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바로 이야기를 시작할게
때는 2000년대 중후반 내가 중학교 3학년 때 이야기야
싸움 이야기라 유치하고 한심하게 볼 수 있지만
중학생 때는 그게 나름 중요 했었잖아?
옛날 생각나서 한번 그때로 돌아가서 쓸게
다들 알겠지만 중학생 때는 남자의 자존심과 허세가 폭발하는 그런 시기지
학교가는 첫입학식 때부터 기싸움에 서열정리에
눈만 마주치면 싸움나던 그런 시기임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귀여웠던 계급이지만 나름 그때는
그게 멋있어보이고 압도적일 때였음
중3정도 되면 일단 서열은 다 정리됨
싸움 잘하는 애들 > 의 친구들 > 일반학생들 > 괴롭힘 당하는 애들
전교 1등하면서 공부 잘하던 애들은 논외로 할게
다들 알겠지만 저 계급에도 속하지 않은 애들이었음
암튼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여름에 있었던 일이야
존나게 더웠던 여름이었지
매일매일이 똑같았음
양아치들이 복도와 교실을 활개치고 다니고
특목고니 자사고니 과학고니 준비하는 애들은 빡공하고
이것도 저것도 아닌 일반 애들은 앉아서 게임 이야기만 하고
따돌림 당하거나 못 어울리는 애들은 괴롭힘 당하면서
마지막 중학생의 해가 지나가고 있었음
근데 한명이 전학을 왔어
키는 당시에 174 ~ 175 정도 됐었던 것 같음 (그당시 꽤 큰편)
얼굴도 반반하게 생겼고 어깨도 딱 벌어지고
누가봐도 한주먹 하게 생겼는데 우리반으로 전학을 왔음
그리고 자기소개 할 때 웃으면서 했던 말이
“안녕 얘들아 다들 착해보이네 ㅋㅋ 잘지내보자!” 라고 했음
성격도 아주 좋아보였다. 근데 학교가 경상도에 있어서
서울말에 대한 반감이 심했는데 이 친구는 서울말로 이야기했음
근데 하필이면 우리반이 하필 양아치들이 득실득실한 반이었을 줄은 걔도 몰랐을 거임
양아치들이랑 전학생의 첫 미팅은 10분도 안가서 이루어짐
자리에 앉아있는 애한테 흔히 말하는 앞잡이가 깐족거리면서 다가감
어깨동무를 딱 하고 “야 니 서울아가? ㅋㅋ” 라고 함
전학생 친구가
“어 정확히 서울은 아니고 수원에서 왔어 야 다음시간 수학이야? 너희 진도 어디까지 나갔어?” 라고 함
근데 앞잡이가
“ㅋㅋ니 내 아나? 친한척이고” 라고 하며 뒷통수를 때렸음
반이 순식간에 정적이 흘렀음..
앞잡이는 아주 얇은 팔의 소유자로 뒷통수 치는 소리가 틱!에 불과했지만
전학생의 반응이 다들 궁금했었거든
전학생은 고개가 숙여진 김에 가방을 뒤적거리다가 책을 꺼냄
(이때 앞잡이 살짝 쫌ㅋㅋㅋㅋ)
그리고는 “아ㅋㅋ 너 공부 잘 못하는구나? 딴 친구한테 물어볼게 미안!!!” 하면서 너스레를 떰
앞잡이가 또 뒷통수를 때리려고 했지만
전학생이 그때 반장한테 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남
키차이 한 15cm은 되었을듯
앞잡이가 애들 다 보고 있는 상황이니까
“와 (어이없는 표정) 야 끝나고 잠깐 우리 보제이” 하면서 등을 주먹으로 톡톡 침
전학생은 “좋지~ 잠시만 나 이거 좀 물어보러갈게” 하면서 자리를 피함
그때까지만 해도 성격은 오지게 좋은 착한 병1신이라고 생각했음 모두가
그 당시 반에서 싸움 젤 잘하는 애는 맨 뒷자리에서 책상에 다리 올리고 흥미롭게 쳐다보고 있었음
수업이 다 끝나고 집에 갈시간
학교 뒤에 우리끼리 담벼락이라고 칭하던 뒷마당이 있었음
거기로 남자들 한 70명은 모인듯
양아치 20명 정도, 50명은 일반학생들 (구경하러)
그리고 전학생.
전학생이 진짜 해맑게 “야 너네 이렇게 다 친구야? 사이 엄청 좋네ㅋㅋ” 이런식으로 이야기함
그니까 앞잡이가 자기가 할 수 있는 욕은 다 하면서 분위기 파악 안되냐고 함
(사실 그 욕중에 80퍼센트는 똑같은 말만 반복 졸귀 ㅎ..)
그러다 싸움 젤 잘하는 애가 뒤에서 나타남 (mma 1년정도 배움)
지금부터 싸움 젤 잘했던 애들 대장이라고 칭하겠음
타이핑 너무 귀찮아서
아무튼 대장이 전학생한테 말함
“야 길게 이야기 안한다 졸업 얼마 안 남았는데 알아서 짜져라”
전학생 “(한 몇초 대장을 쳐다보더니) 어 그래 그럴게 근데 나 오늘 집에 일찍 가야되는데”
대장 “(지혼자 웃으면서) 알겠다 집은 일찍 가야지” 하면서
전학생을 지나쳐가려고 함
전학생 옆을 지나쳐갈 떄쯤 대장이 갑자기 전학생 싸대기를 날림
대장 “착해보이나? 사람 좋아보이나? (정확히 사람 좋아비나) 라고 함
그리고는 뒷통수를 3~4대 쎄게 계속 때렸음
그러다 전학생이 아픈지 몸을 숙임
다들 그냥 쳐맞는구나..하고 생각했음
근데 얘가 신발을 갈아신는 거임
뒷통수 계속 맞으면서
대장 “(머리 때리는거 잠시 멈추고) 니 뭐하는데?”
전학생 “OO야 나 지금 신발 갈아신잖아 빨리 신발 갈아신을 때 때려”
대장 “(애들 돌아보면서 졸라 호탕하게 웃음) 머라카노 이거ㅋㅋㅋㅋ”
주위 애들도 다 웃음
전학생이 살짝 골프화 같은 걸로 갈아신고 일어남
전학생 “또 때릴거야?”
대장 “(또 애들 돌아보면서) 와 얘 바라 ㅋㅋㅋㅋㅋ” 하며 말을 끝내는 동시에 얼굴에 주먹을 날림
전학생 얼굴에 정확히 꽂혔고
웃던 애들도 싹 조용해짐
거기서 괜히 눈에 띄었다가 자기도 맞을까봐
전학생이 그뒤로 암말도 안하고 맞은 볼을 몇번 쓰다듬더니 아~ 하며 아픈 소리를 냄
그리고 뒤로 몇걸음 천천히 감
지금부터 잊을 수 없는 장면들이다
전학생이 스텝 2번 탁탁 밟더니 대장 머리를 발로 찍어버림
난 사람 다리가 그렇게 움직이는거 첨 봤었음
대장이 한대 쳐맞고 옆에 관중들한테 부딪힘
그리곤 거의 쓰러지기 직전으로 비틀거리면서 전학생 왼쪽다리에 로우킥을 날림
근데 그냥 날라오는 로우킥 발로 찍어내리더니
그리고 뒤후리기로 KO시킴
대장 뻗고 그뒤로 20분은 누워서 침흘림 (사실 침보단 거품에 좀 가까웠음)
전학생이 대장 발차기 2번으로 때려눕히고 그 양아치 무리를 쳐다봄
(그때 눈빛은 선해보이던 사람이 빡쳤을 때 얼마나 무서운지 알았음)
양아치들이 보는 눈도 많고 나름 자존심 있다고 존나 노려봄
전학생이 걔들 쪽으로 한걸음 가서 스텝 밟을 준비하니까
앞잡이가 눈치보다가 아! 하는 표정으로 대장한테 달려가더니 “야 괜찮나??” 함
전학생이 자세 풀고 아까 대장이 맞고 넘어지면서 부딪힌 애들한테 다가감
“괜찮아? 미안해”
애들 다 고개만 끄덕임
그리고는 엎드려있는 대장한테 감
앞잡이 극 긴장
“OO아 다음에도 때릴거야? 사이좋게 지내 그냥~ 다음에 축구나 같이 하자” 함
대장 암말도 안함 존나 헉헉하면서 침만 바닥에 뱉음
전학생 “그래 그럼 다음에 이야기하자” 하고 가방 챙겨서 집감
당연히 그뒤로 그 전학생 아무도 못 건드림
양아치들이 활개치는건 그대로였지만
다들 전학생한테 친한척하며 원만하게 지냄
자연스럽게 알게 된건데
전학생은 청소년 국가대표 태권도 선수였었고 골반 회전근이 다쳐서 그만뒀다고 들음
그뒤로 공부 첨 시작해서 혼자 열심히 해서 연세대까지 들어감
걔가 실제로 보여준 모습들을 보며
웬만한 액션영화봐도 별 감흥이 없는 정도..
어떻게 이렇게 자세하게 기억하냐고?
내가 대장 빵셔틀이라 전학생 속으로 존나 응원했거든
담날에 싱글벙글 웃으면서 이제 탈출이다ㅅ1ㅂ 했는데
1교시 끝나고 바로 빵 사러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