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전에 이혼한 전 아내에게 대장암 말기라는 연락을 받은 아재..

17년만에 전 와이프에게 대장암 말기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생존 확률이 30% 미만이라고 하더군요

마지막으로 만나보고 싶다고 하는데 망설여 집니다.

서로에게 사연이 좀 있습니다.

때는 제가 군대를 제대한 22살때 만났고

전 와이프는 3살 연상이였습니다.

전 와이프는 고아 출신에

어릴적 잃어버린 언니가 한분 계셨습니다.

전 와이프에 적극적인 대시로

만난지 두달만에 사귀게 되었고

잃어버린 언니 또한 제가 찾아 주었답니다.

그 이후 사랑이 더 깊어 졌고

일년 뒤에 아이가 생겨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가 딱 23살이였습니다.

저희집에선 20평 아파트 한채를 해주면서

인연을 끊자고 하더군요.

제가 늦동이에 독자여서인지 실망이 더 크셨나 봅니다.

대학 복학을 포기하고 생활전선에 뛰어 다녔습니다.

당장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없더군요.

알바일로 전전하며 분유값 기저귀값에

그 어린나이 새벽마다 눈물이 안나는 날이 없었습니다.

오죽하면 젖병에 설탕물을 타서

아이에게 먹였던 적이 있습니다.

전기세가 몇달이 밀리고 쌀이 떨어져

이틀을 굶어 본적도 있고

그냥 정말 현실이였습니다.

경제적으로 힘드니 타툼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다 결국 그 흔해빠진 드라마 스토리 마냥

전 와이프가 외도를 하였습니다.

불꺼진 텅빈 방안 구석에 앉아 펑펑 울기도 했고

화도 났지만 혼자인게 더 두려웠습니다.

내가 더 잘하겠다고 사정도 하였지만

한번 마음을 뺏긴 여자라는 생물은 다시 돌아오지 않터군요.

끝이 안보이는 터널속 같았고

극단적 시도까지 하였습니다.

이 3류 드라마 같은 상황의 결말은

제 나이 25 서로 합의 이혼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수개월 후 그 외도 상대와

전 와이프는 결혼을 하였다고 하더군요.

어릴적 고아여서 아이 또한 양육비 없이

본인들이 키우겠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17년이 지나 제 나이가 마흔둘이 되었습니다.

서른나이에 절 많이 아껴주고

이해해주는 지금 와이프와 결혼 하였고

결혼생활 12년차에

10살 똘똘한 남자 아이도 생겼습니다.

집안은 유복해서 그 사건 이후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법인 사업체,

개인사업체 부동산 등등 물려 받아

경제적으로 어려움 없이 생활하고 있었답니다.

평상시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오늘 새벽에 전 와이프에게 문자가 오더군요

잘 살고 있어?

대장암 말기라 이제 몇개월 살지 못해,

아이는 벌써 고2야

죽기 전에 한번 만날수 있을까?

마음이 먹먹해 지더군요..

그때 외도한 사람과 아이가 하나 더 있고

가정폭력과 도박

그리고 바람으로 이혼한 상태라고 하더군요.

연락 또한 되지 않는다고..

대화를 이어갈때마다 숨이 턱턱 막혔습니다.

통쾌하다 그렇게 될 줄 알았다 이런 마음보다

“그래 그렇게 갔음 더 잘 살아야지,

더 건강하게 살지 ” 안타까운 생각밖에 안들더군요

경제적으로 힘들어 항암치료도 중단하고

원룸에서 두 아이를 키운다고 하더군요.

17년간 혼자 아이를 키운 생각을 하며

매월 생활비를 지원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아이 때문인지 거절하지 않터군요.

저 또한 묵은 빚을 갚는 느낌이였습니다.

짧은 통화를 마치고 깊은 생각에 잠깁니다.

1.삶의 끝자락에 있는 만나자는 부탁을 들어줘야 하는지..

-사실 도덕적 무게만 아니라면 만나고 싶지 않습니다만..

서로에게서 생긴 아이에게 상처가 될까 두렵습니다.

2.지금의 와이프에게 이야기 해야하는건지..

-결혼전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이 또한 상처가 될까 두렵습니다.

3.수개월 후 혼자가 될 전 와이프 아이들

(제 아이와, 외도 상대 자녀) 어떻게 해야할지..

-제 아이는 조만간 스물살이 되니

경제적 뒷받침은 할 생각인데..

하소연 할때가 없어 비슷한 연령대가 있는

이 곳에 하소연 아닌 하소연 해봅니다.

+

전처의 연락건에 대해

회원님들 덕분에 현명하게 대처하였습니다.

수백개의 댓글들을 읽고 나니 마음이 조금은 차가워 졌습니다.

댓글 중 질책도 있으셨고 위로의 말씀도 있으셨고

관점에 따라 입장에 대해 말씀 해주신분들도 계셔서

오늘은 조금 더 마음이 단단해진 거 같습니다.

주작이라는 댓글도 있으셔서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중한 시간을 내어 댓글 하나 하나 달아주시고

모든 댓글들이 제 지금 선택에 대해 도움이 되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어제의 마음은 제 감정에만 충실 했던거 같습니다.

대화 내용은 굳이 캡쳐하고 싶지 않았지만

진정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올려 봅니다.

冔ƞፀ⁄ƞ 이야기 하시는분들이 계셔서

일문일답 드려 봅니다.

17년간 잊고 있다 어떻게 알고 연락을 한거냐?

-페이스 북 메시진저로 연락을 받았습니다.

23살때 결혼을 했는데 아이의 나이가 왜 맞지 않냐?

-늦은 출생신고가 문제가 된 거 같습니다.

17년간 왜 한번도 아이를 찾지 않았나?

-협의 이혼 당시 아이의 정서적 이유와

갓돌이 지난 시점이기에

중간에 나타나서 혼란을 주고 싶지 않았고

중간 중간 못 견디는 마음에 SNS 찾아보긴 했으나

재혼남의 성으로 바뀌어서

검색하여도 나오지 않았던 거 같습니다.

생각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오해가 있으셨다면 푸셨으면 합니다.

외도에 관련해서는 오랜 시간이 지났고

전처에 대한 감정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복수심도 증오도 연민도 남아 있지 않고

공허한 상태입니다.

저와 비슷한 경험과 세월의 시점을 겪으신분들이라면

조금은 “그렇게 싫타고 해서 갔으면 잘살지”

이런 생각도 하실거라 생각합니다.

어제의 마음은 곧 죽음이 이른다니

감정이 앞섰던거 같습니다.

친자의 인연이 없었다면 말씀들 처럼 외면했을 겁니다.

자식은 부모를 선택할 수 있는게 아니기에

더더욱 마음 한 구석이 불편했답니다.

우선 부모님과 상의를 하였고

특히 의견 주신 현재 아내와

의견을 공유하는것에 말씀드렸더니

여자는 머리로는 이해해도

마음으론 큰 상처가 되실거라 말씀하시더군요.

댓글들 말씀처럼 저의 과거의 업보 때문에

죄없는 현재 아내에게 큰 상처를 주는건

미래를 위해서도 좋지 않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말기암은 안타깝지만

전처의 인연은 합의이혼한 그날로써 끝내는게 맞는거고

친자의 경우 어떤분의 댓글처럼

17년간 공감대가 없었기에

원치 않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다고 외면할 수 없으니

대부분의 의견처럼 경제적 지원은 해야하는것에 대해

부모님과 생각이 일치하였고

경제공동체인 현재 아내와 상의 보단

철저히 모르는게 약일 될 수 있다고 하시며

부모님께서 전처 아이와 연락하여

지원하시기로 하였습니다.

못난 자식놈 하나 때문에

노부부가 해결하시겠다고 말씀하시는데

눈물이 핑돌았습니다.

어제 생각과 달리 전처와의 만남은

현재 아내와 가족을 위해서라도

만나지 않는걸로 결정하였습니다.

최소한의 인연을 생각하여

어느분의 댓글의견 처럼

장례식장엔 조용히 다녀올 생각입니다.

친자에 대해서도 서로가 준비가 되는 시점에

다시 한번 고민해 봐야할 거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제 감정만 충실하게 생각했지

현재 아내와 자식에 입장에 대해 생각해 보질 못했습니다.

여러분들 질책과 의견 덕분에

과거의 저 보단 현재와 미래의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결론이 어떻게 날진 모르겠지만..

차 후 후기 남기겠습니다.

모든 회원님들 가정에 평안과 건강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