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이 만들어지고 퍼지는 과정을 두 눈으로 똑똑히 봤던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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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내가 갓 일병단지 얼마 안 됐을 때.

우리 왕고가 기절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시작됨.

그때 시간은 9시 55분.

비가 내릴 듯 하늘은 시커맸음.

근무자 교체가 예상보다 늦었기 때문에,

왕고와 그 당시 근무를 같이 섰던 내 맞후임은

원래 오던 길이 아닌

가까운 부식 창고를 끼고 오는 길을 선택하지.

약간 경사지고 돌도 많고 불빛하나 없어

헛딧이면 다치기 쉬운곳이였는데,

뭐 부대 세손가락 안에 드는 짬을 가진 우리 왕고한테

그런게 뭐 대수였겠냐?

어떻게 말년병장을 근무시키는 법이 어딨냐고

1818 거리던 왕고와 그걸 묵묵히 들어주던 맞후가

어느덧 부식창고에 가까이 오게되었지.

그 시점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해

둘다 안경잽이 인지라 안경을 닦으며

‘아 18…비온다’ 하던 찰나, 이상한걸 보게 됨.

우리 부식창고는 어두운 국방색톤에,

가뜩이나 날씨도 어두워서 그냥 검은색 벽으로 보여야 하는데,

허연 연기와 함께 벽에 히끄무리 한게 붙어있더래.

뭔가 하고 조용히 하고 자세히 봤더니,

사람이 목하고 손만 둥실둥실 떠 있더래.

맞후가 참지못하고 허억 소리를 지르고

선임이 맞후를 돌아보고 손으로 입을 막았대.

뭔가 그랬어야 했다고 그러더라.

그리고 다시 그 벽을 본 순간,

그 머리가 사라지고 없더래.

맞후는 그냥 주저 앉아서 으으….거리고있고.

그 상황에서 왕고는 확인해야 된다는 심정이 들어서

조심조심 떨리는 발을 천천히 올라가고 있었다지.

그리고 바로 코너를 돌면 부식창고 문이 있는 벽에 서서.

심호흡 한번 내지르는 동안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대.

바로 뛰쳐나가 누구야! 하고 총을 겨눴는데,

목이 없는 검은색 몸이 미친듯이 뛰어가고 있다더라

어디로 뛰어가는지는 몰랐는데,

그 흐느적 거리는 모습을 본 왕고는 그대로 기절.

그대로 그 사건은 일파만파 퍼져나갔지.

다음날

낮에 부식창고 담당 병사 + 간부들까지 대동해서

창고문을 열었는데

눈에 보인건 이리저리 흩어져있는 부식 물품들과

진흙으로 된 사람 신발자국.

전날의 증거는 찾을수가 없었지.

주임원사가 들은 이야기가 있다며 간부들에게 전달했다던데,

부소대장이였던 하사한테 들은 바로는

이 이야기는 6.25를 넘어

일제 강점기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당시 독립군의 주요 거점이였으나

일본군에게 점령당한 지역이 이 지역이라는거였지.

그리고 부식창고 근처가 경사가 있어

독립군 참수하고 떨어진 목을 언덕 아래로 발로 뻥 차면

처리하기가 쉬웠다고.

그때 포로들을 처.형하던 장소였다.

아마 그때 그 잘린 목과 목의 주인인 몸이 아닐까 하는 이야기였지.

그 이야기를 부들부들 떨면서 왕고가 나한테 전달해줬어.

그러면서 나보고 조심하라고.

창고 자체가 이 위치에 지어진지 진짜로 얼마 안된거라

이런 자리인 줄 몰랐었다고.

창고가 새로 지어지면서

내가 이등병 때부터 인수인계 받아서 관리하기 시작했거든.

난 괜찮다면서 그랬으면 이등병 때부터 보였어야지

내가 몇달 했었는데 한번도 본적 없다고.

오히려 일병이 왕고를 다독여주면서

휴가때 사온 사제담배를 건내주며 그렇게 조용히 넘어가나 했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 이야기를 근거로 소문의 살이 붙기 시작하지.

아마 목을 잃은 몸과

몸을 잃은 몸이 서로를 찾아다니다가

드디어 서로를 찾았는데

벽 하나를 두고 찾을수가 없어서

몸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물건을 어지럽힌거 같다고 하더라.

당시 목이 떠있던 자리는 환풍구 역할을 해서

사람 머리가 들어갈정도로 큰 구멍을 뚫어놓긴 했지만,

철조망으로 막혀있어든.

머리가 들어올 수 없어 창고안에 몸을 계속 지켜보면서

부식창고 주위를 계속 빙글빙글 돌면서 떠있었다는 이야기였지.

그리고.

실제로 목격했다는 병사들이 속출했어.

정작 창고 담당이였던 난 봤냐고?

아니?

딱 한번.

밤늦게 간부가 부식창고 들어갈 일 있다고 문따달라고 해서

문 따주고 밖에 서있으니깐

야이 생캬 무서우니까 너도 들어와서 같이 좀 찾어.

그래서 알겠습니다. 하고 들어가는 찰나에

갑자기 간부가 히이이익 기겁을 하면서 내 팔목잡고 뛰더라.

그리고 나보고 봐…봐….봤냐고.

나도 당황해서 간부한테 거의 반말로 (하사니까 만만하기도 했어)

뭘말입니까? 나왔습니까?

화…화…화 환풍구에….머…..머리랑…. 눈…눈….

씨1발 넌 못봤으니까 다행이다 아후 씨1발…..

하사가 본 이후로 행보관이 나랑 면담까지 했어.

XX야 넌 괜찮냐?

별일 없습니다.

혹시 집안에 종교인 있냐?

아….삼촌이 신부님입니다.

같은 동네라 자주 뵈는편이고

삼촌이 있는 성당 다녔었습니다. 천주교 집안입니다.

그래….그래서 괜찮았을 수도 있겠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하지만 난 불미스런 사건으로 인해 곧 창고 계원을 관두게 되었고.

결국 아무것도 모르는 이등병들중

그중에서 다행히 아버지가 목사님이라는 이등병이 있어

어거지로 창고계원을 시키고 사건은 점점 조용해져갔다.

귀신을 봤다는 이야기는 줄기차게 나왔으나,

원래 안 보였던 나나

그 멋모르고 시작했던 그 이등병 애나 본적이 없다고 증언하면서

종교를 가지면 안 보인다는 소문도 같이 퍼져서

한동안 마를리 없는 후원에도 불구하고

교회랑 성당에 초코파이 씨가 다 말라버렸었음.

그러나 어김없이 우리 둘이 아닌

다른사람이 창고를 맡게되면

한번씩 보게 된다 하여

결국은 그 이등병이 휴가 나갈 때면

내가 대신 업무를 봐서 말년 때까지 창고에 있었다.

그리고 전역 직후.

그 머리를 목격했던 맞후와 함께

둘이 담배를 피다가 이 이야기가 나왔다.

“X뱀 (병장을 뱀이라고 불렀다)은 결국 전역할 때까지

대가리 못보고가네, 하 씨1발 나도 종교 가질껄 그랬나.”

“ㅋㅋㅋ 평소에 바르게 살았어야지.”

“씨1발 그때만 생각하면 그때 XX형(왕고) 기절해서 묻혔지

솔직히 난 그때 오줌지렸단 말야”

그러고 시시덕덕 농담 주고받다가.

내가

“야. 아무도 모르는 그 귀신이야기 하나 더 해줄까?”

“아 X뱀 그이야기 들으면 나 잠 못자”

“귀신정체.”

“봤어? 와….. 역시 존나 부식창고에서 넙죽 자길래

기 엄청 센줄 알고는 있었는데 귀신 정체까지 파악하다니.

뭔데 궁금하다”

“안 가르쳐줌”

“아 전역하는날까지 이러시깁니까.

나 지금 평소 안하던 존대말까지 합니다.”

“알았어 알았어 귀 닦고 잘들어라.

그리고 나 전역할 때까지 말하면 안된다.”

“왜 말하면 안되는데.”

“정체 들으면 알어.

왜냐면……

나거든.”

“뭔 개소리야.”

“아니 씨1발 그때 담배가 피고 싶은데

가뜩이나 일병 나부랭이가 혼자 휴게실가면

다른 선임이 잘한다고 박수치는 소리듣게?

게다가 나 그때 휴가나와서 싸제담배였는데.

그래서 몰래 필려고 창고왔는데

창고에 냄새가 안 빠질 것 같잖아.

그래서 그 환풍구 철조망 손으로 미니까 금방 들리더라?

거기에 머리랑 손만 빼서 담배피고 있는데

너네들이 갑자기 이쪽으로 온겨

니 헉소리 날때까지 몰랐는데

씨1발 존나 나도 개놀랬어

그래서 몸 빼고 기우뚱 해서 발판삼아 쌓아뒀던 상자 다 넘어지고

일단 걸릴 것 같아서 활동복 끌어올려서

얼굴 다 가리고 눈만 빼고 끝까지 올린담에 문잠고 나왔는데

XX형이 뒤에서 꼼짝마라고 하는데

더 놀래서 그냥 그상태로 막사까지 존나 뛰었는데

목없는 귀신이라고 소문났더라

담날에 행보관이랑 다른 간부가 나 데려가서 문 따라는데

문따고 눈에 딱 보이는게 씨1발 어제 내가 피던 담배;

그거 딱 밟고 무서워서 못 들어간다고 너스레 떨면서

구석으로 슬쩍 치움 ㅇㅇ….

주임원사가 헛소문 내던데 나 솔직히 존나 감사하더라”

“에이 뻥치지마 봤다는 사람이 수두룩한데”

“따라와봐 증거를 보여줄게”

하고 데려가서 창고문 따고 철조망 쳐다보라고 했음

“야 딱 들어와서 이각도에서 보면 뭘거같냐 밤에 어두울 때 달빛까지 비칠때”

“…..나뭇가지가 얼굴같긴 하네”

“그사건 이후로 일부러 저렇게 꺾어둠.

딱 저러니까 사람 그림자 나오길래.

반만 꺾어두니까 잘 자라드만.

걔한테 인수인계할 때 저것부터 알려줌.

원래 저런거니깐 쫄지말라고.”

“구라치지마”

“너랑 형이랑 그때 안경벗고 있지않았냐?”

“……이 18색꺄 너 전역 3일 남기고 영창갈 각오해라;”

“왜.. 내가 원인제공을 했지만

분위기 조성한건 주임원사부터 시작됐던 사람들의 소문이야

사람들의 그릇된 믿음이 허상을 만들고

실체를 만들어서 이렇게 사람들속에 생명력을 가지게 된거지.

“어려운말 쓰지말고 니 삼촌 신부란 것도 뻥이였냐ㅡㅡ”

“미안.. 내가 할일 없을 때 책 좀 읽었음

그래도 재밌는 추억 아니였냐?

난 전역하는데 누구한테 말하고싶어서 근질근질했다 ㅋㅋ

남은 군생활 잘해라 ㅃㅇ”

그러고 다행히도

나 전역전까지 말은 안해줘서 무사히 전역했고

그리고 전역후에 맞후를 다시 만났는데

다른 사람들한테 이야기 했는데

괜히 내가 깝치는 거라고 믿지도 않는다더라.

그 창고계원은 또 종교 관련인으로 뽑고 ㅋㅋ

지금도 부식창고 근처에 머리가 둥둥 떠다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