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수능이 끝나고 알바를 구하고 있었음
내 자취방이 시내 근처라
주변 상가 건물에 알바할 곳이 많았음
뭐가 꿀일까 보다가
피시방 평일 야간이 꿀이라고 하길래 지원함
면접보러 갔더니 피시방 사장님이 날 알아봄
예전에 내가 수능원서 때문에
프린트 하느라 한번 들렸던 적이 있거든.
사장님이 그때 뽑아주시면서
“합격해라잉~” 웃으면서 말해줬었는데
이걸 기억하시더라..
근데 알고보니 손님이 존내 없어서 기억하는거였음
물론 떨어져서 대학 못가고 알바하러 온거임
“혹시 8월 달에 뭐 복사하러 온 애 아니냐?”
라고 물어보길래 맞다고 함.
이때부터 왠지 예감이 좋았던 거 같음
그렇게 평일 야간 알바를 무난하게 해내고 있었음
다 망해져가는 피시방이라 단골들 밖에 없었고
맨날 자고 책보고 유튜브 보고
그리고 새벽 2시반~3시반 부터
사람이 슬슬 빠지기 시작하더니
아침 9시까진 사람이 1명도 없는 수준이 됨.
(오후9시~아침9시 알바였음)
유일하게 하는게 청소 밖에 없었는데
그거 나머지엔 그냥 컴퓨터 밖에 안함.
그렇게 알바한지 3달 정도 됐나?
사장이 “솔직히 야간에 할거없지?”
이렇게 물으시더라..
그래서 “네..ㅋ 실은 제 돈 내고 맨날 컴터만 했어요”
라고 이실직고하니까
사장이 컴퓨터 공짜로 키는법 가르쳐주면서
나한테 딜을 하나 제시함..
“너 뺴고 알바생들이 다 관둔다고 하는데..
혹시 평일주간 주말주간 애들 좀 교육 시켜줄 수 있냐?”
라고 물으시더라
그래서 ㅇㅋㅇㅋ 하고 승낙
근데 솔직히 피방 알바라는게 별 거 없음.
더군다나 야간이랑 주간이랑 입장차이가 좀 다름..
정말 가르쳐줄 거 없어서
그냥 일주일동안 컴하면서 무슨 일 있으면 내가
“이건 이렇게 하는거임” 이렇게 가르쳐줬음
그리고 시간이 흘러 흘러 내가 4달이 됐을 무렵
사장이 담배 피면서 피방 이제 접을 거라고 하시더라
그런데 대충 알고 있었음.
사람이 되게 없었거든
매월 마이너스 200~300만원 정도 났었을 거임..
사장이 알고보니까 1년간 계약해서
빼도박도 못한다고 하시더라..
시내에 위치한 피방이라
월 임대료가 사백인가 오백인가로 알고있었음
그래서 자리를 비워도 400~500이
무조건 마이너스니까 그냥 운영 했던거.
그게 끝나는 기간이 4월 중순쯤이였음
그리고 그때가 평일이여서 내가 알바를 하고있었는데
피방 알바 좀 해본 애들은 알겠지만
그 지역내 피방 사장끼리는 거의 아는 사이임
다른 곳은 아닐 수도 있는데
내가 사는 곳은 피방 사장들끼리 뭐 회의해서
가격 동일시키거나
음료수 공짜 이런거 없애고 그랬었음
문닫는 날 새벽 4시까지만 영업하기로 했는데..
단골 폐인 두놈이 4시 폐업하는 시간까지 하다가
“4시 폐업됐습니다 손님” 이렇게 말해주니까
“엥 망했어요?”
하고 정말 아무일 없는듯이 나가더라.
수고하세요 이런 말도 없었음
존내 쿨하네 생각하고 사장님한테
“손님들 다 빠졌습니다” 라고 문자 넣어드리니까
사장님이랑 다른 피시방 사장님들 오시더라
그리고 사장님이 진짜 착하셔서
다른 피시방 사장님들이
막 그동안 잘 지냈다고..덕담해주고
근데 피시방이라는 업종이 약간 제로섬 가게라서
피시방이 5개가 있는데 4개로 줄면
줄은 4개가 이익이 늘 수 밖에 없음..
그래서 그분들도 좋아는 하는데 내색 전혀 안하고
지금 피방 접는게 자기들 미래인거 마냥 안타까워 하시더라
그래도 여태까지 내 사장님이 피시방 하시면서
돈 만졌으면 엄청 만졌지
최근 1년만 적자본거라..
피시방 관리 프로그램 들어가보면
그걸로 일일 매출표 볼 수 있거든..
심심해서 본적 있었는데
예전엔 평일인데도 백만원 넘게 벌고 그랬더라
1년 계약하지말고
그냥 장사 잘되니까 매출표 보여주면서
비싸게는 아니더라도 평타 수준으로
팔아먹으셨으면 괜찮았을텐데 말이야.
더군다나 나름 몇수 앞을 보셨는지
컴퓨터도 접기 8개월전 쯤에 업그레이드 했었고..
결국 망하고.. 피시방 사장님들끼리랑 나 포함해서
(알바생들은 이때 다 관둔 상태였었음)
아침 해장국집 가서 먹고 헤어짐.
그리고 피방 사장님이
하루만 용역한다는 셈치고 나와서 도와달라길래..
나가서 도와줌 (10만원)
컴터가 총 100대 있었는데..
카운터 컴 포함하면 정확히는 102대지만
카운터 컴중 하나는 사장님이 가져가고
카운터 컴중에 하나는 나 주셨었음.
왜냐면 내가 바로 옆에 자취방이라
알바생들이 펑크내면 와서 대타 뗘주고
예전엔 주말 야간이 여자였었는데
어떤 손님이 주말야간 누나한테 욕해가지고
야간누나가 전화하자마자
자다가 벌떡깨서 30초만에 온다음에
내가 맞대응 해주고 그랬거든.
그래도 컴터 꽁짜로 받으니까 기분은 좋았지
그리고 사장님이 자기 집으로 가져가실거
이것저것 들어서 차에 날라주고
마우스랑 키보드 상태 다 체크하고..
아 그리고 마우스-키보드는 피시방에 항상
PC자리에 있는거 말고도 더 있었음
고장이 잘나서 카운터 구석에 항상 몇십개 더 놓거든..
그거 때문에 잘 눌러지는건
주변 피시방 사장님들한테 나눠주고..
그리고 이것저것 하다가
오후 1시쯤에 용산 업자가 왔는데
막 사장님이랑 말다툼을 하는거야
알고보니까 용산업자랑 사장님이랑
컴터 한대당 50만원 이였는데..
(몇개월전에 다 업그레이드 한거라 pc방 컴치곤 비쌌음)
업자가 갑자기 뭐 가격이 다운이 됐느냐니 뭐니 하면서
한대당 48만원에 사겠다는거임..
얼마 안나보이지만
100대니까 총 200만원이 날라가는거잖음?
그래서 게속 티격태격 하시는데
사장님이 피꺼솟 하셔서
“야 ㅇㅇ아 니가 다 팔아라 이거 이사람한테 못 팔겠다”
라고 말씀하심.
그래서 난 “넵 제가 팔게요” 이렇게 말했음
업자랑 사장님이랑 싸우고 있을 때
`아니 컴 졸라 좋아서 내가 팔아먹어도
50만원이믄 다 팔아먹겠는데`
이 생각가지고 있었음.
그래서 내가 중고나라에 올리고
피방 망해서 컴터 팝니다.
이런 전단지 만들어서 동네에 붙이고 다녀서
2일만에 50대 팔고
결국 10일안에 컴퓨터, 모니터까지 다 팔았음.
사장님은 어차피 좃망했고
상가업주한테 샤바샤바 했는지
어차피 최소 1달은 피방 그대로 냅둬도 되는 상태여서
다른 업자들 알아보고 있었다고 하셨음.
그런데 내가 2일만에 50대를 파니까
깜짝 놀라시더라
10일해서 일당 10만원.
총 100만원 받았는데
애초에 일당이라는 개념이 없었고
사장이 “너 파는거 봐서 돈 내가 알아서 줄게”
이렇게 말씀하셔서 내가 알았다고 했었음.
뭐 이런걸로 사기치고
적게 줄 사람이 절대 아니였거든.
대신에 24시간동안 자유가 없었음
새벽에 전화와서 “컴 사고싶어요”
이런 사람도 있었고
“이거 괜찮은 것 같네요 이거 예약할게요”
라고 정말 다 살 것 처럼 해놓더니
이래놓고 잠수타는 사람도 있었고.
사기는 안 당해보고 뭐 사건 같은건 없었는데
애초에 컴퓨터 정말 상태가 다 좋았음.
원래 그 뭐드라 바람 치이익 하는거 있잖음
컴터 본체 안에 청소하는거
그걸 원래 다 했어야 했는데
그걸 안해도 될 정도로 본체 내부가 깨끗했음
“난 컴맹수준이여서 컴터 키고 확인 해보십쇼
전단지에 적힌 그대로에요~” 라고 말하고
손님이 알아서 모니터 뭐더라
불열화소? 무슨 불안화소였나 이런거 체크하고
본체 CPU돌아가는소리, 본체 뜯어서 내부먼지
(근데 졸라 깨끗함)
그리고 부팅속도라든가, 부품맞는지 확인해보고..
근데 다 상태가 좋은 컴퓨터라
손님들마다
“이거 피방컴 맞나요..? 진짜 괜찮네요”
하고 흥정 없이 다 사감
주로 컴맹인 사람+컴터 잘 아는사람
이렇게 둘이 뭉쳐서 왔었는데
컴맹인사람
“야 그래두 피방컴인데 좀 노후되지 않았을까..?
가격도 피방컴치곤 좀 비싼거 같은데..”
라고 하면
컴터 잘 아는사람이
“야 X발 존나 좋네 X신아 빨리사; 아 내가 살까”
이런 유형이였었음
본체는 2일만에 50대 팔았는데
10일이나 걸린 이유가
본체 50만
모니터 15만
같이사면 63만
이렇게 팔았었는데
4~5일만에 본체는 80대 팔렷는데
모니터가 40대정도 남은거임
그래서 나중엔 본체는 그대로 팔고
모니터는 폭탄세일가 12만원 맥이고
본체+컴터 60만 이렇게 해서 팔았었음
8일째는 모니터 6대 남았었는데
다 불 뭐시기 화소가 심했던지 안 팔리더라
그래서 막판엔 그냥 두대사면 18만원.
한대사면 10만원 이렇게해서 다 떨이쳤었음
흥정은 무조건 안하는 타입이였지만
본체+모니터+모니터 이렇게 사거나
본체+본체+모니터 이렇게 사면
내가 알아서 흥정해줬고
다 워드에 기록해서 사장님한테 보여드림.
예를 들어서
남자-여자 커플 모니터-본체 셋트.
65만원이였는데 여자가 애교부려서 64만원으로 깎아줌.
오후 2시
이렇게 설명 자세히 적었고
올 현금으로만 받았음.
그때 1일만에 본체랑 모니터 겁나 많이 팔아서
집에 수천만원 돈다발이 있었는데
사장님한테 바로바로 연락 드리니까
사장님이 아침에 피방 갈테니까
그때 돈 가지고 오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돈 다발 묶어서 드림.
사장님이 보고는 씩 웃더니
한다발 들어서 돈 맞나 세어보시고
“너 진짜 대단하다” 이러시더니
거기서 10만원 빼서 주더라
차트표도 물론 문자 넣어드렸는데
“간간히 확인 할테니까 매일 넣어줘~
아침마다 매일 올테니까 이때 좀 돈들고 나와줘라~”
이러시기에 매일 아침마다 돈드리고
난 계속 팔고 이랬었음
결국 10일만에 다 팔고..
10일째 되는날 자물쇠로 문 꾹 걸어 잠그시면서
보너스로 20만원 주시고
“고생했다 못 팔 줄 알았는데
아니 조금 밖에 못 팔 줄 알았는데
니가 이렇게 다 해결할 줄은 몰랐네”
이러시더라..
나도 뭐 일당 두둑히 챙겼고..
나름 겜상에서 아템 파는거 같이 재밌어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드리고 끝남.
지금은 무슨 고깃집 여러개 하신다는데
4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연락와서
돈 많이 줄테니까 와서 일할 생각 없냐고 함
근데 딱히 돈에 욕심 없고
이미 직장 다니고 있는 상황이라 매번 거절함
난 진짜 흥정한 과정, 흥정한 가격도 다 적었고
뒷돈 같은거 절대 안 챙겨서..
캥기는 것도 없었고
실제로 그거 때문에 문제도 없어서 좋게 봐주신듯
(사장이 의심했다거나 이런 것도 없었음)
3줄요약
피시방 알바생 하는데
피시방이 망해서
내가 컴퓨타 다 팔아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