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병사’ 컨셉 잡고 전역 노리던 민폐 끝판왕 본 썰

개미친놈이었다.

나는 8월 군번이고 그놈은 6월 군번이었는데

내가 전입할 때부터 이미 소문이 자자했다.

틈만 나면 생활관 책상 펴고 뭐 적고 있는데,

다른 선임들이 ‘또 편지 적냐 이 쉐끼 열심히 해^^’ 이러면서 지나가더라.

내가 짬찌일 때는 그걸 진짜 편지라고 생각했는데,

마음의 편지였음 미친 새끼

고참들 뻔히 보는 앞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뭐 적고 있는데

그게 다 마음의 편지라니ㄷㄷㄷㄷ

다 합해야 60명 정도 되는 대대 소원수리함에 항상 종이가 수북했는데,

이게 거의 전부 이 새끼 마음의 편지라고 보면 됐었다.

웃기는 건 아무도 얘한테 시비 못검..

시비 거는 족족 마음의 편지행이었거든.

이등별이라 하잖냐?

마음의 편지가 있는 한 부대 내 최강자는 이 새끼였다.

우리 중대장은 육사 나와가지고 대대장 직속라인 타는 대위였는데,

완전 FM인데다가

병사들 부려먹는 법은 또 존나 빠삭해서

다른 중대원들도 우리 중대장 지나가면 혹시나 부려먹힐까봐 존나 피하는 공포의 대상이었음.

‘니들 생각 따위 내 손아귀에 들어있다’ 그런 눈빛으로 병사들 대하는데,

존나 냉혈한에다 철두철미한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 냉혈한 새끼도 미친 관병 새끼한테 두손 두발 다 듬;;

맨날 어디 아프다 실프다 해서 사단 병원까지 다녀오는데 도가 지나치는 거야.

중대장이 가끔 데리고 앉아서 말로 잘 타이르기도 하고

샤우팅도 좀 지르고 해도 바락바락 버스타고 사단 다녀옴;;

그렇다고 이 새낄 해부해 볼 수도 없는 일이고;;

중대 대항 축구 대회나 족구 대회에도 인원 모자라니까

니가 머릿수만 채워라 하는데도

‘아 저 발이 아파서..’ 혹은

‘이번에 링겔 맞고 왔는데 심한 운동은 피하라고..’

이 지랄하면서 절대 안 나감.

괜히 쩔뚝거리는 척하는 건 덤이고.

그러면서 일과 끝나고 싸지방 문열면 제일 먼저 날아가서 앉아있다.

그놈보다 일찍 사지방 가본 적이 없다 진짜로.

제초 작업, 보수 작업 같은 거 할 때도

사단본부 가서 안 보이고

병가 받아 나가서 안 보이고

이래저래 코빼기도 안 보임 미친놈이;

우리 중대장이 자존심이 쎈 사람이라서

자기가 자기 병사 컨트롤 못한다는 그런 평가 받는 걸 엄청 싫어했고,

그래서 푸념 같은 것도 늘어놓지는 않았지만,

평소에 얘기할 때 그 미친새끼 얘기는

절대로 안 꺼내는 걸 봐서도 골치 깨나 썩였을 게 짐작이 간다.

아까 이 새끼가 마음의 편지 존나 자주 쓴다고 했는데,

대상도 한두명이 아니었나 봄.

자기 중대원, 타 중대원, 부사관에 간부…

우리 중대장에 관해서는 병사를 너무 부려먹는다고 적었던 모양인데,

대대장이 아침 조례하다가 우리 중대장 보고

‘거 애들 너무 혹사시키지 말고’ 하니까 전 대대원들이 이 관병새끼 쳐다보더라

지금부터 이 새끼가 존나 대단했던 걸 말해볼게

관심병사라 하면

‘군대에 적응을 잘 못하는, 심적 불안감을 가진 병사’ 정도로 인식들 하잖냐?

뭐 십중팔구 그놈들은 고문관이지.

근데 중요한 건 얘들은 대다수가 센스가 떨어지고

체력이 떨어지고 그래서 갈굼 받고

혼자 우울증 걸려서 관심병사 지정되고 그러지.

요컨대 스스로 되고 싶어서 되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는 건데

이 -발놈은 그게 아니라 스스로 관심병사행을 택했음.

관심병사한테 얼마나 큰 혜택이 주어지는지 대충 알지?

뭘 해도 대충 넘어가주고

갈구지도 못하고 어지간한 테러를 저질러도

‘그 녀석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든 주위환경 탓이다’

그런 보호막이 기본적으로 생긴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놈은 그러한 보호막과 인식을 이용해 먹는 느낌이었다.

멍청한 건 절대 아니었고,

그냥 뻔뻔하게, 존나 당당하게 지내면서

대놓고 마음의 편지 쓰고, 병원 다니고,

여러 사람 피꺼솟시키면서 돌아다녔지.

후임 갈구다 때리고,

금품 갈취하고 후임 카드 빌려다 사지방 다니던 어떤 개쓰레기 새끼가 있었다.

어느 부대에서나 가끔 볼 수 있는 그런 태생적 양아치 새끼.

이런 새끼들은 걸리자마자 당장 영창가고

대대장한테 찍혀서 군생활 내내 이 중대 저 중대 끌려다니다 개고생하고

전역하니 그나마 타당한 벌을 받는다고 보는데,

이 ‘관심병사’ 새끼는 타이틀이 모든 짓을 방어해 줌.

일과 째고 생활관에서 디비 자도 징계는 커녕 면담 좀 하고 끝나고;

이 모든 것이 관심병사 타이틀 아래에서 하나의 업적으로 쌓여가는 거지.

다른 관심병들은 어느정도 군생활에 익숙해지면서 자연히 관심병사 타이틀을 벗는데,

이 놈은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

이런 관심병사로서의 업적이 좀 쌓이고 나니까,

이 -발놈이 일을 벌였다.

어느날 부대정비 한다고

목진지 같은 곳 흙 무너진거, 사대 터진거 등등

전 대대가 보수 작업 나선 날이었음.

한낮에 점심먹고 다들 일하는데

요새끼만 어디로 사라지고 안 보이는 거다.

진지 상황 보러온 중대장이 ‘이 새끼가’ 하면서 그놈 찾으러 내려갔는데,

좀 있다가 무전 옴.

‘중대원 전원 작업 중단하고 내려오라’고

이 관심병 새끼가 진짜로 사라진 거다.

생활관에도 없고,

다른 중대에 무전 쳐봐도 본 사람이 없대.

탈영인가 싶어서 대대전체에 비상 걸림.

위병들한테 물어보니 나가지는 않았다고 해서,

상근병들까지 전부 동원해서 부대를 샅샅이 뒤졌다

30분쯤 수색했더니

우리 중대만 빼고 다들 작업 복귀하라고 무전 오더라.

우리 중대는 막사로 오래서 막사로 돌아갔더니

이 -발놈 우리 중대장이랑 같이 대대장실로 들어가고 있었음.

선임들 눈에서 불 뿜더라 진짜..

속으로 이 새끼 좃돼봐라 싶어서 내심 탈영 기대했는데

탈영 안 했더라고 아쉽게

나중에 자초지종 들어보니까

이 새끼가 외딴 예비군 교장에 있는 강당 화장실에서 자 살시도를 했다네?

관심병사 최종 테크 탔지 이 새끼가;;

원래라면 일과시간에 보고도 없이 작업 째고

짱박힌 부분에서 징계 존나 먹어야 되는 건데,

자살 시도를 해놓으니까 이것도 역시 관심병사 타이틀로 막히더라 -발

진상 조사할 때 이 새끼가 뭐라했는지 모르겠는데,

결국 모든 것이 중대장과 중대 선임들 탓으로 돌아갔음.

중대장 징계 먹고,

중대원들 휴가 다 짤리고 풍비박산 남;;

나는 그 놈보다 후임이라 살아남았긴한데.

그보다 더 분통 터지는 건 뭐냐면

이 -발놈이 이 사건 이후로 사단에서 지내다가,

결국 의병 제대했다 미친새끼;;

관심병사 기록이랑, 병원 다닌 기록 등등이랑

자 살사건까지 해서 복무 부적격 판정 받은 모양임.

천하에 둘도 없을 씨부랄 새끼;; 육시랄 새끼

후에 그놈 자살 시도 때의 자세한 상황을 들었는데,

잠겨있는 예비군 강당 화장실 바깥 쪽 창문이 열려 있어서

창문으로 안을 살펴본 어떤 병사가 누가 있다는 걸 발견했고,

문 열라고 했는데 대답이 없어서 우리 중대장을 불렀는데,

중대장이 약 3분 뒤에 도착했을 때는

문이 안쪽에서 열려있었고, 뛰어들어가서 변기 칸을 확인해보니까

이 관심병자 새끼가 한 쪽 다리는 변기통 위에 올리고

자기 키보다도 낮은 걸쇠에 포박줄 묶고

어설프게 매달려서 엑읔거리고 있었다고 한다.

유추하건데,

진심으로 죽을 생각은 전혀 없었고,

자기의 자 살현장을 눈으로 목도할 증인을 만들기 위해

타이밍을 존나게 재고 있었다는 결론이 나왔었음.

흉악한 새끼…

후에 중대원들끼리 이야기하기를,

이 새끼는 처음 군대 들어오면서부터 오로지 의병 제대를 위해 관심병사의 길을 택한…

제갈량급 책략가라는 평가를 내림 ㅅ발ㅋㅋㅋㅋ

한줄요약

관심병사 제도를 이용해서 온갖 만행 저지르고 징계도 안 먹고 전부 디펜스하면서 의병 제대한 놈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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