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내 이야기는 아니고 나랑 친한 친구 이야기임
고2가 끝난 후 봄방학과 겨울방학이 겹쳐
거의 2달 가까이 되는 기간동안 내 친구는 여친이랑 크게 사고를 쳤음
친구가 나한테 “야 나 아빠된다” 라고 연락했던게
개학 2주전 대략 2월 중순쯤이었음
흔히 학생 때 임신했다. 라고 하면
엠’생 문신하고 담배피는 양아치들이나 한다고 생각했지만
내 친구는 나랑 같은 초중고를 다니면서
매년 모범상을 받을정도로 착하고
공부는 그냥 그랬지만 그래도 어디가서 나쁜얘기 하나 안 들리고
같이 성당도 다니면서 합창부도 들어갈 정도로
사람이 흠잡을게 없는 친구였음
내 친구 여친은 나도 아는 사이였고 공부도 잘했고
성격도 좋아서 얘도 뒤에서 나쁜말 들으면서 살 애는 아니었음
나도 처음에 얘가 아빠가 된다는 얘기를 듣고 어리둥절 했음
“ㅋㅋ 지’랄하네” 로 답했었는데
친구는 말이 심각하고 평소에 그런 장난도 안칠 정도라서
내가 만나자고 해서 집앞 놀이터에서 얘기 들어보니깐
그때가 임신 5주차 였고
자기가 안 것은 관계를 맺고 난 뒤부터 생리가 안온다는 말에
혹시 몰라 검사를 했었다가 두줄이 나왔고
둘이 산부인과에 가서 임신 판정을 받은 후에
양측 부모님한테 말씀드리고
어떻게 살건지에 대해 말을 정하고
그후에 가장 친한 친구였던 나에게 말한 거였음ㅇㅇ..
좀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산부인과에서 임신 판정을 받은 후에 친구는
그날 바로 자신의 집에 여친이랑 데리고 가서
“아버지.. 제 여자친구 임신했어요” 라고 말하는 순간
평소에 봉사와 선행을 일삼으며 온화하던 친구의 아버지는
때리지는 않았지만 머리에 핏줄이 선채로
평생 피우지 않던 담배를 서랍장에서 꺼내오더니
그자리에서 줄담배를 피우시며 앞으로 어떻게 살거냐.
대책은 있냐? 여친 부모님은 아시냐?
아기는 어떻게 할거냐 학교는? 등등
3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추궁을 당했고
친구랑 여친은 아직 그래도 정해진거는 없지만
우리는 낳고 살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가뜩이나 친구랑 친구 가족이 크리스천이니깐
지우는 쪽으로는 생각도 안해서 낳기로 마음 먹었다고 함
그렇게 길고긴 면담이 끝나고
친구의 아버지는
아직 여친의 부모한테 말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자 깔끔하게 오늘 말하자며
어머니 아버지 친구 여친 이렇게 넷이서 차를 타고
여친네 집으로 가는데
그 순간만큼은 도살장이 따로 없었을 거임
그렇게 여친네 집에 도착해서
여친네 부모님은 웬 모르는 아저씨가 부르길래 열어봤는데
자기 딸이랑 남친이랑 그 부모님이 갑자기 와서는
님딸 우리 아들이 임신시킴 ㅇㅇ 이러는데
무슨 생각으로 받아들여야 했을까
그렇게 여친이랑 친구는 방에 들어가서
가시방석에 앉은거 마냥 조용히 숨 죽이고 있었고
2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양측 부모님이 협의를 했다
협의해서 정해진거는
학교는 자퇴하고, 일단 빨리 검정고시부터 보게 하고
마침 여친쪽 아버지 친구분중에서 부동산 하시는분 있어서
작은 집 하나 전세 얻어주는 것
그리고 나이도 어리고 임신도 처음이라 서투니깐
여친은 여친네 집에서 출산 때까지 지내기로했음
그렇게 말해주고 개학이 왔을 때 친구와 여친은 학교에서 보이지 않았고
다행히 그 얘기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는 않았는지
진짜 친한 애들 몇정도만 알음알음 알고
적당히 선생님들도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자퇴했다고 얼버무리고 넘겼음
친구는 자기 삼촌이 가구 공장을 한다고
자기도 거기서 일하기로 했다고
그래서 매일 만날 때마다 항상 톱밥에 찌들어서 항상 나무 냄새가 났었음
그렇게 공부하고 시험봐서 둘이 같이 졸업장도 따고
그뒤로도 계속 만나서 근황을 듣기도 하고
항상 만날 때마다 하는게 초음파 사진 보여주면서
이게 발이고 이게 손이래
아주 우량하고 병도 없다면서 자식 자랑도 하고
성별은 딸이던데 여친 닮았다면 좋겠다고 항상 입에 달고 살았음
나도 가끔이지만 친구 여친을 만날 때가 있었는데
배가 부른 모습을 보기도 했음
그렇게 7월달 즈음에 둘다 생일이 지나서 혼인신고도 했고
이제는 공식적으로 부부가 되었고
나는 수능 때문에 드문드문 만나면서 소식을 주고 받았는데
계속 자식 자랑이랑 근황을 주고 받으면서
나는 수능을 보고 망해서 전문대나 취업을 알아보고
내 친구는 그때부터 잡일에서 가구제작을 시작함
그러다가 11월 중순에 아내가 복통으로 병원갔다가 출산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 다음날에 병문안 가기도 했었다
친구는 안 닮았더라 그후로 친구는 아내랑 같이
알아봤었던 13평 빌라에서 전세살이로 서툴지만 시작했고
집들이 갈 때 임신 사실 알고 있던 친구들과
알바해서 돈을 조금씩 모아서 밥솥하나 선물해줬다
그 후로도 자주 집에 놀러 갔는데 그 이유는
너무 어리고 첫 아이니깐 많이 지치기도 했어서
애들 보는 거 좋아하고 사촌동생도 맡아본 적 있었던 나와
유아교육과에 입학한 또다른 친구
(이 친구가 유아교육과 교수님한테 맨날 질문하다가 사정 알아서
그 교수님이 육아용품이랑 아이 기를 때 주의해야할 점 같은걸로 도움 많이 주셨음)
양측 부모님 총 6명이서 번갈아 가면서 귀저기 갈아주고
분유 먹이고 트림 시켜주고 재우고
서로 다 같이 길러줬음
그러다가 친구는 국가의 부름을 받아 상근으로 출퇴근 하면서
아침에는 군대 다녀오고 저녁에는 가구일을 하느라
육아에 전념하기 힘들어져서 우리가 더 많이 봐줬던 거 같다
상근 도중에 돌잔치도 열면서
그제서야 고등학교 때
단순히 자퇴하고 유학가서 소식이 끊길 줄 알았던 친구들은
임신해서 그만두었다는 것을 알았고
돌잔치는 사실상 동창회가 되었음
친구는 상근으로 복무하다가 전역하고
지금은 계속 가구공장에서 일하면서 잘 살고있음
친구도 열심히 계속 일해서 꽤 벌었기도 하고
부모님이 많이 도와주셔서
지금은 19평 아파트로 옮기고
중고지만 차도 있어서 자주 놀러다니면서 잘산다
친구 아내는 사이버대학으로 졸업하고
지금은 중견기업에 취직해서 일하고 있고
애는 벌써 5살이고 나보고 삼촌이라고 한다
애도 똑똑하고 엄마 닮아서 그런가 예쁘더라
거기에다가 똑똑하더라 덧셈도 벌써 잘함
어린나이에 대책 없는 쾌락을 위해 저지른 행위가
임신하고 애를 낳기만 하고 돌보지는 않는
그런 행위를 감싸려고 하는 건 아님
그래도 이렇게 잘 살아가는 케이스도 있다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