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에 나라 한번은 구해본 적 있어야 만날 수 있는 여자친구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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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여자친구를 만난건

군대 막 제대한 20대 초반이었음

그리고 지금은 어느덧 30대 중반.

11년 넘게 연애 끝에 드디어 내년 초에 결혼 하기로 함

난 지금의 여자친구에게 항상 너무 고마운 마음이 큼

아마 이런 사람 다시 만나긴 힘들 것 같다.

20대 때는 나나 여자친구나 서로 평범한 연애에 놀기 바빴고

그러다 내가 먼저 작은 회사에 취업한 뒤 정착했고,

여자친구는 내가 회사에 취업했을 무렵

다니던 곳을 그만두고 공시에 도전하겠다 선언함.

3년정도의 힘든 공시생활 독하게 매일 공부하더니

설시 공무원 합격을 하더라고

그렇게 이제 서로 자리잡고 이제 결혼만 남았다 하는 순간에

아버지가 뇌출혈(지주막하출혈)로 쓰러지심.

뇌출혈 이후 수술 재수술 끝에

아버지는 합병증으로 수두증이 와서

결국 의식 없이 소위말하는 식물 인간 상태가 되셨고

병원비 걱정에 나는 매일 패닉 상태가 됐음

거기에 사실 어머니도 아프셨거든..

어머니가 50대 들어서면서 우울증이 쎄게 왔는데

그게 컨트롤이 안되니까 조현병으로 발전하시더라

어머니쪽 집안 내력에 가족력이 있기도 했음..

가족력 있으면 발생하기 쉽다고 하더라고,

뇌출혈로 식물인간이 된 아버지, 조현병 어머니

상황이 그쯤 되서 내가 패닉에 빠지니까

결혼도 안한 여자친구가 자기집에서

옷을 보따리에 싹 싸들고 우리집으로 들어와주더라고

일단 같이 살면서 내 어머니는

자기가 최대한 케어해볼테니 나는 아버지에 집중하라고..

그때 여자친구 없을때마다 상황이 서럽고,

여자친구 한테 고마워서 자주 엉엉 움

(여자친구는 모를거임 평소에는 그런 티 안냄)

그러다가 병원에서 4개월만에 아버지가 드디어 깨어나심

깨어나셨는데

병원에서 나보고 간병인이 필요하다고 하는거야

분명 간호간병 통합병원이였거든

이상하다 싶었지만

시키는대로 안하면 다른병원으로 전원 시킬거같았음

간병인..병원비도 빠듯한데

간병인비 한달에 계산해보니까 2~300만원이 깨지더라

뭐 어쩌겠음.. 아무리 머리 굴려도 답이 안나와서

그냥 내가 병원에서 간병하기로 결정함.

그렇게 결정할 수 있었던데에 큰 역할을 해준게

여자친구가..자기 월급으로

이집 생활비 이런걸 다 처리해주겠다고 하더라

자긴 그러려고 이 집 들어온거라고..

미친거지.. 너무 고맙더라고 내가 뭐라고;

그렇게 결정하고 다니던 회사에

사정 말하고 그만둔다고 하는데

회사에서 정말 고맙게도 휴가로 처리할테니까

부모님 괜찮아지시면 돌아오라고 해주심

거기에 나는 고맙기도 하고 회사에 민폐를 끼치는거 같아서

2~3개월뒤에 제가 회사 복직이 힘들면

그때 다시 정식으로 사직한다고 해둠

(다행히 지금은 다시 복직해서 일하고 있음)

그리고 나서 이제 병원에 들어갔는데

드라마 보면 이제 깨어나면 좋아지고 퇴원하든데

현실은 시궁창이었음

병원에 처음간날 아버지를 봤는데

섬망이 너무 심하고 공격성이 너무 올라가서 묶여 계시더라고

거기에 욕창에 VRE, CRE 같은

항생제 내성균 중 끝판왕급들이 검출됨

염증 수치는 정상인이 0.5 정도라는데 아버지는 24였나?

나중에는 10~15 사이 유지하시드라고

깨어나시긴 했지만 살아도 사신게 아니셨던거지

거기에 처음에 섬망 이야기 했잖아 섬망 속에서

완전 혼자만의 세계에 빠지셔서

어떤날은 여기가 동물원이라고 생각한건지

밤새 원숭이를 세고 세다가

밤이되면 갑자기 정신나간 사람처럼 막 소리치고

난 외동아들인데 둘째 아들 데려오라고 하시고

소리치고 욕하고

집 뒷산에 40억을 묻어놨다고 하시면서 (그런거 없음)

나보고 그 돈 노리냐고 화내시고

또 어떤날은 여기가 감옥인 줄 알았는지

내가 아버지를 죽이려고 가둬놨다고 하면서 소리치고

여튼 한달 넘게를 밤마다

비슷한 레파토리로 소리치고 잠을 안 주무시더라

뭐 같이 있던 나도 잠을 못잔건 매한가지고

지금도 기억나는게

하루는 조용한 목소리로 아버지가 나한테

내가 뭘 잘못해서 아들인 니가 나를 죽이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그냥 평생 너 잘키우고 싶던거 밖에 없었다.

살려줘라 라고 하시는데

내가 다른 소리는 참아도 진짜 그 소리는 진짜

와.. 정신이 멍해짐

아버지는 진짜 나 키우려고 엄청 고생하셨거든

거기에 친구들에게도

내가 인생에서 딱 한명 리스펙 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 아버지다. 라고 하고 살았었는데

그런 아버지가 내가 아버지를 죽이는 걸로 생각하신다니

부모 자식간에.. 내가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람 입에서 그런 소리를 들으니까

이건 내가 들어선 안될 소리다. 하면서

화장실에가서 본능적으로 귀를 막 씻음..

여튼 그렇게

아버지 아버지 간호를 한지 한달반. 즈음

여자친구가 울면서 전화를 해옴

어머니가 걷다가 넘어졌는데

너무 아파하시면서 아예 걷지를 못한다는 거야.

설상가상이 이런거구나 싶었다 진짜

나는 바로 병원에 해당 상황을 이야기했고

병원 수간호사 쌤이 원래 여기 간호간병병동이고

아버지 섬망이 심하셔서 보호자가 필요하긴한데

상황이 이러니 자기들이 더 신경 써준다고 하면서

어머니께 가보라고 하더라

그리고 택시타고 집에갔는데

어머니가 세상 그렇게 아파하는거 처음 봄

바로 119 불러서 병원에 가니까

고관절이 부러졌다고 하더라고 개같은 세상 진짜

수술 이후에 이 병원에서도 간병인이 필요하다고 하더라

난 외동아들이고 아버지 간병 뛰고 있는데

어머니는 어떻게 하지 하는 와중에

여자친구가 자기가 울 엄마 병원에서 간병하겠다고 하더라고..

내가 아버지 간병을 해보니까

제일 곤욕이 대변 처리였는데

나야 뭐 병원에서 한달반 동안 경험이 있어서

아버지 기저귀도 척척 갈고 한데

여자친구한테는 시키기가 싫었음.

너무 미안하잖아

그때 또 여자친구가 내 부모면

자기한테도 부모라고 신경쓰지 말라고 하더니

내가 보는 앞에서 울엄마 똥기저귀를 갈아주더라..

ㅆ발 진짜 이게 뭔일인지..

세상에 나 때문에 이 여자 무슨 고생인가 싶었음

여튼 그렇게 진짜 여자친구 덕분에.. 덕분에

그 상황들 조금씩 넘겨가면서 살았음

그 이후 아버지는 병세가 좋아지셔서

재활요양병원에 들어가셔서 재활도 하고 하셨는데

내가 염증 수치 높았다고 이야기 했잖아..

결국 좋아지신다 좋아지신다 하다가

갑자기 하루 아침에 패혈증 쇼크로 돌아가심.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예비 장인어른이랑 예비 장모님 눈을 못쳐다보겠더라

그동안 여자친구 고생시킨거 생각하니까 진짜..

장인어른이랑 장모님도 진짜 좋은 분들이셔서

나 아버지 처음 쓰러지셨을 때

아버지부터 살려야 효자인거라고 해주신게 너무 기억에 남고

결혼도 안한 딸 남자 친구 집에서

고생하는 것도 속상하셨을텐데

….너무 죄송하다 장인어른 장모님께도 진짜

그리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혼자남은 엄마..

정신이 온전치 않은 엄마를 어떻게 혼자두냐며

먼저 모시고 살자고 해준 것도 여자친구고

지금도 같이 살고 있음

이정도면 여자친구가 내 인생의 은인 맞냐?

설거지 결혼이니 퐁퐁이니 하는데..

나는 걍 우리 집사람이 설거지 시킬 때

퐁퐁 없으면 혓바닥으로라도 싹싹 핥아서 설거지 할려고.

아버지가 물려주신 집 1채랑, 내 명의 집 1채가 있긴한데

난 나중에 아버지에게 상속받은 아파트는

집사람 명의로 돌려줄까 함.

이딴 걸로 집사람이 나에게 해준거 보상이나 될 진 모르겠지만.

앞으로 남은 인생 평생 은혜갚고 사는게 내 삶의 목표임..