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학창시절 문과였는데 고3때 문과중에서
선택한 사탐과목에 따라 반이나뉨.
남자 애들은 주로 경제나 지리쪽을 많이 선택 하였는데
난 정치와 역사쪽이라 여자가 많았음.
한반에 남자는 5명, 여자는 30명쯤인데
우리 반 남자중 1명은 개썅마이웨이였고
한명은 자신만의 세계가 확고히 성립된 진성 오타쿠여서
사실상 남자는 3명밖에 없었음.
그래서 나를 포함한 남자 3명은
도원결의를 맺은 유비 관우 장비마냥
끈끈하게 뭉칠 수 밖에 없었고 나름 잘 뭉쳐서 다님.
하지만 첫번째 문제는 학기가 시작되고
첫날 반장을 뽑으려 하는데 아무도 나서지를 않자 담임이 강제로 반장을 뽑았음
나는 그당시 남자애들중에 성적이 제일 좋아서 담임이 나를 강제로 반장을 시킴.
사실 이때는 반장시절이 내겐 정말 깊은 인상을 남긴게
여자들의 집단에 대해서 정말 처절할 정도로 알게 되었거든.
먼저 우리 반 여자집단은 총 세분류가 있었음.
우리반에는 노는 애들이라고 할 것까지는 아니고 굳이 따지자면
노는 무리 한부류
그냥 딱 평범한 애들 무리 한부류
그리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타쿠? 무리까지 해서
세개의 그룹으로 나눠졌는데
이에 포함되지 않는 여자애 한명이 있었음.
걔는 공부를 잘하는 애였는데, 조그만하고 생긴 것도 약간 귀여웠다.
얘는 부반장이었는데 얘도 담임이 나 다음으로 성적이 좋아서 강제로 부반장을 시킨 거였음
나는 솔직히 반장임무 귀찮은거 부반장한테 떠 맡기고
내가 강제로 떠맡기면 얘는 울상 짓고 징징거리곤 했는데
그게 또 재미있어서 자주 장난치고 놀았다.
근데 반 여자애들은 그걸 굉장히 아니꼽게 봄.
남자애랑 존나 친한척하고 꼬리친다고
욕하는걸 반에서 대놓고 들리게 말하더라
부반장을 괴롭히는 무리는 노는 무리들이었음
그렇다고 대놓고 괴롭히는건 아님
그전까지만 해도 부반장도 여자애들이랑 무리를 짓진 않아도 같이 얘기하고 어울렸는데
노는 무리들이 부반장을 따돌리기 시작한 이후로는
반에서 나말고는 아무도 부반장하고 얘기하지 않더라
이쯤에서 끝났다면 흔히 있는 일이었겠지만
다음은 내가 타깃이었다.
타깃이라고해서 날 어떻게 하는게 아니고
걔내들은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야자시간만 되면
내 근처로 와서 친한척 하고 농담치고 장난을 거는데
이때만 해도 나는 아무런 눈치를 채지 못하고
그냥 반 친구들이니까 같이 장난치고 놀았음.
그런데 내가 그 무리들과 놀게된 순간 우리반에서 부반장은 정말 아무도 같이 얘기하거나 놀지 않게 되어버리더라
나는 그걸 너무 늦게 눈치 채버렸다.
그리고 내가 그걸 느낀건 반에서 부반장의 모습을 볼 수 없어서 였음.
쉬는 시간에 자리에서 공부하거나 나랑 놀던 부반장이
내가 다른 얘들과 노느라 정신이 팔린 사이에 쉬는 시간이면 반을 나서서 자리를 비웠고
수업시간에 표정은 정말 어두웠음.
그 아이에게는 반이 우리 같이 느껴졌을 것이다.
도망칠 수 없는 우리
상황이 그쯤되자 나는 나름 눈치가 빠르다 생각하였는데도
그 노는 무리들이 나에게 일부러 접근한걸 너무 늦게 알아챘다 생각했다.
남자애들끼리는 마음에 안들면 대놓고 뭐라하지
이렇게 계획적으로 또 정말 악의가 느껴질 정도로 따돌리는건 경험해본적 없어서
내가 너무 우리 반 여자애들을 경계하지 않았다는 것에 화가났다.
부반장이 불쌍한것도 있었지만 내가 여자애들 무리에 이용 당했다는 것에 더 화가 났던거 같다.
그래서 그때부터 다른 여자애들이 내게 와서 친한척하건 말건
신경도 안쓰고 부반장과 더 친밀하게 지냄
그게 내 나름대로의 이용당한 것에 대한 복수이자
부반장에대한 미안한 마음의 표현이었다.
부반장과 친하게 지내다보니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결국 따돌림에 관한 얘기까지 툭 터놓고 이야기를 하니
부반장은 정말 힘들었다고 반이 지옥같았다고 말하더라
뭐라 해줄 말도 없고 도와줄 것도 없어서
걍 이야기만 들어줬음.
그렇게 한학기가 지나고 방학마저 지나
2학기가 시작될 무렵 반에는 변화가 찾아옴.
부반장을 괴롭히던 노는 무리중 대표격인 여자애가
한명 있었는데 그 애가 부반장이 당했던 것처럼 따돌림을 당하기 시작함
나름대로 노는 무리의 우두머리 역할을 했고
반에서 여자애들이 걔 눈치를 보던 것이 불과 얼마전이었는데
어느새 걔는 부반장이 당했던 것처럼 따돌림을 당하더라
결국 어느새 주변에 아무도 없게되자
예전 나하고 친한척 놀았던 기억 때문인지
나한테 와선 자신은 아무 일 없다는듯 장난을 치고
농담을 하곤 하는데 나는 걔가 부반장을 따돌리기는 했지만
막상 따돌림 받는 모습을 보니 동정심이 생겨 어울려줌.
하지만 나는 이때부터 반에서 위화감을 느낌
부반장부터 우두머리 여자애까지 이어진 따돌림.
너무나 계획적이고 악의적인 그 따돌림에 분명 주동자가 있다고 느꼈고
부반장 때만 해도 우두머리 여자애가 주동자라 생각했지만
그 애가 따돌림을 당하는걸 보고
이건 처음부터 다른 주동자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때부터 반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여자애들 무리를.
그리고 나는 눈치챘다.
세 그룹중 평범한 무리의 한 여자애.
그 애는 평소 나랑 어느정도 친하게 지내던 애인데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원만한 아이였음
나는 그 애가 우리 반에 일어나고있는 따돌림의 주동자라는 것을 눈치챘다.
그 애는 평범한 무리에서 대장역할을 하는 아이는 아니였음.
평범한 무리의 우두머리 역할을 하지도 않는데 가만보면
대놓고 나서지는 않지만 평범한 무리의 아이들은 분명
그 아이의 눈치를 보고 그 애의 의견을 따른다.
더욱이 무서운점은 내가 걔를 관찰하고 있을 때
나랑 눈이 마주친 적이 있는데 무심코 마주친 그 싸늘한 표정은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평소 애들 앞에서 있을 때 짓던 표정이랑은 너무나도 다른 것이 무서울 정도였다.
그때 당시에는 심증에 불과하여 더이상 파고들 수 없어
거기서 멈췄다.
고3 말이라 다들 수능에 집중할때 였으니..
시간이 흘러 수능이 끝나고 우리 반 아이들끼리 단합대회를 하려
술을 마신 적이 있음.
가평에 펜션을 잡고 한 10명이 조금 넘게 놀러갔는데
그때 술 게임을 하고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다들 이야기를 하며 노느라 바쁜데
무심코 부반장과 노는 무리의 우두머리 이야기가 나오더라
비난하거나 까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실 따돌림 자체가 좀 잘못 됐다는 뉘앙스의 이야기들인데
나는 이제 볼일없으니 지들 마음 편하려고 이야기 하는 것 같아서
마음에 안들어 일부러 좀 날카롭게 얘기함.
‘사실 걔내 따돌린거 XXX 짓이지?’
나도 모르게 속으로만 생각하고 있던 것을 술김에 였을까?
얘기해버리고 말았는데
그자리에 있던 여자애들은 깜짝 놀라며 어떻게 알았냐며
내가 묻지도 않은 것까지 술술 불더라
처음 부반장을 따돌릴 때부터 그 아이가 은근슬쩍 분위기를
몰아갔던 것과 자기는 나서지 않으며 노는 무리 아이들을
자극해서 부반장이 타겟이 되게 한거
거기다 노는 무리의 우두머리 아이가 너무 나서고 반 분위기를
해친다며 여론을 몰아갔던 것도 그 아이 라고 얘기함.
자기들도 그 아이에게 휘둘린거라며 변명아닌 변명을 하는데.
나는 그걸 들으면서 내 예감이 맞았다는 생각보다는
무서움을 느꼈다.
이 모든일이 고작 고등학교 한 여자애의 농간에 의해서 일어난 일이라는걸.
그때부터 나는 좋은 생각은 들지 않고
집단 무리가 있으면 유심히 지켜보곤 했는데
항상 어느때건 여자들이 모이는 곳에는 ‘주동자’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