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22일 2시22분에 만나자는 약속 지키러 가는중.
과연 기억하고 있을까. 떨린당
(초딩때 반 전체 애들이랑 한 약속 ㅋㅋ
담임선생님께서 이 약속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때 만나자고 하셨어.)
갔다와서 후기 남길게!!!!!
후기.
약속장소인 초등학교로 걸어 가는데
저 멀리 교문 앞에 두 명이 서있는거야.
너무 떨려서 달려갔어.
근데 막상 도착하니 나보다 훨씬 어려보이는거야 ㅋㅋ
동창생 아닌 거 같아서 눈치 보게 되더라고 ㅋㅋㅋ
바로 말 걸려고 했는데 어색하고..
암튼 그랬어.
그래서 처음에는 학교 구경하는척 막
와 학교다 와~~ 오랜만이다~
혼잣말로 중얼거리다가 용기내서
가까이 서있는 분에게 먼저 물어봄.
운동장에 운동하고 있는 아이들이 많아서
“저기 혹시 학부모님이세요? ” 라고 물어봤는데
아니라고 하길래 (두근두근)
“그러면 오늘 약속 때문에 오신건가요?”
물었더니
그 분이 맞대!!! 그래서 속으로
우왁우왁 거리면서 다시 물어봤지.
“혹시 몇년도에 하신 약속이에요?”
근데 그 분은 2003년도에 한 약속 이더라고.. (난99년도 약속)
아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
우리 같은 약속을 한 사람이 많겠구나 싶었어.
약간 실망을 하고있는데 저쪽에 서있던 분이 오더니
몇년도 졸업생이냐고 묻더니
우리 담임선생님 성함 말하는거야!!!!!!!!
깜짝 놀라서 맞다고 이름 뭐냐고 물었더니
내가 기억하고 있는 친구 이름인거야!!!!!
나 졸업앨범 사라져서 걱정 많이 했거든.
이름이랑 얼굴 잊어버린 친구 나올까봐.ㅜㅜ
친구 이름을 들으니까 그 시절 얼굴이 딱 떠오르고,
마스크를 끼고 있어도 알아보겠는거야 ㅜㅜㅜㅜㅜ
눈만 봐도 똑같아. 완전 그대로 컸어..
근데 그 친구도 내 이름 말하니까 기억난다고 ~
키 컸던 친구! 이러면서 알아봐주더라고.
내 눈 보니까 알아보겠대.
나 쌍수해서 달라졌을텐데..
이 친구가 공부도 잘하고 착하고 모범생 이었단 말이야.
자기 의견 똑 부러지게 잘 말하는 어린이였어.
잘 살고 있을까 궁금하다~ 라고 생각했던 친구들 중 한 명.
친구는 2시 약속이라고 기억하더라고.
나는 2시 22분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만 너무 2에 집착하면서 지독하게 기억한 기분 ㅋㅋ
암튼 22분에 맞춰서 둘이 사진 찍었는데
시간이 잘 안 찍혀 나왔어.
이건 둘만의 기념으로 가지고 있을게.
대신 2022.02.22 2:22pm 에 찍은 학교 사진.
확대 해서 깨졌다.
야구 때문에 모기장처럼 운동장 에워싸놨더라.
요즘은 학교에 들어갈 수가 없더라고.
교문 앞에서 다른 친구들 기다리며 물어보니
결혼도 했고 현재 임신중이라는거야
아니 초딩이었던 친구가 결혼도 하고
임신했다고 하니까 기분 묘했어.
언제 우리가 이렇게 컸을까 하는 마음.
오늘 친구 만나면 같이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이야기 많이 해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코로나라 친구 임신도 했는데
위험할까봐 차도 못 마시겠더라 ㅠㅠ
친구들은 기다려야해서 교문앞에 서 있는데
칼바람은 불고 ㅠㅠㅠ 진짜 너무너무 추웠음.
나는 괜찮은데 친구는 시간 쪼개서 나온 거 같더라고 ㅠㅠ
임신도 했고 추운곳에서 오래 있게 할 수 없어서
빨리 보내야 겠다는 생각만 했던 거 같아.
그렇게 40분까지 지나가는 사람들 막 두근거리면서 쳐다봤는데
결국 아무도 오지 않았어.
오늘의 약속은 우리 둘만 지켰어 !!
다른 친구들은 안 와서 서운하지는 않았어.
한 명이라도 그 날의 약속을 기억해주고 와주었다는게 너무 고마웠어.
나는 당연히 담임선생님은 안 오실줄 알았는데
(성격이 정말 정말 쿨 하셨음)
친구는 담임선생님 혼자만 나와서
기다리실까봐 걱정돼서 왔대 ㅋㅋㅋㅋ
너무 착함.
원래는 약속 연도를 2012년도로 하자고 했는데
선생님이 우겨서 2022년도로 한거였대 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선생님만은 기억하고 나오실 줄 알았는데
안 오셔서 너무 서운해함 ㅋㅋㅋㅋㅋ
심지어 선생님 드리려고 선물까지 가지고 왔는데
안 오셔서 너무 충격적이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생님 드리려고 가져온 선물 나 줬어..
나도 오늘 꽃 사가지고 오려고 했는데
시간이 너무 아슬아슬해서 못 사고 출발했거든.
정말 후회되는 순간이였어.
헤어질 때 친구가,
앞으로 기쁜일이나 슬픈일이 있을 때
꼭 연락하라고 했는데
이 말이 정말 뭉클했어.
어른이 된 거 같은 기분이랄까..
오늘의 약속을 지킨 우리들을 영원히 기억하자고도 약속했어.
진짜 못 잊을 거 같아.
나 이때 살짝 눈물 고였어..
23년간 오늘이 오기를 설레면서 기다렸었는데
혼자만 기다린게 아니라서 너무 좋았고 감동이었어.
우리가 어릴 때 했던 약속이
누군가의 기억속에서는 잊혀지지 않고
살아있는 거 자체가 너무나 낭만적인 거 같아.
(친구 보내고 십분정도 더 기다린 거 같은데 아무도 안 옴..)
+23년간 약속을 잊지 않은 이유
담임 선생님께서 2022년 2월 22일 2시 약속 잡으셨을 때,
아! 이 약속은 평생 못 잊고 기억하겠다 라는 생각이 딱 들었음.
그리고 우리 가족이 2022년2월 22일을 계속 기다렸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약속 잡은 날 집에와서 가족한테 자랑했거든.
우리 2022~ 이런 약속 잡았다~~
엄마랑 아빠가 정말 멋지다고 잘 기억하라고 하셨었는데
매년 아빠가 나 잊을까봐 계속 물어보셨어.
너 그 약속 기억하고 있지?
2022년 2월 22일~ 이러면서 줄줄 읊으셨어 ㅋㅋㅋㅋㅋㅋ
아빠가 안 물어봐도 한번도 잊은 적이 없었음..
어제도 이 얘기 하면서 내일 친구들 많이 나와있을거라고 ㅋㅋ
날짜가 특이해서 기억하는 친구들
분명 많을거라고 하셨었는데 ㅋㅋㅋㅋ!!!!!!!
우리가족 포함(4명) 5명이 기억하고 있는 약속!!!!
더욱 특별한 날이 되었다.
+헤어진 후 친구가 톡으로
2022년 2월 22일 2시 22분 2명이 만난 것 자체가 운명이래.
말 너무 이쁘게 하지..?
우리는 지독하게 2에 갇혀버린거야
평생 못 잊어
- 타임캡슐은 못 찾았어
묻은 장소 친구도 기억 못 해..
학교 어딘가에 잘 있겠지(아련)
이렇게 특별한 약속 날짜를 잡아주신 담임선생님 감사드립니다.
비록 선생님은 뵙지 못 했지만
오랜기간 설렘을 안고 살아가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2년 2월 22일 2시 22분 약속 후기
끝.
이 밑에는 혼자 추억여행한 거라 안 읽어도 됩니당.
나와 함께 추억여행 하려면 읽어주라.
그 시절 우리 학교 초딩들은 다 알던 곳들.
친구와 헤어지고 어릴 적 살던 집으로 걸어갔어.
내가 서울에 이사와서 처음으로 살던 집이어서
기억에 많이 남아있거든.
약간 언덕길을 올라오다보면 컵 떡볶이랑
떡꼬치 팔던 곳이 나왔는데
여기가 순대튀김꼬치 맛집이었어.
순대를 나무젓가락에 꽂아서 튀긴 후,
특유의 소스에 묻혀서 줬는데
여기 말고는 먹어본 적이 없다. 진짜 존맛이었어.
그곳도 사라짐.
그 당시에도 허름한 문방구였는데
이제는 사라져서 건물이 들어섰네.
여기 문방구 앞에 가위바위보 게임기계? 알지?
그거 이기면 당첨 숫자만큼 동전 나오는 거.
그 기계가 있었는데 그 기계에 나오는 전용 메달로
수첩도 바꾸고 불량식품도 바꿔먹고 그랬는데.
ㅋㅋㅋ 20개 쏟아져 나왔을 때 비명 질렀음
진짜 어린이에게 허락된 도박이었다
여기에서는 종이인형 팔아서
그 때에도 추억이다~ 하면서 샀었어 ㅋㅋ
나 초딩 고학년 때도 종이인형이 좀 구식? 느낌이 있었는데
팔아서 신기했거든.
이곳을 지나면 부모님들끼리 친하게 지내던 슈퍼집이 있는데
이름이 바뀌었더라고.
여기 슈퍼가게 주인 아주머니 진짜 너무 좋으신 분이셨어.
이 슈퍼 옆에 작은 공중전화가 있었는데
그 장소도 나에겐 추억의 장소였어.
초딩때는 핸드폰이 없어서 공중전화로 친구집에 전화 많이 했었거든.
(심지어 나 삐삐 있었음)
몇 십원 남으면 다음 사람 쓰라고
수화기 올려놓고 총총 사라졌었지..
이때 정말 뿌듯해 했던 거 기억난다.
슈퍼에서 올라오다 보면 이 자리에서 뽑기 파는 할아버지가 계셨어.
그런데 이제는 폐자재들이랑 그물이 쳐져있네
이 앞에서 초딩들이 뽑기 하나 더 받으려고
오징어게임 못지않게 노력했었는데ㅋㅋㅋㅋ
이 뽑기 파는 곳 앞 건물에 내가 다니던 학원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어
그 시절에는 초딩들 때문에 시끌시끌했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아무소리가 들리지 않아
이 학원 반대편에는 펌프장이 있었는데
지금은 사라지고 건물이 들어섰다.
나 교통사고 당하고 퇴원하자마자 달려가서 펌프했던 곳 ㅋㅋ;
어린시절이라 가능했었어.
좀 더 위쪽으로 올라오면 우리집이 나왔는데
저 맨 꼭대기 오각형 창문이 내 방이었어.
창가쪽 벽이 비스듬하게 되어있어서
진짜 다락방 느낌 났었어.
초딩때라 다락방에 갇혀서 못 나오고 있는 동화속 주인공 빙의해서
밖을 아련하게 쳐다보고 놀았었음..
눈이 올 때 밖으로 내려다보면 눈 쌓인 작은 숲 처럼
나무들이 아래에 있어서 너무 멋있었던 기억이 나.
그때의 설렘이 아직도 기억 난다.
이 집 비밀통로가 건물 뒤 쪽에 있는데
거기를 지나서 놀이터로 자주 향했었어
여기가 벚꽃맛집이야.
어릴 때 봄이면 벚꽃비 맞으면서 신나게 놀았었어
진짜 바닥이 안 보일정도로 벚꽃이 쌓였던 곳이야.
초5 때는 초6 언니가 시비 걸어서 좀 무서웠었는데
초4때는 고딩 언니 오빠들이랑 잘 놀던 곳이야.
어릴 때라 언니 오빠들이 귀여워하면서 놀아줬었음
막 서로 쪽지 전달해 달라고 나한테 심부름도 시켰었어.
그래서 나는 서로 사귀는? 좋아하는? 사이인줄 알았어.
오빠들도 언니들 앞에서 멋진 척 하고
언니들도 오빠들 앞에서 수줍어 하고 그랬거든.
근데 어느날 고딩 오빠들이 나한테 언니들 오면 정자에 가보라고~
하고싶은 말 써놨다고 그래서 ㅇㅇ 하고
언니들 올때까지 놀다가 언니들 오길래 말 전해줬음.
오빠들이 하고싶은 말 저기에 써놨대.
라고 하니까 언니들이 엄청 좋아했던걸로 기억된다
언니들 광대 올라가고 그랬었는데
정자에 가자마자 언니들이 큰소리로
“시바아아아알!!!” 하고 욕 하더라고..
놀라서 가보니까 바닥에
엿을 써놨어 ;;;;;;;
그 날 그 오빠들을 찰지게 욕하던 언니 너무 그립다.
나한테 제일 잘해줬던 언니였는데
그 엿 그려진 장소가
여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은 정자가 사라지고 이렇게 되어있더라고.
그 고딩 언니 오빠들도 이제는 40대가 되어있겠네.
잘 살고 있겠지?
그분들도 고딩시절을 생각하며 놀이터를 그리워할까?
궁금하네
이제 후기를 쓰러 집으로 가는 길.
저 계단 위에 놀이터가 있어.
어릴때는 이 계단이 너무 높아서 무섭고 싫었는데
오늘은 혼자 드라마 주인공 빙의해서 아련하게 내려옴..
자주 가던 만화책방도 사라졌고
집에서 신문지 깔고 삼겹살 구워먹을 때
자주 심부름 갔던 정육점도 사라졌고
학원 밑에 있던 에쵸티 공책 팔던 세련된 문방구도 사라졌고 ㅠㅠ
엄마랑 같이 목욕바구니 팔에 끼고 갔던 목욕탕도 사라졌고 ..
어린시절 추억이 가득한 장소들이 지금은 다 사라졌는데
그래도 오늘 혼자서 추억 여행한 거 같아서 좋았어.
우리집이 학교 등교길 중간에 있었는데
학교 가려고 나오면 초딩들이 떼를 지어서 등교하고 그랬어.
그 와중에 친구 만난다? 그러면 바로 문방구 들려서
불량식품 사먹으면서 숙제 했냐 안 했냐
교실가서 보여달라 하고 그랬었는데
그 때 그 등교길 초딩들 떠드는 소리가
아직도 귀에 들리는 거 같아.
너무 그립다.
추억여행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