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주는 이 사람을 A라 부르겠음
A가 대표로 운영하는 식당에
식자재를 납품했고
외상매출대금 중 서울보증보험에서
보증하는 1,000만원을 초과한 금액
590여만원을 6개월 이상 입금을 미루다
A가 식당을 폐업하게 되고
A는 매장 보증금을
건물주에게 돌려 받는대로 입금하겠다 했으나
이 마저도 동업자와의 채무관계로 불발 된 상태
이 590여만원 채권을
2월 중 회수하지 못하면
나와 촉탁계약 한 물류회사에
내 돈으로 먼저 입금처리 후
A에게 민사소송을 진행해야되는 상황임
그 와중 A가 결혼 한다는
카카오톡 프로필을 보고 연락함.
나: 좋은 일 앞두고 이런얘기 해서 미안하지만
이 돈 못받으면 나는 내 돈으로 이 금액 메꾸고
당신이랑 소송 해야된다.
예식비 정산하고 축의금으로 해결해달라.
A: 이번 달 말에 입금하면 안되겠냐
나: 당신이 그 말하고
지금까지 10원 한장 입금한 적 없다.
그냥 내가 예식장으로 갈테니 거기서 받겠다.
A: 아.. 알겠다.
00시 000웨딩홀 0시 00분 식이다.
나: 기다려라, 확인 해보고 다시 전화하겠다.
예식장에 확인해보니
진짜로 본인 결혼식이 있다.
나: 가서 돈 얘기 한마디 안할테니
식 끝나고 예식비 정산하는
사무실 앞에 서있을테니까
현금으로 593만원 담아서 나한테 전달하든
바로 앞에서 계좌이체를 하든 그 날 끝내자.
A: 알겠다, 그 날 만나자.
속앓이 하던 일이 드디어 끝나는구나 싶어서
같은 일 하고 있는 친한 동료 B 에게 전화함
나: 거기 전에 얘기했던
600만원 채권 회수하기로 함
B: 오ㅋㅋ 어떻게??
나: 우연히 카톡 프로필 봤더니
그 사람 주말에 결혼하더라
그래서 결혼식장에서 받기로 함
B: 엥 그거 불법임
나: 왜?
B: 예식장, 장례식장에서
채권추심 행위하면 불법임
나: 거기서 받기로 한거 서로 합의해도 불법임?
B: 그건 모르겠는데
결혼식장에서 채권채무 관련 일 하면
안되는걸로 알고있음
나: 일단 알겠음..
전화 끊고 인터넷에 찾아보니까 진짜임
이게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변호사와 상담한 결과
현장에서 제3자에게
채무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행위가 없고,
축의금으로 채무를 상환하겠다는
상호 합의가 있었으면
법적으로 걸리는 상황 없는것을 확인.
황금같은 토요일에 현장으로 출발했다.
목적지까지는 178km.
평소에 두시간이면 갈 거리지만
주말이라 1시간 정도 더 걸렸음.
왕복거리 350km,
왕복시간은 6시간, 왕복톨비 21,000원
기름값은 20km/L, 1리터 1,550원 잡고
28,000원 정도
내 인건비 빼고
5만원이나 원하지 않는 지출이 생겼다.
차가 더 막힐 것 감안해서
집에서 챙겨온 단백질바 와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에서
커피를 테이크아웃해서
휴게소 정차 없이 논스톱으로 가려고 했는데
앞차가 커피로 회식을 하는지
한 20분째 움직이질 않았음ㅋㅋ
도착 예정시간은
결혼식 시작 시간까지 밀려버리고
결국 분노의 질주를 찍으면서
시작시간 20분 전에 도착
빚 받으러온 빚쟁이룩으로 입고가고 싶었지만
그냥 누가봐도 결혼식장 온 하객룩으로 입고 옴
A와 대면 하기 전
터질 것 같은 방광에 물을 배출하고
심호흡을 하고 옷 매무새를 점검했음.
A의 결혼식이 진행될
홀 축의금 납부처 앞.
A의 하객으로 주변이 시끌벅적했고
A는 밝지만
약간의 긴장된 표정으로 손님맞이에 한창이었음.
나는 이 600만원 때문에
가뜩이나 없는 머리가 더 빠졌다는게
부아가 치밀어 오르지만
이미 홀안에 들어가있는 하객수,
입구 근처에 있는 하객수를 미루어 보았을 때
예식비 정산 후
600만윈을 회수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인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홀을 나와서
A와 대면 할 기회를 엿보고 있는데
나와 A가 눈이 마주침.
바로 녹음기능을 켰다.
‘지금이다.’
바로 A앞으로 다가가서 악수를 청하며
나: 안녕하세요 XXXX 담당자 입니다.
A: 아.. 안녕하세요
나: 그럼 식 끝나고 밑에서 뵙겠습니다.
A: 네 알겠습니다.
채무에 대해서 한마디 말 하지 않고
돈 받으러 진짜
여기까지 왔다는걸 다시 상기시켜줬다.
예식비 정산,
채무 정산이 이뤄질 리셉션 앞.
앞에 앉아있을 의자나 벤치가 아무것도 없다.
1시 50분에 식이 시작하고,
끝날 때 까지 30분 정도 걸리고
폐백을 한다면 준비하고 하는데 30분.
피로연장에서 하객들한테 인사하고
식사하고 나오는데
1시간 정도 잡으면
4시쯤이나 되야 만날 수 있겠지 싶어서
차로 돌아와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3시에 A로부터 전화가 왔다
A: 어디계세요?
나: 정산실 앞에 있습니다.
A: 주차장 쪽으로 와주시겠어요?
잠깐 긴장했다.
거기엔 A가 아니라
A의 친구들이 각목을 들고
기다리고있진 않을까,
아 ㅅ발 방검복 안 입었는데
다구리를 맞는다면
한 새끼는 데리고 간다는 생각하고 갔는데
다행히도 A 혼자 있었다.
A: 미리 빼놓은 돈인데
한번 확인해보시겠어요? 593만원
나: 네 알겠습니다.
시간상 A는
피로연장에서 인사 돌고 있을 시간인데
고맙게도 그 전에 돈을 준비시키고
나에게 연락을 한것
근데 아무리 세도 10만원이 모자라서
1층 지폐개수기에 5번을 돌러도
10만원이 모자랐다.
서로 그 내용을 확인하고
같이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A: 식사는 하셨어요?
나: 네 하고 왔습니다.
(실은 배고파 뒤질 것 같지만
너한테 얻어먹긴 싫다.)
나는 여기서 여기까지 오게해서 죄송합니다 라는
말이라도 한마디 할 줄 알았는데
그런거 전혀 없었다.
축의금 갖고있던 지인에게
5만원 짜리 두장을 더 받고
593만원을 만들어서 차로 돌아왔다.
오늘 하루 수고했으니
피순댓국 먹고 만두사서 집에 가야겠다.
후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