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병으로 복무하며 절대 일어나면 안 될 비극을 직접 본 남자

내가 군대에서 겪은 사건중에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는데.

당시 나는 강원도 모 부대 사단 의무병이었음.

사단 의무대 응급실 병사.

사실 응급실이라고 해봐야, 병원급 응급실도 아니고

간단한 응급처치 정도.. 계원도 3명뿐이었음.

암튼 24시간 응급실 돌려야 하기 때문에

아침 오참 시간도 있고,

밤에는 또 혼자 지키면서 놀고 암튼 좋았음.

당시 직속 응급실 후임이 일병 휴가 받고 나간 상태라

조금 빡빡하게 돌아가던 시절 있었음.

후임이지만 욕할 수는 없었던게 너무 고생하는거 알고

3명 로테이션으로는 휴가 가기가 정말 힘들다는 걸 알고 있어서

서로 이해해야만 했거든

그때 내가 상병 말호봉에 최고 사수 였고

바로 밑 직속 후임이 일병 3호봉에 30살..

의대 다니다 집안 형편으로 다운(?) 당해서 군대 왔다하던데

암튼 힘들게 군대 들어온 케이스 였음..

행동도 에프엠이고

계급장 띄고 나이순으로 행동하는게 없었기에 다들 좋게 봤지.

그 후임이 휴가 복귀하는 날 내가 응급실 야간 근무였는데,

밤 9시 다 되서 민간인 응급환자 들어옴.

주위에 병원 비스무레 한건 보건소 뿐이 없기 때문에

근처에서 크게 다쳤다 싶은 환자는 다 여기로 옴.

부대 주위가 어두워서 교통사고가 자주 일어났거든.

이 환자도 역시나 교통사고 였는데.

남자로 보이는 사람은

이미 강보에 둘러쌓여 들어와 한쪽으로 밀어두고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자분은

상반신의 왼쪽 부분이 눌려져서 간신히 숨만 쉬는 정도로 들어옴.

우리 당직의가 여자 환자에게

여긴 군병원이다. 나는 의사다. 말하니

뭐라 힘들게 중얼중얼 거리는데

턱도 많이 다친 상태라. 알아듣는 사람이 없었음.

나중에야 안 사실인데 사람이름 이었음.

말하는게 신기할 정돈데 필사적으로 뭐라 중얼거렸음.

살리기 위해 탈의 시키고

오줌구멍에 폴리 꼽고 라인잡고 피 닦고

그러고 5대기 콜함.

내 후임도 휴가 다녀와서

한참 복귀 준비하느라 내무실 정비하고 있다가

5대기 콜뜨니 전투복 입은 채로 달려옴.

결과적으로 부르는게 아니었는데..

후회가 너무 됨.

한창 정신없이 처치하고 있는데,

후임이 응급실 들어옴.

그러곤 환자를 보는데 갑자기 얼굴이 사색이 됨.

원래 가무잡잡한 편이라, 별명도 흑염소였는데.

정말 밀가루 분칠한 것 처럼 하얗게 질림..

그러곤. ‘엄마!!!!’ 정말 그 한마디에 모두 정지.

사연인 즉슨

나이든 아들, 집안 사정으로 군대 보내고

안쓰러운 마음에 부대 복귀라도 편히 하라고

친히 부대 문 앞까지 차로 데려다 주셨는데.

거기 까진 좋았는데..

어두운 부대 앞이라 얼마 못가셔서 큰 사고가 난거임.

후임은 자기 아버지는 볼 여가도 없고,

방금 전까지 작별인사 하고 멀쩡히 돌아가시던

사랑하는 자기 어머니라는 분이

피는 칠갑한채 벌겨벗겨서 시트에 누워있는걸 정면에서 본건데,

나라도 그 죄책감에 미안하고 괴롭고 미치지 않고는 못참지.

어머니라는 분도 대화는 고사하고 턱이 반쯤 날라간 상태인데

군병원이라는 말 듣고 본능적인지,

아들에게 보이기 싫어서 그런건지

그때 말한 중얼거림이 생각해보니 아들 이름이었음.

그때 알아채고 5대기 콜 가려서 했어야 했는데..

다시 생각해도 너무 괴롭고 후회가 됨.

암튼 그때부터 미친사람 처럼 달려드는데,

키 170에 50키로 초반인 약골을

성인 남자 다섯이 붙어도 끌어내지 못함.

정말 산천초목이 떠나가도록 엉엉 울부짖는데

사람의 울음소리가 아니었음.

아직도 그 울음소리가 생생하고 그 장면도 생생하고.

결과적으로 양친 다 돌아가시고,

영정을 부대에서 모시지 못하게 때문에

춘천 민간병원에서 모심.

그 후임도 3일장 치르고 며칠 안있다가 의가사 전역함.

사단장 지시였던걸로 기억함..

부대 있는동안 미안하다는 말 힘내라는 말 한마디를 못했다.

그때 그 울부짖음이 너무 무서웠다.

뇌리에 박혀서 제대로 쳐다도 못봤다.

지금도 그 장면을 꿈으로 꾸는데.

내가 콜만 가려서 했다면..하고 매번 후회가 된다.

그 후임은 어디서 뭐 하는지,

잘 지내고 있는지도 궁금하고.

암튼 내 군생활동안 이런저런 사망 상해 사건 많았지만,

그 일만큼은 잊을 수가 없네.

늦기 전에 부모님에게 효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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