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도 장난아닌 ‘현실 군대 공포 소설’ ㄷㄷ

한 밤중 불빛이라곤 은은한 취침등 하나뿐인 깜깜한 생활관,

그리고 라디에이터가 내뿜는 뜨뜻한 열기에 우리는 이미 깊은 잠을 자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쯤 지났을까? 끼익 소리를 내는 생활관 문이 열리고 누군가의 군화소리가 내 귓가에 맴돈다.

이내 그 발자국 소리는 내 침상 앞 쪽에 멈춰섰다.

이미 그때 나는 잠에서 깨버렸다.

그리고 명단과 생활관 위치를 대조하며 연신 보드마카로 무언가를 적는 소리까지 들려온다.

불침번이었다.

새벽 4시, 나의 경계근무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에 휩싸이다 잠이 든 게 22:30, 그리고 지금 시간은 03:20, 그래도 생각보다 길게 잤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왤까, 항상 입대 후 얼마를 자던 나의 피로는 전혀 풀리지 않았다.

오히려 휴가를 나가서 밤새 게임을 하다가 침대에 누워서 4시에 잠들었다가 불길한 느낌에 7시에 자동으로 눈이 떠졌을 때,

3시간 뿐이 못 잤지만 훨씬 덜 피곤했다.

내 자리엔 수맥이라도 흐르는걸까? 왜 자도자도 피곤할까?

이런 수 많은 생각이 잠시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더 이상 이런 생각을 할 시간이 없다.

불침번이 입을 뗐다.

일병 김태현 : 박요한 상병님… 박요한 상병님… 근무투입하실 시간입니다.. 박요한 상병님…

아… 방금 전까지 느껴지지 않았던 피로와 짜증이 불침번이 입을 떼자마자 불현듯 몰려와 머리 속을 뒤집는다.

상병 박요한 : 어.. 아… 깼어.. 5분만 더 자고 준비할거니깐 가…

일병 김태현 : 박요한 상병님, 일어나셔야 됩니다.. 박요한 상병님…

상병 박요한 : 아, 일어난다고…

일병 김태현 : 박요한 상병님.. 일어나셔야 됩니다..

상병 박요한 : 아, 일어난다니깐.. 씨바.. 하.. 야, 몇시냐..?

일병 김태현 : 지금 공삼시 삼십이분입니다. 일어나셔야 됩니다..

상병 박요한 : 어…어? 삼십이분이라고?

일병 김태현 : 예, 공삼시 삼십이분입니다. 제가 근무자를 착각해서 좀 늦게 깨웠습..

상병 박요한 : 아, ㅆ발.. 야, 니 좀 있다가 나 근무 끝나고 우리 생활관으로 와라. 하.. ㅅ발.. 요즘 새끼들은 .. 하..

그렇다.

이제 막 일병 1호봉을 달았던 김태현은 평소 나랑은 자주 만날 일이 없었기에 내 생활관 위치도 잘 모르고

다른 생활관에 가서 애꿎은 사람을 깨웠던 모양이다.

결국 그 영향으로 나를 무려 12분이나 늦게 깨웠던 것이다. 잠결에 본 김태현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 있었다.

일병 김태현 :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상병 박요한 : 아니, ㅆ발 됐고 부사수는 깨웠냐?

일병 김태현 : 예, 아까 깨웠습니다. 그리고 당직사관님이 경계근무복장 D형 착용하라고 하십니다.

상병 박요한 : D형? 하.. 그걸 언제 입고 언제 투입하냐? 하…

일병 김태현 : 죄송합니다…

요며칠 날씨가 춥더니 기어코 사단에서 경계근무자 복장을 D형으로 통제시켰다고 한다.

아마 영하 이십도가 기준이었나?

껴입을 시간도 좃같고 껴입어도 1시간만에 뚫려버릴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오한이 서려온다.

상병 박요한 : 야, 알았으니깐 나가고 근무 똑바로 서라.

니 맞선임 욕먹이기 싫으면, 그리고 생각해보니깐 근무 끝나면 기상직전이니깐 오지 말고 내일 아침먹고 일과 투입전에 우리 생활관으로 와라.

일병 김태현 :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김태현이 나가자마자 본 시간은 03:35 투입까지 15분도 채 안 남았다.

방한화까지 신으려면 시간이 모자라다.

하필이면 당직사관도 성격 지랄 맞기로 유명한 교지관,

지난 번 근무자복장 준수를 안 했다고 투입도 안 시키고 푸쉬업을 시키던 교지관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일단, 껴입을 수 있는건 다 껴입었다.

목이 다 늘어난 회색 내복부터 깔깔이, 전투복, 야상, 스키파카, 방한두건, 안면 마스크 모두 다 껴입었다.

그리고 확인한 시간은 03:42 그래도 짬을 헛먹지 않았다는 걸 이 때 깨닫는다.

나가면서 생각하니 핫팩을 안 챙겼다.

관물대 밑에 짱박아뒀던 핫팩 박스에서 핫팩을 두어개 집고 포장은 대충 바닥에 버려두고 흔들기 시작했다.

복도에 나오니 생활관과는 온도가 전혀 다르다.

아.. 밖이 존나게 춥구나. 조금 걷다보니 부사수가 내 생활관 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게 보인다.

마음 같아선 이 새끼도 존나게 갈구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이 추운데 같이 고생할 생각을 하니 불쌍해서 봐주기로 생각했다.

내가 걸어오는 걸 본 부사수가 급하게 이쪽으로 뛰어온다.

ㅂ신새끼… 난 이미 니가 느긋느긋 걸어오는 걸 다 보고 있었는데,

하여간 저 부사수 새끼는 전입온 순간부터 욕이란 욕은 다 먹어본 새끼임을 누구보다도 잘 보여주고 있었다.

머릿속에선 이 새끼의 맞선임부터 내 밑에까지 다 조져버려야 겠다는 생각을 수 없이 많이 했지만

얼마전 신병한테 담배 피울 때 왼손으로 피라고 했다가 영창에 간 내 동기가 떠올랐다.

무려 일주일을 영창에 가있었다.

손찌검 하나 안 했지만 내 동기는 세치혀로 인해 복종의무위반(폭행 및 지시불이행)이라는 죄목을 갖고 영창으로 떠났다.

그리고 돌아온 내 동기는 전출까지 가버렸다.

안 그래도 2명뿐이 없던 동기 중 한 명이 떠나가니 짜증이 밀려왔다.

ㅅ발 나 때만 해도 그런건 생각을 못 했는데, 라는 생각이 수 없이 머릿속에 펼쳐졌다.

결국 나는 수 없이 고민한 끝에 저기 보이는 부사수한테 그냥 손을 떼기로 결심한다.

어차피 갈구는건 저 새끼의 맞선임이나 2-3개월 선임들이 할 일이니깐, 나랑 차이 많이 나는 새끼 하나 건드려 피 보긴 싫다.

상병 박요한 : 야.. 빨리 빨리 좀 다녀라..

일병 박선재 : 예! 죄송합니다!

근무투입부터 이 얼마나 족같은 일의 연속이던가?

하루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런 족같은 일들에다가 저 추운곳에서 근무까지 서고 돌아올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짜증이 폭발하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하나 다행인건,

아침에 국기게양이라 점호를 쨀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저 교지관이라는 사람은 영하 20도가 되어도 유도리 없이 알통구보를 시키는 미친놈 중에 미친놈이다. 영하 20도에 알통구보를 뛰었을 때,

마치 젖꼭지는 칼날로 잘라내는 듯한 느낌이 들고 가슴팍은 붉게 물들 정도로 차다.

생각만 해도 오한이 몰려온다. 천만 다행이다.

이런저런 생각은 그만하고 이제 근무투입을 위해 행정반으로 발을 옮겼다.

행정반에 들어서자 따뜻한 온기가 다시금 몰려온다.

눈 앞에 보이는 행정반에는 과자를 주워먹으면서,

컴퓨터는 화면보호기가 뜰 동안 손 떼고 있었다는 것이 눈에 띄는 당직병이 눈에 들어온다.

당직이지만 겨울엔 너무 부럽다.

그리고 당직사관 자리로 눈을 옮겼을 땐, 이미 꿈나라로 떠나버린 교지관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교지관의 나이는 올해로 38세,

하지만 나도 그렇고 들어오는 신병마다 교지관의 나이를 50세 근처로 착각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군대에 있으면 힘들어서 저렇게 늙는건가?

나도 전역하면 폭삭 늙는건가? 또 잡생각이 머리속을 스친다.

일단은 총기함을 열기 위해 당직병을 불렀다.

상병 박요한 : 김광훈 뱅장임? 총기함 키 좀 주십셔~

병장 김광훈 : 어.. 어.. 여기 야 니 근무야? 밖에 존나 춥다는데 핫팩 들고가.

김광훈 병장이 목에 걸고 있던 총기함 키를 건네준다. 목에 거는 부위엔 때가 꼬질꼬질하다.

상병 박요한 : 야, 니는 뭐 멀뚱멀뚱 서있냐?

정말이지 화가 머리 끝까지 치민다.

일병 나부랭이 새끼가 근무도 제대로 안 배워서 당직사관한테 키 받아오는 것도 모르고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줘패고 싶다는 욕구가 솟는다.

일병 박선재 : 예..예?

상병 박요한 : 예? 야, 뭐하냐고 총기함 키 안 받아와? 니 근무 누가 알려줬냐?

일병 박선재 : 그.. 김정국 일병님께서 알려주셨습니다!

상병 박요한 : 뭐? 김정국 일병님? 하..

일병 박선재 : 아, 죄송합니다. 아아.. 김정국 일병이 알려줬습니다!

상병 박요한 : 하, 그래,, 야 일단 총기함 키나 받아와.

일병 박선재 : 옙!

일병 박선재 : 당직사관님!

하지만 이미 깊게 잠들어버린 교지관은 잠에서 깨어날줄 몰랐다. 그리고 부사수는 더욱 초조함을 느끼는 것 같다.

일병 박선재 : 당직사관님! 당직사관님!

결국 당직사관을 부르다 지친 부사수 새끼는 미친개라고 불리던 교지관을 손으로 흔들어 깨워버렸다.

교지관 : 으..어? 아, 총기함 키.. 어.. 어.. 그래, 수고하고 보고 생략하고 가~

교지관은 잠결에 그 상황을 그냥 넘어가버렸다.

천만 다행이다.

그리고 다시 교지관은 잠들었다. 심장이 아려온다. 부사수는 내가 가지고 있던 총기함 下키를 가져가 총과 대검을 꺼내고 있다. 나는 당직병에게 말을 걸었다.

상병 박요한 : 김광훈 뱅장임? 방금 봤슴까? 저 새끼 당직사관 흔들어서 깨우는거?

병장 김광훈 : 와.. 야 나도 존나 놀랐다 방금.. 교지관이 자고 있어서 다행이지 와…

상병 박요한 : 요즘 들어오는 새끼들 다 저런데 어떻게합니까? 저 아직도 130일 남았는데?

병장 김광훈 : 몰라~ 니 알아서 해ㅋㅋ 난 이제 밑에 애들은 관심도 없다. 야 니도 이제 한 100일 깨지면 관심도 안 생겨ㅋㅋ

상병 박요한 : 아, 그런게 어딨슴까.. 진짜.. 아 130일 안에 만창갈거 같은데 하..

부사수가 총과 대검을 모두 꺼내왔다.

탄띠의 옆구리 부분에 대검을 꽂아넣는데 이 부사수 새끼는 그 대검하나 제대로 꽂질 못하고 있다.

상병 박요한 : 야, 니 대검 끼는법 모르냐?

일병 박선재 : 배..배웠습니다!

상병 박요한 : 하.. 씨바 말을 말자.. 야 빨리 껴 시간없다.

그 뒤로도 한참 못 끼우던 부사수는 노력끝에 끼우는데 성공했다.

시계를 보니 03:52, 과연 경계투입로를 풀로 돌아서 가기엔 무리라고 판단되었다.

상병 박요한 : 김광훈 뱅장임? 밖에 빙판 얼었으니깐 저 직투입합니다?

병장 김광훈 : 야, 맘대로해ㅋㅋ 부관이나 사령한테 안 걸리게 투입보고 좀 천천히만 해라ㅋㅋ 괜히 걸리면 나도 욕먹어.

상병 박요한 : 예, 그럼 저 투입합니다? 이따가 근무 끝나고 라면이나 드시겠슴까?

병장 김광훈 : 야, 됐다. 나 이제 다이어트해야 나가서 여자도 만나고 그러지, 쟤랑 같이 먹어라ㅋㅋ

상병 박요한 : 아, 섭섭합니다 진짜.. 아무튼 저 이제 투입합니다. 수고합셔~

상병 박요한 : 야, 빨리와라. 시간없다.

일병 박선재 : 예! 알겠습니다!

밖으로 나오니 정말 존나게 차가운 공기가 뺨을 스친다. 좃같다.

근데 총기수불대로 가는 길, 부사수 새끼는 또 다시 직무유기를 범한다. 왜 부관호출버튼을 안 누르는걸까?

상병 박요한 : 야, 니 왜 저거 안 누르냐? 내가 눌러?

그제서야 부사수는 부리나케 뛰어가서 벨을 누른다.

상병 박요한 : 하.. ㅆ발.. 진짜 짜증나네. 요즘 새끼들은 왜 다 이 모양이지?

일병 박선재 : 죄송합니다! 까먹었습니다!

상병 박요한 : 하.. 야 까먹어? 하.. ㅅ발 ..

일병 박선재 : 죄송합니다!!

벨을 누른지 시간이 좀 됐는데도 당직부관이 나올 생각이 없다. 또 쳐자는구나.

상병 박요한 : 야, 여기 서있어. 부관 깨우고 온다.

이 새끼를 시키면 또 가서 부관을 흔들어 깨울까봐 무서워서 직접 가기로 한다.

지통실에 들어서자 사단 화상회의 시스템 사진을 고정해 놓고 이미 떡이된 당직사령과 마찬가지로 떡이된 상황병,

당직부관이 눈에 들어온다.

상병 박요한 : 부관님, 근무투입입니다.

상병 박요한 : 부관님?

당직부관 : 어.. 으어.. 어, 그래.. 아 미안하다.. 너네 위병소?

상병 박요한 : 탄약고입니다.

당직부관 : 어, 그래 나갈께. 나가있어~

그리고 다시 총기수불대로 돌아온다.

저만치 멀리서 탄을 담은 빨간 고추장통을 들고 딸랑딸랑 걸어오는 당직부관이 보인다.

당직부관 : 탄알집 인계.

상병 박요한 : 상병 박요한 우상탄 10발 이상무.

하.. 이 부사수 새끼는 정말 근무를 안 배운 것일까? 또 다시 입을 열지 않는다.

당직부관 : 야! 부사수 왜 말이 없어?

일병 박선재 : 이.. 일병 박선재.. 좌..좌상탄 10발 이상무.

당직부관 : 좌상탄? 야.. 사수 니 얘 경계근무 투입요령 안 알려줬냐?

상병 박요한 : 아.. 죄송합니다.. 알려주겠습니다.

당직부관 : 야, 경계근무가 장난도 아니고 총알을 갖고 가는건데 이래서 되겠냐? 너네 둘다 근무 끝나고 진술서 작성해라.

상병 박요한 : 알겠습니다..

하… ㅅ발.. 평소 종교를 믿지 않는 나임에도 이번 만큼은 누군가를 믿지 않으면 내 부사수를 쏠 것 같다.

당직부관 : 야.. 일단 투입하고 투입로 순찰 똑바로 해서가라. CCTV로 다 보인다. 투입해.

상병 박요한 : 당직부관님 상병 박요한 외 1명 탄약고 근무 투입하겠습니다. 콩격!

투입로를 따라 가는 길.. 부사수는 말이 없다. 내 빡침을 읽은 것일까?

상병 박요한 : 야!

일병 박선재 : 예!

상병 박요한 : 니 근무 안 배웠냐?

일병 박선재 : 배웠습니다!

상병 박요한 : 근데 어떤 새끼가 알려줬길래 이렇게 기본조차 안 알려줬냐? 어?

일병 박선재 : 죄송합니다!

상병 박요한 : 아니, 어떤 새끼가 알려줬냐고 물어봤잖아.. 어?

일병 박선재 :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 배웠습니다!

상병 박요한 : 야, 나는 어떤 새끼가 알려줬냐고 물어봤다. 어?

일병 박선재 : 죄송합니다! 제 잘못입니다!

상병 박요한 : 야 ㅆ발.. 꼭지 돌기전에 말해라. 어떤 새끼한테 배웠냐고.

일병 박선재 : 기..김정국 일병님입니다!

상병 박요한 : 하.. 일병님? 야 ㅅㅂ 요즘 군대는 병장으로 시작해서 이병으로 끝나냐?

일병 박선재 : 죄송합니다! 김정국 일병입니다!

상병 박요한 : 야, 죄송하면 군생활이 끝나냐?

일병 박선재 :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상병 박요한 : 야 죄송하면 군생활이 끝나냐고.

일병 박선재 : 아닙니다!

상병 박요한 : 하ㅅㅂ , 됐다. 야 내일 점호 끝나고 니 맞선임 데리고 우리 생활관으로 와라.

일병 박선재 :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후임을 갈구다 보니 산길을 따라 이어진 투입로 끝에 전 근무자 부사수가 라이트를 키고 내려오는 게 보인다.

전 근무자 부사수 : 정지! 정지 정지! 손 들어 움직이면 쏜다! 카렌다!

어.. 이 ㅅㅂ 설마 이 새끼 암구어도 숙지 안 해왔나? 왜 말이 없지? 하 설마 ㅅ발.. 진짜 이건..

전 근무자 부사수 : 카렌다!

전 근무자 부사수 : 카렌다!

상병 박요한 : 암구호 미숙지~

나는 당연히 내 짬에 수하를 할줄 몰라서 암구호는 몰랐다.

전 근무자 부사수 : 누구냐!

상병 박요한 : 근무자~ 야 나야 요한이.

전 근무자 부사수 : 신원을 확인하겠습니다. (딸깍) 신원이 확인되었습니다.

전 근무자 부사수 : 박요한 상병님, 고생 많으십니다. 근데 왜 부사수가 수하 안 합니까?

상병 박요한 : 몰러 ㅅ발.. 저 새끼 모르는거 같은데..

하지만 부사수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조차 모르고 있는 표정이었다.

상병 박요한 : 야, 근무간 특이사항 있냐?

전 근무자 사수 : 야 요한아. 특이사항은 없고, 아까부터 당직사령이 순찰 다니더라. 안 걸리게 조심해라. 그리고 비행기 존나 뜨니깐 보고 잘 하고.

상병 박요한 : 예~ 수고하십쇼. 많이 춥습니까?

전 근무자 사수 : 어, 존나 춥다 ㅅㅂ -21도까지 떨어졌네. 고생해라. 우리 간다.

상병 박요한 : 예, 고생합쇼.

전 근무자 부사수 : 야 박선재. 니는 근무 끝나고 나 좀 보자.

일병 박선재 : 예! 알겠습니다!

상병 박요한 : 야 지통실에 투입보고 해라.

일병 박선재 : 예, 알겠습니다!

일병 박선재가 탄약고 간이초소 안에 있는 내선전화로 지통실에 전화를 건다.

일병 박선재 : 예, 통신보안! 공격! 탄약고 근무자 일병 박선재입니다!

음.. 그래도 이 새끼 이건 좀 하네..?

일병 박선재 : 예…옛? 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쇼! 박요한 상병님!!!

상병 박요한 : 왜

일병 박선재 : 당직사령님이 전화 바꾸라고 하십니다!

상병 박요한 : 예, 공격 상병 박요한입니다.

당직사령 : 야 누구? 박요한? 야.. 니 근무 투입보고 할 때 사수가 보고하는거 알아 몰라 어?

상병 박요한 : 알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당직사령 : 야 근무 끝나고 진술서 작성해라. 어? 니 몇중대야?

상병 박요한 : 예, 1중대입니다!

당직사령 : 행보관한테 진술서 인계할거니깐 어! 알았어? 진술서 작성해!

상병 박요한 :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당직사령 : 근무 똑바로 서라 어? 상병이면 군생활 끝난 줄 알아? 근무 끝나고 지통실로 와.

상병 박요한 : 예.. 콩격..

상병 박요한 : 야.. 너 왜 당직사령 자리로 전화했냐?

일병 박선재 : 죄송합니다! 보.. 보고하라고 하셔서 당직사령한테 하는건줄 알았습니다!

상병 박요한 : 와.. 씨이발.. 야 니 보고도 처음이야? 어?

일병 박선재 : 예! 전 근무에서는 전역한 김철준 병장이 보고 배우라고 대신 해줬습니다!

상병 박요한 : 와.. ㅅ발.. 진짜.. 하….

상병 박요한 : 야.. 내가 앵간하면 니 근무 편하게 세워줄라 그랬는데… 아예 FM으로 해야겠다 야..

상병 박요한 : 야 산쪽 보고 사주경계 하면서 서있어라 어? 뒤돌아 보면 알아서 하고.

일병 박선재 : 예! 알겠습니다!

상병 박요한 : 아.. 진짜.. ㅅㅂ.. 이게 뭔 일이냐… 아..

그렇게 나도 FM대로 알려준다고 탄약고 쪽을 쳐다본지 30분,

드디어 냉기가 무좀 걸리는 방한화를 뚫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차디찬 산 중턱의 바람은 최소 영하 40도는 될 것 같이 느껴졌다.

발에 감각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그래도, 짬찬 나도 존나 추울텐데 저 새끼도 춥겠지? 핫팩은 들고왔나? 라는 쓸데없는 생각이 머릿속에 들어왔다.

상병 박요한 : 야!

부사수가 대답이 없다. 귀도리 때문에 잘 안 들렸나 보다.

상병 박요한 : 야 선재!

왜 대답이 없지 아직도 안 들렸나?

상병 박요한 : 야!!!!

그래도 대답이 없어 가까이 가보았다.

놀랍게도 부사수는 눈을 지긋히 감고, 온천에 들어가 있는 원숭이와도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이젠 빡침보다도 어이가 없었다.

상병 박요한 : 야.. 자냐?

상병 박요한 : 야! 자냐고! (툭)

일병 박선재 : 으어어 아아아아 아닙니다!!!!!!!!!!

상병 박요한 : 야 ㅆ발아 니 자는거 봤는데 아니라고?

일병 박선재 : 아..안잤습니다! 잠깐 눈만 감고 있었습니다!

상병 박요한 : 야 이 개씨1발 너 진짜 뒤지고 싶냐? 야 내가 만만하냐?

일병 박선재 : 아..아닙니다! 죄송합니다! 근데 진짜 안 잤습니다!

상병 박요한 : 하.. 야 ㅅㅂ….. 와 진짜 ㅆ발..

일병 박선재 : 죄..죄송합니다!

상병 박요한 : 야 됐다. 그냥 말을 말자. 니 자든지 말든지 신경 안 쓸테니깐 드러누워서 그냥 자. 어? 주무세요. 박선재 일병님~

일병 박선재 :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상병 박요한 : 아니 주무시라니깐요, 박선재 일병님? 근무는 제가 박일병님 몫까지 서겠습니다?

일병 박선재 :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상병 박요한 : 야, 니 진짜 내가 이제부터는 니 상종도 안 하고 사람취급 안 할꺼니깐 니도 내 얼굴 가능하면 마주치지 마라 어? X발 정도가 있지..

그렇게 나는 부사수와 단절했다.

정말 쳐다보기도 싫었다.

그렇게 약 1시간이 더 흘러 근무가 30분 정도 남았을 때였다.

겨울이라 그런지 해도 늦게 뜨고, 오히려 아까보다 더 추워졌다.

나는 간이초소 문턱에 앉아 잠깐잠깐 졸고 있었다.

가끔 저 새끼 총으로 자살한건 아닌가 뒤돌아 봤을 땐, 다행히도 멀쩡히 서있었다. 안심하고 다시 졸음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얼마쯤 지났을까 약 10분이 지난 것 같았다.

갑자기 누군가 내 하이바를 턱 때리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이 새끼가 내 대가리를 친건가 하고 눈을 떠서 앞을 보았을 때, 정말 있지 말아야 할 사람이 있는걸 보았다.

당직사령 : 기상

당직사령 : 기상!!!!!!!

당직사령이 내뱉는 두 글자에 모든 졸음이 달아나고 소스라치게 놀라 벌떡 일어서서 바로 경례를 했다.

당직사령 : 야, 아까 투입할 때부터 마음에 안 들더니 근무시간 때 잠을 자고 있어? 어? 니가 그러고도 군인이야? 어?

그제서야 내 뒤에 서있던 부사수가 뒤를 돌아서고 태연히 경례를 했다. 와.. 너도 잤구나.. ㅅㅂ새끼야…

박요한 상병 :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당직사령 : 야 됐고 근무 끝나자마자 내려와서 진술서 써 어! 사수가 모범을 보여야지 어? 야 부사수 넌 계급이 뭐야!

일병 박선재 : 이…일병입니다!

당직사령 : 일병? 일병이나 되서 사수가 자고 있는데 아무말도 못하고 있어? 어?! 너도 진술서 써!

그렇게 폭풍이 지나가고, 드디어 길고 길었던 근무교대 시간이 다가왔다. 그리고 이 새끼는 또 다시 수하를 걸지 않았다. 아무리 가까이 와도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경례를 했을 뿐이었다.

다음 근무자 사수 : 박상병님! 고생하셨습니다. 야 근데 니는 왜 수하를 안 하냐? 지금 해도 안 떴는데 식별되냐? 어?

일병 박선재 : 죄송합니다! 다음 근무자가 송철민 상병님인거 알고 있어서 안 했습니다!

다음 근무자 사수 : 뭐? 야 ㅆㅂ 닌 이 어두운데 나인게 보였다고?

일병 박선재 : 아닙니다! 전날 경계근무표 보고 알았습니다!

그 대답에 나와 다음 근무자 사수와 부사수 모두 말을 잃었다.

상병 박요한 : 야..철민아.. 고생해라.. 간다.. 하..

다음 근무자 사수 : 박상병님, 고생하셨습니다. 야, 박선재 니 점심시간에 맞선임 데리고 내 생활관으로 와라.

그렇게 모든 근무를 끝내고, 터덜터덜 내려와서 총기수불대에 섰다. 그리고 이번에도 벨을 안 누르길래 포기하고 내가 누르고 왔다. 멀리서 부관이 빈 빨간 고추장통을 들고 걸어온다.

당직부관 : 탄알집 제거!

상병 박요한 : 탄알집 제거

당직부관 : 조종간 후퇴고정 약실 검사

상병 박요한 : 조종간 후퇴고정 약실 검사 이상무

당직부관 : 조종간 2-3회 후퇴전진

상병 박요한 : 조종간 2-3회 후퇴전진 (철컥철컥철컥)

당직부관 : 조종간 단발

상병 박요한 : 조종간 단발

당직부관 : 격발

상병 박요한 : 격발! (탈깍)

(탕)

???????…….

?????… 나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아니 왜 이런 소리가..? 그리고 내 옆에는 사색이 된 부사수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당직부관 : 야 이새끼야! 뭐야! 뭐 하는거야 어!!!!!!

당직부관이 부리나케 달려와 부사수를 다그치기 시작했다.

일병 박선재 : 이..일병 박선재! 갑자기 총알이 나갔습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지통실에 있던 사령이 급하게 달려나왔고 이어서 잠자던 교지관이 뛰어나왔다. 그리고 그 시간은 06:00,

방송 마이크의 잡음으로 이미 잠이 깬 일부 예민한 병사들은 창문으로 우리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정말 모든걸 잃는 기분이었다.

당직사령과 부관, 사관 모두 일병을 존나 갈구다가 갑자기 타겟은 나에게로 돌아왔다.

당직사령 : 야 너는 어! 사수라는 놈이 어! 부사수가 안전검사 하나 못하는데! 어! 옆에서 잘 보고 알려줘야지 어!!!!!!

나는 너무 억울했지만, 이젠 말 할 힘도 없었다.

그저 연신 죄송합니다를 내뱉을 뿐이었다.

그리고, 국기게양과 아침식사를 할 겨를도 없이 우리는 방금 출근해서 옷을 갈아입던 행보관에게 불려갔다.

행정보급관 : 야 박요한 긴말 필요없고 진술서 작성하고 징계심의 받을 준비나 하고 있어라.

행정보급관 : 야 선재, 너도 옆에서 진술서 쓰고 있어. 행보관이 오늘 사단 위생검열이라 바쁘니깐 어 진술서 다 쓰면 워키토키로 말하고 어?

행정보급관 : 어 행정보급관은 박요한 너한테 많은 실망을 했다.

어! 행정보급관이 평소에 너 아낀거 알지? 근데! 이건 어떻게 해줄 수가 없어! 교지관만 봤으면 몰라도 당직사령까지 봐서 방도가 없다.

상병 박요한 : 죄송합니다….

그렇게 나는 장장 2시간 동안 진술서를 써냈지만, 행보관에게 1차 빠꾸를 당하고 3번만에 진술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3일 뒤, 우리는 징계심의위원회에 출석했다.

인사담당관 : 야 요한아. 이거 커버도 못 치겠다. 야 가야겠다~

평소 친하던 인사담당관은 나를 조롱했다.

행정보급관 : 야 담당관! 그래도 평소에 잘한놈이니까 어 살살해 임마!

그렇게, 우리는 징계심의위원회에서 다음과 같은 징계를 받게 되었다.

상병 박요한 : 성실의무위반(경계근무소홀) 휴가제한 2박 3일, 일병 박선재 : 성실의무위반(경계근무소홀) 휴가제한 4박 5일

하지만, 비극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박선재가 행보관과의 상담중 경계근무 중 있었던 나의 쿠사리를 모두 불어버린 것이다. 나는 그 즉시 행보관한테 불려갔다.

행정보급관 : 야 요한아, 행보관이 너 많이 아낀거 알지? 근데 이건 힘들겠다. 행보관이 그래도 담당관이랑 얘기해서 좀 편한 대대로 보내줄께 어?

나는 정말 눈물을 흘렸다. X발 너무 억울했다.

그리고,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 내가 갈궜다는 이야기가 들려오자 중대에서 설문지를 돌려서 나에게 갈굼을 당한 애들이 있냐고 설문을 했다고 한다.

그 결과,

내가 근무 투입전 늦게 깨웠다고 갈군 불침번과 예전에 기억도 안 나게 조금 뭐라고 했던 것까지 모두 불었다고 한다.

그렇게 다시 징계심의가 열렸고,

나는 복종의무위반(폭행 및 가혹행위) 영창 14박 15일을 받고 영창으로 떠났다.

그렇게 영창으로 떠나는 날 아침,

모든 짐을 의류대에 대충 쑤셔박고 행보관 선탑의 레토나에 탑승했다.

행보관은 연신 나에게 아쉬움을 표하며, 다른 대대에 가서는 애들 괴롭히지 말라고 조언을 했다.

그리고 영창에서 가만 앉아 허송세월을 보낸지 15일째 아침..

다시 행보관 선탑의 레토나가 나를 태우러 왔다. 그리고 나는 전출을 가야 된다며 어디론가 나를 끌고 갔다.

나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끌려갔고, 도착해 보니 그곳은 연대본부(기보사-여단본부)였다.

나는 쾌재를 불렀다. 행보관이 내 공로를 인정해 줬구나! ㅆ발! 드디어 몸 편한 곳에서 살겠다!

하지만, 그 곳에서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아무도 나를 아는척 조차 하지 않았으며 선임취급은 더더욱 없었다.

그리고 편할 것 같았던 몸도 전혀 편하지 않았다.

나의 보직은 111.101이었고, 연대본부는 항상 경비소대의 인원부족 현상을 겪고 있던 곳이었다.

근무를 하루에 3번도 넘게 들어갔다.

그리고 일과시간엔 연대본부는 미관이 중요하다며 경계근무 투입로를 보도블럭으로 포장하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전역 때까지 본부의 모든 보도블럭을 깔았고,

마침내 내가 다 짤려버려서 4박5일 남은 말년휴가를 다녀온 전역 하루 전날 보도블럭이 다 설치되었다.

나는 전역모는 당연하고, 전역식을 끝내자마자 아무도 위병소로 내려오지 않는 씁쓸한 전역을 맞이했다.

그리고 나는 집으로 돌아와 컴퓨터를 켰다.

나중에 듣기론 박선재는 근무 중 바지에 똥을 지렸고,

이 바지를 세탁기에 바로 넣고 빨다가 존나게 욕먹고 양주병원 정신과 치료를 받다가 일말 때 공익으로 빠졌다고 소문을 들었다.

그리고 나는 원래 전역 예정일이었던 시기에서 15일이나 지체된 전역으로 인하여 2학기 칼복학에 실패하고 편돌이를 하며 1년을 보내게 되었다.

이 후 박요한은 1년 뒤 다시 지잡사립대로 복학하였으며,

동기들과 복학시기를 맞추는데 실패해 친한친구 없이 집-학교-집을 반복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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