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딩때 카메라 없이 사진 동아리 들어간적이 있음
내가 고2때 갤럭시S2가 나왔는데
당시 서태지폰이라고 피처폰 썼었음
그때 사진부 입부 조건이 카메라를 갖고 있을 것이었는데
고딩이 그 비싼 데세랄을 어떻게 사냐
근데 사진부에 내가 좋아하던 여자선배가 있어서
어떻게든 입부를 했어야 했는데
카메라가 없는 상황에서 면접때
주머니에서 폰 꺼낸 다음에
“여기 달린것도 카메라입니다” 했음
내부적으로 격렬한 논쟁 끝에 입부가 거절됐지만
다른 동아리들이 이미 전부 마감이라
사진부에서 어쩔 수 없이 받아줌ㅋㅋ
근데 내가 좋아한 선배가
폰카는 카메라가 아니라는 개꼰대 마인드로
날 자꾸 무시하고
내가 먼저 다가가도 콧대들고 비싸게 굴길래
ㅈ같아서 동아리 시간마다 PC방으로 맨날 쨌음
그러다 첫 동아리 회식때였는데
그 내가 좋아했던 꼰대 선배가
“카메라가 없으면 사진부에서
나가야한다고 생각해고” 라고 못 박아버림
그러고 카메라가 없으니
동아리 활동 시간에 자꾸
PC방으로 도망가는거라고 날 공개저격함
그 말 듣고 있으니까 기분이 확 나빠져서
“내가 폰카로 찍어도 니들보다 잘 찍는다”
라고 해버림
당시 시에서 진행하는 사진 공모전이 있었고
우리 동아리 전부가 거기에 참여하기로 되어있었는데
나 저격한 그년한테
내가 여기서 우리 동아리 중 가장 높은 성과를 내면
나 저격한거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했고
그년은 사과뿐이 아니라
동아리 활동하는동안 쭉 셔틀을 하겠다
대신 그게 아니라면 너가 사과하고
동아리에서 나가라 선언함
근데 솔직히 자신 있었던게
어렸을 때부터 데세랄은 아니지만
똑딱이 카메라로 사진 많이 찍고 다녔었고
폰카로 사진 찍은거 올려서
핸드폰 배경화면 공유하는
네이버 블로그 운영하면서 방문자도 꽤 많았었음
그렇게 공모전이 열렸고
결과는 내가 우수상 받고 동아리원 중에
필름카메라 쓰는 애가 무슨 상 받았는데
나보다 낮았고 나머지는 아무도 입상 못함
결국 선배는 동아리원들이 다 보는 앞에서
나한테 무시하고
심한말 해서 미안하다고 고개숙여서 사과했고
셔틀을 해주겠다는 약속도 잘 지켰음
그렇게 동아리 활동 하면서
내 셔틀한다고 맨날 옆에 붙어있었는데
같이 사진 찍으러 엄청 돌아다니고
내가 PC방으로 째는 날도 암말 못하고 따라다녔음
청춘남녀가 항상 붙어있으면
마음도 가까워지는 법이라고
한 한두달 정도 붙어다니다가 어떤 계기로 사귀게 됨
그러고 내가 고3이 되고 누나는 졸업하면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게 됐고
나한테 너는 사진 잘 찍으니까
이게 있으면 더 잘 찍을거야 하면서
자기가 쓰던 데세랄 주고 미국으로 떠났음
그 이후로 소식이 완전히 끊기고
지금은 살았는지 죽었는지
연락할 방법 찾아보려해도 방법이 없음
그때 누나가 준 캐논 500d
작동은 안하지만 아직도 잘 간직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