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트레이너만 4년 정도 하다가
3D 디자인 일로 갈아탄지 4년 되어가는 계란한판임
4년 중 3년 투자한 회사에 어제 연봉협상이 있었음
일단 어제 연봉협상 2시간 할 동안
연봉 올려달란 얘기는 단 한번도 안 했음
첨 대표가 앉자마자 나보고 한다는 소리가
우리회사 업무 돌아가는 꼴보면
나는 솔직히 전직원 연봉을 동결시키고 싶다는 거임
대표: 실장이랑 대리 봐라 업무 공정도 모르고
제안서를 왜하는지 조차 이해도 안하고
시키는 것만 하려하고
근데 난 니가 얘네를 관리해줄 줄 알았다.
나: 관리 했습니다 실장님이랑 대리가
일정 체크 못 하는 거 같으면
몇 번이고 말해서 체크하고
업무 진행하게 관리해서 이 정도인 겁니다..
대표: 그래 근데 너 조감도나 투시도 만드는 실력도
그래 열심히 하는건 아는데
솔직히 실력이 서울 박실장에 비하면
너무 퀄리티가 떨어져
(*박실장 = 월 3000씩 벌어가는 3D조감도 프리랜서
참고로 난 연봉이 3000)
나: 안그래도 거기에 한마디 말씀 드리려고했습니다.
저는 3D조감도, 투시도 전문으로 실행하는 직원인데
저에게 업무지시를 하시면 그후에
업무시간을 너무 안 주시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이 조감도 7일 줄테니
다음주까지 해놔라 하시면
월화수는 현장에 보내시고
목금은 더 급한일 있다고 다른일 시키시다
부랴부랴 토일월 일해서 월요일에 보여드리면
퀄리티가 안 좋다하시고..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습니다..
대표: 그럼 니가 밤새서라도 해서 끝내야지
나: 제가 하루 평균 4~5시간 밖에 안 자고
주말까지 일하고 있습니다.
대표: 5시간이나 자??? 야 요즘 직장인 중에
5시간이나 잘 수 있는 직장인이 얼마나 있어
서울가면 걔네들은 하루 3시간씩 자면서 일해
나: ……….
대표: 그리고 너는 일보다 운동이 먼저인거같아
운동시간을 줄이든 운동을 그만두든
일이 먼저지 운동이 먼저야?
나: 저 9시 출근인 회사에 7시30분에 출근하고
6시 퇴근인 회사에
아무리 빨리 퇴근해도 7시30분에 퇴근합니다.
그리고 저는 나름 제 잠자는 시간
남들 티비 볼 시간 휴대폰 할 시간 휴식시간
심지어 밥 먹는 시간 씻는 시간까지
쪼개고 쪼개서 운동하는 겁니다.
대표: 야 내 딸은 서울에 혼자 살면서
얼마나 열심히인지 아냐?
얘는 매일 밤새 공부하고 운동까지 해
(*딸 = 백수)
나: 하.. 제가 여기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출퇴근 자체도 너무 힘들고
제 일과 생활 없이 살아온 게 몇 년짼지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도 너무 힘들었고
앞으로도 너무 힘들거 같아서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대표: 야 다 힘들어 나는 안 힘든 줄 알아?
나는 매일같이 6시에 일어나서
7시까지 준비 다 끝내고
8시부터 업체 전화 받아서 몇시에 자는지도몰라
그리고 서울에서는 애들이 얼마나 일 잘하는지 알아?
애들이 보통 5명이서 한팀이야
얘네는 공정이 내려지면
밤을 새서라도 일을 다 끝내.
나: 똑같은 일을 저는 혼자하는데요?
대표: 아니 그걸 말하는게 아니잖아
그만큼 열심히 한다는 거지
나: ……….
대표: 야 너는 그렇게 돈 따라가려고 하면 안돼
열심히하면 보상이 따라오는거야
나: 저 얼마달라고도 얘기 안했는데요?
대표: 그래 얼마 받고 싶은지 얘기나 들어보자
나: 아니요 연봉 올려주지 마세요
안 올려주셔도 될 거 같아요
대표 : 그래 그래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나 : ㅇㅇ
이러고 대화 끝남
연봉도 연봉이지만
솔직히 내가 4년 가까이 다 돼간다 했는데
초반 1년 정도 내 실력이 급성장을 했고
이 회사를 오고나서부터 되돌아보니
제자리걸음을 걸었다는 생각이 들음.
자격증 공부도 해야하고
내 스펙을 높이기 위해 공부해야 하는데
내 일과 중 당연히
시간이 오바가 되는 경우는 허다하고
진짜 여유 있는 날은
내 일과가 2시간30분 정도 쥐어짐
근데 사실 그런날은 일주일 중 거의 하루에 불과해서
그냥 운동 좀 편하게,
잠 좀 편하게 자는 그런날이지
주말이라 해봐야 이틀 중 하루만 쉬는 정도라
공부를 하고 있긴 한데
일주일 내내 일하다 일요일 하루 공부하려 하면
저번주에 공부했던 내용도 기억이 안나고
한주 내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너무 피곤해서 쉬고싶고
나는 지금껏 살면서 운동이라는게
내 인생에 터닝포인트 였다고 생각함
운동을 하고 몸이 좋아지면서
내 겉모습에 대한 평가가 올라가고
시합도 나가보고 자신감도 올라가고
긍정적인 사람으로 변했는데
어제 저런 대화가 오고나서부터
운동이 내 터닝포인트가 아니라
마치 내 인생에 걸림돌인 것처럼 변해버림
근데 진짜 저 대표 말대로 살고 있는데
내가 너무 징징대는걸까 하는 생각도 들고
ㅅ1발 지가 와달라해서 와준 회사에
약속한 연봉도 안 맞춰주고
복지는 식대 하루 9000원 이게 끝임
미래를 생각해서 이쪽 일을 오래하고 싶었는데
지금도 트레이너 다시 할 생각 있냐고 연락 오는데
진짜 4년 쌓아둔거 내려두고
다시 운동쪽으로 갈까 하는 고민도 들음.
진짜 다들 하루 4~5시간도 못자고
저녁도 없는 삶을 살고 있는거야?
(후기)직장인들 다 이렇게 사냐고
글 올렸던 연봉동결인데 결정했다
갑갑하고 현타와서 올린글이
저렇게까지 올라갈 줄 몰랐네..
여긴 맨날 여자 엉덩이 사진만 올라오길래
그냥 바보들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힘이 된다
일단 답글보고 답답했던게 싹 내려갔어
내가 잘못된게 아니라는걸 깨닳았거든
이 회사에 계속 있던 이유는 마치 늪같은거지
지금까지 트레이너만 하다 첫 회사는 이곳이다보니
나한텐 이 회사가 옳고
맞는 회사인 것처럼 되버린 거 같아
연봉도 첨에 2400에 시작해서
3000까지 올라온거거든
중간에 회사가 휘청해서 퇴사처리만 하고
일은 프리랜서처럼 계속 한적이 있거든
그리고 다른 회사로 이직준비 하다가
연봉 3500 약속하고 다시 들어왔는데
2800으로 변하더니
내가 몇개월 일하다 그만두려 하니까
3000으로 올려준거고..
그렇게 3년차 나이가 30에 일은 이빠이 하는데
트레이너 시절 수익의 절반은 무슨
반의반도 못 버니까 현타가 엄청 오더라고..
주변 사람들한테 물어보니
어지간한 프로그램도 다 다루고
현장 일에 미팅까지 하는데
일하는 거에 비해
보수가 너무 적은거 아니냐고.. 말해주더라
그렇게 제대로 일해본 첫 회사에 늪에 빠져서
잘못된게 옳은 거인 줄 알고
그동안 버티고 버틴거지
나는 연봉동결 됐다는 점에서 우울했던게 아님
내가 이렇게 노력했는데
내가 이 정도의 가치밖에 안 되는 사람인건가?
이런 생각. 이게 현실인건가?
나는 내 인생의 방향에서
핸들을 살짝 꺽었다 생각했는데
너무 많이 틀어버린건가? 이런 생각 때문이었지
댓글 달린 것들 진짜 하나도 안 빼놓고 다 읽었음.
그리고 회사 나가야겠다고 확신했다
사실 내가 첫인상이나
주변 평판이 안 좋은편은 아니고
책임감, 성실함으로 소문이 자자해서
여기저기 제안은 몇번 받았었거든
그리고 결정적으로 연봉협상날 기분도 우울하고
힘도 안나고해서 하체 하는날인데
텐션 안 올라올까봐 아까워서 그냥 어깨했거든
후면 조지는 중에
자주 연락하던 업체 실장님한테 연락와서
이런저런 얘기하다 한잔하자길래
기분도 안 좋은데 근손실이나 내자
이런생각으로 한잔했어
근데 나한테 좋은 기회를 주시더라
다른 지역에서 직접 회사를 하나 차릴 생각인데
다른 실장은 다 구했는데
사무실 실장은 못 구했다고
생각있으면 오라고.. 거절 할리가 있나..
두손 모아 싹싹빌면서 바로
“지금부터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해버렸지
내년초에 옮길 예정인데
아직 확정은 아니고 조율 단계야
이쪽 직종으로 계속 간다면 그렇게 될거같고
트레이너도 어제 저녁에 가슴 조지는데
친한 트레이너분이 오셔서
좀 진지하게 상담했거든
근데 이분이 그러시더라고
너가 다시 하겠다면 나는 널 무조건 데려가고 싶은데
근데 너가 이 업계를 그만둔 이유가 있지않냐
그런 너를 위해서라도
지금 일은 더 해보는게 맞는 거같다 라는식으로
좀 길게 풀어서 말씀 해주셨지
현타 심하게 왔었는데
돈을 떠나서 주변 사람들이 인정해주고
나를 필요로 한다는게 기분이 너무 좋더라
오늘 불금이니까 근손실 안나게 다들 조심하구
득근하자 다들 사랑해
오늘 헬스장에 사람 없었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