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도 아닌 괴물 ㄷㄷ ‘한빛아파트 503동에 갇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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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마저 나오지 않고 난방도 되지 않는다. 아직 내가 사는 401호 밖으론

한발짝도 나간적이 없다.

두렵다. 무슨일이 있는걸까… 설마 이 503동에 나혼자 남아있는건 아니겠지 ?

항상 욕조에 받아놓은 찝찝한 수돗물을 마시며 갈증을 해소하는 생활… 더이상은 무리다.

혹시 대기오염이 극을 달하여 호흡이 불가능 한것일까 …? 그럴 가능성은 현저히 떨어진다고 본다.

아니면 괴생물체의 습격이란 말인가…

우선 사람들을 찾아봐야겠다. 이 고독… 그리고 밤마다 찾아오는 공포감…

더 이상 혼자 버티기엔 무리가 있다. 

우선 집에서 쓰던 야구 방망이를 집어 들었다. 혹시 모를 괴생명체를 대비한 호신무기 이다.

그리고 마스크를 썼다. 이는 대기오염 방지를 위함이다.

마지막으로 옷을 아주 두껍게 껴입었다. 우습지만 빙하기가 찾아왔을수도 있기 때문이다.

난 결심했다. 그리고 현관으로 향했다.

힘차게 문을 열었다. 괴생명체도… 기상이변도… 대기오염도 아닌 정체를 알수 없는 이유였다.

평소 다니던 복도와 다를바가 없다. 

복도식 아파트가 아닌 이곳에선 뭔가 나타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된거지 ?… 설마 우리를 가둬놓고 무슨일을 벌이는게 아닐까..?

분명 비상 사태랬다구… 침착하자.

더군다나 민주주의 국가에서 왠만한 비상 사태가 아니면 이런일은 없을거야.

그저 사소한 일은 아니겠지.. 국가에서 우리 안전을 지켜주기 위함일거다.

우선 사람들을 찾아보자. 슬슬 사람들이 떠나기 시작한 낡은 아파트니까

비어있는 집도 더러 있겠군.. 우선 첫번째는 맞은편 402호 문부터 두드려 보자.

‘ 쾅쾅 ‘

” 저기 계세요 ? “

내 기억이 맞다면 여긴 분명 한 가족이 살고 있다. 만약 안에 있다면 식료품을 얻을수도 있을것 같다.

‘ 끼 익 ‘

“여… 여보 ? “

“네.. 넷 ? “

안에선 매우 야윈 한 여인과 그녀의 품에 안긴 귀여운 아기가 나왔다.

얼굴에 핏기가 없고 눈에 촛점이 없는걸로 보아 며칠간 굶거나 혹사 당했을 가능성이있다.

지금 상황을 봐선 굶었다고 밖에 볼수 없다.

“아니군요.. 흑흑”

그리고 그녀는 몸을 비틀 거렸다. 우선 이 여인을 진정 시킨 다음 자세한 상황을

물어 봐야 겠다. 

“정신이… 들어요 ?”

“네… 조금..”

“근데… 실례지만 남편분은 ? “

“제…. 제 아들과 잠시 외출했다가 출입구가 막혀버렸어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성을 되찾은 여인은 생각했던것 보다 매우 예쁜얼굴이였다.

이 아이도 자기 엄마를 닯아 이렇게 예쁜 것이였나 ?

아무튼 계속 여기서 이러고 있을순 없다. 앞으로 무슨일이 닥쳐올지 모르므로

미리미리 탐색을 해놔야 할것 같다.

“그럼 잠시만 여기 계세요”

“네 ?”

“다른 분들이 또 있나 찾아봐야죠”

그렇게 말하곤 난 밖으로 나왔다. 내손은 아직도 두려움에 떨어 굳게 쥔 야구방망이를 놓치지 않는다.

좋아 이제 다른 층으로 가야 하니까 마음 굳게 먹고… 설마 무슨일 있을라나 ?

다 틀렸다… 3층도.. 2층도 아무도 없다… 외출중에 출입구가 봉쇄됐거나…

혹은 원래부터 아무도 살지 않은 집이라고 정의를 내릴수 밖에 없다.

남은건 1층이다. 1층에도 없다면 4층 위를 확인해 볼수 밖에 없다.

좀 더 내려가니 1층에 있는 503동 출입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피비린내 같은 이상한 냄새와… 바닥에 어지럽혀져 있는 

사람의 장기 및 살점들을 볼수 있었다.

그리고 한계단을 더내려가봤다. 순간 나는 내눈을 의심하지 않을수 없었다.

마치 짐승이 먹다 만듯 파헤쳐진 시체의 배… 시체는 흰자위를 적나라 하게 느러내며 누워있었다.

확실하지 않으나 비슷한 사인의 시체는 세구이다.

욕지기가 올라 입을 막았지만 비릿한 피냄새는 콧속의 점막을 자극한다.

젠장 빨리 끝내고 올라가 봐야 겠다.

왠지 모를 불안감에 완전히 내려갈순 없었다.

한칸…두칸… 숨을 죽이며 내려갔다.

그렇게 3계단을 더내려가고… 앞으로 남은 계단수는 4계단 정도 ?

난간밖으로 목을 빼어보았다.

“우…우욱”

결국 입밖으로 소리를 내버리고 말았다. 

비위가 조금만더 약했더라면 오늘 먹었던 것을 모조리 내뱉었을지도…

1층 엘리베이터 앞은 처참했다.

여러구의 시체가 엘리베이터 문을 막고 산을 이루고 있다.

아마 내가 사는 4층밑의 사람들이 분명할 것이다.

이건 분명 인간이 한짓이 아니다. 틀림없다.

젠장 아까 부터 무서워 죽겠는데 이건 무슨소리야

‘서걱 서걱’

‘서걱 서걱’

마치 무언가를 갉아 먹는듯한 소리…

그 소리의 근원지를 어렵지 않게 찾을수 있었다.

한 시체 위에 어떤 ‘짐승’ 이 고개를 쳐박고 있다.

다리 갯수는 총 넷… 마치 개의 형상을 띄고 있지만…

사람을 먹는개가 어디 있으랴…

아니다… 이런 믿을수 없는 상황엔 이것 저것 고려할 시간은 없다.

우선 ‘사람을 먹는 광견’ 이라고 단정 짓자.

하지만… 저 수많은 사람들이… 미친 개 하나를 못이기고 전멸 했다 ?

이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래 저래 생각 하던중…

갑자기 ‘개’가 이상한 행동을 취했다.

쳐박고 있던 고개를 빼들더니 큰소리로 우는 것이였다.

개가 짖는 소리와는 엄연히 틀린 이상한 소리 였다. 내 평생 들어 보지도 못한…

그리고… 분명히 입이 네갈래로 벌어 졌다. 뭔가 이상하다. 

내가 그냥 넘겨 버렸던 괴생물체의 설이 확실하단 걸까…

저놈은 인간을 먹는다. 인간을 먹는다면 나는 물론 행여 이 아파트에

남아있을지 모를 사람들 전부가 위험하다.

아직 궁금 한게 태산 이다. 하지만 나 혼자는 아무것도 할수가 없다.

우선 저것은 무엇이며 어떤 방법을 이용해서 저렇게 단단히 용접된 출입구를 통과했는지가

의문이다.

아직 찾은 생존자는 402호 여인과 아기 뿐… 우선 들키지 않도록 조용히 계단을 올라야 겠다.

3층 까지 올라오고 나서야 겨우 식은땀을 닦아 낼수 있었다.

그건 지구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생명체가 분명했으며 인간을 주식으로 삼는다면

있어야될 생명체도 아닐 것이다.

우선 의문은 저 동물이 어떤 경로를 통에 이런 페쇄된 공간 내부로 들어올수 있었는지가

궁금하다. 알아낸다면 손쉬운 탈출도 가능하다. 하지만 밖에 무슨일이 있는지 알길이 없는게 아쉽다.

사람을 모으는게 급선무이다. 생각만 하지말고 곧바로 행동하자.

4층까지 돌아봤었으니 다음은 5층이다.

엘리베이터 버튼은 예상한대로 눌러봤자 아무반응이 없다.

또 하나하나 계단을 오르며 체크해야겠다.

5층도… 6층도 사람은 없다. 이정도로 사람이 없는 아파트는 아니였다. 이건 정도가 지나치다.

하긴 1층 엘리베이터 앞 시체만 해도 수두룩 했으니…

왠지 아버지를 찾아야 겠단 생각으로 나온것이지마는 아버지가 아닌 사람을 찾고 있다.

그나저나 402호의 여자와 아기는 아직 우리집에 머물고 있을까 …? 혹시 도중에 나가버렸을지도…

이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마음이 급해져 온다. 서두르자. 7층이다.

이상하다. 7층에 올라오니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다. 소리는 702호에서 들려온다.

‘똑똑’

“암호를 대라”

“그… 그런게 있을리가…”

“쳇”

‘덜컹’

안에서 문을 열고 나온건 20살이 조금 넘어보이는 남자였다.

그 어깨 너머로 3명의 사람이 보인다.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자, 떡대좋은 남자한명과

내 또래로 보이며 교복을 입은 한 여학생이였다.

“당신 어디서 왔어 ? 아래층?”

“아… 예”

“용케 살아있구만 현관밖으로 나가지 않았나 보지?”

“저희 아버지는 나가셨어요”

“죽었어”

“예 ?”

“너희 아버지는 죽었다고 나가면 죽는거야”

그는 씨익 웃어보이며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떨구었다. 어째 죽었다는 말을 함부로 할수가 있는가…

아버지가 죽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길은 없지만… 1층의 괴생명체를 보았고… 그옆의 시체들도 보았기에

나로썬 반박할만한 재간이없다. 우선 사람들을 발견 했으니 화는 참고보자.

“그럼 봤겠구만 ? “

“뭐…뭘요?”

“그 괴물 못봤어? “

“아 그 1층에…”

“1층에만 있단 말이야 ? 그땐 쫓아와서 죽을뻔 했구만…”

정말 건방진 녀석이다 말끝마나 반말로… 물론 내가 연소자 인건 맞지만 이런 대우를 받을 만큼

내가 만만해 보인다는 건가…

“너말고 더있나?”

” … ? “

” 사람말야”

” 아 두명더있습니다.”

“같이 올라와… 근데 그놈이 쫓아오면 이곳으로 오지말고 알겠지 ? “

‘쾅’

그는 자기 할말만 하고 문을 닫아버렸다. 젠장 이런대우를 받고도 멍청하게 가만있었다니…

우선 4층으로 가야 겠다. 아직 있어야 하는데…

젠장 그사람 때문에 4층이어도 두려움이 생긴다… 1층에만 있는게 아니였다.

‘식량’이 많기 떄문인가 … ? 아무튼 어서 데리고 가야 겠다. 사람이 조금이라도 더 많은쪽에

붙으면 안전할수 있을터이니…

젠장… 이 여편네.. 어디로 간거야..

심장 박동소리가 복도 내부를 울렸다.

하지만 꼭 내가 그 여자를 책임져야 할일은 없지 않은가…

얼굴만 말짱했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여자 같았으니까.

데려가봐야 사람들에게 짐만 될터이고 게다가 아기까지 달고있다.

혼자… 가자

두려운 마음이 용솟음쳐 빠르게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학생이 오질 않는다. 벌써 30분이나 지났는데…

슬슬 걱정이 돼기 시작한다. 넋놓은채 남편만 기다리던 나를 구해준

고마운 학생인데…

아무래도 그는 아래층으로 내려간것 같다. 아직 그 학생, 나, 그리고 불쌍한 우리 아가…

나라고 가만있을순 없다. 

우선 집으로 돌아가 생필품을 챙겨놓아야 겠다.

나중에 자리를 옮겨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 올지도 모르기 떄문이다.

그나저나 10층에 있는 현수 엄마는 무사 할까? 

궁금하다. 정말… 한번쯤 가봐야 할것같다.

그래 우선 경로는 10층이다. 제발 무사하길…

“헉헉”

너무 뛰었나. 가쁜숨을 몰아내쉬며 7층에 도착했다.

결국 4층에서 7층까지 여자는 콧뺴기도 눈에 띄지 않았다.

뭐 나와는 별개의 일이다.

‘똑똑’

“암호를 대라”

“쳇 그런거 필요 없잖아요”

‘끼이익’

낡은 금속의 마찰음이 울려 퍼졌다.

아까 그 싸가지 없던 청년이다. 그는 의아한듯 쳐다보며 말했다.

“어째서 혼자지?”

“분명 집에 데려왔었는데 어디로 가신지 영 알수가 없네요.”

“너도 꽤나 잔인하군 ?”

“뭐…뭐가요 !”

“솔직히 찾을 생각도 안했잖아? 얼굴에 그렇게 써있구만…”

난 할말을 잃어 버렸다. 젠장 이런식으로 간파당하다니…

“우선 들어와. 솔직히 복도에 있으면 죽을확률이 엄청 높거든…”

내부는 우리집과 달리 꽤나 따뜻했다. 휴대용 랜턴을 켜놓고 있어서 그런걸까…

아무튼 안전한 무리에 합류되어 다행이다.

“자 넌 이름이 뭐지?”

“…”

“아직 밝히긴 싫은가 보지? 이상한 놈이네”

“쳇 그건 그렇고 왜 올때마다 암호는 물어보는거에요? 그냥 들여보낼 거면서 그리고 그 괴물이 암호를 알수도…

알고 있다 해도 말할수도 없잖아요”

“확신하나 ?”

“예 ?”

“저 괴물이 말못한다는걸 확신하냐고”

“그건 아니지만….”

“것봐 저건 처음보는 생명체야 암만 도감을 뒤져봐도 저딴 생명체는 없다고… 너는 보았겠지? 그녀석의 끔찍한 얼굴을 말야. 얼굴 전체가 입이라구… 뇌따위는 없는것 같고 눈도 없는것 같아.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하지만 저런 형태로 어떻게 인간말을…”

“저게 어떤건지 알아 내기 전엔 어떤 가능성도 배제할순 없어 함부로 나대다가 죽는꼴 보기싫으면 하나하나 조심해야 한다고”

젠장 당했다.

그의 말도 상당히 일리가 있는 말들이다.

“내말 잘들어… 너같은것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야. 건장한 남자 둘에 지혜로운 여자 둘이야. 어쩌면 넌 도움이 될지도 모르지 하지만 똑똑히 알아들어 도움이 되지는 못할 망정 피해가 된다면 널 가만두지 않겠다.”

상당히 박력있군… 완전히 당해 버렸다.

“다들 자기소개 하려면 해봐…”

교복을 입은 여자아이가 수줍게 입을 열었다.

“안녕… 하세…요 전 이혜민 이라고 해요…”

그 다음은 화장이 매우 진한 20세 중반의 여성이다.

“난 말안하겠어. 네 녀석이 신뢰가 간다면 자연스럽게 말해주겠지만”

“이하동문…”

근육질 남자도 덩달아 말했다. 들어오자마자 기분이 나쁘다…

모두가 마음에 안들고.. 특히 내앞에 있는 이 남자가 제일 맘에 안든다.

“내이름은 김지수다. 학생으로 보이는 너보단 나이가 많을테니 반말해도 문제 없겠지 ?”

왠지 모두들 나를 멀리하고 있는것 같았다.

그나마 형편이 나은쪽은 이혜민이라는 여자아이 쪽이였다.

그녀는 고개를 내리 깔고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너도 알다시피 이 아파트의 창밖은 건물로 막혀 있어. 저 건물 때문에 사람들이 적기도 한거고…”

“근데 상층 사람들이 정말 당신들 전부 인가요 ?”

“더 있었지”

“그런데요?”

“죽었어”

“무…무엇때문에”

“10층에 한마리가 더있거든…”

” 꺄악 !!!!!!!!! “

‘응애 응애’

복도 밖으로 여자의 비명소리와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들린후…

비명소리는 멈추고, 아기의 울음소리는 계속 돼었다.

‘ 응애 응애 ‘

재수없던 그 청년은 검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조용하란 신호를 보냈다.

쥐죽은듯 조용했던… 하지만 아기소리는 계속 들리고 있다.

무슨일이 일어난 것일까. 비명소리는 누가 들어도 의심할 여지가 없는 여자의 비명…

그리고 아기라…

분명해진다. 행방이 묘연해 졌던 그 여인과 아기이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혼자 다녔을까… 내가… 내가 처음부터 4층에 들렸다면..

이런 비극적인 일은 일어 나지 않았을 것이다.

애써 진정 시켜놓은 손과 어꺠가 부들부들 떨렸다.

“네 탓이 아냐”

“…”

“이건 재수 없는 자의 운명이였다. 네 녀석이 자책할 필요는 없어”

이윽고 아기의 울음소리가 멎었다. 그리고 잠깐동안의 적막이 흘렀다.

두 생명의 끝을 소리로 실감한 셈이였다.

겁에 질린듯한 표정 들이 였지만, 그래도 가장 당당한건

근육질의 남성과 청년 뿐이 였다.

“가… 볼까요 ?”

“미쳤어? 죽고 싶어서? 난 안가 못간다고 !!”

20살의 여자가 큰소리를 내며 말했다. 짙은 화장이 깔린 그녀의 눈커풀은

사시나무 떨듯 떨리고 있었으며 목소리 마저 제대로된 음성이 아닌듯 했다.

근육질의 남자가 무덤덤 하게 말을 건냈다.

“딱 한명만 더있으면 같이 가겠어.”

그는 청년은 쳐다보며 말했다.

“이봐 난 죽고 싶지 않다고 가던 말던 난 안가 맘대로 해”

“그래도 이대로 식료품이 다 떨어 진다면 굶어 죽게 될거야”

“1층의 사람들처럼 다 파헤쳐져 죽어 버린 시체보단 나은 모습일테니 상관없어.”

젠장 적극적인건 근육질의 남자 뿐이다. 

이대로 죽을순 없다. 내앞엔 아직도 파란만장한 삶이 기다릴 텐데…

“그럼 아저씨 저랑 가봐요.”

“너… 괜찮겠냐”

“굶어 죽든 먹혀 죽든 같아요”

“너 보기보다 용기 있군? 좋아 넌 그럼 따라와”

그는 내말을 듣자마자 현관밖으로 나가버렸다.

젠장 막상 나가려고 하니까 두려워 진다.

‘끼익’

복도 내부는 쌀쌀하다. 추워서 떨리는건지..

방금전 어이 없게 꺼진 두개의 불씨때문에… 그 죄책감 떄문에 떨리는건지 난 알수가 없다.

“따라와 난 801호야.”

그는 성큼성큼 계단을 올랐다.

저사람은 무섭지도 않나? 

‘끼익’

이집이나 저집이나 금속 마찰음은 마찬가지 였다.

그의 집은 남자 혼자 살다는것을 잘 말해주고 있었다.

먹다남은 라면하며…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쓰레기들…

안그래도 좁은 아파트인데 발디딜 틈조차 없다.

아무래도 들어가는건 무리일듯 싶으니 현관에 서있자

“뭐 그렇게 우두커니 서있어 ? 들어오지 않고 ? 아.. 아니다 들어와 봤자 뭐 쓰레기만 가득할텐데…”

그는 그렇게 말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잠시후 그가 들고 나온건 칼 두자루 였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칼… 즉 식칼이라거나 그런 칼과는 개념부터가 달랐다.

이건 긴 장검이다. 내눈으론 진검인지 모형인지 알수가 없다.

“진검이다. 날이 무딜테지만 꽤나 쓸만할거야”

그는 자기가든 두자루의 검중에 더 긴 검을 내게 던졌다.

상당히 무게감이 느껴진다.

“아무래도 내가 좋지않은 칼을 드는게 낫겠다. 이건 장롱 밑에서 겨우 찾아낸거고 그건 내가 최근에 사용했던 칼이거든…”

그가 든든 하게 느껴졌다.

왠지 이남자만 있으면 손쉽게 나갈수 있을것 같다.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건냈다.

“생각이 바뀌었다. 10층보다 1층에 가봐야 할것 같다.”

“왜요 ?”

“아무래도 출구쪽을 살펴보는게 좋아. 그녀석은 인간을 장난감 다루듯 다루는 녀석이야. 그많던 사람들이 속수 무책으로 당해버렸지…”

그후 그가 말한 내용은 이러했다.

아버지가 4일전 나간 이유가 있었다. 아이들을 제외한 503동 내부 사람들이 전부 출구쪽으로 모인것이였다.

지금 내앞에 이 남자도 그 모임에 참가 했었다고 한다. 1층 로비(로비라고 할것도 없는 좁디좁은 공간이었지만)

출구 앞에서 그 많던 사람들은 계단에서 내려온 두마리의 ‘괴물’에 의해 당했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이 당할때 이 남자는 가까스로 탈출, 702호에 안착하게 돼었다고 한다.

아까 그 청년의 말대로 아버지는 죽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버지의 시체를 확인하기 전까진

인정할수 없다. 만약 발견 한다면 복수를 해야 할것 이다.

“자 그럼 됐지? 우선 1층부터 가자”

그는 빠르게 계단을 내려 갔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난 완전 뒤쳐지는 낙오자 꼴이 돼었다.

그는 2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중간에서 멈추었다.

그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너… 정말 1층에서 그 괴물은 본게 맞아 ?”

“네… 아까 그 형도 그랬잖아요 1층에 한마리 10층에 또한마리 있다고…”

“아니 1층은 니가 말한거 였어. 우리가 본건 10층 뿐이야”

“그… 그렇다면…”

“밑엔 아무것도 없어”

“그럼…”

“애초에 한마리밖에 없었을지도 모르지… 아까 지수는 니가 1층에서 본 한마리, 그리고 우리가 보았던 10층의 또 한마리… 이렇게 생각하고 단정지었던 거지…”

“죄송해요…”

“아니 오히려 잘됐다. 한마리라는게 사실이라는 가정하에 말이지. 일단 내려왔으니까 1층을 조사해 봐야겠다.”

그는 1층으로 내려갔다. 곧 나도 따라가려고 몸을 일으 켰다.

그떄… 계단 난간 사이로 보이는 무언가가 있었다.

게다가 그것은 지금 빠른속도로 내려오고 있다.

아마 우리를 발견한 모양이다.

“어어… 어… 저기 저거…”

“뭐야 ?”

“아저씨 빨리 101호로 들어가세요.”

다행히도 이 남자는 눈치가 빠르다.

현관 안으로 들어오는 경우는 없었지만… 

언제까지나 예외가 있으니, 나는 102호, 저남자는 101호에 간다.

그럼 나도 102호로 …

젠장… 이런 일이 생기다니…

내가 있던쪽에선 102호로 통하는 문이 보이지가 않았다.

102호 문은 굳게 닫혀 있다. 

그 옆엔… 싸늘하게 식은채 부패가 진행중인 시체 여러구가 산을 이루고있다.

102호 문을 열힘도… 그럴 시간도 없었다.

남자가 준 장검을 칼집에서 꺼냈다.

이판사판이다.

” 헥 헥 “

정면으로 가까히에서 본 녀석은 차마 말로 형용할수도 없는

괴이한 생명체 그 자체였다.

눈, 귀 그런 중요한 것들은 보이지 않는다.

오직 머리 전체가 입이였으며 몸뚱이는 개의 모습이다.

날카로운 발톱이 수도 없이 날을 세우고 있다.

정면 승부론 방법 따윈없다.

게다가 난 검도라는 것을 배워본적도 없기에

검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쓰느냐도 제대로 모른다.

녀석은 예상과 달리 달려 들지 않았다.

눈은 없고, 귀도 없다. 사물을 어떻게 알아 볼까… ?

이래저래 생각할 시간따윈 없다.

먼저 공격해 오지 않는다면, 선수 치는게 도리일듯 싶다.

검의 효율적인 사용법은 몰라도

그 원리는 알고 있다.

‘휘익’

장검은 찌르는것 보다 베는게 더 나을것 같았다.

하지만 허공을 베었을 뿐이다.

검은 그대로 아무 것도 없는 복도 바닥에 소리를 내며 부딪혔다.

빠르다.

어느새 피한 녀석이 내 등뒤에서 덮치려 하고 있었다.

자리상으로나 내가 불리한 상황…

뒤돌아 공격하기엔 방금전 딜레이가 너무 컸다.

순간 회색의 물체가 내 머리위로 빠르게 지나 갔다.

‘푸욱’

“카아악”

공중에서 피가 분수처럼 솓구쳤다.

하지만 내 머리는 그대로 붙어있다.

“바보 같은 새끼야 너 혼자 뭐할려구”

검을 뻗어 온건 다름 아닌 그 남자였다.

검은 녀석의 입에서 부터 목 깊숙한 곳까지 파고 들었다.

하지만 피를 쏟으면서도 넘어 지지 않고

헥헥 대며 발톱을 곤두 세웠다.

“한마리는 끝내고…”

남자는 나지막히 말하며 달려들었다.

그리곤 그 괴물의 커다랗게 벌어진 입… 

그 바깥에 노출되어있는 검의 손잡이에 발을 옮겼다.

“푸욱”

순간 그의 발이 잘릴거라고 생각했지만

내 예상은 빗나가 버렸다.

그의 발은 입 밖으로 튀어나와 있던 손잡이를 정확하게 맞추었고…

검은 녀석의 뱃가죽을 뚫고 화려한 은빛 자태를 뽐내었다.

‘ 털석 ‘

쓰… 쓰러졌다… 우리가 이 미친 식인괴물을 쓰러트렸다.

정확히 말하면 이 남자 혼자 이루어 낸것 이지만…

“큰일이다.”

남자는 어느새 녀석의 뱃가죽을 세로로

절개해 놓은 상황이였다.

“큰일이라뇨 ?”

“이 녀석 암컷이였는데..어쩐지 몸이 굼뜨다 했어…”

“그런건 중요하지 않잖아요..”

“아니 중요하다. 우리가 처음 예상했던 개체수는 1~2마리였어 하지만 이녀석의 배를 자세히 봐라”

놀랍게도 녀석의 배에는

새생명의 싹이 움트고 있던 것이였다.

사람으로 따지자면 이미 만삭정도로 배가 부풀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무거운 몸으로 내 검을 피했다.

“그럼 어떻게… 이제 암컷을 죽였으니까 된거죠 ?”

“이건… 두번쨰 임신이다.”

“그걸 어떻게 알아요 ?”

“이 부분을 자세히 봐”

남자는 녀석의 뒷다리 사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정도면… 초산이 아니다. 우리 목표는 수컷 사살이 아니야 새끼들을 사살하는 거지”

“그냥 사살하지 않고 나가면 돼는것 아닐까요 ?”

“저렇게 단단히 용접된 문을 통과할 방법이라도 있는거야?”

“그건… 천천히 생각해 봐야…”

“이런것들이 안에서 숨쉬는 동안은 천천히 생각할 여유조차 없어 아무래도 지수 그놈을 데려와야 겠어”

나는 이런 극한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져버리지 않는

그가 존경스러웠다.

“이것들은 크기가 매우 작다.”

실제로 그것들은 크기가 매우 작았다.

인형.. 정도의 수준이였다.

“서둘러 우선 7층으로 가야 한다. 올라가는 도중에 언제 튀어 나올지 몰라. 아무래도 이것들 성장속도가 엄청나게 빠른것 같아.”

“저 검은 어떻하죠 ?”

난 녀석을 꿰고 있는 낡은 검을 가리키며 말했다.

피는 아직도 계속 흐르고 있다.

“냅둬.. 지금 가봐야 뽑히지도 않을테니까”

우리는 그렇게 또 계단을 올랐다.

평소에는 하루에 몇번이고 아무생각없이 다녔던 계단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썬 계단… 즉 복도는 아무생각없이 다닐수 없다.

언제 습격당할지 예고조차 해주지 않기 떄문이다.

7층에 올랐다.

하지만 그상황을 보고 곧바로 경악할수 밖에 없었다.

현관문은 심하게 찌그러진 채로

저 멀리 떨어져 나가 있었고

1층에서 맡았던 강한 피비린내가 났다.

” 꺄아악 “

” 크와악 “

안에선 비명소리와 함께 알수없는 굉음이 들려왔다.

안으로 들어가려했다. 하지만 이를 막는 억센팔이 있었으니…

“들어가면 안돼 늦었어”

“하…하지만”

“저건 새끼를 가진 녀석과는 차원이 다를거야 가망없어”

“그래도 이건 정말 아니라구요. 이건…”

“닥쳐 ! 저들 목숨은 이미 끝났어. 그 억센 턱에 물리기라도 한다면 금방 동강나 버릴거라구 넌 1층에 시체들을 봤잖아. 음식물 찌꺼기 마냥 파헤쳐져 있었어 !”

“가망은 있어요 이번일 만큼은 그냥 못넘어 간다구요 !!”

순간 혜민의 얼굴이 생각 났다.

수줍게 미소짓던 그 얼굴이… 

나는 그의 억센팔을 밀치고 702호 안으로 들어갔다.

현관 앞에 쓰러져 있는건 형체만 간신히 알아 볼수 있는

지수 라는 청년이였다.

“젠장”

벌써 희생당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지만… 더이상의 사람을 잃어선 곤란해

아까 효력을 발휘해 보지도 못한 장검을 꺼내들었다.

이 특유의 숨소리…

안방에서 들려 온다. 

‘사…살려줘.. 살려줘’

안에서 속삭이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분명한 여자의 음성이다. 아직 살아있다.

‘덜컹’

이녀석은… 아까 녀석과 다르다…

이 아파트에 들어온게 이상할 정도로 몸집이 크다.

더이상 ‘개’의 크기가 아닌

정말 말도 안돼는 크기다.

‘크르르르르르’

그 다리 사이로 여자의 얼굴이 보인다.

두명이다. 두 여자의 얼굴은 눈물과 피로 얼룩져 있었다.

그들은 촛점없는 눈으로 흐느끼며 날 바라보았고..

이 거대한 녀석도 더러운 주둥이를 이쪽으로 돌렸다.

“덤벼 이 개같은 새끼야 !!”

승부는 정해진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슨생각이었을까…

난 그괴물을 향해 달리고 있다.

이상하게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저 오른손에 굳게 쥔 장검 하나만 믿을 뿐이였다.

녀석의 억센 발톱이 허공을 멤돈다.

그리고 나역시 그 발톱을 향해 장검을 치켜 들었다.

‘챙캉’

금속음이라고 할것도 없을 괴상한 소리가 났다.

이내 떨어 지는건 … ?

장검의 끝부분 이였다. 

이내 그 파동이 양팔로 전해져 온다.

“으 으앗 “

‘ 크어어어어어 ‘

파동은 팔에서 멈추지 못하고 몸까지 흘러들었다.

그 때문에 난 바닥에 주저 앉아 버리고 말았다.

녀석의 턱이 빠르게 다가온다..

하지만 그 순간순간은 느리게… 내 삶의 일부분이 주마등처럼 비춰지나갔다.

젠장 아까처럼 도와 달라구요 아저씨…

하지만 열린 안방문 사이로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녀석의 억센 턱이 내 어깨를 파고 들었다.

어깨가 빨갛게 물들어 가는 것들 확인한뒤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기적이다.

눈을 떴다. 천장엔 불켜지지 않은 초라한 형광등만이 달려있을 뿐이다.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어깨의 통증이 남아있었다.

그만두자. 살아있는것도 기적인데.

어깨는 깨끗한 붕대로 감겨져 있었다.

누군가가 치료해준 모양이였다.

“정신이좀 드냐 빌어먹을 놈아”

소리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근육질의 아저씨가

앉아있었다.

“너처럼 개념없이 구는놈은 또 처음이다.”

그가 말한내용은 이러하다.

우선 내가 일어난건 그일이 있고 나서 2일 (추측) 후…

그녀석이 나를 덮치는 순간… 겁을 먹고 떨고 있던 혜민의 눈에 띈건

다름아닌 장검의 파편조각이였다.

그녀는 그 파편조각으로 녀석의 꼬리를 베어 버렸다고 한다.

꼬리는 너무나 쉽게 잘렸으며 녀석은 놀라 피를 흘리며 현관밖으로 나가버렸다고 한다.

안타 깝게도 옆에있는 20대의 여자는 쇼크로 인해 죽어버린 상태였다.

거처를 옮긴건 1일전…

지금 위치는 801호 이며 현관쪽엔 이것처것 무거운 가구들로 막아 놓은 상태이다.

아저씨는 위험을 무릎쓰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먹을수 있는 식료품과 생활용품을

구해왔고… 구해온 전지와 전선을 이용, 현관문 바깥쪽에 접근하면 전류가 흘러

스파크를 일으키는 기구를 만들어 냈다고 한다.

그 구조는 의외로 간단했으며 그만 살결이 닿으면 깜짝놀랄 정도였지만

녀석들을 쫓기엔 최적의 물건이라고 생각한다.

그 효과는 아주 좋았다.

물건이 닿기면 해도 매우 밝은 빛의 스파크가 튀었으며 

전지 하나당 일주일을 버틸수 있다고 했다. 물론 이역시 추측이지만…

그리고 남은 전지 갯수는 3개… 가장 긴시간을 버틸수있는 차량용 배터리는 하나.. 식료품 역시 충분하다.

안타 깝게도 랜턴은 가스를 다 써버려 사용할수가 없었지만…

라이터를 이용해 불을 얻을수 있었고

페인트통이 난로및 가스레인지의 역활을 하였다.

땔감은 802호에 원래 부터 있던 종이가 대체했다.

그 원료는 책…

[일주일 후]

가끔씩 스파크 튀는 소리에 잠을 설친다.

밤 까지 계속 소리가 난다.

아저씨는 걱정이라고 했다.

이대로면 전지는 예상보다 빨리 달것이기 때문이다.

요즘 아저씨는 밤마다 현관앞에서 보초를 서고 있다.

아저씨는 3일전 처음 내게 이름을 알려주었다. 김호석 이라고 했다.

아저씨는 내 상처가 다 나으면 이제 부터 나만 보초를 서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걱정스럽게도

녀석들은 급속도로 개체수가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다행인것은 녀석들의 식량이 바닥났다는 것이다.

벌써 서로를 잡아먹는 광경도 현관문에 달린 구멍을 통해 몇번은 본것같다.

이제 남은건 우리셋…. 이 끔찍하고 잔인한 녀석들의 소굴..

그 가운데 자리를 잡은 것이다.

남은 전지의 수명이 다할동안 녀석들의 제거, 탈출 등을 생각해 내야한다.

그때까진 나갈수도 없으며 나갈 생각도 없다.

그나저나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돼었다.

녀석들은 꼬리가 없으면 제대로된 거동조차 불가능 하다고 한다.

며칠전 나를 이지경으로 만든 녀석이 문앞에서 비틀거리다 죽어버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석은 자신의 동족들에게 통째로 먹혀 버렸다.

아직 무기는 도검 종류의 무기 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날이 잘선 식칼을 장대와 단단히 고정해서 기다란 장창을 만들어 보았다.

아마 극한 상황에서 여러모로 잘 쓰일것 같다.

하지만 이상황에서 필요한건 폭약이나 총이다.

총은 확실하게 맞춘다면 녀석들을 금방 잠재울수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 안전했다.

그리고 폭약은 위험하긴해도 출입구를 폭파하거나 대량학살을

위해서라면 꼭 필요했다. 하지만 강도조절에 실패 한다면 자칫 아파트를 붕괴 시킬수도 있다. 

신중 하자. 전지의 갯수는 꽤남았고 오래 버틸수 있는 차량용 배터리가 있지만

지금은 잠잘 시간 까지 아껴가며 생존 방법을 터득해 나가야 한다.

” 녀석들이 이상해 “

웬일인지 현관밖은 매우 시끄러웠다.

아마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을 아는 듯 하다.

예상치도 못했다. 스파크가 아무런 역활을 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잘하면 방어전을 펼쳐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확보된 무기들로는 어림도 없다.

장대로 만든 허접한 장창으론 아무것도 할수가 없기 떄문이다.

‘ 쿠웅 ‘

굉음과 함께 현관문이 찌그러져 버렸다.

그 틈새로 녀석들의 포효가 들렸다.

‘크어어어어’

“어…어쩌죠”

“방법이 하나 있긴해. 하지만 지금까지 지켜온 이 주둔지를 버려야 할지도 몰라.”

“지금 이 상황을 벗어나는게 급선무 입니다. 어떤 방법이죠 ?”

“저기 컴퓨터에 쓰였던 전선들을 모아놨어. 그리고 그 쪽 왼쪽 선반에 펜치 하나가 있을걸세. 피복을 모조리 벗겨 버려 !”

무슨 방법 일지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난 그를 믿는다. 수없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노련하게 극복해온 그의 실력을 믿는다.

“그리고 혜민양 식수로 쓰이던물 모조리 가져와 아마 그걸로도 부족할것 같아”

“에…? 하지만 이걸 어디다가 쓰시게요.. 전부 써버리시면 식수가 없어져요”

“어차피 이 장소로 버려야 할텐데 그런것 하나하나 신경쓸겨를이 없어”

“하지만…”

“잔말 말고 가져오기나해”

대체 무엇을 하려는 걸까…

바쁘게 전선 피복을 벗겨내고 있지만 제대로 돼지 않는다.

호석 아저씨는 찌그러진 현관문 사이로 장창으로

쑤시고 있었다. 하지만 효율성은 제로 였다.

“물 다 가져왔어요.”

“그건 이리주고 이제 안방쪽에 둔 차량용 배터리를 가져와”

“네…네”

혜민이나.. 아저씨나 극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놀라울 정도로 침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직도 스파크를 튀기고 있는 현관문 때문인지라 녀석들의 공격은 적극적이지 않다.

“피복 다 벗겼어요..”

“저 아..아저씨 배터리 가져왔어요”

“자네 배터리 위쪽에 철 재질로 튀어나온게 있을거야 거기에 전선을 엮어 ! 5부분 모두 엮어 “

대략 그가 생각하는 작전이 

눈에 그려지는듯 했다.

그는 어느새 생수통 뚜껑을 열어 부서진 현관 틈새로 던지고 있었다.

“다.. 다했어요 아저씨”

“그래 그럼 너희들 안방으로 들어가 절대로 나오면 안돼 !!!”

이건 아저씨를 버리는 행위였다.

하지만 아저씨를 버릴 의도는 없었고 

다만 그 박력에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결국 난 혜민의 손을 잡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이내 밖에선 녀석들의 비명과 폭음이 들려왔다.

‘지지지직’

안방문 밖으로 밝은 빛이 번쩍였고

곧 무언가를 태우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혜민은 내 가슴에 고개를 파묻고

벌벌 떨고 있었다. 젠장 나까지 두려워 진다.

얼마나 지났을까…

잠깐 넋을 놓고 있던것 같다.

희멀건한 연기가 안방까지 들어왔다.

이 지독한 냄새는 또 뭐란말인가…

“끝난 걸까…?”

“아… 아저씨는 어떻게 된거지 ?”

“혹시 모르니 넌 여기에 있어 난 나가볼테니까”

안방 문을 활짝 열자

그 타는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그리고 현관 쪽엔… 아직도 불이 붙어있는 가구들과

새까맣게 타버린 괴물들… 그리고 전선을 꼭 잡은채 역시 까맣게 타버린 사람의 형상이 보였다.

아저씨 였다.

“젠장”

짧은 시간이였지만 든든하고… 버팀목이 돼어주던

호석아저씨는… 볼품없이 타버린 채로… 우리 곁을 떠나버렸다.

남은건 혜민, 그리고 나

가슴이 미어 터질정도로 슬펐다. 하지만 눈물은 한방울도 나오지 않는다.

가슴한켠 몹쓸 생각이 자꾸만 떠올랐다.

‘다행이다 살았다’

나란놈을 알고보니 정말 이기적이고 비겁한 새끼였던 것을 알수있었다.

“으흑… 역시나..”

혜민은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렸다.

아저씨의 죽음… 든든한 버팀목이 없어진 셈이니 당연할지도..

이렇게 펑펑 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왜 냉정하게 고개만 젓고 있는 비열한 놈도 존재 하는가…

한숨이 절로 나왔다.

얼마나 지났을까..

“우리 이제 어떡하지 ?”

혜민은 아까와 달리 비교적 정돈된 말투로 말했다.

하지만 약간의 떨림 정도는 존재 하기 마련..

“글쎄… 우선 장소를 옮겨야 하지 않을까…?”

난 부숴질대로 부숴져 있는 현관문을 보며 말했다.

“아아 안돼… 옮겨도 끝장날 거야. 아직 괴물이 다 없어졌다곤 못하잖아”

“식료품들이 아직은 많아 구조될때까지 버틸수 있을거야”

“안돼 식수를 다 써버렸는걸..? 우린이제 끝장이야 어쩌면 좋아”

“혜민아 제발 정신좀 차려.. 이런 곳에서 이런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순 없어. 우리 둘다 젊잖아 ? 이런 더러운 곳에서 죽어버릴순 없는거잖아 !”

“그.. 그래도 살 방법이 없는거잖아…”

겨우 진정 시켜 놓았지만 혜민은 다시 울기 시작한다.

젠장 그녀의 말이 맞긴하다. 

아저씨가 죽고… 살방법을 제시 할만한 사람도 없고

그 방법 또한 있다해도 우리둘의 생각 범위에서 벗어나 있다.

하지만 고작 이런식으로.. 포기 할순 없다.

아버지의 죽음, 아저씨의 죽음을 헛되이 할수는 없는것이다.

그들은 나를 위해 죽었고 그렇기에 지금 내가 존재 한다.

근본적인 해결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것이다.

“아저씨의 죽음을 헛되이 할셈이야 ?”

“아.. 아저씨..?”

“아저씨는 우리 둘을 위해 목숨을 버리셨어. 그래도 이런식으로 죽어버릴 거냐구”

물론 아저씨에 대한 감정적인 생각은 전혀 없다. 이상하리만큼.. 하나도 없다..

그냥 혜민을 움직이기 위해 입을 놀린것 뿐이다.

“그…그래 아저씨는 우릴위해 희생하셨어 이대로 무릎꿇을순 없어”

주저 앉아 눈물만 축내던 혜민은 소맷 자락으로 눈물을 닦으며 일어났다.

앞으로가 걱정이다.

“우선 넌 801호로 가있어 그리고 문을 잠그고 있어”

“너… 너는”

“1층에 가볼꺼야 나갈수있을지도 모르니까”

혼자 다니는건 목숨을 버리는 일이다.

하지만 혜민이가 따라나선다면 짐이 될지도 모른다.

섣불리 판단 한걸지도 모르지만.. 개인행동도 때때로 필요한 편이다.

나는 널부러져 있는 장대를 집어들었다.

한번 부딪혀 보겠어…

현관밖으로 나가려던 찰나… 아저씨의 얼굴이 눈에 띄었다.

고통스러운 표정.. 까만 그을음까지.. 얼굴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편이다.

직접 가까히와 얼굴을 보니까.. 눈물이 나오려고 했지만

약한 모습 보이면 안된다. 이런 감정에 치우쳐선 아무것도 하지못해.

“나도 가겠어..”

“…?”

“나도 가겠다고”

“위험한거 알잖아”

“별수 없어 개인행동은 위험해 나도 가야겠어 게다가 그 장대조각 하나만 가지고 갈거야 ?”

“이…이게 길고 좋잖아”

“그걸로 찔러도 아무상처를 입지않을걸 ? 차라리 끝부분은 뾰족하게 만들어서 가자”

“정말… 갈꺼야?”

“아 진짜 여러말 하게 할거야 ? 가자구 가!”

말은 이렇게 했지만 혜민은 떨고있다.

여자로썬 매우 힘든결정을 한것임에 틀림없다.

10층은 거의 무덤을 파헤져 놓은것 같다.

수많은 유골들이 남겨져 있었고

그 유골들마저 온전한 모습은 아니다

부서지고… 짓이겨 지고…

아마 녀석들은 이것마저 먹으려고 했을것이다.

먹기 힘들다는걸 알자 동족을 먹어 치웠던 것이고…

아무튼 10층에 볼일은 없어졌다.

하지만 1001호엔 볼일이 남은것 같다. 

1001호… 현관문이 나가 떨어진것 뿐만 아니라

주위의 벽까지 심하게 부서져 있었다.

예측하자면 이건 들어가기 위해 구멍을 넓혔다고

볼수 있다.

“내려가자 여긴 너무…”

“잠깐 조용히….”

‘쩝 쩝’

‘쩝 쩝’

무슨 소리지 .. ?

소리는 다름아닌 1001호에서 들려오고 있다.

들어가면 위험하다. 나뿐만 아니라 혜민이에게도 위험해

섣불리 들어갈순 없다. 하지만 .. 끝장은 봐야 하는법

혜민이라도 보내야 겠다.

“혜민아 넌 아까 우리가 있던곳으로 가있어”

“응 …? 갑자기 왜 !”

“잔말 말고 가있어 위험하니까”

“하지만 너도…”

거실쪽에 더러운 그 녀석의 몸뚱이가 보인다.

먹고있는 시체는 처음에 만났던 402호의 여자가 틀림없다.

미안하게 됐군 젠장…

” 빨리 내려가 !”

혜민은 자꾸 뒤를 돌아보며 8층으로 내려 갔다.

우선 걱정거리 하나는 덜어 놓은 셈이다.

자 그럼 이제 어떡하지… 

그냥 달려가서 장대로 냅다 찍어 버릴까 ?

안돼.. 녀석의 몸뚱이는 거의 거실만한 크기이다..

다른녀석들 보다 크기에서 월등히 앞선단 말이다.

만약 찌르는 도구가 아니라 베는 도구였다면…

달려가서 꼬리를 썩뚝 잘라내 버리는 것도 효과적일 텐데…

그때 무모하게 장검을 휘둘렀다가 부러져 버렸으니…

그건그렇고 왜 저녀석은 저기 있는가…

대략 내가 생각하는 경우는 이렇다.

녀석들 무리중에 우두머리…

녀석들은 10층을 주둔지로 삼았다.

그리고 녀석들은 크기로써 앞서는

이녀석에게 먹이를 제공해 주었던것…

전에 혜민이가 꼬리를 잘라버린 녀석 이후로 이런 큰녀석은 처음인데..

그때 와서 한꺼번에 몰살 당했던 녀석들은 개보다 조금더 큰편이었으니까…

그래도.. 끝이 매우 뾰족하게 잘 깎인 장대이다…

달려드는건 위험하지만… 던지는건 별로 …

다만 성공률이 희박하다…

하지만 별수 있는가..? 이런곳에서 이정도나 살았다는것 자체가

극적인 확률을 넘어섰다고 할수 있다.

더이상 주저 하지 않고 장대를 던졌다.

‘푸 욱’

” 커어어어 “

끔찍한 소리와 더불어

녀석의 비명이 들려왔다.

등에 제대로 꽂혔다 !

“맛이 어떠냐 이 망할 괴물자식아 !”

” 크어어어어어 “

녀석은 예상과 달리 이쪽을 너무 쉽게 알아 챘다.

하지만 전혀 충격 받지 않은것 처럼 힘차게 몸부림 쳤다.

녀석이 일어났다. 여태까지 본 녀석들 중에 가장 크다.

집은 녀석에 비해 너무 작다. 천장은 순식간에 만신창이가 돼어 버렸다.

“크어어어어어”

이거이거 위험한데 … ?

장대는 깊히 박혔지만 녀석을 죽이기엔 턱 없이 부족했었나 보다.

이 공격은 아무 이득도 없이 오히려 녀석의 성질을 건드렸을 뿐이다.

우선 달아나자 젠장…

계단 쪽으로 가자 녀석은 기겁을 하고 쫓아왔다.

얼굴 전체가 입이 므로 녀석은 혀를 내밀고 날 잡으려 안간힘을 썼다.

녀석의 속도는 나보다 월등히 빠르다. 

하지만 저정도의 크기로 복도를 마음껏 쏘다닐수는 없다.

녀석은 단단한 발톱으로 복도를 황폐화 시키며

끈질기게 내뒤를 쫓았다. 천장과 마찰을 일으키는 장대 소리 역시 뒤를 따랐다.

속도는 비슷했지만… 지구력은 내가 뒤떨어 진다.

장기전은 위험하니 어딘가에 숨거나.. 혹은 녀석을 죽일수 있는 방법을 찾거나..

두번째 방법은 너무 위험하다. 게다가 지금은 쫓기는 신세니까

첫번째 방법 후 두번째 방법을 써야 한다. 젠장 

이 지겨운 싸움은 언제 끝날 것인가

얼마나 내려왔을까… 가쁜숨을 몰아내쉬며 뒤를 돌아보니 녀석 아직도 4층과 5층사이의 계단에 있다.

지금은 4층… 그래 최하층으로 내려가 있어야 한다.

혜민이는 안전하겠지.. 8층은 한참 위인데다가 녀석이 경로를 바꿔서 올라갈 일도 없고..

게다가 숨죽이고 있는다면 알수 없을꺼야.

좋아 이제 곧 1층이다.

으아… 힘들어 죽겠군..

녀석은 아직 한참위인것 같다.

행운이 따라 주는걸까 ? 출입구도 꽤나 많이 파손돼어 있다.

아마 녀석들의 횡포 탓일듯 싶다. 탈출 계획을 짤때 꽤나 수월할것 같다.

이런 생각 할때가 아니지 ..!

빨리 1층 아무곳이나 들어가서 숨어 있어야 겠다.

녀석이 아까보다 속도를 높인것 같다.

벽이 산산조각 나는 기분나쁜 소리와 둔탁한 그 발소리가 빨라 졌다.

서둘러야돼.. 분명 101호 안은 안전할꺼야.. !

1층 엘리베이터가 보인다.. 

조금만더.. 헉 헉

“어 … ?”

“니… 니가왜 여기..”

혜민아, 넌 대체 왜 여기있는 거야…

충격을 받고 서있던 찰나..

‘드르륵 드르륵’

들어본 소리이다. 녀석의 등에 꽂힌 장대 끝부분와 천장이 마찰을 일으키는 소리…

녀석은 이미 헥헥거리며 1층으로 내려왔다.

우리둘은 출입구를 등지고 있고..

녀석은 101호와 102호의 양쪽 현관문 옆에 자리를 잡고 있다.

눈은 없지만 이쪽을 주시하는건 분명 하다.

이번엔 정말.. 갇혔다…

“넌 위험하니까 저기 뒤에 가있어”

“넌 어쩌구 ?”

“난 저녀석과 붙어볼꺼야 저녀석 신경이 나한테만 쏠려 있을때 넌 빨리 달릴수 있을만큼 최대한으로 달려 계단쪽으로 달려서, 계속올라가다가 801호로 들어가 있어”

“그럼넌…”

“닥치고 시키는대로 해!”

혜민은 주저하더니 훌쩍이며 뒤로 빠졌다.

좋아 이제 너와 나뿐이다.

녀석은 주저하고 있다. 기세좋게 내려왔지만

아까 주었던 충격이 만만치 않았던 만큼

녀석도 신중의 신중을 가하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무기가 될만한건 내손에 없다.

바닥엔 출입구에서 뜯어진 쇳조각 파편들 밖에없다.

나를 지켜줄 무기는 아무것도 없다…

떨린다. 어깨도… 오금도… 

아무것도 없이 녀석과 일대일 정면 대결이라는건 어찌보면

정해져 있는 승부라고 생각된다.

여기서 무기가 될만한걸 찾자면 녀석의 등에 박힌

장대 하나가 전부이다.

하지만 녀석의 등은 너무 높다.

장대를 뽑아서 공격한다는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봐야한다.

” 크르르르르르 “

슬슬 녀석이 자세를 낮추고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다.

이는 곧 내 죽음을 뜻한다.

죽는다. 내가 죽는다. 나 오대석이가 죽는다.

18년 평생 평범한 인생길을 걸어온 나 오대석

이런 어이없는 사건에 죽어버리게 되는것이다.

녀석이 달려든다.. 내 죽음을 혜민이라는 소녀의 

목숨을 위해 바치겠다.

나도 내가 왜이런지 모르겠다.

그녀를 좋아하지도 않고

사랑한다는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저 지켜주고 싶다. 오직 그런생각 뿐이다.

내 바로 위로 녀석이 뛰어올랐다.

그 몸뚱이가 천장의 희멀건한 전등을 가렸다.

” 으아악 ! “

그리고 날 덮쳤다. 그 육중한 몸으로 내 숨통을 조인다.

고통은 실로 엄청났다. 벌써 뼈가 몇군데 부러진것 같고 뒷통수가 축축해 지는게…중상이다.. 

녀석의 턱이 네방향으로 벌어진다.

죽는구나 이렇게…

‘푹’

” 크와아아아아악 “

무언가가 빠르게 날아와 녀석의 

머리에 정확히 박혔다.

‘쿵’

녀석은 곧 폭음을 내며 옆으로 쓰러졌다.

박혀있는건 날카로운 쇳조각…

날라온 쪽은 다름 아닌 출입구 쪽이다.

괴물은 피를 쏟아내며 일어났다.

그리고 타겟을 바꿔 내가 아닌 혜민이 쪽으로 달려간다.

녀석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기에

아까보단 속도가 느리다.

하지만 아무리 저 속도라도

빠른편에 속한다.

게다가 저덩치로 덮친다면…

“위험해 !!!”

‘쿠쾅쾅’

순식간이였다. 녀석은 그대로 혜민을 덮쳤다.

그와동시에 허술하던 출입구는 부숴져 버렸다.

밖을 확인해야 한다.

그녀가 죽었는가 살았는가.

하지만 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다.

“으흑.. 혜민아아”

필사적으로 기어갔다.

머리뒤부터 등까지 싸늘한 느낌이 전해져 온다.

피일 것이다. 어지럽다.. 어지러워…

“으… 으음”

일어나 보니 여긴 한빛 아파트가 아니다.

주위 상황으로 봐선 분명한 중환자실…

구조 된건가…? 어떻게 이정도로 멀쩡한 나라가

아파트를 막아버리는 끔찍한 일을 저질렀단 말인가…

“안녕하세요 김호수씨”

호수..

호수 ? 날 부르는게 아닐것 같지만 

병실엔 나혼자이고 들어온 사람은 나를 보고있다.

아무래도 의사이다.

산소 호흡기가 입을 막고 있어 아무것도 생각할수 없다.

“길거리에서 주무시면 어떡합니까 ? 우선 위험했던건 머리쪽이였는데 수술이 다돼었습니다. 무려 50일을 주무셨어요 예 ?”

무슨 말이야… 한빛 아파트는… 한빛아파트는…!

급박한 마음에 별로 상처가 심하지 않은 왼손으로

산소 호흡기를 벗어버렸다.

“대체 난 뭐죠 … ? 한빛아파트는 어떻게 된거에요 ?”

“이봐요 머리를 다쳐서 조금 이상해 지신거 같은데..? 당신은 노숙자 였잖소 막말로 거지요 거지 ! 술드시고 거리에서 뻗어있다가 교통사고 당하신거라구요”

아아… 의견에 확신이 안선다.

그래… 이건 한낱 꿈에 불과했던거야.

난 거지였어. 미래도 .. 희망도 없는 거지 였다구..

눈물이 흘렀다. 혜민, 호석아저씨, 아버지

그리고… 한빛아파트… 이 모든게…

사실이 아닌 꿈이다. 믿을수 없어

“한빛이라는 이름의 아파트… 있나요 ?”

“나는 모르지요 ? 적어도 여기 xx지역엔 없소”

그래.. xx는 꿈속 내가 살던 지역이었지

한빛역시 꿈이였다.

너무 피곤해… 자야겠다…

의사는 병실 밖으로 나갔다. 밖엔 머리가 반쯤 벗겨진 사내가 초조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말한다.

“어떻게 … 잘됐습니까…?”

“물론이지요. 기억 조금 못하게 만드는건 쉬운일입니다. 오히려 이런보잘것 없는일 하나하고 10억이나 받다니.. 저야말로 행운이지요”

“하하 그렇습니까? 하하하”

“하하하”

둘의 호탕한 웃음소리는 병실내부를 울렸다.

xx과학연구원…

박수갈채를 받으며 신과학의 문을연건 다름아닌 아까 그 사내… 그는 침을 튀기며 설명에 힘썼고 이내 다른 사람들에게 선망의 눈길을 받으며 내려왔다.

그후 어느 호텔방…

그 사내와 또 사내에 비해 비교적 젋어보이는 남성이 대화를 나눈다.

“신문 봤나? ‘김영재 군사적 요소로 실용적인 신 괴생명체 연구 성공’ 으허허허허 기분이 좋구만 돈벌이는 시간문제야”

“이번엔 위험했어요 정식적으로 연구허가도 받지 않고 몰래 한거잖아요. 하여간 이번엔 김박사님 도움이 컸습니다요 하하”

“뭐 그까짓꺼 돈몇푼 쥐어주면 다 내세상인데 뭐.. 근데 한빛아파트 붕괴사건은 잘 돼가나 ?”

“아유 그것도 애먹었어요. 외곽 지역이라 다행이지 하마터먼 들킬뻔했다니깐요 헌아파트여서 자연붕괴라는것도 먹혔구요… 근데 한명 살아나올줄은 몰랐습니다요.”

“그래 나도 놀랐네.. 괴물을 이용해서 출입구를 부쉈다며…?”

“예 정말 머리 잘썼어요.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군요..”

“오박사 새끼 아들이었어 ? 그 오대석이란 놈이?”

“아 모르셨어요? 저도 놀랐어요”

“개같은 새끼 분명 셋이서 같이 연구 해서 발표했어야 하는데 중요한 샘플 중 일부를 가져갔다고 해서 놀랐다구..”

“근데 그게 약점이 된거죠.. 그 샘플은 완전한게 아니라 다행이죠.. 제어가 가능하도록 연구한 자료는 가져가지 않았다죠 ?”

“괜히 그쪽 아파트 사람에게 들켰음 큰일날 뻔했어. 급히 용접하느라 힘들었어”

“에구구 말도 마요 뭐 지난날은 잊고 앞으로 미래를 즐깁시다.”

“그래… 미래를 위하여 건배 !”

알지못했던 진실은 그렇게 어떤 두 남자의 새까만 속마음으로 인해 지워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