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이라고는 전문대 다녔고
초딩도 따는 컴터 자격증 5개가 전부 다였음
9급 공무원 8년이나 도전했는데 불합격..
제대로 된 등골브레이커였음
근데 노량진에서 만난 여친은 공무원 합격함
내 대가리로 공무원은 안되겠다 싶어서
취직하려고 했더니
부모님이 마침 직원 뽑으려고 했다고
직장보다 월급 더 주겠다고 해서 식당에서 일하기 시작
난 당연히 차일 줄 알았는데
여친이 프로포즈해서 결혼함
나보고 성격 좋다고 백수라도 먹여살리겠다고 하더라
아들도 태어남
그렇게 식당일 서빙하며 39살 먹음
즉 직장생활 해본 적 없음
그러다가 부모님이 여행 좋아하는 분들이라
연금 받을 나이되서 식당 그만두기로 함
가게 물려 받을 수 있었는데
주방장 뽑으면 사실 남는 게 없음
돈도 직장인 수준으로 벌면서
365일 밤 늦게까지 일하니까.
6시에 퇴근하고 주말 쉬고 싶어서
와이프랑 이야기 끝에 취직하기로 함
난 공장 위주로 알아봤는데
와이프가 왜 공장 갈 생각만 하냐고
사무직 도전하라도 말함
39살까지 식당일만 한 내가 사무직???
어떤 미친 회사가 날 뽑겠냐고 말했더니
와이프왈 당신은 면접 프리패스 상이라나..
말도 안된다고 이력서도 안 넣으려고 했더니
하도 넣으라고 난리쳐서
사무직 10개 넣고 다 떨어지면
그 다음 내가 공장 이력서 넣는 거
말리지 말라고 합의 봄.
1번 연봉 2400 병원 사무직
서류심사 탈락 문자 옴. 면접 기회도 안 옴.
2번 특수경비직
사무직은 아닌데 연봉 4000준다길래
와이프에게 이런 기회 없다고 설득해서 도전.
근무복도 멋있어서 와이프도 허락함.
근데 팔굽혀펴기 40개 해야된다는데
37개하고 탈락 ㅅㅂ
그 40개도 합격선이 아니라
10점 만점에 1점이고
10점 받으려면 팔굽 60개 해야한다더라.
1초에 1개를 하라고? ㄷㄷ 당연 광탈.
3번 중소기업 사무직 연봉 3000.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라 마음에 들었음.
직원은 100명인 회사. 면접보러 오라더라.
1명 뽑는데 워크넷 지원자 정보보니까
50명 지원에 여자가 90퍼고
10년 경력자도 있고 석사도 있어서
애초에 기대도 안하고 갔음.
면접 가니까 면접관이 나이 많고
직장경력이 없어서
면접보러 오라고 할지말지 고민 좀 했다더라.
근데 묘하게 호의적이더라.
알고보니 전화돌렸는데
내가 전화예절이 가장 좋았다네.
면접 진행하는데 면접관이 계속 나를 좋게 봄
뭐지 싶었는데..
인터넷에서 회사 정보 10장 프린트해와서
그거 앞에 펼쳐놓고 면접보니까
이렇게 준비해온 면접자가 내가 처음이라고 함.
평일 야근에 주말 출근도 가능하냐고 해서
당연 가능하다고 함.
워라벨 챙기려고 사무직 도전한건데..ㅅㅂ
필요한 자격증 퇴근하고 공부 가능하냐고 해서
그것도 가능하다고 함
하고 싶은 말 있냐고 하길래
가장 먼저 출근해서 사무실 청소 내가 다하고
쓰레기통 비우고 이등병 마인드로 배우겠다고 함.
퇴근도 가장 늦게 하겠다고 했음.
20대 직장상사도 깎듯이 모시겠다고 했음.
군대에서 행정병이었던 거 어필함.
그랬더니 요즘 젊은이들이랑
마인드가 다르더라 칭찬하더라.
저녁에 합격전화 옴.
연봉 3400줄테니 총무 잘 해볼 수 있겠냐더라.
연봉 3000 불렀는데 왜 연봉을 올리지??? 했는데
일단 잘 할 자신 있다고 했더니
바로 다음주 수요일부터 출근함.
원래 기준미달인데 예의 바르고
면접 준비 잘해오고 태도가 너무 좋아서
마음에 든다고 그래서 뽑아주는 거라고 하심.
출근 전까지 엑셀 함수 기초 공부해오라고 하더라.
컴활딴 게 20년 전이라 다 까먹었다고 했거든.
39살 먹고 식당 서빙만 해오던 내가
다음주부터 정장 입고 출근한다니까 개떨렸음
와이프가 인터넷에서 내 정장 시켜줌.
원래 수요일 출근하기로 했는데
여차저차해서 월요일 출근했음.
8시 50분까지 오라고 했는데
차 막혀서 첫날부터 지각할까봐
주차장에서 본관까지 존나 뛰어가서
45분 도착하니까 땀이 안 멈추더라.
근무시작 15분 전인데 회사에 2명 와 있음 ㅋㅋㅋ
회의실로 안내받아서 뻘쭘하게 30분 대기하니
면접관으로 나 좋게 봐주셨던 부장님이 오셔서
업무 소개해주는데
총무로 뽑는다더니 내가 면접 때 너무 말을 잘해서
고민 끝에 전략부로 데리고 가기로 했단다
정확히는 전략부 안에 영업팀.
알고보니 나 좋게 봐주신 그 면접관이
전략부 부장이었음
영업이면 거래처 상대로
똥꼬빨고 술 마시는 거 아닌가 걱정했는데
회사 자체가 중장비 제조업이고
국내 대기업 3개
해외 대기업 3개 거래가 성사되어 있고
공장에서 생산되는 물량이 그걸 못 따라가서
추가 영업은 필요없다고 하더라고.
일단 중장비가 대기업이 아니면
쓸 수 없는 초대형 장비라
일반 고객이나 작은 기업 공장이 살 수 있는 게 아님.
전략부 안에
영업팀, 영업관리팀, 자재구매관리팀
이렇게 3개 팀이 있는데
위에 말한 것 처럼
영업은 영업다운 일이 할 게 없기 때문에
영업관리만 하면 된다고 하더라.
이게 무슨 말인가 하니..
말이 내 소속이 전략영업이지
영업+영업관리가 하나임.
나중에 일 다 배우면 자재구매관리도 배워서
3개 다 할 수도 있단다.
전략부에 나 포함해서 총 6명이 있었음.
사수 소개 시켜준다고 사수 도착했는데
25살 여자더라
14살 어린 여자 사수..
면접 때 회사에 여자가 안 보여서
남초 회사인 줄 알았는데 여자가 있긴 있더라
근데 존나 부담스럽더라
14살 어린 여자 사수라니
일단 사수한테 존나 미안했음
14살 나이 많은 아재가
부사수라니 얼마나 실망했을까 싶어서
무표정하고 나 쳐다보지도 않더라
부장님이 다른 부장님들 소개해주고
사수에게 시켜서 나 데리고 1층 2층 돌며
다른 부서 다 인사시킴
20명 넘는 사람들 하나 하나 찾아가서 인사하는데
이름 하나도 못 외움..
긴장해서 땀만 줄줄 흘림
그리고 자리 배정 받음
컴터+모니터 있는 책상임
내가 옛날부터 로망이 3개 있었는데
1.정장입고 출근
2.나만의 책상
3.끈끈한 직장 동료들
1번과 2번을 이루는 순간이었음
문제는 사장실에서 사장님이 문 열고 나오면
바로 처음 보이는 자리임..
내가 사무실 가장 오른쪽 끝인데
내 왼쪽은 사수
사수 왼쪽은 전략부 부장님
건녀편은 자재구매관리 3명
이렇게 6명이 전략부
일단 조직도랑 회사소개서 받고
회사티 3장 회사 안전화 1개 받음
불편한 와이셔츠 벗고 회사티 갈아입으니 땀이 멈춤
오전에는 그냥 조직도 외우고 회사소개서 보며
분위기나 익히라고 해서
회사소개서 30분만에 다보고
괜히 책상 위에 있는 서류철 읽어보고 있는데
(뭐가 뭔지 모르겠더라)
갑자기 여권 이름을 알려달라더라
(헉 해외출장도 가나 했더니
회사 이메일 만들려고 그런거라네.
해외출장도 갈 수 있긴한데
영어 잘해야 데리고 간다함)
참고로 나 토익점수도 없음. 빠른 포기.
할 거 없어서 컴터 키고
공용문서 영업팀 폴더 안에 파일이나 둘러보는데
옆에 사수 조오오오오온나 바쁘더라
전화통 불나고 다루는 프로그램만 3개에
엑셀 진짜 정신없이 하더라.
진짜 오전 내내 1초도 안쉬고 일하더라.
그 일을 내가 절반 가지고 와서 해야한다니..
갑자기 암울해졌음
난 대가리 쓰는 일 보다
택배 상하차나 하는 게 체질인데
와이프 꾀임에 넘어가서 사무직에 들어오다니..
긴장해서 땀이 안 멈춰서
화장실만 5번 가서 세수하고 옴
그리고 점심시간. 회사 안에 식당 있음.
생산직 2교대 24시간 365일 돌아가서
식당 3끼 무료.
가면서 알게 된건데
우리 회사 100명이 아니라 250명이더라.
올 초에 사업 확장하며
공장 하나 더 짓고 사람 대폭 늘렸다네
사무직 25명 생산직 225명이라고 했음
그리고 중소기업 아니고 강소기업이라함
임금체불 2년 없고 산업재해 2년 없고
정부가 요구하는 몇가지 인정되야
강소기업이라고 하는데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사이라고 보면 된다더라.
갑자기 없던 회사에 애사심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식당밥은 100점 만점에 40점.
근데 오늘 정도면 잘 나온거라함..
회사 근처가 허허벌판이라
밖에 나가서 먹는 거 불가능해서 강제로 먹어야함
배달음식도 불가능..
나보고 아침도 먹고 싶으면 일찍와서 먹으래
회사 유일한 복지가 하루3끼 무료라는 거라네..
밥은 전략부 5명이 같이 가서 먹었는데
밥 먹고 사수랑 좀 친해져 볼까 했더니
전화통화 할 일이 있다며 쌩 가버려서
뻘쭘하게 부장님 따라 사무실로 돌아옴
사무실 불 꺼버리더니 1시까지 자유시간이라고
잠을 자든 웹서핑을 하든
핸드폰을 하든 산책을 하든 자유라네
회사 주차장으로 가서 혼자 빙글빙글 걸어다니며
와이프한테 오늘 있었던 일 보고함
와이프 왈 “그 사수 예뻐?”
솔직히 예쁜 편이라고 했음
연예인 중에 닮은 사람 있냐고 해서 전종서?
눈매가 좀 날카로운 인상이라고 했음
와이프가 사수 예쁘다고 엄청 싫어하길래
내가 말했음. 뭘 걱정하는 거냐고
내가 39살 배 나온 아저씨라는 걸 잊지 말라고 했음.
통화 끊고도 시간이 남아서
나는 그냥 회사 공장 부지 빙글빙글 돌다가
12시50분에 사무실 돌아가서 세수하고 자리에 앉음
건너 건너 앉아있는 전략부 부장님이
전종서 대리 착하니까
물어보면 일 잘 알려줄거라고 하심
알겠다고 했는데 속으로 생각하기를
아니 회사 넘버3 전략부 부장님한테
착하지 않은 사원이 회사에 어디있어?
라고 생각함 ㅋㅋㅋㅋㅋ
12시 55분에 사수 자리로 돌아옴.
담배 냄새 남. 담배 피는 거 같음.
1시 될 때까지 핸드폰 좀 보더니
1시 땡 하니까 또 사수는 존나 바쁘게 일하기 시작함.
나 뻘쭘해서 회사 공식 사이트 들어가서
회사 판매하는 제품들 암기했음.
근데 중장비라 외울 게 별로 없어서 금방 끝남
눈치 보다가 전종서 사수한테
뭐 도와드릴 거 없냐고 물어보니까
원래 첫 주는 그냥 회사 분위기만 보는 거니까
편하게 있으라고 말해주심
그러더니 전화받고 갑자기 일어나는데
전략부 부장님이 일 나갈 때
김철수(내 이름) 사원도 데리고 나가라고 함
나보고 가서 배우라고.
1층 가니까 지게차 기사님 두 분 앉아계심
전종서 사수가 지게차 기사한테
나 영업팀에 새로 들어왔다고 소개함
내가 “안녕하십니까 전략부 영업팀에
새로 들어온 김철수 사원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하고 90도 머리 숙이니까
지게차 기사님이 내 얼굴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사원? 몇 살인데요? 라고 물어봄
39살이라고 하니까 전종서 대리한테
“너는 몇살이었지?” 라고 함 25살이라고 하니까
“어.. 후임이 나이가 더 많네?”라고 함.
전종서 대리 아무말도 안하고 지게차 기사 노려봄
지게차 기사 얼른 나가자고 후다닥 일어남
전종서 대리는 도착한 트럭 기사보더니
차 돌려서 여기에 대라고 하고
지게차 기사한테는 9개 중장비 중에
앞에 6개 옆으로 치우고
7번째거 8번째거 트럭에 실으라고 지시함
다 싣고 사무실로 돌아옴
땡볕이라 전종서 대리랑 나랑 둘 다 땀에 젖음
내일 팔토시랑 선크림 챙겨와야겠다고 생각함
자리 앉자마자 전종서 대리는 전화받고
엑셀하고 거래프로그램 3개 열고
멀티태스킹으로 일하기 시작
와이프가 행정직 공무원인데
연말에 좀 바쁘고 평상시에는 한가해서
커피 타임도 하고 웹서핑도 하고 한다는데
전종서 대리는 진짜 1초도 안 쉼.
카톡도 할 시간 없음.
다른 부서에서 찾아오고
전화하고 메일하고 난리도 난리가 없음
회사에서 제일 바쁨
그거 보면서 저게 내 미래구나 ㅅㅂ..
39살인 나를 뽑은 이유를 딱 그때 깨달음
도망치지 않을 인간을 찾은 거 같음
할 거 없어저 전종서 대리 모니터만 쳐다 봄
무슨 프로그램 쓰는지
무슨 일하는 건지 유심히 지켜봄
그리고 수첩에 프로그램 이름 적었음
혹시나 집에 가서 프로그램 다루는 법
유튜브 같은 걸로 공부할 수 있을까 싶어서
계속 쳐다보니까 전종서 대리가 신경 쓰였는지
나를 힐끔힐끔 바라보다가
일 하나 알려주겠다고 하심
원래 일주일은 그냥 쉬시면 되는데
의욕적으로 보이셔서 알려준다면서
인보이스라고 송장 입력하는 거 알려줌
문제는 그걸 적는 곳이 미국 거래처 사이트라는 거
시작부터 끝까지 영어였음
전종서 대리가 내 핸드폰 번호 물어보더니
카톡 추가하고 사이트 주소 하나 보냄
아직 내가 회사 아이디가 안 만들어져서
자기 아이디로 하라며 아이디 암호 알려줌
접속하고 알려주기 시작하는데 존내 복잡함
버튼을 한 30개 누르고
입력해야 할 게 50개는 되어보임
순서도 어려운데 버튼 누르면
뭐는 글자색이 변하지 않은 것만 눌러야 하고 등등..
내 대가리로 순서 절대 못 외움
전종서 대리도 그걸 당연하다고 생각하는지
하다가 막히면 고민하지 말고 물어보라고 함
이때 한가지 묘수가 떠오름
와이프가 공무원이라
인수인계 받을 때 써먹는 방법인데
복잡한 거 배울 때 동영상 촬영하는 거임
전종서 대리한테 한 번만 더 알려달라고 하고
동영상 촬영해도 되냐고 해서
허락받고 알려주는 거 촬영함
그리고 시작하면서 막히면
동영상 다시 돌려보면서 하기 시작하니까
전종서 대리가 나를 흘끔흘끔 보다가
그런 방법이 있을 줄은 몰랐다고 감탄함
자기는 사수 언니한테 배울 때
3일 동안 100번쯤 질문했다가
나중에는 사수 언니가 한숨 쉬었다면서
근데 나는 100번 질문할 거
100번 동영상 돌려보면서
전종서 대리한테 질문 안하고 해나갔음
인보이스 입력해야 하는 거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서
오후 내내 입력했는데 5분의 1밖에 못함
그러다가 6시 됨
전략부 부장님 출장가셔서
전종서 대리가 나보고 이만 퇴근하라고 함
대리님은 더 일하시냐고 물어보니까
조금만 더 하면 된다고 먼저 가라고 해서
사무실 전체 직원들한테 인사 돌리고 가야 하냐고 물어봄
그러니까 전종서 대리가
여기 그렇게 딱딱한 곳 아니니까
전략부만 인사하고 가라고 하심
그래서 얼른 퇴근함
집 가면서 와이프한테 전화 걸어서
하루 있었던 일 보고 하는데
아들이 아빠 보고 싶다고 빨리 오라고 막 소리지름
이게 행복이구나 싶었음
이제 다음 달 얼마들어올지
걱정 안해도 되는 삶이 너무 행복했음
다음날
회사 출근 둘째날이 찾아옴
첫날 필요했던 것
치약 칫솔 수건 탁상선풍기 핸드폰충전기 챙김
7시에 일어나 실내자전거 1시간 타고
샤워하고 출근
8시40분 도착하니 1명 먼저 와 있음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전략팀 돌아다니며 쓰레기통 비우고
탕비실 쓰레기통 비움
다른 부서도 해줄까 하다가
게시판에 청소당번 순서 있길래
오바 같아서 안함
그때 사무실 입구에 나이 드신 분이 서 있다가
나랑 눈 마주치니까
머리 깊게 숙여 인사함
분위기로 보고 면접자다 싶어서
무슨 일로 오셨냐고 하니까
생산직 용접사로 첫 출근하시는 분.
가장 먼저 출근한 타 부서 직원에게 물어보니까
회의실로 안내하라고 해서 안내해드림
전종서 대리 출근하자마자
공장 나가려고 해서 따라가도 되냐고 묻고
따라 붙어서 대리님한테
어제 몇시 퇴근 했냐고 물어봄.
8시 퇴근했다길래
내 전임자 퇴사하고 그 일 떠맡아서
2인분 하느라 엄청 바빠보이는데
내가 최대한 일 빨리 배워서
업무분담으로 절반 가져오겠다고.
대리님 칼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니까.
피식 웃으면서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배우시라고 말해주심
근데 공장은 왜 가냐고 하니까
제품 출하 다른 제품이 나가서
트럭이 다시 돌아왔다고 함
트럭은 외주가 아니라
회사소속 차량에 회사소속 운전기사라
누구 때문에 내가 일 두번하냐며 화내는 중.
책임소재 때문에 시끄러워짐.
건당이 아니라 월급쟁이 운전기사라 그런 듯.
일 마무리 짓고 사무실로 돌아가는데
전종서 대리가 담배하나 피고 올라갈테니
먼저 가라고 하길래
옆에 붙어서 평균 야근횟수,
연가, 야간수당, 주말수당,
영업팀 업부범위. 국내출장, 해외출장,
궁금한 거 다 물어봄
대리님이 친절하게 알려주심
올라가서 업무 시작
인보이스 입력만 오전내내함
그러다가 식사하러 가기 30분 전
대리님이 생산팀 좀 만나러 가자고 해서
따라가서 뒤에서 이야기 하는 거 지켜봄.
들어도 뭔 이야기인지 모르겠음.
대리님은 생산팀하고 담배하나 피고 올라가겠다고
먼저 올라가라고 해서 올라가니까
부장님이 밥 먹으러 가자고 해서
대리님한테 카톡하니까 먼저 가서 먹으라고 함
밥 먹고 나오는데 대리님 혼자 먹고 계심
난 담배 같이 핀 생산팀하고 먹는 줄 알고
부장님하고 먹었는데
혼자 드실 줄 알았으면 기다렸을 걸 그랬다고 하니까
혼자 먹는 게 편하니까
괜찮다고 신경쓰지 말라고 하심
점심시간은 회사부지 돌며 와이프랑 통화하고
사무실 돌아가서 또 인보이스 작성하려니까
사장님이 부름
30분 호구조사하고
30분은 회사비전에 대해 말해주심
회사원 250명 사장님이
나랑 1시간이나 이야기 하다니
생산직으로 들어왔으면 이것도 없을텐데
사무직은 대우 받는구나하고 기분 좋음
나보고 회사는 구세대와 신세대가 있는데
난 젊은 신세대라며..
구세대는 회사를 여기까지 일궜기에 존경하지만
회사를 너무 수직적인 구조로 만든다며
세대교체가 이루어져서
수평적인 구조가 되어야 한다고
젊으니까 회사 새로운 먹거리에 대해
아이디어 좀 많이 내달라고 하심
월간회의 들어가면 과장급 이상
다 뒤에 세워두고 발언금지 시키고
젊은 직원만 앉혀두고 아이디어 내는 시간 있으니까
참고 하라고 하심
나가니까 부장님이 회의실로 부름
내가 전문대지만 마케팅 학과 나온 거 알고
블로그랑 유튜브 하는 거 알고 있어서
회사 홈페이지 관리 부탁한다고 하고
회사 유튜브, 인스타, 블로그 만들자고 하심
4년 전에 퇴사한 여직원이 만든 회사 소개 영상 있는데
이것보다 잘 만들 자신 있으면 직접 만들고
자신 없으면 외주 맡기자고 해서
직접 해보겠다고 함
그랬더니 전폭적인 지지해줄테니
필요한 거 말하면 뭐든 사주겠다고 함.
내가 기획서 써서 올리겠다고 했음
(드라마에서 본 건 있어서ㅋㅋ)
그리고 회사 소개 ppt 너무 구식이고
촌스러워서 좀 바꾸고
앞으로 회사 고객오면 나보고 ppt하라고
부장님이 나 앉혀두고 회사 소개 ppt 연설하심
내가 또 관종이고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거 좋아해서
잘할 자신 있다고 맡겨달라고 했음.
이제 자리 돌아가서 또 인보이스 작성.
그러다가 주간 회의 불려감
영업팀하고 생산팀 미팅임.
주간 브리핑 하는데
원래 브리핑은 영업이 해야 하는데
그게 지난주 퇴사한 전종서 대리님 사수였음
대리님이 그거 아직 자신 없다고 해서
생산팀 직원이 하는데 내가 영업팀이나며
대리보고 명찰 내놓으라고
장난식으로 도발
대리님 썩소지음
대리님도 나도 잘 모르니까 그냥 브리핑 들음
그랬더니 전략부 부장님이
가만히 듣고 있다가
영업팀은 그래서는 안된다며
영업과 생산은
주간 회의에 싸움이 나는 게 정상이라고
영업은 생산에게 120을 요구해야 하고
생산은 110밖에 못 만든다고
기 싸움이 벌어져야 한다고 하심
영업은 브레인이고 생산은 손이니까
머리가 손에 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하심
영업부 직원이 회사 사정 완벽히 꾀차는데
3년 걸리니까
빨리 공부해서 생산팀 이겨먹으라고 함
생산량 파악해서 갈궈야 한다며..
생산팀 과장님 왈..
부장님 그런 이야기는 우리 없는데서 좀..
생산팀 나가고
부장님한테 컨테이너 물건 넣는 법
배에 선적시키는 법
규격 법령 등 1시간 동안 강의 들음
그리고 지금까지 거래처 뚫는 건
사장하고 내가 둘이 해왔는데
이제 우리들 나이도 있으니
물러나게 전종서 대리하고 김철수 사원이
공부 열심히 해서
2년 뒤에는 둘이 거래처 뚫으러 다녀야한다고 하심
사무실 돌아오니 6시
아무도 퇴근 안해서 나도 눈치보고 계속 일함
6시30분 되니까 전종서 대리가 귓속말로
조용히 짐싸서 인사하지 말고 나가자고 함
나가니까 잠깐 이야기 좀 하자며
흡연구역가서 담배 불 붙이더니
아까 생신직한테 당한 거 분하다고
같이 공부 열심히 해서
다음에 생산팀 잡아먹자고 함
알겠다고 파이팅하자고 하고 헤어지려는데
이번주 금요일에 전략부 생산부 설비부
다 같이 회식 할거라고 참석할 거냐고 해서
참석하겠다고 함
대리님이 내일은 프로그램 다루는 법 알려주겠다고 해서
잘 부탁한다고 하고 사원증으로 퇴근 찍고 퇴근했음
집에 가서 씻고 퇴근하고 누웠는데
뭔가 이게 사람 사는 느낌도 들고
식당 다닐 때처럼 걱정이 없으니까
직장인이 내 천직인가 싶기도 하고
앞으로 그냥 열심히 해볼 생각임
나 같은 아재도 취직했으니 다들 힘내길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