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에 오는 고등학생이랑 친구가 되고 싶다는 27살 남자

제가 자주 다니는 동네 목욕탕이 있는데

거기에 오는 단골 고등학생이 있습니다

처음에야 그냥 자주 오는 애구나 그랬는데

문제는 그 학생을 반년쯤 보다보니

뭔가 이상해서 계속 눈여겨보게 됐고

밑에서 사례든거에 따르면

학폭 당하는 거로 강하게 의심이 됩니다.

1.몸에서 가실날이 없는 멍

교복 입었을때 티가 나지 않는

등, 배, 다리윗쪽, 엉덩이에 집중

2.허벅지 쪽에 담배빵으로 보이는 흉터 한두개

3.탕 밖 평상에서 누구랑 전화하거나 카톡하는데

할때도 그렇고 직후에도 벌벌 떨고 있음

그것도 꽤 넓은 평상인데

편하게 앉아서 하는건 드물고 쪼그려서 함

4.교복 와이셔츠랑 바지에 종종 발자국

어떤 날은 흰 스투시 티셔츠에도 찍혀있는거

샤워기로 씻어서 흐릿하게 만듬

5.친구랑 같이 온적 없고 무조건 혼자 오는데

탕 옮겨다니면서 몇시간이고

생각하는 사람 자세로 고뇌하는 어두운 표정함

주말에는 거의 목욕탕에 살다시피 함

6.뜬금없이 눈물 찔끔 흘림

수증기가 아닌게 거기는 냉탕이었음

7.사우나 방에 있는데 갑자기 주먹으로 벤치 내려침

순간 어리벙벙 하다가

본인 포함 거기있던 분들에게 사과,

8.또 다른날 사우나방 벤치에 몇분 누워있다가

악몽을 꾸는지 잠꼬대하고 몸 배배 꼬다가 오줌 싸버림

굳이 깨우지 않고

본인이 조용히 수건에 물 적셔서 치움

9.본인 옆자리에서 샤워하다가

세면백 떨궈서 허리 숙여 줍더니

실수로 방귀 꼈는데 본인에게 싹싹 빌면서 사과

+머리 쥐파먹은거 보이더니

그거 숨기려고 했는지 반삭함,

팬티 그렇게 오래 입은거 같지 않은데 찢어져있음.

10.인련의 일들로 제대로 말이나 터보고 싶어서

여느 날처럼 그 학생 왔을 때

뒤에서 어깨 터치하고 인사하려는데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엉덩방아 찧음

11.사과 명목으로 걔 씻는거에 발 맞춰서

초코에몽이랑 식혜 사줌

두손으로 고개숙여 받으면서 감사하다고 함

12.내친김에 나이 이름도 물어봤는데

망설이더니 18살 안OO이라고 얘기해줬고

본인도 27살 최OO 라고 얘기해줬음

가면서 오면서 자주 보니

앞으로는 인사라도 하고 지내자고 하고

친구들이랑 밥 먹든지 영화보든지 하라고

계좌 알려달라고 했는데

13.감사하지만 친구 없고 제 돈도 아니게 될거라해서

거래내역 남으면 뺏기는거라 직감 들어서

친구 없으면 즉석에서 만들어준다 하고

아무튼 나랑 친구하자 하면서

지갑에 있던 3만원 줬음.

14.또 고개 푹 숙이고 두손으로 받길래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고

아는 불O친구 형이 주는거라 생각하고

(완전 틀린말도 아니니)

편하게 받으라 얘기하면서 줬음

15.한발짝 더 나가서 카톡까지 물어봤는데

한번 정식으로 짧게나마 말트게 돼서인지 쉽게 알려줌

나중에 프사보니 아무 프사도, 상태글도 없음

프로필 설정은 자기 마음이긴 한데

즐거운 추억이 없는 느낌

16.목욕탕 나가서 갈길 가려는데

그 학생은 근처 버스 정류장에 감

어디 선약있는 분위기 아님

다른 동네에서 올만큼 크거나 특색있는 목욕탕도 아님

17.이 동네 사는거 아니었냐니까

OO동 (버스 4정거장 거리) 산다고 해서

여기 목욕탕에 꿀 발라놔서 오냐고 농담 던지니까

여기가 아는 애들 마주치지 않는다고,

옷 입고 있을때 일을

나중에 어찌됐든 그때만이라도 벗어날 수 있다고 얘기함

(그런거 치고는 누군가에게 연락하러

종종 탕 밖으로 들락거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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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읽은 분들은 짐작하겠지만

누가봐도 학폭 당하고 있는 확률이 십중팔구인데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막성 저가 도우려니

이런건 전문적 상담 역할이 큰거로 알고 있는데

청소년 상담 자격증 같은 라이센스도 없고

얼마 전 군대 제대한 사회 초년생이라

관련 지식이 깊지도 않고

도움 줄 수 있는 전문가에게 매칭 시키는 것도

아직은 오지랖인거 같아서

일단 다른거 제쳐두고

그 학생의 친구가 돼주면서 관계 형성에 들어가려고 합니다.

당장 다음주 주말부터.

그 학생에게 ‘괜찮다면 다음주 토요일에 롯데월드 ㄱㄱ

일요일에는 코엑스 갔다가

아웃백 가서 저녁 먹고 목욕탕은 쉬거나

다 놀고 근처 목욕탕 가자

돈은 목욕비 빼고 내가 내줄테니 걱정하지 말고’

이렇게 연락하려 합니다.

그 다음 주말에도 또 다음 주말에도

여건이 허락하면 그 학생이랑 시간 가지려 합니다.

김칫국이지만

나중에는 저 다니는 헬스장도 같이 등록시켜주고.

위에서도 말했듯이 관련 전문 지식도 부족한데다가

신뢰 형성 관계도 솔직히 아직까지는 깊다고는 할 수 없어서

친구로서 역할을 해주면서 쌓아가고

작은 버팀목이라도 되고싶고

그 이후에 다음 단계 해결법으로 넘어갈거 모색하려 하고

그런거 떠나서도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건

나이 상관 없이 반기기 때문입니다.

왜 이렇게까지 감정이입해서

관심 가지고 도우려 하냐고 하실 수 있지만

저도 막상 구체적으로 말하자니 모르겠는데

1.사람으로서 할 일을 하고싶다

2.목욕탕 만남에서 구원의 동앗줄로

희미하게 인식하는게 느껴지고

도움을 바라는 사람을 도우는건 당연하다

3.100명 얇게 돕는 것보다 1명 두텁게 돕고 싶다

그런 생각입니다.

친구로서 두텁게 돕겠다는거 치고는

같이 놀고먹고 돌아다니고 일상외의 시간이 지나

그 학생이 일상으로 돌아가면

다시 학폭에 시달리는걸

당장 중단시킬 수 없는게 마음에 걸리지만

그럼에도 더더욱 그런 고통 밖의 시간을

조각으로나마 마련해서 버팀목의 하나가 돼주고 싶습니다.

그 외에 저 상황에서 학생에게 도움이 될만한게 있다면

많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요약

1.평소 다니는 목욕탕에 학교폭력을 당하는 걸로 의심되는 학생이 있음

2.이 친구의 버팀목이 되고자 친구가 됨

3.현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친구를 도울 수 있는 일을 알려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