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저렇게 지인들이랑 고기 구워먹어본 적 있는데 안 익더라
비싼 캠핑장 큰걸로 대여한거라 너무 아까웠던 나머지 비가 너무 세다면 불을 더 강하게 피우면 되지 않을까 하는 븅신같은 생각을 했었음
정상인이 한명이라도 있었다면
그런 짓은 하지 않았을 텐데
우리는 광기에 절어진 대학원생들이었고 결국 행동으로 옮기게 됨
첫 시도에는 캠핑장에서 나무토막을 스무 개 한가득 구입해서 불을 피워 봤음
그러나 대자연의 힘은 존나 위대했고 결국 금방 꺼지더라.
캐나다라서 비가 오질나게 오는것도 있었음.
당연히 우산따위는 아무도 안 씀. 캐나다에서 우산을 쓰는 놈은 나약한 놈이거나 근성이 대단한 놈이다.
거기서 우리들은 고민했고 아예 차에 있는 기름통을 빼내서 부어볼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다음날 신문 1면에 산을 불태운 미치광이들이라고 실리고 싶지 않다면 안 하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림
결국 한 놈이 고기를 들고 버너로 태우면 안 되냐는 질문을 함.
시도해봄.
버너가 고장남.
그쯤되니 오기가 들기 시작했음.
다른 한 놈이 커다란 우산같은걸로 비가 안 오는 지역을 형성해보는게 어떠냐는 제안을 함.
우산이 없음.
게다가 더럽게 넓은 캐나다에서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거대 우산을 찾는건 비현실적인거 같았음
결국 우리는 불이 약하다면 더 강한 불을 내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다같이 돈을 내서 나무토막을 100개 샀음.
그걸 내주는 캠핑장 주인의 눈이 공포에 질려있더라.
설마 큰 불 내시려는건 아니죠? 큰 불 내려는건 맞긴 한데요, 집에다가는 아니에요.
그렇게 대답하고 미친 듯이 낄낄대는 우리는 캠핑장으로 돌아와서 다시 한 번 나무토막에 불을 붙였음.
이번에는 나무토막이 100개다! 이제는 쉽사리 꺼지지 않아는 개뿔 불이 안붙음
그래서 우리는 나무토막 하나하나에 불을 붙여서 100개를 쌓아둠.
장작 100개 따위보다 존나게 큰 불도 비가 오면 살았다! 하고 꺼지는 장면을 영화에서 많이 봤다는 사실을 기억했어야 했는데 우린 그걸 몰랐지
이쯤 되니 피곤해 뒤지겠고 겨우 바쁜데도 친구들끼리 모인 휴가는 이 꼬라지에 배고프다는 사실이 우리를 존나 빡치게 했음
근데 그 이상으로 이 불 속에서 고기를 구워 먹겠다는 오기가 생김
그쯤 되니 우리는 가장 기초적인 계획으로 돌아가기로 했음.
기름 계획 말임. 신문 1면에 실려? 그러면 좋은거 아닌가? 생각해봐
우리가 일생에 몇 번이나 신문에 실려 보겠어. 그런가? 딱 이런 느낌으로 사고가 흘러감.
백인 애 한 명이랑 흑인 애 한 명이 정말 열성적으로 설득한 나머지 우리는 차에서 기름을 빼낸 후, 불이 너무 번지지 않도록 쌓여 있는 나무토막 근처로 돌을 빙 둘러 놓았음.
그 다음에 나무토막 위에 기름을 붓고 불을 일으킬 준비를 다 마침.
사실 이쯤 되니 고기는 좀 뒷전이었던거 같음
암튼 이제 불만 일으키려고 라이터 안 젖게 조심조심 가져가고 있는데,
라이터를 누르려고 고개를 밑으로 내리고 조심스레 버튼을 누르려고 하는데 갑자기 환호성 지르는 다른 놈들의 목소리가 조용해짐.
갑자기 뭔일이 터졌나 해서 뭐지? 하고 고개를 올렸는데
기역자로 허리를 수그려서 거대한 나무토막 덩어리에 불을 붙이려는
내 바로 옆에 두 눈을 크게 뜨고 뿅뿅이라는 표정을 짓고 있는 캠핑장 주인이 있었음
입에서 딱 한국어로 X발이 딱 튀어나오려는데 갑자기 백인애 한명이 튀어나와서 자기가 다 설명할 수 있다고 함.
처음에는 우리가 고기를 구워먹고 싶었다는 데에서 시작했는데
캠핑장주인이 계속 경악한 듯한 얼굴에서 딱 멈춘 상태로 계속 바라보고 있으니까 초조해졌는지 개 헛소리를 지껄이기 시작함
불은 인간의 원초적인 욕구다 프로메테우스가 갖다줬는데 안쓸꺼면 반납해야지 않느냐 스파이더맨 판권도 안쓰면 마블한테 돌려줘야 하듯이
우리도 불을 주기적으로 피워주지 않으면 언젠가 반납해야할지 모른다 등등
근데 캠핑장주인의 표정이 1mm도 변동이 없으니까 물을 한모금 마시더니 갑자기 헛소리를 몇마디 하다가 갑자기 주저앉아서 땅을 내리치면서 통곡을 하기 시작함
파이어!!!! 위 닛 파이어!!!! 하면서 존나 외쳐대는데 결국 캠핑장 주인이 폭소해버리면서 다행히 넘어감
캠핑장 주인은 자기가 이 일을 하면서 고기 하나 굽겠다고 이 미친지랄을 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고 계속 해도는 되지만 대신
그냥 자기랑 같이 실내에서 바베큐 하는게 어떠냐고 물어봄 우리는 정중하게 거절함
우리는 캠핑장 주인의 허락이 떨어지자 거칠 게 없어짐.
대신 소화기는 꼭 갖고하라는 신신당부를 들었고 소화기를 세 개(그것밖에 없어서) 들고 불을 피움 역시 킹왕짱 기름이 있어서 그런가 불은 맹렬하게 타오르기 시작함.
우리는 존나 인디언처럼 상의를 탈의하고 기쁨에 부르짖기 시작했음.
근데 배고파서 관둠.
암튼 이제 고기를 구워 먹어야 하는데 문제가 하나 있었음 빗물샤워를 하면서 고기를 굽는건 고기한테 그리 좋은 환경이 아니었던 거임
한입 베어물자 캐나다의 아름답고 퓨어한 빗물 맛이 입을 가득 채웠음.
거의 모든 게 다 좋았음. 우리는 생수 맛 말고 고기 맛을 즐기고 싶었다는 사실 하나만 빼면.
그리고 더럽게 안 익더라.
좀 더 고기를 먹고 싶었던 친구들은 아예 고기를 불 속으로 던져보기로 함.
고기를 하나둘씩 나무속으로 던지는데, 슬슬 똘기가 재발동해서 고기를 불속으로 던지면서 놀기 시작함
히힣 씬난다 고기투척 이지랄중인 우리를 보고 계시던 캠핑장 주인은 폭소를 터트리며 입을 한번 닦곤 돌아갔음
암튼 갖고 있는 고기의 대부분을 불속으로 던진 건 좋은데,
머리가 좀 식고 나니 한 가지 생각이 우리 모두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음 …
저거 어떻게 꺼내지 시.발?
일단 우리는 최대한 많은 고기를 구조하려고 하다가, 곰곰히 생각해보니 맨 위에 걸려있는 고기는 좀 아닌거같아서 포기함.
그래도 좀 높이 있는 고기 정도는 가능할 것 같았음.
한 마리 인디언의 몸에 불이 붙었다네… 높이 있는 고기도 포기하기로 했음
일단 우리는 대체 왜 신나는 고기 캠핑이 광란의 방화(본인포함)쇼가 되었는지에 대해서 잠시 고민을 해 보다가, 중간 높이에 있는 고기도 포기하기로 했음.
하지만 이제 낮은 높이의 고기라면? 낮은 높이의 고기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빼낼 수 있지 않을까?
몸에 불이 붙은 친구를 필두로 우리는 고기에 집중을 하며 노려봤음.
한 20분 정도? 어? 타버렸네? 타버린건 어쩔수 없지 암 하고 우리는 고기의 70퍼센트 정도를 잃었음
그래도 우리는 바로 근처에 있는 고기는 구조했고, 이거라도 먹어보려고 하던 도중, 한 가지 어메이징한 당연한 생각을 떠올림.
잠깐, 저 불 석유 아니었던가? 우리는 식용유 대신 석유로 간을 한 고기가 얼마나 먹을만 한지에 대해서 토론하기 시작했음
석유로 해먹는 고기가 얼마나 먹을만한지 토론(주로 개소리)하는 와중에, 갑자기 한 놈이 쳐 울기 시작함.
뭐야 니 왜그래 그러니까 갑자기 울면서 쳐웃더니 우리 꼴을 봐 이 병1신들아 라고 말을 함
흠뻑 젖고 배고픈 상태에 한놈은 옷이 불타서 반라 상태인데다
한놈은 인디언 코스프레 한답시고 창까지 들고 있었음
이게 시.발 어디가 박사후보생들의 교양있는 캠핑이야 미개한 야만인들의 우가차카 모임회지 이지랄을 하는데
솔직히 나도 슬슬 흥분도 가라앉고 눈물이 핑 돌드라 결국 모임은 너 우냐? 엌ㅋㅋ 너도? 근데 나도 우네? X발…같은 느낌으로 흘러감
솔직히 춥고 배고파서 감성적이게 된 것 같았음.
지금봐도 왜울었는지 모르겠다 결국 잠시 후 우리에게 어떻게 잘 됐냐고 물어보는 캠핑장 주인을 보고 한번 더 운 다음 추하지만 실내에서 먹어도 될까요 하고 질문함
사실 이시간에 해주면 안되는거긴 한데 어쩔수 없다면서 남은 고기 + 주인분이 주신 고기를 합쳐서 먹었음 먹어도 먹어도 존나 배고프더라
암튼 하려던 보드게임도 현타오고 피곤해서 포기하고 잔 우리는 캠핑장 아저씨한테 이별을 고함
이것으로 우리의 여정은 끝이었음.
와 시.발 이제 랩에서 열심히 해야겠다 드디어 끝이구나 이것도 추억으로남겠지는 지랄 기름이 떨어졌음. ㅅㅂㅅㅂ. 이거 진짜 족같았음.
전날의 모든것보다 그게 제일 족같았다 우리는 서로 막 치고박고 싸우기 시작함.
미1친새끼야 우리 집에갈 기름까지 다쓰냐 비가 너무 세서 기름 부족해서 어쩔수 없었단 말야 등등
한국에서 기름이 떨어져도 족같은데, 땅만 존나 큰 캐나다에서 기름이 떨어지면 어떻게 될지에 대한 답을 구하시오) 정답은 몹시 졷됬다
근데 나는 한국에서 기름 떨어지면 보험사 부르면 되지 않느냐는 아이디어가 떠오름. 너 보험 있냐? 아니 나 면허도 없는데.
너는 보험 있어? 나 없는데.
애초에 한국이랑 여기랑 다르지 않냐? 한국은 의료보험 포함해서 다 싸다던데 약간의 욕설과 많은 육체의 대화 끝에,
우리는 돈 천만원 쓰는게 여기서 뒤지는 것보다는 낫다는 결론을 내림.
어차피 더치페이 하면 그렇게까진 안비싸 갠차나 하고 휴대폰을 켰는데 통화가 불가능한 지역입니다
우리는 그대로 땅에 쓰러져서 통곡을 하다가 마침 지나가던 차에 도움받아서 돌아올 수 있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