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은인을 만났고,
은인덕에 인생이 활짝 바뀌었다.
엄마랑 아빠랑 나 6살때 이혼했고,
엄마는 그뒤로 연락 안됐음
아빠는 그냥 때리거나 욕하진 않았는데
나한테 관심 아예 없었음.
그냥 자는 곳만 공유하는 이웃사람? 느낌이었음.
중학교 졸업하고 공고 다니다가 걍 귀찮아서 자퇴하고
검정고시 치고 일이나 존나함,
어쩌다가 브라질 월드컵 때 토토 알게돼서
노가다->토토->노가다->토토->노가다->토토
무한반복 하다가
6살 이후로 얼굴도 못봤던 엄마한테
갑자기 연락와서, 엄마가 한다는 말이
돈빌려달라..ㅋㅋ
한 3일 허탈하게 지내다가 돈 있는거 다 주고
그냥 육군 추가모집 뜬거 바로 낚아챔
훈련소 당연히 혼자가고
수료식날 당연히 아무도 안오고
후반기 끝나고 자대배치 받고
그냥 매번 똑같이 조뺑이 까고 누워서 자고
그냥 전형적인 새끼였음.
어쩌다 주말에 누워있다가
동기 어머니가 면회오신거 어찌저찌 따라감
그냥 간만에 사제밥+어머니가 싸준 밥이라니까
밥먹다가 존나 울었는데,
내 동기가 지네 어무니한테 내 사정을 말씀드렸나보더라?
그래서 걔네 어머니랑 아부지가
나 꼭 껴안아주셨고 외박도 같이 나오라 하심.
중대장이 내 사정도 알고
면회장에서 우는 것도 보고 해서
외박도 아다리 안 맞을 때도 좀 무리하게 맞춰줬음.
일꺾이었나?
휴가나가는데 걔가 같이 나가자고 간만에 놀러좀 가자해서
어찌어찌 휴가 맞춰 나감.
동기 어무니 아부지
누님 사촌누님 사촌동생 동기 나 해서
강릉으로 놀러갔음.
난 살면서 가족이랑 나들이 간 것도 처음이었고,
하하호호 웃어본 것도 처음이었음.
신나게 구경하고 놀고 밤에 술마시는데
동기 아부지가 나보고
담배 좀 피우러 나가자면서 불러내시더라.
그래서 하시는 말씀이
“너는 전역하고 뭐 하고싶은거 있냐?”
라는 말씀 하심.
나는 당연히 그런거 생각해본 적도 없으니
솔직히 뭐 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냥 나가면 예전처럼 살지 않을까요?
라고 대답했다.
걔네 아부지가 그러면
대학을 가보자고 말씀 해주시더라.
솔직히 대학 다닐 돈도 없고
갈 형편도 아니니 거부했는데
걔네 아부지가 대학 갈 때 공부할 것들은
자기가 지원해주고,
학비도 1년 내주신다고 하셨음.
거기서 존나 염치없게
나도 그럼 한번 해보겠다고 말하고 들어옴
복귀하고, 동기랑 담배피면서
내가 동기 아부지 뭐하는 분이냐고 여쭤보니,
목동에서 제법 큰 학원 운영하신다더라?
그리고 걔네 아버지도 고아였고
나랑 비슷한 상황이어서
나를 되게 많이 걱정했다고도 하고,
전화로 나 뭐하는지도 많이 물어봤다는 것을 알았음.
내 동기가 중앙대 다녔는데,
얘한테 사실 너희 아부지가 공부하라고 했다고 말하니
자기도 알고 있다고
내 입에서 얘기 나올 때 까지 기다렸다고 말함.
그래서 얘한테 공부 도움 받으면서
군대에서 초,중,고1~2 개념까지 다 끝내고 나옴.
전역하고 얘네 아버지한테 전화와서 밥 얻어먹고,
학원 기숙사에서 살면서 수업 들으라고 하셨음.
그래서 진짜 들어감ㅋㅋ
그래서 작년 1월부터 11월까지
동기 아부지네 학원에서
기숙사 쓰면서 공부했음.
부족한 개념은 동기 아부지가 대성 메가 이투스 패스 다 사주시고,
책도 그냥 사고싶을 때 사라고 말씀하시고
한달에 50만원씩 통장에 넣어주셨음.
그리고 수능봐서 운좋게 고려대 입학했고,
열심히 과외하면서 돈도 모으고 있음.
동기 아버지가 2학년 때부터
중등부 강의 할 자리도 마련해주신다고 하셨음.
사실 나는 어떤 꿈도 없고
그냥 아무 희망 없이 살았었는데,
이번에 수학과 이중전공 해서,
수학과 과학을 가르치는 학원강사가 되고 싶다고 마음먹었다.
미래에 대한 비젼이나,
이후에 안정성 그런거 다 족까고
동기 아버님이 내 인생에서 너무 멋있어 보였고
그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커서 그런듯
만약 뒤늦게라도 대학 가고싶은 애가 있다면
내 조언이 도움이 될 수 있으니 댓글에 물어봐주면 좋겠당
생명과학대학은 안암캠에만 있는 단과대! 세종캠은 아님
이건 고대 20학번부터 바뀐 학생증
이건 디씨랑 고파스 동게인데,
동게는 안암캠 학생만 글 쓸 수 있다네
(여기서 아무것도 안해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