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시간 피시방 라면냄새 맡고 아재들 단체로 라면 시킨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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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 내 친구는 복학 전 대학교 근처 피시방 알바를 했음

당시 피시방 알바란 여자는 프리패스고

남자는 학점 토익 인적성 다 체크하는 빡빡한 직종으로

알바 2자리를 두고 남은 사람은 셋 중

자기만 남자고 나머지는 여자라

‘이건 내가 떨어지겠구나’ 싶어했는데

사장님 왈

“곧 있음 개강이라 사람 많이 필요하니 일단 한 달만 세 사람 모두 채용하고 다음 달에 보자”

알바 쪽이나 사장 쪽이나 불만은 없었기에

그렇게 내 친구는 알바 시작함

친구가 보기엔 역시 입구에 여자 알바 있으니 사람이 많이 찾아옴을 느낌

게다가 피시방 입구가 두개라

남자 알바인 자기가 설 곳이 없음을 직감함

빠르게 청소랑 주방에서 일하길 자청해 주방으로 옮겨

일한지 보름 남짓 되었을 쯤에

야간 알바가 한 명 그만 둬서 하루만 봐달란 사장님 부탁에

내 친구가 남음

사장님이 고맙다고 야간 수당 + 라면 3개 + PC방 10시간 받고 일 시작함

시작하고 보니 야간에 사람이 주간보다 적고

출출하기도 해서 라면 끓여먹고 싶어졌음

라면기계는 없고 컵라면만 있지만

다른 조리기구들은 있어서

이 친구는 꼴에 잘 먹어보겠다고 쿠지라이식 라면을 지 멋대로 끓임

후라이팬에 물을 자작하게 끓여서 꼬들꼬들해진 면에

스프를 풀고 계란까지 반숙으로 익힌 라면

야밤에 라면 냄새 맡고 사람들이 라면 주문 함

또 끓이긴 귀찮으니 그냥 컵라면 가져가서

정수기 물로 드시고 후불 체크하시면 된다 얘기했는데

주방 맞은편 보이는 구석에서 맞고인지 포커인지 하여간

카드 치던 나이 지긋한 아저씨가

“나 학생 먹는 거랑 똑같은 거!”

라면서 성을 내는 바람에

입도 못 댄 라면을 그릇에 담아서 아저씨에게 드림

얼마냐고 물어보자 대충 계란 풀고

별도 조리라 3천원 부름

아저씨가 군말 없이 콜! 하면서 콜라도 사감

그릇에 담긴 라면을 위풍당당하게 들고 오는 아저씨를 본

옆자리 아저씨들이

자기들도 3천원 라면 먹겠다고 주문 3개가 더 들어옴

그렇게 주문 받은 쿠지라이식 라면 3개로 시작해

알바 끝날 때까지 8개 끓임

PC방 컵라면 가격이 1,500원이라 떼먹기도 애매해서

그냥 8개 팔아서 얻은 2만4천원 그냥 카운터에 넣고 퇴근함

근데 퇴근하고 다음날 밤에 쉬고 있었는데

사장님 전화가 왔음

“이 시간에 전화해서 미안한데 3천원 라면 어떻게 끓이냐? 지금 난리야”

카드 치던 아저씨가 쿠지라이식 라면이 썩 마음에 들었는지

또 3천원 라면 내놓으라고 한 것이었음

근데 쿠지라이식 라면이라고 하면 씹덕같으니

대충 볶음라면이라고 알려주며 끓이는 방법을 전화로 알려드렸는데

“야 다음달 너 꽂아줄테니까 와서 끓여줘!”

그렇게 알바 고정을 약속받고

PC방으로 출근해 라면만 12개 끓이고 다시 퇴근함..

한 달 지나고 내 친구는 PC방 6개월 알바로 꽂혔고

(예쁜 애가 떨어져서 아쉬워함)

친구의 쿠지라이식 라면은 볶음라면이란 이름으로 팔리다

하루종일 라면만 끓이고 볶는데 신물이 나서 라면기피증이 생겼음

“저 카운터 봐야해요, 입구 두 개인데 주방에만 있어요?”

“괜찮아! 키오스크 놨어!”

사장님은 라면이 잘 팔려서 하냥 행복했다고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