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짧은 시간 시대를 풍미했던 단어가 있었으니
“증강현실”.
각종 뉴스미디어에서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으며
뭐 우리가 제2의 현실을 만들어
아바타처럼 살게 될거라는 희망에 부풀어
흐름을 잘탄 게임이 나오게 되니
바로 “포켓몬 고” 가 그것이었다.
뭐 지금이야 증강현실은 개뿔
카메라에 움직이는 스티커 하나 띄워놓는
개쓰레기 앱 취급을 받지만
당시에 카이스트 석사 과정을 밟던 친구1이
실제로 앞으로는
포켓몬 마스터라는 직업이 생길 것이고
비트코인과 같이 포켓몬도
비싼 금액에 거래된다는 쌉소리를 하자
우리는 그말에 현혹돼
진짜 포켓몬 마스터의 길을 걸은적이 있었다.
특히 친구2는 이 말을 철썩같이 믿고
진짜로 미친놈처럼
포켓몬을 잡으러 다니기 시작했는데
차를 타고 얼마나 돌아다녔던지
주차위반 고지서만 일곱개를 받는 기염을 토했고
강원도 어디에 루기라가 떴다,
벌교에 푸크린이 뜬다라는 소리에
전국을 연비 7km/L짜리 기블리로 돌아다니게 되니
거기에 숙박비까지 더하면
실로 엄청난 돈이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다 대한민국의 태초마을 속초에서
뮤가 떳다는 소문이 들린 것이다.
우리는 마침 가을여행을 가야되던차에
친구 1,2,3,4와 여행지를 속초로 정하고
급하게 출발했는데
가는동안에도 최대한 많은 몬스터를 잡기위해
국도로 시속 30km를 유지하며 가다서다를 반복해
새벽4시에 만남의 광장에서 출발해
아침10시에 속초를 도착하게 된다.
내리자마자 속초는 많은 포켓몬마스터들이
이미 자리를 선점하고 포켓몬 씨를 말리고 있었는데
역시 대한민국은 김삿갓과 서희의 나라.
포켓몬마스터들의 지갑을 털기위해
상인들은 피카츄 돈까스부터 시작해서
가지고만 있어도 뮤를 잡는다는 부적까지
각종 아이템들을 팔고 있었으니
그때는 온 대한민국이
남녀노소 골고루 미쳐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사람들 참 제정신 아니다 하고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화장실 갔다온다던 친구2와 친구3이
목에는 뮤부적을 서너개,
손에는 돈까스를 들고
우리에게 뛰어와 게거품을 물며 브리핑하길
뮤 부적을 사러갔는데
상인 아저씨가 뮤 나오는 위치를 안다며
20만원에 장소를 공개하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개쌉소리 말라며 말렸지만
갑자기 친구1와 친구4까지 눈이 돌아
나중에 포켓몬 거래가 되면 뮤를 잡아서
1억에도 판다는데
투자 함 해보자 하고 부추기는데
또 1억이라고 하니 마음이 동해서
나도 함께 아저씨한테 따라가게 된다.
나는 아무래도 사기치는 것 같아서
“아저씨 진짜 뮤 어디서 나오는지 알아여?” 라고 하니
갑자기 자기는 안 믿는 사람한테는 안 팔겠다며
우리를 쫓아내는데
그 모습이 너무 믿음직스러워
나까지 아저씨 팔을 붙들고 죄송하다며
마음 푸시라며 돈까스를 입에 물려드리고
20만원를 홀랑 드리게 되니
아저씨는 주머니에서 종이와 펜을 꺼내
약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속초에는 주봉산이라는 산이있고
그 밑으로 대포동이라는 동네가 있으니
대포동 동사무소을 지나 산행을 시작하면
정상가기 30분전에 산불감시초소가 있다.
거기에서 뮤가 나오는걸 본인이 직접봤고
잡지는 못했다는 말을 조심스레하며
기밀유지 서약서까지 꺼내는 치밀함에
우리는 떨리는 손으로 싸인 7개를 하고
대포동으로 출발했다.
산밑에있는 펜션을 잡고 짐을 풀고
간단히 라면이나 끓여먹은 후
산길입구 카페서 커피도 한잔하여
만반의 준비를 한 우리는 산행을 시작했고
지도를 보며 산불감시초소를 찾아갔다.
그리고 땀을 비오듯이 흘리며
산불감시초소에 도착한 후
모두 폰을 꺼내 미친듯이 뮤를 찾기 시작했다.
나중에서야 안 사실이지만
뮤는 출시하고 몇년 뒤에나
몇가지 이벤트를 달성해야 잡을 수 있는 포켓몬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우리가 암만 눈까뒤집고
뮤를 찾아도 안 나올 수 밖에.
그러나 우리는 20만원을 내고
기밀유지서약서까지 쓰지 않았던가.
진짜 미친놈처럼 몇시간을 돌아다녔다.
그렇게 어느덧 해는지고 우리가 속았다는 것을 깨닫는데
5시간이 걸리고 나서야 하행을 결심했고
그때까지 친구2는 아저씨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으며
우리의 열정이 부족한거라 쌉소리를 해댔다.
그럼 너 혼자 잡아라 하며 친구2를 두고
우리끼리 하행했는데
이새끼는 진짜 그날 밤을 새가며 거기서 뮤를 잡다가
아침 일출을 보고서야 하행해 펜션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허무하게 여행을 마치고 펜션을 나서는데
옆방을 치우는 주인 아저씨와 눈이 마주친 나는
너무 소름이 돋아 숨도 쉴 수 없었는데
그 아저씨는
어제 우리에게 장소를 팔았던 그 아저씨였다.
하지만 진실이 밝혀지면
친구2 눈물을 짤 것 같아
난 입을 닫고 친구4에게만 슬쩍 눈치를 줬다.
글만 보면 멍청한 애들끼리 노는 것 같지만
이 친구4의 직업은 현재 변호사이며
친구들 중에 말빨이 가장 좋았다.
그렇게 아저씨를 발견한 친구4는
우릴 차에 보내고 자기 뭐 놓고온 것 있다고 올라갔다가
다시 차로 복귀했다.
그렇게 친구4는 자기가 회를 쏘겠다며
애들이게 회 20만원치를 사줬는데
그게 자기들 돈인지 모르는 이 미물들은
친구4에게 충성을 맹세하며
다음날까지 친구4의 개가 되며 포켓몬고는 막을 내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