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군대에서 직업란에 ‘퇴마사’라고 쓴 애가 왔더라

신병교육대 조교로 훈육분대장 할 때 이야기임.

조교 출신은 알겠지만

날이 갈수록 군대 갈 사람들이 줄어드는지

이 친구는 면제되어도 될 거 같은데 하는 애들도 가끔 입대함.

보통 지적인 능력이 떨어지는 애들인데

신검때 아무말도 안하니 그냥 신체건강 1급.

말만 몇마디 해보면 바로 급수 낮출텐데.

각설하고

입소하면 군생활 기록부 같은걸 훈육분대장이 관리함.

관심병사 걸러내기 위한 용도인데

직업란에 보통 학생, 회사원.. 뭐 이런것만 보다

어느날 ‘퇴마사’를 봄.

십수년전에 퇴마록을 즐겨 읽었던 바로

퇴마사면 월향 같은거 좀 날리면서 귀신 잡는거 아님?

근데 생긴게 둥글둥글하고, 조용한 스타일인데

나랑 싸우자는건가 싶어서 데려다가 물어봄

나: 니가 퇴마사라고?

퇴: 네

나: 이렇게 쓰면 관심병사 시켜준다고 어디서 들었냐

퇴: 아닙니다. 진짜 직업 퇴마사입니다.

나: ㅋㅋ 야 그럼 귀신 찾아봐

갑자기 그놈이 화장실로 걸어가더니

10칸정도 대변기 있는 곳을 돌다가 한곳을 딱 찍음

퇴: 여기 변기 위에 앉아있습니다. 6.25때 입은 것 같은 군복을 입고 있네요.

헐. 그칸은 얘들 바로 전기수 중에 한놈이

야간에 화장실에서 귀신봤다고 뛰쳐나왔던 칸임.

아니 이놈이 진짜 귀신을 보나? 하는 생각이 들었음

못미더운 나머지 이놈을 데리고 훈육분대장 안할 때 쓰는 기간병 막사로 감.

나: 여기에 귀신있냐?

퇴: 저기 빈 관물대에 애가 쭈그려 앉아있습니다. 아.. 지금은 관물대 위로 올라가서 누웠습니다.

미친..

이미 그 순간 믿고 안 믿고를 떠나서 소름이 돋더라.

(참고로 그 관물대 전역할 때까지 아무도 안씀)

한참 재미없던 군생활에 신박한 직업을 가진 애가 오니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빠져들기 시작함

거의 길 앞잡이처럼 내가 가는 길에 그놈을 앞에 세우고 귀신있나 없나 보라고 함.

사냥개 수준.

그런데 생각보다 귀신이 많지 않았음.

휴전선 근처에 위치한 사단이라 전쟁때 돌아가신 분들 영혼 많을 줄 알았는데,

다행이라고 생각하던 찰나.

교육을 위해 옆에 연병장으로 이동하는데

퇴: 분대장님..

나: 왜?

퇴: 귀신 네명 있습니다. 어깨동무를 하고 연병장을 돌아다닙니다.

나: 어깨동무 왜 하고 돌아다닌다냐

퇴: 근데 머리가 없습니다.

헐..ㅅㅂ 거기 밤에 애들 데리고 다닐 때 매일 다니는 길임

머리 없는 귀신 네명이 어깨동무를 하고 걸어다니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개소름 돋았음.

나: 야 퇴마사면 귀신 뭘로 잡냐?

퇴: 못잡습니다..

나: 퇴마가 귀신 물리친다는 뜻아냐?

퇴: 저는 그냥 시야와드라고 보시면 됩니다.

ㅅㅂ 모르는게 약이라고..

몰랐으면 걍 넘어갔을텐데 와드를 데리고 다니니

귀신 위치는 다 파악했는데 없애지를 못함ㅋㅋ

퇴: 그래도 귀신은 4단계로 나뉘는데 여기있는 귀신들은 사람을 해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나: 여긴 몇단계인데

그리고 며칠이 지남.

경계 교육을 위해 얕은 산을 올라서 교육을 하려고 하는데

그놈 표정이 좀 이상함.

쉬는시간에 불러서 뭔일 있냐고 묻자

퇴: 분대장님 여기 4단계 (악귀라고 했나 정확히 용어가 기억이 안남) 귀신 있습니다. 위험합니다.

나: 야 여기 매분기마다 올라오는데 귀신 본사람 아무도 없는데?

퇴: 사람 많을 땐 안 보이는데, 혼자 있으면 한시간도 안 돼서 사람한테 해끼치고,

심하면 죽습니다.

나: 사람을 죽인다고?

이미 그놈 표정은 보이지 않는 뭔가를 향해 계속 시선 고정함.

나: 야, 그렇게 보고 있으면 걔가 알아보고 안 덤비냐?

퇴: 저는 귀신을 볼 줄 알아서 퇴마사 한건데,

귀신이랑 직접 대화는 못하고 뭔 얘기하는지 대충 유추는 됩니다.

나: 얘는 뭐래?

퇴: 글쎄요… 굉장히 화가 나있어서..

근데 그 경계 교장은 야간 순찰할때 당직사관(간부)랑 둘이서 순찰 도는곳….ㅜㅜ

보통은 산꼭대기라 순찰표에 사인하기 귀찮아서

낮에 도는 놈들이 순찰표 산 밑에 떼다가 갖다놓는데

가끔 FM으로 하는 당직사관 걸리면 여지없이 올라가야함

그 이후로 순찰표 밑에 두는 사관들만 만나서 꿀빨다가

어느날

FM으로 소문난 여군 장교와 순찰을 돌게됨

그것도 새벽 3시인가 그쯤 된거같음.

경계교장 오르기 전에 외각초소가 하나 있는데

초소에 경계하는 애들이

초: 오늘 저기 올라간답니까?

나: 아 ㅅㅂ 보스귀신 있다는데 오늘 사관 아..ㅅㅂ

초: 귀신 보시면 핸드폰 빌려서 사진 찍으십시오

나: 뒤질래? 너도 가자ㅠ

당직사관은 씩씩하게 문을 열고 교장으로 오르고 있었음..

어찌나 씩씩하게 걷던지…

나: 저기 당직사관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당: 뭐?

나: 지금 대대에 유명한 퇴마사 있지 않습니까?

그놈이 저기 사람 해치는 귀신 나온다는데, 순찰 막번한테 순찰표 떼어오라고 할까요..?

당: …뚜벅뚜벅…

그렇다..그는 사명감 투철한 육군 소위..

난 하루하루 몸 사려야하는 병장..

당직사관이 계단 좀 올라가다가 뒤돌아보더니

당: 야, 나이도 먹은놈이 이게 뭐가 무서워. 나 혼자 갔다올까?

나: 아닙니다 위험하다는데 어떻게 혼자 보내드립니까. 같이 가십시오.

당: 어휴 군인이라는 놈들이..가만히 있어봐 나혼자 뛰어갔다가 올게.

그러더니 혼자 막 뛰더라.

와 육사에서는 심장을 강하게 코팅해서 배출하냐?

여군 혼자서 막 뛰어올라가는데,

나는 얼른 다시 내려와서 밑에 초병들이랑 노가리 까면서 기다리고 있었음.

나: 와 대박이네. 어떻게 혼자가냐?

초: 소위님 대박인 것 같습니다. 또 혼자 갔다왔다고 어디에 보고하는거 아닙니까..?

나: 지가 혼자 막 뛰어갔는데 몰라 나는..

한참이 지났다.

저 멀리서 헐떡이며 뛰어오는 당직사관이 보였음.

당: 야, 너 죽을래???

나: 죄송합니다. 따라갔어야 했는데 너무 빨리 가셔서 못 따라갔습니다..

당: 너 뒤따라오면서 이상한 소리 냈냐?

나: 아닙니다. 저 여기 계속 있었습니다.

당: 뒤따라오면서 뭔 어흐흐흐흐흐흥흥 이런소리 냈잖아 죽는다.

나: 아닙니다..저 여기 X상병이랑 계속 같이 있었습니다.

당: 어? 뭔 소리 나길래 넌 줄 알았는데?

ㅅㅂ 지금 생각해보니까

당직사관한테 뭔일 생겼으면 나도 뒤질뻔했던거임

그 이후에 아무도 경계교장 순찰 안가게 됨.

무장공비 넘어와도 훔쳐갈건 훈련용 화약이랑 내 순결한 입술밖에 없는데

굳이 갈 필요도 없고

괜히 귀신 만나서 트라우마 남을까봐 아무도 안갔음.

암튼 그 퇴마사 때문에

부대 곳곳에 귀신 위치와 동선을 확인했고

자연스럽게 그 위치는 피해서 다님

혹은 낮에만 다니는 길이 됐음.

퇴마사한테는 추가 능력이 하나 더 있었는데

손금이랑 관상을 볼 줄 알았음.

특이한건 손금도 보는데

손을 쫙 피면

왜 손바닥에 마디마디 사이에 올라온 살 있지않음?

그 높이로 기운을 보고 나보고 다행히 좋다곤 하는데

“여친은 언제 생기냐?” 하니까

미소 지으면서 “여자가 없습니다” 하더라

개 1새끼

나중에 싱글벙글하게

★우리 부대 귀신 로드맵★ 이딴거 쳐 만들어주고

훈련 끝나고 모부대로 갔었는데

거기 애들 종교행사때 퇴마사 잘지내냐고 물어보니까

거기서도 귀신 탐지기로 활동하다가

정신병와서 수도병원으로 후송 갔다고 함.

이후에 의가사제대.

지금와서 보면 빅피쳐인가 싶기도 하고.

근데 걔가 귀신보는건 진짜 맞는 거 같다.

걔 말로는 사람 몸에서 푸른빛이 나는 사람들이 기가 약해서 본다고 하더라.

나는 다행이 붉은 빛이던가 그래서 안 보인다고 하더라.

근데..

시1발 여친..

진짜 안 생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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