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하며 별별일 다 겪어도 다 동네사람들이고
정상적이고 친절하신 아이 부모들도 많고
그들도 얼마나 힘들까싶어 참아왔음.
진짜 노키즈존으로 바꿀까 고민 백번도 더 넘게하면서도 참았는데
오늘 드디어 결심하고 안내문구 붙이는 일이 생겼다.
아이 엄마 둘에 아이 넷 왔음.
한 아이는 엄마가 계속 안고있고
셋은 들어올 때부터 잘 걷고 잘 뛰더라^^
비오는데도 찾아와서 고마운 마음에
편히 놀다갈 수 있는 안쪽 구석진 방
반독립된 8인용 공간을 내줌.
애들보기 편하라고 음료들도 직접 가져다주고
서비스로 쿠키랑 과일도 좀 주고..
초반엔 애들 관리하는지 조용했음.
그러다 갑자기 “어 안돼! 아.. 어떡해..” 소리가 남.
뭔가 싶어 그 주변 기웃거리며
“필요하신 거 있으세요?” 했더니
비와서 따로 더 틀어놓았다가 꺼둔 제습기를 보더니
애가 여기 빨대를 집어넣었단 거임.
제습기의 그 뚫린 공간안으로 빨대가 들어간거.
분해도 안됨..
그래서 일단 알았다하고
제습기 빼내고 아이들 케어만 좀 부탁드린다하고
바 안에서 제습기안 빨대 꺼내려고 씨름함.
한 20여분만에 겨우 꺼내고
힘들어서 좀 앉아있는데
아이들이 슬금슬금 밖으로 나오더니
홀 안을 소리지르며 뛰기 시작함.
엄마들은 나오지도 않고
그냥 “뛰면 안돼” “조용히 해야지~”
라고 말만 몇번하고 수다 떰.
애들이 테이블의자 다 빼놓고
신발신고 의자랑 낮은 테이블 올라가고
가게 화분들 많은데 그거 구경하다
이파리 뜯고 난리남.
보다못해 내가 나가서
의자 다 원상복귀 시키고
의자 테이블 새로 닦고
어디 올라가는 애들 직접 안아서 내려주고 하는데..
한명 내리면 한명이 올라가고
또 하나 챙기면
나머지 둘이 화분 이파리들 뜯으며
내꺼가 더 크다고 경쟁하다 소리지름.
결국 내가 안에 들어가서
“아이들끼리 홀에서 저러지 못하게 좀 봐주실 수 있을까요?” 하니까
애 엄마 하나가 그 방 입구 벽에 기대어 서서
뒤돌아보며 수다 떨면서 건성건성
“안돼” “내려와” “하지마” 이거만 반복.
뭔 중요한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애들은 소리만 안 지를 뿐 변함이 없음.
쇼케이스랑 출입문 유리는 그사이에
대체 몇번을 닦았는지 모르겠고
한 애는 자기 엄마가 서 있으니
그 근처 쇼케이스에 보이는 빵 사달라고
쇼케이스 손바닥으로 막 치는데
뭐 간식을 많이 먹고온건지
“아까 ~먹었잖아~” 라며 여전히 말로만 뭐라함
그 와중에 손님 여섯 분 들어와서
커피 만들고 스팀치는데
애 셋이 꽃 피어있는 조금 큰 화분보더니
“예쁘다” 뭐 이렇게 말하며 꽃을 또 뜯으려고하는게 보임.
나가서 말리고 싶어도 난 스팀치는 와중이라 못 움직이고
불안하게 쳐다보는데
그러다 셋이서 화분을 흔들더니
쿵~퍽~소리가 나고 애들 엄마랑 손님들 모두 놀래서
“헉 어떡해” 하는게 들리더니
애 하나가 의읭~~~!!!! 하고 울면서 들어가고
나머지 둘은 멍하게 서있음.
큰 화분이 쓰러지며 흙 다 쏟아지고
꽃 핀 식물이 흙이랑 분리되서 나가떨어짐.
홀은 흙이랑 돌 식물잔해로 엉망이 되어버리고
애들엄마 둘이 나와서
“어머 어떡해 어머 안다쳤어? 어머..” 만 반복.
일단 음료 완성하고 나갔는데
다행히 유일하게 그 화분만 도자기가 아닌 플라스틱이라 깨진건 없는데
홀바닥이 개난리가 남.
우는 애는 울음을 안 멈춰서 소음쩔고..
머리 깨질듯함.
“미안해요,
근데 애들이 일부러 그런거도 아니고
이렇게 쉽게 넘어지는 화분 두고선
저희한테만 뭐라 그러시면 어떡해요.”
이래말함.
거기서 더 열받아서
“지금까지 다녀간 사람들이 몇인데
어른들이 지나가다 부딪쳐도 안 넘어지는 거였다,
애들 셋이 작정하고 붙들고 흔드니까 이래된거 아니냐,
제가 계속 케어 부탁 드린다고 하지않았냐”
라고 좀 더 크게 말함.
그러자
“애 우는거 안보이냐,
애들 다 놀랬을텐데 왜 소리까지 지르냐,
밖에서 애들 완벽하게 보고있는게 쉬운지 아냐,
그럴거면 첨부터받지를 말지 그러냐.”
이런식으로 둘이서 다다다다 따짐.
말이 통하지않으니 이길 자신이 없다라는게 떠올라
그럼 지금 이 사태를 어떻게 책임 지실 거냐니까
한명이 씩씩거리며
“야 치워 치워” 라면서
저기 날아간 꽃핀 식물 가지고 오며
사방으로 쏟아진 흙들 발로 슥슥 밀어 넣는데
심지어 물까지 준건지라
물에 쩔은 흙들이 발길질 당해 바닥은 더 난장판임.
애는 계속 끅끅거리고
손님들은 인상 찡그리는 거 보이고
아놔 돌겠는데
발로 흙 모으다 결국
맨손으로 화분에 흙 집어넣으며 씩씩거리던 애엄마가 나보더니
“지금 이거 안보여요? 빗자루랑 쓰레받기라도 가져와요!”
라며 되려 나에게 화냄.
내가 끝까지 같이 안하고 빗자루 가져다주니까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더니
“애 있는게 죄야. 애 있는게 아주 죄인이야..” 라며
궁시렁 거리다
대충 흙들 수습하고선 화장실서 손 닦더니
앞으로 이런식이면 애들 받지말라고함.
그래서 알겠다니까
손님 귀한지 모른다고,
어디는 이런 일 생기면 직원들이 나와서
애부터 챙기며 안 다쳤냐고 하는데
여긴 사람보다 화분이 먼저라고 함.
나도 딴 손님들은 이러면 사과부터하지
가게에게 책임 돌리진 않는다,
제습기에 빨대 들어갔을 때도 사과했었냐,
애들 케어 제대로 했으면 이런일이 벌어졌겠느냐 라니
재수없다 비도오는날 일부러 와줬더니 라고
둘이서 어쩌고 저쩌고하며
나갈준비 하는지 안에서
“이런 곳은 사람이 안와야 정신차려” 이러길래
주차장으로 나가려는 뒤에대고
여기 씨씨티비 사각지대 없어요 한마디 했음
그러고선 손님들에게 소란스러워 죄송하다고
케이크 서비스 돌리고
홀 더러워진거 정리한 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입간판에 “노키즈존” 이라고 적어둠.
늘 할까말까 고민했는데
오늘은 진짜 주저함이 1도 없었다.
손 닦으러 들어갔던 화장실 열어보니
일부러 그런게 분명한 흙먼지로 더러워진 세면대보고
좀 덜 벌고 스트레스 받지말자 라고
내 자신을 다독임.
이번 결정으로 인해
앞으로 카페운영에 굴곡이 또 있겠지만
적어도 이런일에 감정소비하며
스트레스 받는 거보단 덜 하겠지.
그저 별문제 없이 찾아와주던 부모손님들에게 미안할뿐..
화분은 선물 받은건데..
다시 심었지만 살아살진 모르겠다.
잘 관리해보려고..
비도 오는데 우울하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