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아저씨들이 사줬던 비싼 횟값 23년 뒤에 갚은 아저씨

  • Post author:

전역한지 딱 23년된 아저씨임.

당시에 군대 있다가 휴가 나와서

친구들이랑 술먹고 취해서 이야기 하고 있었음.

23년 전이니 그때까지만 해도

구타, 가혹행위가 심각할 수준으로 존재했고

자대에 나쁜 선임들이 많았던 시절이라

군생활 빡세고 힘들다는 이야기를 친구들한테 하고 있었음.

근데 옆 테이블에 나이 많으신 아저씨들이

갑자기 군인이냐고, 휴가 나왔냐고

어디 소속이냐고 물어봄.

육군 몇사단 이라고 말했더니

자기들은 친구들끼리 전부 해병대 나왔다고 함.

(네분 다)

그러더니 오 맞냐고 멋지다고 호응 해줬는데

고생 많다고 하더니 다시 자리로 돌아가심.

당시에 동네 횟집에서 제일 싼 광어에

우럭 매운탕 하나로 소주 먹고 있었음.

한참 술 마시는데

그 가게에서 젤 비싼 스페셜 모듬세트

비싼 도미랑 농어 등 있는 모듬회에

해삼 멍게 개불 낙지 등등 있는 해물모듬 그리고 탕까지

딱봐도 10만원은 넘어보이는 메뉴들이 나옴.

(당시 10만원이면 우리한테 엄청 큰돈이었음.)

당황해서 “저희 이거 안 시켰는데요” 하니까

사장님이 옆 테이블 가르키면서

옆에 아저씨들이 시켜줬다고 함.

고개를 돌려 아저씨들 쳐다보니까

살짝 미소 지어주시면서 본인들 일행끼리

“자 나오는거 봤으니 이제 일어나자”

라면서 다들 일어나심.

(아마 계산만 그냥 하고가면 혹시라도

음식 안 나올까봐 기다리셨던 것 같음)

친구들이랑 찐으로 당황해서

“저 이거..감사하긴 한데 괜찮습니다.

이거 너무 비싼데..” 라고 말하니

어깨 툭툭 토닥여주면서

“고마워서 그런거니까 먹어

너네 수고하는거에 비하면 싼거야”

라고 하심.

그렇게 부대에서 맞고 갈굼 당해도

단 한번도 운적이 없었는데

그냥 그 고맙다는 말에

정말 나도 모르게 그냥 눈물이 막 쏟아졌음.

아저씨들이랑 그렇게 담배 하나 피면서

괜찮다, 힘내라, 수고해라 등등 말해주시고 떠나셨음.

갈때도 지금까지 우리가 먹은 것까지 다 계산해주고.

진짜 그분들 덕에 남은 군생활도

잘 버티고 열심히 참은 것 같음.

그렇게 전역 후 사회 생활도 하고

나이가 30대 중반이 넘어갔을 때

직장 동료들이랑 횟집에서 한잔하고 있는데

옆에 휴가 나온 해병대 4명이 술 마시러 들어옴.

(사복이라 첨엔 몰랐고 말하는거 들었음)

슬쩍 들리는 이야기 들어보니까

친구들이 같이 해병대 지원해서 가고

휴가도 맞춰서 날 안 겹치게 나와 만난 상태.

이야기 하는 내용이나 말투 용어 등이

참 선하고 착해보이는 친구들이었음.

그 순간 이상하게 옛날 그 아저씨들이 생각이 남.

뭔가 이 장면이

당시 그때랑 겹쳐보이는 느낌이었음.

그 친구들도 옛날에 나처럼

별로 비싸보이진 않은 회 세트에다가

매운탕 시켜서 먹고 있었고.

그래서 내가 혹시 해병대냐고

휴가 나왔냐고 말 거니까

그렇다고 말하고는 갑자기 정자세로 자세 잡더니

“혹시 선배님이십니까?” 라고 물어봄.

아 아니라고

그냥 육군 출신이라고 하고는 고생 많다고 해줬음.

그리고 카운터로 가서

옛날에 그 아저씨들처럼 똑같이 모듬 스페셜 주문해줌.

30 좀 안되게 쓴 것 같음.

잠시후에 음식 나오는 그 친구들 당황하고

서빙 분이 옆 테이블 저분이 주셨다고 하니까

네명 다 바로 그 자리에 일어나서

큰소리로 “감사합니다”라고 크게 외침.

가게 다른 손님들 무슨일인가 다 쳐다보고

내 일행들도 당황하고.

그렇게 감사 인사 하고는

“저 근데 이거 너무 비싼거 아닌가요?

너무 죄송한데요” 라고 말함.

그래서

“옛날에 나 휴가 나왔을때

딱 너희 같이 해병대 나온 아저씨들 네분이,

그러니까 너희 선배님들이 나 고생한다고

고맙다고 이렇게 사준적이 있다.

난 그때 받은거 갚은거고

그러니 이거 너희 선배님들이 사주는거다.

그리고 진짜 고생많다.”

라고 말함.

서로 몇번 더 감사 인사하고

자리로 돌아와서 동료들이랑 마저 한잔하고

나가면서 그 아저씨들처럼

그 친구들 테이블 다 계산하고.

동료들은 그렇게까지 하는걸 이해를 못하던데

그냥 굉장히 뿌듯하고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기분이 좋음.

당시에 그 아저씨들이 너무 멋있었고

나도 그 아저씨들처럼 되고 싶었는데

그래서 돈 하나도 아깝지 않았고

언젠가 저 친구들도 아저씨가 되면

우리처럼 똑같이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