었다.
고통보다 먼저 찾아온 건 쪽팔림이었다.
그 찰나의 시간에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다 문이 열리는 걸 보았다.
나는 그대로 민첩하게 굴러서 뒷문으로 빠져나왔다.
입대 전 휴학을 하고
공장에서 알바를 할 때였다.
공장은 시골 한 구석에 있었고
집에서 거기까지 가는 버스는 단 한 대 뿐이었다.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
저녁까지 노동을 하고 집에 갈때면
피곤이 극에 달하곤 했다.
하지만 거기서 잠들면
분명 집을 지나쳐 갈거란 사실을 잘 알기에
나는 졸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런 내 모습을 본 한 아저씨가 안쓰러웠는지
내 목적지를 물어보고는
“내가 도착하면 깨워줄테니 그냥 푹 자!” 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고
나는 그대로 골아 떨어졌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낯선 곳에 도착해있었다.
깨워준다던 그 아저씨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깜짝 놀란 나는 잽싸게 버스에서 내렸다.
돌아갈 차비가 없다는 걸 깨달은 건
버스가 이미 출발한 후였다.
처음 와보는 낯선 곳에 도착한 나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휴대폰마저 꺼져버렸고
어린시절 동네 시장에서 엄마를 잊어버린 후
처음으로 나는 다시 미아가 되었다.
인적조차 드믄 낯선 곳에 홀로 남겨진 나는
일단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그러다 공중전화 박스를 발견한 나는
그곳으로 빠르게 뛰어갔다.
일단 집에 연락을 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어떻게 연락을 하지 한참동안 고민하다
비상연락버튼을 누르고 전화를 하면
1초나 2초정도 통화가 가능하단 사실이 떠올랐다.
일단 집에 전화를 했다.
다행히도 집에 어머니가 있어서 전화를 받으셨다.
“엄마! 나!” 툭.
다시 전화를 했다.
“길을 잃!” 툭.
“여기가 어디!” 툭.
“나도 모르겠!” 툭. 이런식으로 대여섯번 통화를 시도하고 난 후
이번에는 어머니가 대답을 해주셨다.
“미’친” 툭.
“놈이 전” 툭
“화를 끊” 툭
“지ㄹ” 툭
이 방법은 무리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는 다시 정처없이 걷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콜렉트콜로 전화하면 되는건데..
조금 더 걸어가자 슬슬 시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줄기 희망의 빛이 비치기 시작했다.
바로 경찰서가 보였다.
일단 무작정 경찰서로 들어갔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아..그게 길을 잃어서요”
“누가요? 아드님이요?”
“아니요 제가요..”
스스로 미아신고를 하러 들어온
건장한 성인 남성의 모습을 한심하게 바라보던
그 경찰관의 눈빛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결국 친절한 경찰관 아저씨의 도움으로
나는 집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었다.
아들의 장난전화에 빡이 칠대로 친 어머니는
파리채를 들고 밖에 나와있던 상태로 나와 마주쳤고
그제서야 경찰 아저씨는
뭔가 상황이 이해가 된다는 표정을 짓더니
“아.. 좀 모자란 앤가 보구나..”
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시곤 돌아가셨다.
그렇게 나는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