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지난 봄에 아는 언니한테 들은 실화예요”
그 회사는 일이 별로 많지 않아 주말에 나오는 사람들이 거의 없대요.
그런데 매일 주말마다 한 명씩 돌아가며 당직을 세운답니다. (언니가 굉장히 불만이 많아요)
지난 1월 일요일에 언니가 당직을 서게 돼서 빈 사무실을 지키며 컴퓨터나 하던 중 다섯 시쯤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 갔대요. 그때 언니가 생리 중이었는데 생리대를 따로 들고 가기가 귀찮아 생리대가 들어 있는 핸드백째로 그냥 들고 화장실에 갔대요.
매일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던 곳이 너무 조용하니깐 복도를 걸어가면서도 겁도 좀 나고 하더랍니다.
겨울이라 다섯 신데도 컴컴하고..
나가서 보니 옆 사무실에 남자 한 명 빼놓곤 아무도 출근 안 했더랍니다.
약간 음산한 기분으로 화장실에 들어가 세 칸 모두 빈 걸 확인하고 그 중 가운데 칸에 들어앉아 볼일도 보며 심심해서 전화기로 게임을 하고 있었대요.
핸드백은 문 위쪽에 붙은 고리에 걸어두고..
그런데 거의 모든 회사 화장실이 그렇듯이 화장실 입구 문은 꽤 묵직한 쇠문이어서 한번 여닫으면 그 소리가 안 들릴 수가 없잖아요?
들어올 때도 아무도 없었겠다.
누가 들어오는 소리도 안 났겠다.. 맘을 놓고 게임을 하고 있는데..
난데없이 언니 칸 문 아래로 하얗고 예쁜 손 하나가 쑥 들어오더랍니다.
언니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고 그 손을 보니 그냥 평범한 여자 손이 더듬더듬 바닥을 훑으며 뭔가를 찾고 있더래요.
당황은 했지만 처음 몇 초간은 누가 뭘 떨어뜨려서 손을 집어넣었나보다 생각했대요.
한숨 돌린 언니가 ‘여기 사람 있어요’ 하고 소리를 내려는데 뭔가 이상하더랍니다.
그 팔은 팔꿈치까지 그냥 맨팔이더래요.
그리고 뭣보다도 손의 각도가 좀 이상하더래요.
팔뚝이 바닥에 붙어있더래요.
그리고 그 각도에서 팔이 양 옆으로만 휘휘 젓는게 아니라 앞뒤로도 들어왔다 나갔다 하더래요.
도저히 설혹 누군가가 화장실 바닥에 누워서(?) 팔을 집어넣었다 하더라도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각도며 움직임이더랍니다.
이게 사람 팔이 아니라고 판단한 언니는 너무 무서워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발을 (무서워서 문짝에는 못 대고) 양쪽 벽에 올려붙이고 그 손을 보고 있었는데 좀 있다가, 한 30㎝ 옆에서 손 하나가 더 들어오더래요.
아까 들어온 손하고 똑같은 왼손이더래요.
두 손이 양옆 앞뒤로 더듬더듬 하다가 서로 부딪히기도 하고.. 서로 궁합이 잘 안 맞는 것이 두 사람의 팔 같더래요.
한쪽 팔은 거의 어깨까지 들어와서 저쪽 뒤에 쓰레기통까지 손이 닿더래요.
그 경악스러운 공포의 순간에도 언니가 너무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한 것은 그 손들이 전혀 들어 올려지지 않고 바닥만 샅샅이 더듬더듬 훑더랍니다
언니는 그 와중에 두 다리와 팔은 양쪽 벽에 붙이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있었고요.
한 1분쯤 지나서 그 소리를 들었는지 옆 사무실 남자가 무슨 일이냐고 큰 소리로 물으며 화장실 문을 열고 뛰어 들어오더랍니다.
문 위로 손이 들어와 핸드백 끈을 들여 핸드백을 떨어뜨리고 밖으로 사라지더래요.
뛰어 들어온 남자는 핸드백 떨어지는 소리를 들은 것 외에는 아무것도 못 봤다고 하고…
언니는 하도 정신없이 소리를 질러서 목이 완전히 쉬고..
그 자리에서 오바이트를 해버렸대요. 난리가 났대요.
그날 있었던 일로 한동안 그 건물이 떠들썩했고..
반년 이상 지난 지금까지도 그 언니는 화장실에 과한 모든 게 무섭고 항상 발을 바닥에서 좀 띄워놓고 볼일을 보는 버릇이 생겼대요. 회사에서도 한 층 아래 화장실을 쓰고요.
언니는 아직도 그 손들이 잊혀지지 않는다며 진짜로 본 거라고 우리들한테 강조를 하더라고요.
언니가 백번 양보해 그 손들이 헛것을 본 거라고 해도..
핸드백은 어떻게 그 위에서 떨어진 건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