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꾸면 잊을 수가 없는 꿈 내용”
그런데 그 요정들의 축제가 너무 즐거워서 홀리게 되면
영영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는 그런 전설이 있었어
기억에 남는 게 그 요정들이 엘모였다는 거ㅋㅋㅋ 쿠키몬스터랑 엘모랑ㅋㅋㅋ 그 털뭉치들이었어
아무튼 눈 내리는 중에 그 마을에 들어섰고 한적하고 너무 예쁜 곳이었어
그 마을이 정말 마음에 들어서 여기서 며칠 머물러야지 했단 말야
1층은 식당 2층은 숙박업소를 하는 건물에서 묵기로 결정하고
밥을 먹으러 1층으로 내려갔는데 한 아저씨를 만났어
깡마르고 수염이 듬성듬성한 40대 쯤의 아저씨였는데
인상은 그리 나빠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미소를 잘 짓더라
그 아저씨랑 이야기를 나누다가 친구가 되었고 아저씨는 내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했어
대학에서 전공은 뭔지 친구들이랑 이런 일들이 있었다 하는 이야기들까지 너무 흥미진진하게 듣더라고
그런데 아저씨랑 이야기하는 중 식당의 낡은 TV에서 뉴스가 흘러나와
뉴스 내용은 망치로 사람을 죽이는 연쇄살인범의 이야기야
세상에 무서운 일이 다 있다 생각하는데 아저씨가 그러니 밤에 돌아다니지 말라는 충고를 해줬어
난 알겠다 하고 그날 신나게 아저씨랑 이야기를 한 다음에 자러 올라갔지
그런데 그런 거 알아? 1인칭의 나는 자러 갔는데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3인칭의 나의 시점이 꿈을 보고 있는거야
나는 자러 올라갔고 아저씨는 식당을 나와서 걸어간다
그런데 아저씨 뒤로 망치를 든 어떤 그림자가 따라붙어
망치를 든 그림자가
“그 분도 이걸 바라실거야.”
라고 의미모를 소리를 중얼거리면서 망치를 휘둘러
근데 마치 모든 걸 바라보던 3인칭의 내가 눈을 깜빡인 것처럼 확 시야가 암전되었다가 다시 보이는데
쓰러져 있는 건 그림자고 아저씨가 망치를 빼앗아 들고 있어
아저씨는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이 그 그림자를 빤히 바라보다가 다시 그냥 걸어가버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나는 뉴스에서 망치 연쇄살인범으로 추정되는 남자가
골목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단 소식을 접해
그 후로 며칠 동안 나는 아저씨랑 이야기하고 또 마을을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냈어
여전히 아저씨는 내 이야기를 듣는 걸 정말 좋아했어
그런데 어느 날 아저씨랑 식당에서 아침에 9시쯤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아저씨가 늦는거야
왜 늦을까 멍하니 생각하면서 아저씨를 기다리는데
또다시 1인칭의 나는 식당에 있는데 3인칭의 시선이 움직여서 아저씨를 찾았다?
낡아빠진 창고에서 아저씨가 장발의 늙은 남자랑 마주하고 있는데
장발의 남자는 눈이 보이지 않는 맹인이야
그 맹인이 네일건을 가지고 있고 그걸 보는 3인칭의 나는 그 맹인이 네일건으로 사람을 죽이는 연쇄살인마란 걸 알아
아저씨는 앞에 그런 살인마가 있는데도 아랑곳 않고 창고 주위를 구경하는거야
잘은 모르겠지만 이 네일건 살인마가 연쇄살인마들의 멘토쯤 되고
저번 망치살인마가 말한 그분이 이 남자같아
네일건 살인마가 네일건을 아저씨를 향해 겨누는데
또 그걸 바라보는 내가 눈을 깜빡인 듯 시야가 암전되었다가
다시 밝아지는데 살인마가 쓰러져 있고 아저씨가 서 있어
“좀 늦었네.”
하면서 아저씨는 네일건을 살인마 옆에 내려놓고 창고를 나섰어 나를 만나러 식당으로 오기 위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1인칭의 나는 식당에 앉아 아저씨를 기다리는데 눈이 엄청나게 내리고 있더라
문이 거의 열리지 않을 정도로 내린 바깥이 신기해서 나도 모르게 밖으로 나갔거든?
진짜 눈이 펑펑 내리는데 나는 홀린듯이 눈을 헤치고 걸어갔어
어느새 정신을 차리니까 나는 아주 높이 쌓인 눈 위를 혼자 걸어가고 있었어
문득 아 혼자 길을 걸으면 요정을 만났댔는데
하는 순간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
색색가지 엘모 요정들이 막 나를 둘러싸고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추는데 주위가 반짝반짝하는거야
마음에서부터 너무너무 즐거운 기분이 들어서 같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싶어지는데
아 홀리면 사라져버린댔어
해서 흠칫 뒷걸음질을치는데 엘모들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춤을 추면서 막 마술을 보여주는거야
토끼가 나오고 비둘기가 나오는데 모자에서 엘모들이 어떤 플랜카드같은 걸 주르륵 뺀다?
플랜카드엔 딱 한 마디가 적혀 반짝거렸어
범인은 누구?
범인은 누구?
범인은 누구?
그 순간 1인칭의 내가 3인칭 때 목격했던 모든게 머릿속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거야
아 아저씨가 그 살인마들을 죽였어
근데 그때 뒤에서 눈 밟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순식간에 엘모들이 사라졌어
뒤돌아보니 아저씨랑 뒤에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서 있었어
“아저씨가 죽였어요?”
딱 한 마디 물으니 아저씨가 살짝 웃어
“그들이 가르쳐줬군요?”
여기서 나는 본능적으로 그들이 엘모들을 말하는 거란 걸 알았어
웃기지 그저 구전되는 전설을 두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니
그런데 아저씨가 갑자기 뜬끔없는 소릴 하는거야
“오늘 아침에 뭘 먹었어요?”
무슨 소리냐 할려는데 잘 기억이 안나 그러고 보니 나 아침에 뭐 먹었지? 안 먹는 거 같아
“어제 저녁은요? 어제 점심은? 뭘 먹고싶긴 하던가요?
여기 온 첫날엔 분명 토스트를 먹었죠? 언제부터 배가 고프지 않았어요?”
아저씨가 그리 묻더니 슬픈 표정을 지었어
그 슬픈 표정은 지금도 생생하게 생각나
그리고 아저씨가 살짝 웃더니 말했어
“여긴 꿈 속이에요.”
그리고 말을 이어갔어
“이 안에선 천천히 생리적 욕구가 필요치 않아지고 곧 마음속의 욕망도 실현할 수 있게 되죠
왜 이 작은 마을에 기차가 다닐 수 있다고 생각해요? 기관사가 꿈인 그가 있으니까요.”
그리고 아저씨가 허리춤에서 무언갈 보여주는데 경찰뱃지같이 생긴 거였어
“그러나 그 욕망이 다른 사람을 해칠 경우 저희가 개입합니다. 꿈꾸는 그 사람을 삭제하는 거에요.”
그래서 아저씨가 살인마들을 죽였던 거야
아저씨 뒤에 선 대여섯 명의 사람들도 그 뱃지를 보여줬어
“요정들을 만나면 사라진다는 이야기… 그건 사실 요정들이 그를 이 꿈 밖으로 꺼내주는 거에요. 나도 몇년을 기다리고 있어요.”
아저씨가 나한테 언제 가져온 건지 내 가방을 주더라
“아마 그들이 당신은 이곳에 있을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 모양이에요.
그래요 여긴 환상과 거짓으로 이루어져 있을 뿐이랍니다.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거짓의 세상이죠.”
아저씨가 웃으면서 나한테 목례했어
“안녕 바깥의 이야기 즐거웠어요. 안녕히 가세요.”
그리고 꿈에서 깼어
꿈에서 깼더니 왠지 눈물도 났고 눈밭에 파묻혔던 발목은 여전히 차가운 감각이 남아있는 것만 같은데 너무 이상했어
일어나자마자 절대 까먹으면 안될거 같아서 생각나는 모든 것들
아저씨가 어떻게 생겼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무슨 대화를 했는지 전부 써놨었어
내 인생에서 절대 잊을 수 없는 꿈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