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이 전혀 없는 친구에게 흑역사 씨게 만들어준 형님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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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냥 취미로 복싱하는데, 아마 대회 있으면 자주 나가곤 했어.

재작년 일이야.

좀 떨어진 곳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하게 됐는데,

관장님이 바쁘셔서 내가 애들 데리고 나가게 됐어.

나도 그 대회에 선수로도 신청해놨긴 한데,

경력 오래되고 평소때도 애들 연습하는 거 많이 도와주고 하니

코치를 맡겨주신 거지.

뭐 선수겸 코치, 플레잉 코치같은 느낌이려나 ㅇㅇ

아무튼 뭐 다른 애들은 실력도 좋고,

대회 경험해본 애들이 대다수고,

착하고 말도 잘 듣고 친하기도 한 터라 아~무 문제 없었어.

근데 딱 한 명이 문제가 됐지.

스무살 짜리 애였는데, 뭐라 해야하지…

나도 자세힌 모르는데 곱게 자란 은수저? 금수저? 라고

얼핏 들은 거 같아.

근데 애가 사교성 제로에, 눈치가 좀 없다고 해야 하나

누군가랑 대화하면 꼭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만드는

패시브 스킬을 가졌어.

물론 악의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더 빡치지.

아무튼 걔는 복싱 배운 지 겨우 2달 됐거든

아직 스텝도 제대로 못 밟고,

자기랑 비슷한 레벨의 초보자와도 스파링하면

그냥 어버버하다가 1라운드 뛰고

“힘들어서 못 하겠어요”하고 포기하기 일쑤임.

근데 얘가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대회를 나가고 싶대 ㅋ

아 뭐 굳이 못 나갈 건 없는데,

관장님이

“다음번에 연습 더 많이 하고 나가면 더 잘 할 수 있을 거 같다”고

좋게좋게 돌려서 말해줬는데

못 알아듣고 바둥바둥거림.

그래서 어떤 형님이 좀 더 직설적으로 얘기해주니

“꼭 지라는 보장은 없잖아요”라면서 떼를 씀.

자기 어머니한테도 나가고 싶다고 막 졸랐는지,

고등학생도 아니고

성인 어머니까지 체육관에 와서 부탁했던 모양.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참가 신청은 했고,

관장님이 내게만 귀띔해주심.

“안 될 거 같으면 , 애 안 다치게 바로 수건 던져.

그리고 애가 속 썩여도 좀 참아라”

그랬기에, 어지간하면 참자고 일단 생각했지.

성격이 문제인지

걔 어머니도 체육관에 그런 점을 많이 부탁했던 모양이야.

사람들하고 어울리게 해주고,

눈치가 없어도 부디 봐달라고.

그리고 난 옛날에 막 복싱 배울 무렵,

다 돈 내고 배우는 체육관에서 선배랍시고

꼰대짓하는 새끼들이 제일 싫었거든

내가 남한테 그렇게 되지는 말자 싶었던 마음도 있었고.

그리고 대망의 대회날 아침.

아까도 말했지만 멀리 있는 곳에 가느라,

다같이 기차타고 갔는데

피곤해서 자는 애들(고등학생)을 눈치없이 깨워서 놀아달라 그러고,

애들이 착해서 그냥 받아줬는데,

딱봐도 잠깨서 짜증나하는 걸 눈치 못 채고

시작 분위기를 흐려놨음.

“오늘 다 이기는 거죠?

너네 안 질 자신 있나?” 마! 니 자신 있나?

이러면서 혼자 신났는데,

애들 표정이 다 “너나 잘해라”였지만,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혼자 히죽거리고 있다.

뭐 ㅇㅋ..여기까지 괜찮았다.

계체량 끝나고 나서, 다같이 간식 먹고 있었어.

초코파이나 이온 음료 같은 거.

내가 애들 주려고 전날 바나나를 사서 챙겨왔는데,

조금 갈변 현상이 일어나 있었어.

다른 애들이 ‘형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할 때

걔가 그걸 보더니

“에이~ 바나나 썩었네. 이런 썩은 거 누가 먹어요~”

하며 지가 집은 바나나를 바닥에 툭- 하고 던짐.

그래 썩었다고 치자.

바나나 썩은 건 보면서 내 표정이 썩어가는 건 못 본 모양임.

또 한 차례 분위기 싸~ 해졌지만 본인만 싱글벙글.

여기서도 참았다.

시합 순번 보니까 내 시합은 좀 뒤고,

애들이 앞에 경기하길래 애들 몸풀게끔 미트 잡아줬거든.

다 잘 하고 있는데,

이놈이 또 와서는 훈수질 시작함 ㅋ

본인은 스텝에 원투조차 제대로 못 하는데.

“아~ 허리 좀 더 틀어야지~” , “발 비뚫어진다~”

특유의 흐느적거리는 말투로

애들과 내 신경을 존나게 긁어뒀음.

그때 내가 미트 잡아주던 애가 빡쳐서

뭐라 말하려는 거 고개짓으로 말리고,

“OO야. 애들 걱정하지 말고 너도 몸 좀 풀고 있어.”

라고 좋게 말하니 일단 듣는 시늉은 함.

그리고 이 새끼 미트칠 때.

할 줄 아는 것도 없어서

일단 전후 스텝이랑 원투,

가드하는 요령 위주로 알려주고 있는데

애새끼가 존나 지겹다는 표정 짓더니

“아~ 훅이랑 어퍼는요~ 시합때 원투만 해서 어떻게 이겨요~”

라고 함.

하고 싶은 말은 존나게 많았지만

꾹 참고 바라는 대로 해줌.

그리고 다른 애들 경기 했는데,

이긴 애도 진 애도 있었어.

아깝게 졌지 ㅠ

근데 방금 막 경기해서 진 애한테,

이새끼가 쪼르르 가더니

“형~ 그때 그렇게 하면 안 됐고요~

좀 더 거리를 두고~ 그랬어야죠~”

빽스텝으로 피했어야죠~ 라고 드립 시전.

경기 마친 애는 당연히 존나 어이가 가출해서

“뭐라고 씨1발롬아?” 하며 욱했지만 간신히 말림.

애 대리고 가서

“경기 이긴 애든 진 애든 그냥 수고했다고,

잘했다고만 응원해줘라.”하고 간곡하게 부탁함.

그러다가 얘랑 경기하게 될 사람이 누군지 싶어 둘러봤어.

유니폼이랑 체급보니 딱 대전 상대일 것 같길래

연습하는 거 유심히 봤음.

그냥 봐도 잘 하더라.

체고 다니나 생각할 정도로 잘 하는 애였음.

(*고등부랑 성인을 묶어서 출전시켰음)

딱 봐도 사이즈가 나왔지만,

일단 결과 예측에 대해선 말하지 않고

‘쟤가 니 상대다’하고 알려만 줌.

보고 쪼는 기색도 없이 “뭐~ 그냥~ 제가 이기겠네요~”라고

지1랄하길래 내 어이도 가출.

“니가 잘 하겠지만,

혹시나 위험하겠다 싶거나 다치겠다 싶으면

수건 던질 수도 있으니까 놀라지 마라”

라고 말은 해둠.

드디어 이 새끼 시합이 다가옴.

애들 경기하기 전에, 다리랑 어깨 그리고 목 주물러주고 그랬는데

얘한텐 존나 해주기가 싫더라.

그래도 내색 안 하고 해줬는데 이 색기가

“형~ 좀만 더 세게 해주세요~ 네. 거기~”

라고 흥겹게 말해줌 ^^

경기는 내 예상대로, 일방적인 구타였음.

웬만하면 1라운드는 다 치르게 해주고 싶었는데

내가 생각하기에도 너무 불쌍하게 쳐맞고만 있길래 수건 던짐.

1분 30초 정도였나…

근데 더 하게 냅뒀다간 분명히 어딜 다쳐도 다칠 거 같았어.

처음 심정은 이놈이 좀 맞으면 속 시원할 거 같았는데,

그런 내가 보기에도 안쓰러울 정도로 쳐맞았기에 어쩔 수가 없었음.

근데

이 새끼가 나중에 존나게 흥분해서 따지는 거임

“형! 왜! 왜 던졌어요! 끝내도 내가 끝내는 건데!”

지가 뭘 끝내 ㅋ 손들고 항복이라도 할 건가 븅1신이 ㅋㅋ

가출했던 어이가 주검이 돼서 돌아온 기분이었음.

그래도 어찌어찌 참았음. 곧 내 경기니까.

좋게 좋게 타이르려고 했는데

“네???? 왜 말 안 해요 씨1발! 왜 던졌냐고요????”

라고 얼굴 들이밀면서 침 튀기길래

욱해서 나도 화나서 뭐라고 맞받아침.

애들이 와서 말려서 일단 진정함.

나중에 내 경기 준비하고 있으니까 쪼르르와서

“소리질러서 미안해요. 이해할게요”라고

사과인지 아닌지 존나 건방지게 미묘한 말을 지껄였지만,

그 정도도 양반이라고 생각했기에 일단 화해(?)함.

경기 직전.

애들이 훈훈하게 날 응원해주고 있었는데 이 새끼 말이 걸작.

“형~ 지면 알죠~?”

“지면 니가 어쩔 건데;”

라고 조용히만 말함. 힘빼기 싫어서.

“아뇨 뭐.. 이기시라고..”

하며 말 흐림.

내 경기는..이 새끼에 대한 분노를 상대방한테 풀어서인지

그냥저냥 이겼음.

그리고 그 다음주였나…

이 새끼가 스파링 하자고 청해옴.

하면 감정 컨트롤 안 될 거 같아서 거절할랬는데

“에이~ 형~ 빼시네요~ 수건도 막 던지시더니~”

하길래 바로 응함.

그래도 꾹 참고 그냥 힘 안 실어서 해줬다.

거의 그냥 안면에 갖다대는 수준으로만 해줬음.

1라운드 하고 나서 하는 말이, “아~ 체급 차이~ 나니까 힘드네요”

10kg정도 차이 났지.

뭐 체급 차이 있으면 하기 힘든 건 사실인데,

이 색기 특유의 말투에 이성의 끊을 잃고 말았음.

“그럼 도대체 뭘 어떻게 해줄까 시1발롬아”

하니까 지도 뭔갈 느꼈던지 가만히 있음.

그동안 그놈한테 쌓였던 게 있었던,

옆에서 구경하던 애 한 명이

“그럼 형이 한 손만 쓰시면 되겠네요.”라고 하니

그놈이 좋다고 콜함.

근데 지도 분위기 차가운거 알았는지

장난으로 “쫄?” 이러길래 하자고 했음

왼손만 써서 죽일 기세로 개패듯이 팼음..

그동안 참고 참고 참고

쌓였던 게 폭발해서 심하게 하긴 했다.

스파링 너무 하드해지니까

다른 사람들이 다 쳐다보고 분위기 이상해져서 그만둠.

끝나고 나서도 얼굴 다 쳐 부었으면서

“아~ 체급차이 진짜” 이러더니

그 다음날부터 체육관 안 나오더라.

쓰고 나니 딱히 재미는 없네.

걍 진짜 븅1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