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상황실’에 흔하게 걸려오는 상식 밖의 사람들 모음

왁자지껄한 119 상황실에 앉아 근무하고 있으면,

‘거기 119죠?’ 라고 시작하는 통화 내역들이

귓가에 몇 개씩 항상 들려온다.

그것들은 대부분 평탄하지만,

어떤 것은 제법 재미있거나 때로는 분노를 유발하게 하는데,

개중 짧은 몇 가지만 소개하겠다.

  1. 벌 좀 잡아주세요

“거기 119죠?”

“네. 신고자분 말씀하세요.”

“저희집에 지금 벌이 한마리 들어왔어요.

빨리 벌 잡으러 오세요. 큰 놈이란 말이에요.”

“벌 한마리요?”

“네. 벌이요.”

“… 저… 벌 한마리로는 저희가 출동하지 않습니다.

사람들 집에 벌이 들어갈 때마다 119가 출동해서 잡으면

저희 대원들 일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아니 지금, 저 벌이 얼마나 무섭게 생겼는지 못보니깐 하는 말이에요.

벌이 저희 가족을 쏴서 저희 가족이 콱 죽어버리면 어쩌라고 하는 말이에요?”

“… 그래도, 벌집이면 몰라도…

저희 대원 세명과 구급차가 출동해서 벌을 한 마리 잡으면 되겠습니까?”

“네. 당연하죠. 지금 얼마나 급한 일인데.

그리고 어딘가 벌집이 있다는거 아니에요.

온김에 그것도 없애 주세요. 다신 안 들어오게.”

“… 자, 저희도 벌집 제거하려고 출동하면 에프킬라를 쭉 뿌려서 벌을 내쫓습니다.

멀리서 살충제를 뿌려 벌을 내쫓던지, 아니면

진하게 집에 살충제를 뿌려놓고 좀 집밖에 나가 계시면 알아서 벌이 나갑니다. 그렇게 해보시죠.

벌집은 나중에 찾으면 다시 신고 주시구요.

지금 일대의 벌집을 어떻게 다 뒤지겠습니까?”

“아니 지금 듣자 듣자하니깐. 이 사람들이 안 와보고 말로 해결하려고 하네?

이 근처에 편의점도 없는데 에프킬라가 어디있어요?

그걸 어디가서 구해요? 그렇다면 에프킬라라도 가져 와야죠.

민원을 이렇게 해결해도 되는겁니까?

지금 다 죽게 생겼는데?”

  1. 강아지가 아파요

“거기 119죠?”

“네. 신고자분 말씀하세요.”

“저, 우리 강아지가 아픈데 병원에 빨리 좀 갈 수 있을까요?”

“… 개요?”

“네, 지금 밥도 못먹고 끙끙거리고 있어요.

추석이라 가던 동물병원이 전화를 안 받아요.”

“그렇다면 구급차랑 구급대원 3명이 출동해서

개를 침대에 실어서 태우고 동물병원으로 이송하라는 말씀인가요?”

“음… 그렇게는 안 되는건가요?

저는 당연히 119 부르면

우리 강아지도 응급처치해서 동물병원으로 이송해주실 줄 알았는데.”

“구급차에 개를 일단 태우면 안됩니다.

아픈 사람이 계속 타는 구급차에 짐승을 한번 싣기 시작하면, 위생적으로 문제가 생기지 않겠습니까?”

“아, 그러면 그쪽에 다른 승용차라도 없나요?

구급차 말고 다른 차를 보내주시면 되겠네요.”

“…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

119는 사람이 아프거나, 안전에 위협이 될때 신고하는 전화입니다.

개가 아픈 신고는 받지 않습니다.”

“아니 지금, 휴일이잖아요. 그러면 어디다 전화하라고요.

우리 강아지가 아픈데. 강아지는 휴일에 아프지도 못하나요?

강아지가 사람이나 아프면 아픈건 마찬가지인데,

그런걸 119에서 무시해도 되는건가요? 이 사람들 안되겠네.”

  1. 우리 애한테 왜 뭐라해요?

“여보쎄요. 거기 119죵? 우리집에 불났써요. 소방관 아저씨들 어서 오쎄요.”

여린 초등학생쯤 되어보이는 목소리다.

게다가, 주변에는 다른 아이도 키득거린다.

“얘야! 너 지금 어디다 전화한지 아니?! 빨랑 엄마 바꿔!”

수보대원은 너무나 익숙하게 대처한다.

아이와 많은 말을 섞지 않는다.

정말 흔하게 걸려 오는 전화다.

“우리집 불 났단 말이에요. 방금 불이 났단 말이에요.”

“엄마 바꿔!”

“잉…”

잠시 뒤에 엄마인 듯한 사람이 받는다.

“여보세요?”

“여기는 119 상황실입니다. 아이가 장난전화로 집에 불 났다고 119에 신고했습니다.

다 큰 아이같은데 따끔하게 주의를 좀 주시죠.”

“아니, 우리 애가 아직 어려서 그래요.”

“목소리 들으니깐 큰 애던데요?”

“초등학교 1학년이에요.”

“그렇다면 사리분별할 정도는 되는 나이잖아요.

그정도 되는 애들이면 이게 장난전환지 다 알아요.

따끔하게 혼내 주시죠.”

“아니, 듣자듣자 하니깐, 방금 애도 울상이던데, 아직 앤데 너무 심하게 대한거 아닙니까?

초등학생이 뭘 알겠어요?

좀 애 다루듯이 좋게 좋게 말하셨어야지.

사람 구하는 곳에서 아직 어린 아이한테 지금 소리지르고 무슨 짓입니까?”

“사람 구하는 곳에 아이가 마음대로 전화하는게 더 큰 문제 아닙니까?

평소 교육도 잘 시켜야 하고,

전화기를 붙잡고 있으면 아이가 어디다가 전화하는지 좀 봐주기도 해야하는거 아닙니까?”

“지금 당신이 뭔데 우리애 교육에 관해서 이래라 저래라야.

애가 어려서 아무데나 전화할 수도 있는거지.

지금 부모까지 싸잡아서 욕을 하네?

참… 사람 살리는 119라는데가 어이가 없어서.”

  1. 우리 엄마가 아픈 것 같아요

“거기 119죠?”

“네. 신고자분 말씀하세요.”

“저, 우리 어머니가 지금 서울 세브란스 병원에 가셔야겠는데요?”

“신고하신 곳이… 당진 아닙니까? 그건 그렇고 무슨 일이시죠?”

“저희 어머니가 서울 큰 병원에서 지금 진료를 보셔야해요.

워낙에 뇌졸증이 있어서 거동이 불편한데,

그 동안 당조절도 안 되셨고, 기운도 없으시다고 해요.

전반적으로 진료를 좀 받아야겠어요.”

“지금 당장은 아프신 곳은 없으시고요?”

“뭐 아프다고는 안 하시는데, 가족들이 보기에는 좀 아파 보이십니다.”

“근데 왜 서울 세브란스로 가신다는거죠?”

“이 시골 병원이 믿을 수가 있어야죠.

이전에 한번 진료도 받은 적 있으셨고,

이번 기회에 그쪽에서 입원해서 전반적으로 치료를 좀 받으셔야겠어요.”

“이전에 거기서 진료받은게 언제죠?”

“한 3년 됐나… 아 5년쯤 됐겠네요.”

“꼭 지금 가셔야합니까?”

“지금 아파보이시는데 당장 가셔야되는거 아닌가요?”

“… 오랫만에 어머니를 뵈었나보네요…

지금 어디가 특별히 아프다고 말씀하시거나,

특수한 상황도 아니고, 지금은 또 휴일이라 막힌 길을 뚫고 당진에서 서울까지 119가 출동할 수가 없어요.

왕복 6~7 시간쯤 걸리면,

그간 당진에 계시는 다른 분들이 아프시면 어떻게 하나요.

원칙상 그쪽까지 이송은 불가능합니다.”

“… 그러면 어떻게 하지요?”

“이럴 때 먼 거리라도 이송해주는 사설 구급차가 있습니다.

꼭 가시겠다면, 그 쪽 번호를 드리도록 하지요.”

충분한 시간이 지나고 다시 전화가 왔다.

이번에는 다른 남자다.

“119 상황실입니다. 말씀하십시요.”

“아까 사설 구급차 보낸 새끼 좀 바꿔봐.”

“저, 무슨 상황인지 말씀해주시겠어요?”

“아니, 아까 여기서 몇 십만원짜리 구급차를 보냈다니까?

사람이 아프면 당연히 공짜여야지.

이딴 법이 어디있어?”

“아까 당진에서 서울 가시겠다고 하셨던 그 할머니 말씀하시는건가요?”

“그래. 우리 어머니 병원 한번 모시는데

구급차에서 무슨 몇십만원을 달라고 하고,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아까 상황 설명을 다 드렸는데요, 그 분이 아니시네요.

이런 상황에서 서울까지 가는 건 저희 구급차가 출동 할 수가 없어서,

사설 구급차를 소개시켜 드린다고 한 겁니다.

신고자분도 당시 알겠다고 하셨구요.”

“그건 내가 알바는 아니고, 어쨌든, 사람이 신고를 했는데

119라는 놈들이 와서 보기라도 해야지.

진짜 아픈지 아닌지 와서 보지도 않고 무슨 돈 받는 구급차나

불러 주고, 차비랍시고 돈을 이딴식으로 받아 처먹어.

느네 다 한 통속이지.

돈 받아먹는 자식들이 거기서도 돈 받아먹는 차 불러대고,

느넨 전부 민원이고 고소할꺼야.

민원놓고 고소한다고!

돈만 밝히는 새끼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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